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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佛畵)라 함은 불교회화, 다시 말해 불교그림에 대한 통칭이다. 우리가 사찰에 가서 볼 수 있는 그림들을 말한다. 그러나 관심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곤 불화에 대해서 무지하다. 사찰에 가면 탑이나 건물, 혹은 부처상과 같은 건축, 조각물에만 관심을 가지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불화란 단지 우리가 책에서 배우고 문화재로 지정되어 쉽게 볼 수 없는 것들이란 선입감도 불화에 대한 무지에
한 몫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불화는 종교미술이다. 종교미술란 각 종교가 추구하는 종교적 기능과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 성스러움에
대한 표현이 중심이 되지만, 민중을 교화하고 포교하는 도구로서 기능하기 때문에 단순하다. 불교미술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불화는 불교미술 중 가장 복잡하다고
한다. 그만큼 일반인들이 불화를 해석하는데 힘이 든다는 얘기일 것이다.
[불화의 비밀]은 자현스님이 그런 불화 속에 녹아 있는 지문이나 코드를 해독하는 방법을
제시하기위해 쓴 책이라고 한다. 그래서 스님은 불화의 기원에서부터 시작하여 한국 불화의 역사를 두루
살피고 있다. 삼국시대 벽화에서 조선시대 괘불까지 1600여년을
이어온 한국불교의 찬란한 믿음의 기록이기도 하다.
최초의 불화에 대한 기록은 초기불교 2대정사로 꼽히는 기원정사 관련기록에서 확인되는데, 건물의 단순한
채색과 벽화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된 것은 삼국시대이다.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에 중국으로부터 고구려와 백제로 전래되었다. 신라는
인도 및 인도문화권에서 직접 전파되었다는 기록이 있으나 유물과 유적이 부족해 확신할 수는 없다고 한다. 불교와
함께 불화도 들어왔지만, 당시의 불화는 거의 벽화였다. 고구려의
고분벽화가 대표적이다. 백제는 무덤에 벽화를 그리지않아 상대적으로 적지만 일본불화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신라는 6세기 흥륜사와 황룡사가 완공되면서 불화가 만개하였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쉽게도 현재까지 전해지는 것이 없다고 한다. 통일신라시대 역시 벽화가 불화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고 한다.
고려시대는 불교문화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시기이다. 그만큼 불화도 많이 제작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남아있는 불화는 단독의 채색화 160여점이라고 한다. 그중
국내에 보존된 것은 10여점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일본에 있다.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 불화로, 이는 고려말의 혼란상황에서 아미타 신앙의 약진과
예배화가 아닌 보조적인 존상화가 걸개그림 형식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만큼 약탈이 용이하였기에
현재까지 전해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벽화로 시작된 불화는 제작과 이동시 운반의 용이성을 위하여 차츰
천이나 종이에 그리기 시작했다. 족자와 같은 형태로 보관했다가 필요한 때 펼쳐 거는 권자형 그림이 그것이다. 탱화도 바로 이런 권자형 그림으로부터 연유했다고 한다. 고려시대
원간섭기에 티베트 라마불교의 영향으로 일반화된 탱화는 이동성을 고려할 필요가 없어 액자형으로 형태가 바뀌었다.
현존하는 불화는 대부분 조선시대의 것으로, 그 중에서도 조선후기인 영정조시대 조성된 것들이라고 한다. 억불정책으로
조선초기에는 불교가 위축되었고, 그나마 조성된 것들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양란으로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괘불도의 등장은 양란이후 피폐된 민심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불교의 외연이 크게 확장 되었음을 의미한다. 괘불도는 탱화와 같은 걸개그림이다. 탱화가 실내에 걸리는 작은 크기의
예배화라면 괘불도는 야외에서 펼쳐지는 거대한 예배화이다. 불전에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의 신도가
모여들고 이러한 상황에서 불전의 불상을 대체할 상이 필요했을 것이다. 대형 괘불도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스님은 조선불화의 특징이 여백이 없이 빼곡하게 들어찬 인물구도에 있다고 한다.
고려불화가 신분적 차등이 강한 2단의 수직적구조라면, 조선불화는
원형의 꽉 찬 구도로 좌우대칭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전기의 불화는 대부분이 왕실발원 불화였지만 후기에는
일반 민중의 요구에 의해 조성되었으며, 조선불화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유교의 영향이라고 한다. 그래서 고려시대에는 없는 고승도, 조사도와 같은 불화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스님은 한국 불화를 대표하는 조선시대의
불화를 9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복잡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불화를 종교화가 추구하는 목적에 따라 이해하기 싶도록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불화
속 부분부분의 장면에 대해 불교의 교리나 경전에는 어떻게 나타나 있는지를 소개하고, 그것들이 조선의
불화에서 어떤 의미로 표현된 것인지를 분석하기도 한다. 불화를 보면서 은연중 불교의 이야기를 알아가는
셈이다. 이를 증명하듯 책에는 많은 사찰과 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는 각종 불화의 도록이 실려 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면서 문화재를 감상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또한
불화를 통해 불교를 종교라는 교조적인 시각을 떠나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참고로 스님이 소개하는 아홉 가지의 불화의
카테고리는 다음과 같다.
영산회상도 : 한국불화의 대표주제로 석가모니불을 본존으로 주위에 다양한 권속들을 그린 예배화이다. 양산 통도사, 충주 용연사, 해남
대흥사 등 많은 사찰에 있다.
아미타불회도 : 서방정토 극락세계의 불보살인 아미타불과 관련된 구성인물들을 모아 놓은 그림으로, 수락산 내원암, 구례 천은사, 문경
대승사의 불화가 대표적이다.
삼신불도, 삼계불도 : 부처님의 속성을 법신,
보신, 화신 세가지로 나눈 불교의 철학적 측면을 의미한다.
법신은 부처님의 본질적인 완전함을, 보신은 부처님의 이상적인 측면을, 그리고 화신은 부처님이 모든 곳에서 드러날 수 있는 다양성을 뜻한다고 한다.
스님은 양산 통도사, 김천 직지사, 하동 쌍계사
등에 있는 불화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신중도
: 교종을 대표하는 화엄사상의 경전은 화엄경이다. 신중도는 부처님이 화엄경을 설하실 때
운집한 세상의 신들을 그린 그림으로, 이들이 바로 불법의 수호자들이다.
서울 봉은사, 보은 법주사 등에 신중도가 걸려있다.
감로도
: 불교는 전래되면서 해당문화권에 적합한 현지화 전략을 취했다고 한다. 이중 하나가 동아시아의
조상숭배와 결합한 효의 강조이다. 감로도는 부처님의 감로를 통해서 조상들이 천도 되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보석사, 서울 흥천사, 영천
은혜사 등에 있다.
지장보살도 : 모든 지옥의 중생을 제도하기 전에는 성불하지 않겠다는 위대한 원을 세운 지장보살과 그 권속을 그린 불화이다. 스님은 대구 북지장사, 동화사, 고창
옥선사 등의 불화를 가지고 그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시왕도
: 망자들에게 판결을 내리는 시왕과 시왕을 돕는 명부세계의 존재들을 표현한 불화이다. 불교에서
판결은 죽은 지 7일째 되는 날 심판을 시작으로 49재가
끝나는 날까지 매 7일마다 한번씩 하여 7번, 그리고 100일째 되는 날, 1년이
되는 날, 3년이 되는 날의 심판까지 총 10번의 심판이
이루어진다. 이로써 각 심판을 주재하는 10대왕이 성립하며, 시왕도는 이들 각각을 표현한 불화로 10폭으로 구성되어 있다. 양산 통도사, 고성 옥천사의 불화가 대표적이다.
팔상도
: 석가모니의 일생 중 중요한 부분을 잉태, 탄생, 출가결심, 출가단행, 수행, 깨달음, 첫 설법, 그리고 열반의 여덟 단계로 나누어 그린 그림이다. 이런 팔상도를 봉안한 전각을 팔상전이라 부른다. 예천 용문사, 양산 통도사에서 볼 수 있다.
괘불도 : 괘불이란 족자형으로 걸도록 되어 있는 불교 그림이라는 의미로, 조선후기 민중의 상처와 야단법석의 상징이다. 남해 용문사, 상주 북장사, 청주 안심사 등 많은 사찰에 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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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교 신자로서 사찰 순례를 많이 한 편이다. 순례가 많아지면서 자연히 불화에 관심이 갔고 나름대로 불화에 대한 많은 책을 읽었다. 자현스님은 그동안 꽤 많은 책을 쓰셨고 나도 꽤 많이 읽었다. 주제는 다양하지만 굉장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불화에 대한 책을 쓰셨는데 꽤 재미있었다. 책에 소개된 불화 중 많은 그림을 직접 보았었는데 이 책을 읽고 보았었으면 더 좋아겠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종교화를 볼 때 도판에서 상징하는 것의 이름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내가 지금까지 읽은 책들에서는 그 명호들을 상세히 알려 주는 책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주요 불화의 등장 인물에 대한 명호를 가급적 알려주려는 노력이 보인다. 아마도 전문도서가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불화 개요서로서는 최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몇몇 쟁점이 되는 주제에 대한 저자의 주장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것이 조선후기의 사천왕상의 배치와 이름의 변화이다. 결론이 나기 힘든 주제인다. 책을 읽다보니 더 휏갈렸다.
그러나 이제 영산회도를 보면서 사왕과 상왕, 용왕과 용녀, 제석천과 범천을 구별할 줄 알게 된 것이 이 책에서 얻은 것이다.
책이 훌륭하지만 몇몇 도판은 너무 어두워서 알아보기 힘든 것이 있었는데 그것이 옥의 티이다.
리움 미술관에 있는 고려시대 천수천안관음도 책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영산회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