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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 귄지그의 단편집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동물원>을 정말 흥미롭게 읽었다. 그런 까닭에 우연찮게 토마 귄지그의 <쿠루>를 접했을 때 기대가 컸다.
허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쿠루>는 <세, 가, 동>보다 그리 기억에 남는 소설은 아닐 것 같다. 이 소설은 유럽의 젊은이들 더 나아가 한국의 비참함과 또다른 선진국의 비참함을 안고 있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그런 류의 소설에서 상상할 수 있는 헐리우드식의 사랑스러움을 기대해선 안 된다.
오히려 그렇게 입에 맞는 멜로드라마틱한 구조보다 괴상하고 독특한 특징들이 중간중간 삽입된다. 상당히 뜬금없이 말이다.
예를 들어, 한 청년은 배꼽 밑에 또다른 입을 가지고 있다. 그 입은 구역질을 하거나 하지만, 그 외에 별다른 일은 하지 못한다. 또한 여주인공은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 초능력은 여주인공에게 있어 그다지 큰 힘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그 외에도 인물들은 비틀리고, 어깃장거리고, 늘 짜증에 감싸여 있다.
어쩌면 이런 상황들 자체가 이 소설의 매력이긴하다.
유럽 여행 중에 혹시 지저분한 화장실에 들어간 적이 있는가? 그런데 왠지 그때야 여행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그 나라의 실체를 보고 있는 듯한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는가?
이 장편소설의 맛은 거기에서 있다. 그 불쾌한 지저분함을 어느 정도 견디다보면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 혹은 이 소설에 담겨 있는 일말의 진실이 보이기는 할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완벽하게 그걸 이해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무엇보다 그걸 곱씹을 만큼 이 소설이 매력적인 건 아니었다. 몇몇 코드들이 흥미로웠고, 표지가 사랑스러웠을 따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