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학부모들은 분주 해진다. 분명 우리나라는 고교 평준화인데 왜 학부모들이 바쁜 것일까? 내 아이가 조금이라도 공부에 싹수가 보인다면 엄마는 더욱 바빠진다. 우리나라 엘리트 교육의 핫라인(?)이라는 특목고를 보내야 하니까. 조금이라도 학원이 많은 번화가 거리엔 여전히 입시 설명회와 학원 설명회에 학부모들이 몰린다. 조금의 정보라도 내가 다른 학부모보다 더 많이 알아야 하니까. 그 학원 설명회의 공식대로 아이들은 학원에 기계처럼 다녀야 한다. 어른들이 말하는 좋은 인맥을 만들려면 특목고에 가야 하니까...
이 곳 일본, 현 내의 가장 우수한 고교 이치고. 이곳 현에서는 이치고의 입학이 한 사람의 인생이 성공인지, 실패인지를 나누는 척도가 되고 있다. 이치고에 합격한 사람들은 그래서 책상을 내다 버리는 이상한 풍습(?) 같은 것이 전해진다. 이치고의 입학과 동시에 집에서 따로 공부할 필요가 없다나? 또한 학교 선생님들 사이에도 이치고 출신과 비이치고 출신과의 보이지 않는 자존심 싸움도 벌어진다. 이번에도 학교는 바짝 긴장한 상태다. 우수한 학생을 별탈 없이 뽑아야 하니까. 하지만 이번엔 왠지 불길한 징조들이 가득하다. 시험 전날 고사장에 ‘입시를 짓밟아버리자’라는 벽보가 붙는가 하면 한 선생님의 휴대폰이 고사장에 숨겨져 있었다. 또한 시험 당일 고사장에 휴대전화가 울려 즉시 실격 처리 된다. 하지만 그 아이의 학부모(이 학부모는 현 내 의원이다)가 학교로 난입해 실격처리를 무효로 만들어 버린다. 또한 영어시험지 하나가 없어지고 이런 현상이 실시간 중계가 되고 있는데...
시험이란 참 묘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험 날의 기운, 운세 상황까지도 체크 하게 되는 것 같다. 또한 운마저도 실력이라고 말하는 것 아닐까? 아무리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아이도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다른 실력을 발휘하게 되니까. 하지만 시험이라는 것은 한 아이의 인생을 좌절로 만들기도 하고, 환희에 찬 기쁨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 시험이 장기간의 인생을 되돌아 봤을 때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부모는 아이는 그 한 번의 선택으로 저주의 말을, 혹은 축복의 말을 하게 된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출신학교가 주는 선입견이 대단한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은, 학부모는 그 줄을 타기 위해 이렇게 난리는 치는 것 아닐까?
중학교 1학년인 큰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내 입장에선 이런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직 확실한 진로를 정한 것은 아니지만 만약 아이가 특목고에 진학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특목고를 준비하려면 초등학교 5학년부터는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학원 근처에도 가본 적 없으니... 특목고는 물 건너 간 것일까? 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내가 공식처럼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대학에 간 케이스가 아니기에 내 아이들에게도 사회에서 말하는 정답이란 길을 가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공부란 정말하고 싶은 그때 해도 늦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런 나의 생각을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공부도 때가 있고, 바짝 올려 줘야 할 때 곁에서 옥 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습관이 되지 않으면 커서 공부하기는 더 힘들다고.. 하지만 내 경험으로 봤을 때... 정말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부모가 강요하지 않아도 하는 것이 바로 사람이다. 아이들을 움직이는 건 바로 간절히 원하는 자신만의 꿈이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아이들을 바라본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지나치게 자유롭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아이들. 혹자들은 저러다 큰 코 다쳐봐야 내가 정신 차린다고 말하지만.. 공부에 찌 들린 아이들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 실패를 통해 이기는 법을 배워야지, 실패를 했다고 이 사회에 복수를 꿈꾸는 아이들로 만들고 싶지는 않다. 시험 한 번 못 봤다고, 시험 한 번 실수 했다고 이 사회에 낙오자는 아니지 않은가? 그 일들을 통해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은 아닐까? 좋은 학교가 인생의 행복을 가져다 주지 않음을 알면서도 강요하는 어른은 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아이들 교육은 늘 어렵다. |
|
'입시를 짓밟아버리자' 이처럼 자극적인 문구를 담은 학원 미스터리 소설이 나왔다. '고백'으로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신작소설이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고 우리나라 입시 제도가 가진 문제점을 알고 있기에 관심이 간 작품이다.
현립 다치바나나이이치 고등학교(일명 이치고)는 지역에서 가장 좋은 고등학교로 통한다. 동경대, 와세다대, 게이오대 등 일류 대학에 합격하는 학생들이 많은 학교... 물론 일류 대학을 나와는 것이 좋지만 일류대학을 나오는 것보다 이치고를 나오는 것이 인생의 성공 여부를 가름할 정도로 막강한 권위를 가지고 있다.
이치고에 진학하고 싶은 학생들의 입시 시험 전부터 선생님은 물론이고 학교는 초긴장 상태다. 이런 학교 분위기를 특히나 이해하기 어려운 신임 교사 하루야마 교코 선생님.. 첫 발령지고 나름 훌륭하게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헌데 입시 시험 전날 ‘입시를 짓밟아버리자’라고 쓴 글이 발견되면서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선생님들은 이상하게 불안감이 생긴다.
시험이 치르기 전에 핸드폰은 모두 압수된다. 헌데 이에 순응하지 않는 학생이 생기고, 부모님의 불안한 마음에 학생에게 문자를 보냈다가 휴대전화가 울리자 부정행위로 실격 처리되어 시험 치는 도중에 나가게 한다. 헌데 이 학생의 부모가 항의를 해오는데... 여기에 정확하게 학생 숫자에 맞추어 있어야 할 시험지가 한 장 사라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같은 번호의 시험지가 두 장 나타나기도... 어떤 것을 학생의 시험지로 인정하느냐에 따라 합격여부가 달라진다. 이로 인해 붙어야 할 학생은 떨어지고 떨어져야 할 학생은 붙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데... 이 모든 일이 누군가의 고의적인 입시 방해란 생각이 들기에 충분하다.
시험을 둘러싼 학교 분위기가 인터넷으로 누군가에 의해 은밀하게 밖으로 들어난다. 학교에 있지 말아야 할 인물이 잡히면서 입시 방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지만 전혀 예상 밖의 인물이 자신이 이 모든 것을 지휘한 인물이라고 나선다. 그는 오래 전에 이치고에 시험을 응시한 학생과 연관이 있는데...
이 책의 가장 큰 재미는 뭐니 뭐니 해도 대학 수능 시험의 긴장감을 넘어서는 고교 입시의 긴장감이 느껴지는 이야기를 너무나 많고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들려주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입시 상황과는 조금은 차이를 보이지만 외고, 과학고 등 좋은 고등학교에 들어가고자 하는 학생들이 많기에 충분히 공감하며 읽게 된다. 우리나라처럼 교육열이 높은 나라에서는 유치원부터 일류대학을 목표로 한 교육을 시키는 분들이 많고 그로인해 성적 비관으로 인해 자살로 심심치 않게 뉴스를 통해 접한다. 세계 어느 나라나 엘리트 코스란 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남들보다 좋은 학교를 나오면 안정적인 생활,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기 쉽다는 인식하에 일류를 지향하는 교육 시스템이 가진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저자 자신이 학교에서 근무했던 경력이 있기에 학교란 공간이 가진 분위기를 책 안에 온전히 잘 담아냈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란 공간을 통해서 학생들간의 과열된 입시 경쟁, 집단 따돌림, 누군지를 밝히지 않아도 되는 인터넷의 특성을 이용한 폭력적인 언어 구사,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행동과 그로인해 상처받는 사람... 학교가 가진 의미나 역할은 돌아보게 만드는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이 가진 재미를 무엇인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학력을 자랑하는 건 인생의 절정이 이미 지난 인간. 현재의 인새에 만족하는 사람은 과거 자랑을 하지 않는다. -p30- |
|
"말도 안 돼. 집에 오면 12시라고?" 몇 달 전, 일본인 유학생들과 치킨을 먹으러 간 적이 있습니다. 치킨을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예전에 12시까지 학원을 다녔다는 제 말에 일본인 친구들은 위와 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초등학생 때에는 12시까지 다니진 않았지만, 중학생 때에는 종합 학원을 다니다보니 귀가 시간은 늘 한밤중이었다는 제 말에 "한국 학생들, 불쌍하네."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름만 자율인 야간 자율 학습 역시 그들에겐 무척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학습 형태인 것 같았습니다. 아마 그때 얘기를 나누었던 일본인 친구들이 이렇게 반응을 했던 건, 학교 수업 후에는 동아리 활동을 하고 그 활동이 끝나면 집으로 귀가하는 학창 시절을 보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일본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을 고려하면 보통 늦어도 오후 6, 7시에는 집에 도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생활을 한다고 해서 '모든' 일본 학생들이 한국 학생들과 달리 높지 않은 교육열을 보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일본은 고등학교가 사립이든 국립, 공립이든 일류부터 삼류까지 상세하게 서열화되어 있으며, 진학을 희망하는 고등학교의 입학 시험을 반드시 합격해야만 해당 학교에 다닐 수 있습니다. 또한 명문 학교의 입학은 곧 명문 대학교의 입학을 의미하기에 아주 어린 나이부터 입시 경쟁에 몰리는 경우도 의외로 많습니다. 게이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 5, 6살부터 입시를 준비하는 것은 게이오 대학교까지 에스컬레이트식 진학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즉, 일본인에게 고교 입시(경우에 따라서는 초˙중등 입시)란 한국의 수능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오히려 수능과 비슷한 센터 시험(대입 시험)의 응시율을 고려한다면 고교 입시야말로 전국의 모든 학생에게 공통적으로 부여되는 입시인 셈입니다. 『입시를 짓밟아버리자!』 -44P 그렇기에 현립 다치바나다이이치 고등학교, 통칭 이치고의 고교 입시 전날, '입시를 짓밟아버리자'는 벽보가 고사장의 칠판마다 발견되자 교사들 사이에서는 작은 소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누군가가 악의를 갖고서 현의 명문고로 손꼽히는 이치고의 고교 입시를 망치려고 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학교 측은 감독관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요할 뿐, 별다른 대안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인생을 걸고 시험을 치지만, 채점하는 놈들은 타인의 인생이 걸렸다는 생각 조금도 하지 않는다는 생각한 적 있어?』 -63P 그러나 교실 내 소유 금지 품목인 휴대폰이 시험 시간에 울리면서 도미노처럼 연속적으로 크고 작은 사건들이 터지기 시작합니다. 시험 종료 후에도, 채점 과정에서도, 결과 보고 과정에서도 문제는 계속해서 발생했습니다. 시험 도중 입시 문제 외부 유출 의혹, 상당한 권력을 지닌 학부모의 교내 난동, 수험생의 커닝 의혹 제기, 답안지 분실 등으로도 이미 학교 측은 머리가 아픈데, 이 모든 과정이 익명의 인터넷 게시판에서 실시간으로 중계까지 되고 있었던 겁니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험생 개인에 대한 사적인 정보까지 올라오면서 마녀사냥식의 발언이 이치고와 해당 수험생을 향해 쏟아졌습니다.
『두 사람 다 합격이라면, 일본 정치보다도 썩은 세계야.』 -221P 이에 사람들은 사건의 주동자를 찾기 위하여 서로의 눈치를 살피면서도 어떻게든 자신에게 해가 덜 되는 방향으로 사건을 마무리짓고자 노력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 모습마저 인터넷 게시판에 고스란히 올라오자 급기야 함께 교내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범인이라고 지목하기에 이릅니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동료를 향한 지독한 불신과 이 사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절박함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무엇을 위하여 이렇게 위험한 일을 일으킨 것일까요. "형은 정면에서 싸움에 도전했네." "그리고 튀어나온 피를 뒤집어썼지." 나는 그 튀어나온 피를 닦아주고 싶었는데……. -363P 사건의 전개에 따라 범인의 윤곽이 점점 드러나면서 독자들은 씁쓸한 감정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범인이 이러한 일을 준비하고 실행하면서 느꼈을 것들을 생각하면 차갑게 식은 밥이 목에 턱 걸린 것처럼 답답한 느낌마저 듭니다. 범인을 그곳까지 몰아세운 것은 한 개인도, 한 단체도 아닌, '입시'라는 문화와 그에 따른 부작용 그 자체였습니다. 그가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입시를 짓밟아버리자'라고 굳게 결심한 것은 어떻게 보면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경험과 연관된 것이지만, 교육 현장이란 참 무섭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 초여름에 학교 현장에서 교육 실습을 하면서 시험 감독관도 되어보고, 교과 담당 선생님에게 과제 제출용으로 만든 것이긴 하지만 지필평가와 수행평가 문제 및 답안지 등을 작성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단어 하나, 토씨 하나가 미칠 수 있는 여파에 대해 그다지 깊게 생각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그 무게감이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뭐, 답이 한 개가 아니라는 거지. 더 골치 아픈 건 해석 문제야. 환경에 대해 학습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만드는 것과 같다. 이것이 모범답안. 2점짜리 문제. 그런데 이 답안." 미야시타 선생님이 바로 앞의 답안지를 가리켰다. "환경 학습은 미래를 만든다. 이건 세모인가요?" "의미도 틀리지 않았고, 길게 쓴 모범 답안보다 적확하고 깔끔한데 말이지." …중략… 미야시타 선생님이 말하는 문제는 옮긴 문장 중에 환경, 학습, 미래, 만들다, 같다, 이 다섯 개 단어가 전부 들어 있어야 O이다. 그중 한 가지라도 빠지면 세모, 두 개 이상 빠지면 X다. …중략… "맞아. 채점하는 건 사람이니까, 아무리 주의를 하고, 여러 명의 눈으로 확인해도 완벽하진 않아. 그런데 아주 작은 실수가 타인의 인생을 좌우할 때가 있으니." -174P 사실 작가인 미나토 가나에는 작가가 되기 전에 교사로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작품 내에서 다루어지는 시험 준비 과정과 실시 과정, 채점 과정과 결과 보고 과정은 물론, 교사와 학생,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 등 각자의 입장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독자들은 미처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시각에서도 현실감 있게 사건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입시는 끝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벚꽃이 피는 이 날은 절대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새로운 무대의 출발점이다. 고등학교란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곳이니, 아이들은 모두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부딪히며 해나가면 된다. 때로는 깨지고, 다치고, 눈물 흘리는 일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것을 온힘을 다해 막아주는 어른이 있다. 그것이 교사의 역할이니까. -386P 고교 입시란 무엇인가. 작품의 첫 소절로 등장한 이 질문은 사건이 마무리되는 그 순간까지도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각자마다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다르겠지만, 고교 입시가 인생의 최종 목적지만은 아니었으면 한다는 작가의 생각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고교 입시 시점에서 벚꽃이 지기에는, 아직 그 봄이 너무 길게 남아 있으니까요. |
|
이 작품은 미나토 가나에가 최초로 드라마 극본에 도전했던 작품이다. 후지TV 인기리 방영했던 드라마 〈고교입시〉가 소설로 출간되었다. 명문고 입시를 둘러싸고 48시간 동안 펼쳐지는 미스터리를 다룬 작품으로 과열된 입시 경쟁과 집단 따돌림, 인터넷상에서 붉어지는 익명성의 폭력 등을 다루며 학교의 진정한 역할에 대해 그리고 있다. 교사 입장에서, 학생 입장에서, 학부모 입장에서, 다양한 시선으로 '고교 입시'를 얘기하고 있다. 화자가 계속 바뀌고, 매 장마다 한 줄씩 의문의 인터넷 게시판 글이 보여진다. 입시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게시판에서 실시간으로 올려지는 글인데, 놀랍게도 같은 시각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입시 관련 상황들이 즉각 업데이트되고 있다. 등장 인물도 많고, 그들 모두가 각자 화자로 등장하다 보니 초반에는 내용 파악이 좀 어렵기도 하지만 인물보다는 벌어지는 상황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퍼즐은 어느 샌가 맞춰진다.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어떤 형제가 있는데, 형은 이치고에 붙어서 졸업한 후 삼류 대에 진학하고 동생은 이치고에 떨어져서 다른 학교에 가서 졸업한 후 일류 대에 합격했다고 쳐. 어느 쪽이 자랑스러운 아들인지 알아?" 아이다 선생이 간단한 예를 들어 쿄코 선생에게 설명했다." "난 동생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곳의 상식으로는 형? "정답." 인생을 걸고 시험을 치지만, 채점하는 놈들은 타인의 인생이 걸렸다는 생각 조금도 하지 않는다는 생각한 적 있어?
이야기의 주요 배경인 지역 최고의 권위를 가진 명문고인 이치고는 비상식적일 정도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서 맹목적인 선망을 받고 있다. 이곳의 합격 여부가 마치 인생의 승자와 패자를 정해버리는 것 같은 분위기이다. 그러니 졸업생들의 자부심은 대단하고, 이치고 출신 교사들인 이른바 ‘이치고 OB’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치고에 합격한 후 책상을 버리는 행위를 ‘전설’이라 부르며 멋있는 전통인양 떠들고, 현재 비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거나, 변변치 않은 직장도 못 다니고 있더라도 이치고 출신이면 전혀 상관없고, 좋은 회사를 다니고 있더라도 일반 고등학교 출신이라면 어느 정도 무시하는 분위기마저 생성되어 있는 것이다. 지역에서 가장 명문고인 이치고의 입시 전날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시험을 시행하는 날을 거쳐 합격자 발표 날까지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입시 전날 <입시를 짓밟아버리자>라는 내용의 벽보와 칠판 위에 숨겨진 교사의 휴대전화 등으로 불길한 암시를 주며 시작된 입시는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입시 중간에 휴대전화가 울려 실격 당한 학생은 알고 보니 현 의원의 딸인데다, 자신은 그에 대한 전혀 주의사항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그 소동에 편승해 누군가는 커닝을 했다고 하고, 채점을 위해 걷은 시험지 중에 한 장이 모자라고 빈 시험지도 발견된다. 나중에 시험지를 찾게 되지만 동일한 수험번호가 두 개 발견되는데, 유난스러운 동창회장의 아들의 시험지로 밝혀지는데다 그 두 장의 점수는 또 확연하게 다르다. 휴대전화 사건으로 인한 실격과 시험지 분실과 관련해서 극성맞은 부모들은 학교로 난입하고 우연히 발견된 인터넷 게시판에는 그렇게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에 대해 실시간으로 중계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교사들은 서로를 의심하며 입시 전날과 당일에 발생한 사건에 점점 휘말리기 시작한다.
"공립 고등학교 입시에서 채점 실수가 있었던 것 같아." "그런 게 들통이 났구나. 학교는 비밀주의여서 채점 실수가 있어도 잠자코 있을 것 같은데." 형은 채점 실수를 발각한 경위를 설명해주었다. 수험생이 현 교육위원회에 답안지 개시 청구를 했다고 한다. 개시 청구에는 2단계가 있다. 한 가지는 다섯 과목의 점수만 보는 것. 다른 한 가지는 채점이 끝난 자신의 답안지를 보는 것이다. 후자는 형도 몰랐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아는 것은 자신의 점수뿐이다. 학교별 합격 최저점은 공표되지 않기 때문에 합격 점수에서 몇 점이 부족한지는 알 수 없다. 합격 최저점을 공표하지 않는 것은 학교 순위가 명확해지는 걸 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번에 채점 실수를 발각한 사람은 입시 결과를 납득하지 못하고, 제1단계인 점수 개시 청구를 했다. 그랬더니 임시 채점 결과와 크게 차이가 났다고 한다. 그래서 제2단계인 답안지 개시 청구를 했더니, 채점 실수가 발각되었다.
우리나라의 비평준화 지역 고등학교 입시나 명문 대학에 대한 선망, 그리고 매해 수능시험 후에 자살 사건들이 숱하게 보도되는 우리의 입시 현실을 생각하면 충분히 공감이 갈 수밖에 없는 이야기이다.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까지 합격에 목을 매는 분위기 속에서 공명정대하고 정확하게 처리되어야 할 시험 채점에 문제가 생긴다면, 극중 이치고의 상황처럼 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을 것이다. 채점도 사람이 하는 거라면 당연히 실수가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학교가 분명히 져야 할 테니 말이다. 극중에서 보도된 뉴스로는 <과거 5년간의 채점 실수가 500건 이상 있었던 것으로 판명. 현 교육 위원회는 합격 여부 판정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고> 나오지만, 이 또한 학생들의 입장에서 보기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채점 실수에 따라 누군가는 합격하고, 누군가는 불합격해서 그 이후의 삶 자체가 달라지기도 하고 말이다. 이런 와중에 학교에 쳐들어온 학부모들을 어쩌지도 못하고, 사라진 시험지의 처리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던 선생님들은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하는 모습을 보인다.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48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속에서 긴박감 넘치게 펼쳐진다. 미나토 가나에 특유의 교차 서술도 여려 명의 독백으로 숨쉴 틈 없이 전개되고 있다. 다만 드라마로 먼저 만들어진 작품을 소설로 바꾸어서인지 기존의 작품에 비해서 밀도는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서로 다른 화자들의 독백 가운데 툭툭 끼어드는 인터넷 게시 글의 효과도 영상으로 본다면 바로 이해가 되고 긴장감을 주었겠지만, 초반에 사건 진행이 두드러지기 전에는 이야기 전개를 더디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전직이 고등학교 교사였던 탓에 누구보다도 리얼한, 진짜 학교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는 전혀 이의가 없다. 이들의 유난스러운 고교입시나 우리네의 살벌한 대학입시나 별 다를 게 없기 때문에 더욱 공감이 되고, 몰입이 되기도 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나도 모르게 진정한 학교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입시는 끝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벚꽃이 피는 이 날은 절대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새로운 무대의 출발점이다. 고등학교란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곳이니, 아이들은 모두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부딪히며 해나가면 된다. 때로는 깨지고, 다치고, 눈물 흘리는 일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것을 온 힘을 다해 막아주는 어른이 있다. 그것이 교사의 역할이니까.”
|
|
입시를 짓밟아버리자! 라니...[고교입시]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은 처음인데 [고백]이라든지 [모성] 등의 작품으로 유명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이번 [고교입시]가 무척 기대되었다. 작가의 이력을 보니 교사로 일한 경력이 있어 생생한 학교 현장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겠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입시철이 끝나면 일명 SKY에 진학한 학생들의 명단이 커다란 플래카드로 내걸린다. 우리 학교는 이런 인재를 배출한 학교입니다, 하고 자랑하는 듯이. 일본에서는 입시 제도가 대입이 아니라 고입에도 적용이 된다. 도쿄대, 게이오대, 와세다대 등 유명 대학 합격자의 이름이 줄줄이 학교 1층 복도에 쓰여져 있는 현립 다치바나다이이치 고등학교, 일명 이치고. 이 소설은 바로 이 이치고에 진학하려는 중3 학생들이 고교입시를 치르는 날을 전후한 48시간의 이치고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입시를 짓밟아버리자" 라니... 어떤 식으로 입시가 짓밟히는지 확실히 지켜보겠어, 라는 목적의식을 불태우며 책을 읽으려는데, 어쩔~ 등장인물이 너무 많다. 사실, 기억력의 두께가 얇아도 너무 얇은 나는...책장을 덮는 마지막까지 [인물 관계도]에 의지하여 읽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 많은 인물들, 특히 이 사람이 저 사람 같기도 한 교사들 각자의 이력서를 써놓고 소설을 시작했다는 작가의 노력때문인지 중간 쯤부터는 서서히 적응되기 시작하여 앞으로 되돌아가는 횟수는 줄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열 명이 넘는 교사들이 등장하며 각각의 목소리로 나레이션을 펼치는 독특한 구성으로 전개되는 소설이기에 자칫 산만할 수도, 집중을 못 할 수도 있었는데 작가는 각각의 교사들에게 나름의 개성을 적절하게 부여한 점은 높이 사고 싶다. 확실히 학교의 사정이란 것이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거개일반인 모양인지, 틀에 박힌 행동이나 대사만을 나열하는 마네킹 같은 교사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나 이치고 OB인 교사들 대부분은 이치고에 합격한 후 책상을 내다버리는 전통에 대해 떠들어대며 그저 자랑이나 하고 교가를 열창하며 소란만 피울 뿐인 한심한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성공인가 실패인가로 나누는 척도가 될 정도로 중요한 시험일.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이치고의 시험 전날 교사들은 모여서 시험 감독에 대한 회의를 하고 고사장으로 쓰이는 교실을 점검하던 중 칠판에 커다란 모조지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입시를 짓밟아버리자!> 검은 먹물로 휘갈겨 쓴 편지였다.
시험이 엉망이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스치는 그 시각, 인터넷에서는 이치고 입시에 관련하여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글들이 속속 채워지고 있었다.
<최종 목표가 고교 합격이라니, 열다섯 살에 인생을 정하는 거냐?> <이치고 나와서 백수. 그래도 부모는 자랑한다> <학력을 자랑하는 건 인생의 절정이 이미 지난 인간. 현재의 인생에 만족하는 사람은 과거 자랑을 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촌철살인의 글들인데, 사건의 추이를 좇느라 대충대충 읽어나간 것이 미안해지는 중이다.
벽보 발견에 이어 한 교사의 휴대폰이 칠판 위에서 발견되는 등 불안요소가 드러나지만 시험은 강행되고 드디어 시험 당일. 시험이 끝나갈 무렵 한 여학생의 휴대전화가 울리고, 실격이라는 주의를 받은 여학생은 호흡곤란으로 양호실로 옮겨진다. <휴대전화는 교실 반입 금지. 착신 여부에 관계없이 커닝으로 간주해 발견되면 그 자리에서 실격 처리함>이라는 주의 사항을 모두 붙여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여학생의 고사장에 붙은 주의사항에서는 "실격처리"라는 말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설상가상 여학생은 현의원의 딸이었다. 자칫 문제가 불거지면 소송으로까지 이어질 상황. 난데없이 여학생의 어머니와 동창회장이 학교에 난입하자 책임자인 교장, 교감은 일처리를 뒤로 미루려고만 하고, 채점을 맡은 교사들은 일단 채점을 끝내놓고 사건의 추이를 살피려 하는데... 답안지 한 장이 없다!!
그리고 사건의 전개와 함께 한 줄씩 올라오던 촌철살인의 글들은 인넷네으로 실시간 중계되는 이치고 입시를 지켜보는 무수한 이들의 글들이었다. 그 와중에 시험문제가 실시간으로 유출되고 있었다는 후덜덜한 사건까지 겹치게 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시험 당일 학교에 오면 안되는 이치고 재학생 이시카와 에리나가 발각되자 교사들은 에리나에게 사정 청취를 하고, 범인은 한 명이 아니라 여럿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범인들의 자백을 통해서 "이치고 입시"를 짓밟으려는 사람들의 진짜 이유가 밝혀진다.
[고교입시]는 씁쓸한 현실을 고발하는 통쾌한 소설이면서 동시에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면서 "어른"이라는 명찰을 달고 있는 사람들에게 반성을 촉구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주동자의 자백과 동시에 컴퓨터 화면에 <벚꽃 지다>를 입력하자 인터넷상의 댓글들이 우수수 벚꽃 지듯 사라지는 장면. 입시로 인해 상처입은 사람들의 헝클어진 마음을 한없이 여린 핑크의 벚꽃잎들이 살포시 덮어주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이것이...반창고가 될 수 있을까? 인생이 끝장나버린 것 같은 입시에 대한 아픈 기억을 다시 불러내긴 했지만, 논의의 장으로 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자신의 자리에서 깨끗이 책임지고 물러나는 "진짜 어른"을 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어쩔 수 없이 "세월호" 사건을 들먹이지 않을 수 없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기도 전에, 먼저 행동에 나선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어른의 모습을 고스란히 되물려주려는 나쁜 어른들이 수두룩하다. 먼저 간 친구들에게 해줄 게 없어 도보행진에 나선 단원고 아이들. 진상규명은 뒷전이고, 특별법 공방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정치인들의 뒷모습을 보며 묵묵히 도보행진을 위한 발걸음을 뗀 아이들은 그저 뭐라도 할 수 없을까 하여 행동으로 나선 것일 뿐일 텐데.
"우리가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친구들에 대한 진상 규명이다", "우리가 원하는 건 진상규명이다. 특례 따위!"
진심으로 어른들의 반성을 촉구하는 아이들의 메시지에 그저 고개를 떨굴 뿐이다.
아직 인생의 찬란한 시기,화려한 벚꽃을 피울 시기를 맞이하지 못한 채 입시라는 광풍에 꺾여 버리고 만 이치고의 학생들에게는 그래도, "입시를 짓밟아버리자"라는 퍼포먼스를 하며 이의를 제기하는 책임감 있는 "어른" 이 있었다. 그리하여 앞날에 대한 희망이라도 엿볼 수 있었는데,,, 우리의 단원고 학생들에겐 아직 희망의 빛이 드리우지 못한 것이 참으로 아쉽다. 어떤 반창고로도 쉽사리 치유되지 않을 상처들. 노란 리본의 물결이 부디 그 여린 가슴들에 찰랑거리며 가닿을 수 있기를... |
|
표지를 보면 문득 떠오르는 것은 원망스러운 눈빛처럼 보여집니다.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 일본, 한국과는 비슷한 면이 더러 있기에 사실 소설책으로도 공감이 되는 요소들이 많답니다. 그 중, 입시에 대한 것은 <고교 입시>를 통해 소름이 끼칠 정도로 긴장감을 가졌답니다.
책의 흐름은 몇 일도 아닌 단 하루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어요. 그것도 시험 보는 당일에 말이죠. 아무리 이류 대학을 나왔어도 '이치고' 졸업생이라면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은 상상을 초월 할 정도로 강력한 무엇인가가 있답니다. 고등학교가 이럴할까..도대체, 무엇을 배우기에 그런 것인지..인생을 이제 막 시작하는 그 단계에서 이 한순간에 올인하고 앞날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이 설정..무섭기도 하고 왠지 너무 과장된 내용이 아닌가 하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그만큼 입시에 대한 생각이 높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겠죠. 시험 전날 '입시를 짓밟아버리자'라는 글로 혼란스러움을 예상했으나 그냥 단순히 넘겨버린 학교 그리고 시험 당일 날 모두 수거했으나 울리벼린 핸드폰으로 인해 '실격'이 되어버린 학생은 쓰러지는데 이어 문제가 일어납니다. 조용하게 무마시키려고 하는 학교..하지만, 그렇게 쉽게 무마 될리가 없다는 사실이네요.
일본에서 드라마로 인기를 얻은 작품을 저자가 소설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tv에서 이런 소재로까지 할 정도면 정말 일본도 심각한 입시를 겪고 있다는 거죠. 문득, 제 입시를 생각해 봤는데 사실 그리 열심히 하지도 그렇다고 안하지도 않는 수준이었어요. 시대가 흐르면서 자꾸 조여드는 입시로 인해 학생들에게는 옆도 뒤도 못보고 오로지 앞으로만 가야한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먼 훗날 나의 자녀들에게도 이러한 일이 일어날까 생각하니 무섭기도 했네요. 자신의 위치에서 충실히 한다는 것 학생이든 교사 그리고 부모 모든 입장에서는 자기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있답니다. 이것을 <고교 입시>에서는 주관적인 시선으로 보여주었네요.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들은 대부분 만족을 주고 있어요. 그럴듯 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생각을 하게 말이죠. <고교 입시>를 보고나니 서서히 달라지고 있는 입시 그 자체가 어떻게 적용이 될지..문득 궁금 하기만 합니다. 더 이상 스트레스 대신 즐거움을 가지고 공부를 하는 그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기도 했고요.
|
|
내가 학생이었을 때 고교입시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차피 평준화되어 추첨에 의해 일정점수만 받으면 고등학교 진학이 이뤄지는 것이었기에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는지 새삼 이해가되지 않기도 했다. 물론 지금도 특성화고로 구분이 되어 성적이 경계선에 있으면 애초에 고등학교 진학에서부터 학업을 계속 할 것인지 취업을 할 것인지 갈림길로 들어서기도 하지만 솔직히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도 대부분 대학진학을 하고 있는 현실이기에 그들을 바라보는 내 입장에서는 그리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학교공부에 그리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것 같았던 조카는 자기 스스로의 성취욕에 의해 잠을 줄여가며 공부를 하고 있다. 고등학교 진학을 하지 않고 스스로 공부하느라 대학입시가 힘들기만 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수능시험을 앞두고 학원생활을 하면서 서울의 왠만한 학교는 갈 수 있는 성적이지만 서울대입학이 아니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예민한 상태로 공부만 하고 있는 조카의 현실앞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이제 스무살이 되어가는 혈기왕성한 소년이 자신의 미래를 좌우할 평생의 진로가 지금 1년안에 결정된다는 것에 완전히 몰두하여 공부만 하고 있다는 현실이 내게는 너무 낯설고 안쓰럽고 그렇기만 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미나토 가나에의 '고교입시'는 조금은 일본 특유의 과정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다가 그 내용에 담겨있는 의미를 새겨보면서 결코 단순한 입시소동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현 내에서 최우수 고등학교라 인정받는 공립고등학교인 이치고. 고교입시는 이치고의 입학시헙을 치른 당일에 일어난 여러가지 사건과 자정을 넘기며 계속된 문제의 해결을 그려낸 이야기이다. 그 지역에서 이치고의 입학은 인생의 성공의 척도가 되어버린지 오랬고, 이치고를 졸업하고 이류대학을 졸업하여 백수로 지내더라도 이치고 졸업생이라는 타이틀은 그를 성공한 인생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만큼 이치고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그러한 이치고의 입학시험 전 날,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생님들은 '입시를 짓밟아 버리자'라는 벽보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을 시작으로 이상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데......
미나토 가나에의 고교입시는 원래 드라마대본으로 씌여졌고 일본내에서 방영되어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속도감있게 진행되어 끝나는 일본드라마의 성향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이 이야기는 책보다는 드라마로 보는 것이 재미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글을 읽기 시작했는데, 여러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무시하고 무작정 읽어가다 보니 초반에는 내용 자체가 쉽게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역시 미나토 가나에의 글은 읽어나가면서 어떠한 내용을 품고 있는지 깨닫게 되기 시작하면서 그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전체적인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이야기의 진행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 책읽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하기도 했지만, 또 고교입시의 에피소드를 통해 입시제도 전반에 대한 문제점, 교사와 학생의 관계, 교사의 역할뿐 아니라 잠깐의 실수와 행동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게 하고 있어서 점점 더 몰입하게 된다. 우리에게 있어 고교입시보다는 대학입시의 상황과 좀 더 비슷하다는 것에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고, 우리의 현실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어서 더 몰입이 잘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단지 고교입시의 에피소드가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기 보다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끊임없이 드러나는 의문들이 하나씩 풀려나가는 글을 읽는 재미가 더 크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
|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은 [모성]이후로 두번째 만남이다. 그녀는 특별히 사람들의 심리를 참 잘 다룬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 책에서는 좀 독특한 구조로 지금의 입시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미스터리하면서 흥미진진하게 이끌어 내고 있다. 그녀의 문장은 사실 너무 세세한 부분까지 다루다 보니 살짝 지루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이 책이 사실 드라마 대본 도전작 소설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한편의 드라마를 본다는 생각으로 빠져들수 있다. 처음엔 문장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짧은 한줄짜리 문장이 누군가의 핸드폰 대화인거 같았는데 알고보니 입시의 상황들을 누군가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는 인터넷 게시판 글이다. 그래서 이 문장이 처음 글을 읽는데 방해가 되기도 했지만 실시간 중계를 직접 듣는것 같이 점 점 빠져드는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너무 많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사람을 헛갈리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냥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 가다보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누구의 이야기인지 저절로 가늠하게 된다. 사실 이야기에 앞서 이야기를 더 잘이해하도록 인물구조도를 그려 놓기도 했다. 미래를 보장받는 고교진학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명문고를 꿈꾸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특히나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만큼 어느 고등학교 출신인가에 따라 사회적 지휘를 보장받는 사회라면 더더욱 그럴수 밖에!이치고, 이 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탄탄한 미래를 보장 받는다는 사실 하나 때문에 입시 경쟁이 치열하다.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인생을 걸고 도전하는 입시가 자칫 누군가의 실수로 무너질수도 있으므로 그래서 해마다 입시에 대한 만반의 대비로 선생님과 학교는 초 긴장 상태! 그런데 입시 하루 전날부터 [고교입시를 짓밟아버리자]라는 대자보가 붙는가 하면 여러가지 불길한 징조가 보이기 시작한다. 설마 그럴리가 없다는 생각으로 선생님들은 각자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입시날을 맞게 된다. 시험장에는 학생이외에는 누구도 맘대로 드나들수 없고 핸드폰 또한 수거한다. 그런데 누군가 수업시간중에 핸드폰을 울리게 되고 그로 인해 잠깐의 소란이 벌어지게 되는데 그 뿐만이 아니라 누군가 백지 답안지를 제출했으며 또 어느 답안지에는 컨닝사실을 고발하기까지 한다. 쉬쉬하며 사태를 수습하고 무마하려던 학교측은 동기회장과 핸드폰 문제를 일으킨 학생 엄마의 난입으로 당황하게 되고 더우기 100점짜리 답안지를 들고 나타난 동기회장때문에 쉽게 일이 무마되지 않는다. 그리고 하나씩 드러나게 되는 고교입시제도의 문제점과 이런일을 주동하게 된 누군가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물론 이야기를 듣다보면 짐작 가능한 부분도 있지만 전혀 의외의 인물을 접하게 되는데 그들 각자에게도 제각각의 사연이 있어 그 사연 또한 간과할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결국 누군가의 좌절된 꿈때문에 벌어지게 된 이 사건은 그 일에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선생님이 책임을 지게 되고 모두가 또다른 자리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간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며 우리 또한 이 소설과 다르지 않은 문제에 직면해 있음을 소설을 통해 빤히 들여다 보게 된다. 고교입시 전날과 당일날의 시시각각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작가의 글솜씨와 마지막 장의 에피소드가 참 좋은 소설이다. |
|
'고교입시'란 말이 저는 참 낯설게 느껴지더라구요...
요즘은 고등학교를 시험쳐서 가나? 그런 생각도 들고요..
저는 공고라 내신으로 들어갔고
이공대학도 자격증으로 특별전형으로 들어간지라, 시험을 쳐본적 없는..수능도요..ㅠㅠ
그렇지만...주위를 보면 '입시'가 장난이 아니지요...
고3학생을 둔 집안은...오직 그 학생을 위해 일년을 보냅니다..
12년동안 아이들은 '대학입시'를 위해 학교를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에 그런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어요
'하버드'대학과 '서울대'의 차이점..
'서울대'는 들어가기는 어렵지만 졸업하기는 쉽고
'하버드'는 들어가기는 쉽지만 졸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아이들은 '대학입시'를 위해 12년동안 빡시게 공부하다가..
대학을 들어가서는 놀기 시작합니다..ㅠㅠ
12년동안 누리지 못하는 자유를 누리기 시작하죠..
'고교입시'의 '이치고'도 비슷한 말이 있습니다
'나는 합격발표 다음날, 책상을 버렸다'
어렵게 들어온 '이치고'학생들은 더이상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이치고'는 현의 최고 고등학교입니다..
부모들은 그곳을 들어가는 것을 최고의 영광으로 생각하며,
아이들이 그곳을 못들어가면 실패자 취급합니다.
정말 모순적이면서 설마..그런 생각도 들던데요...참나...고등학교가 끝이 아닌데 말이죠
그리고 '고교입시'당일날..
선생님들은 시험준비로 분주한 가운데...'입시를 짓밟아버리자'라는 의문의 벽보를 발견합니다
아이들의 장난으로 생각하지만..자꾸 이상한 일들이 벌여지고..
선생님들은 걱정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시험은 순조롭게 진행됩니다.
그러나..마지막 시험 15분전 한 여학생의 핸드폰이 울리고...학생은 실격으로 교실에서 퇴실당합니다
그리고 현의원의 아내이자, 그 여학생의 어머니가 교사를 찾아오지요..
핸드폰이 울려서 퇴실당해도 지금까지 친 시험결과는 유효하지 않느냐는거죠?
곤란해하는 교사들 앞에서 계속 이상한 일들이 벌여지고...
그 모든것들이....인터넷으로 생중계되기 시작하지요..그리고 밝혀지는 의외의 범인..
일본추리소설을 보면 '1인칭 교차시점'의 책들이 많습니다..
'유지니아'같은 경우는 같은 사건을 여러사람의 입장으로 바라보게 되지요..
'미나토 가나에' 역시 그런경우가 많은데요..
'고교입시'는 해도해도 너무 했습니다..ㅠㅠ
보통 '1인칭 교차시점'이라고 해도 3-4명이 보통이고..
그리고 한 사람이 몇장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사공이 많은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하지요...
수십명의 등장인물이 교차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1쪽에 불과하니...읽는데 너무 불편합니다..
사실 초반에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외워야 하는데..
그런씩으로 진행되니 읽는 내내로 지금 이야기하는 사람이 누군지 헷갈리고..
자꾸 앞장에 등장인물 이름을 보게되고..
스토리의 진행을 막는다고 할까요? 너무너무 불편했습니다.
왜 이런씩으로 편집을 했을까? 싶기도 하고..
우야동동..
일본에선 매분기마다 소설 원작의 드라마들이 3-4개씩 방영됩니다
일본에서의 장르시장이 어마어마하니까 그런것도 있겠지요...
그래서 매번 좋은 소설을 드라마로 만나게 되는데요..
'고교입시'는 반대의 경우입니다...
이 작품은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을 쓴게 아니라 드라마 대본을 써서 2012년에 방영되었으며
그 대본을 소설로 만든게 바로 이 작품입니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고 나서 책을 읽었다면, 위에처럼 불편한게 좀 사라졌으려나 싶기도 하네요 |
|
http://010777000.tistory.com/83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미나토 가나에의 책이므로 바로 빌렸다. 그런데 이런저런 일들로 빌려온 책을 쌓아 두고 읽지는 않고 있었는데,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의 반납일은 다가오고 이러다간 읽지도 못하고 반납하겠다 싶어 읽기 시작했다. 읽기 전엔 어떤 내용인가 싶어 뒤표지를 살펴봤는데 "그러니까, 입시를 짓밟아버리자"라는 글이 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교 입시를 위해 수험준비를 하는 학생들의 이야기가 흔한 일은 아닌데, 일본에선 드라마나 책에 등장해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고교입시>에 등장하는 이치고는 지역 내에서 학업이 우수한 학생들이 진학하는 공립학교다. 이 학교가 있는 지역은 독특해서 이치고에 진학하지 못하면 그곳에서 살아가는 내내 '멍청하다'는 편견에 시달린다. 그래서 이치고에 떨어지고 더 낮은 학교에 진학하게 된 사람은 현재 좋은 직장을 가지고 있어도 백수인 사람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다. 반면에 그곳에 진학하게 된 사람들은 평생 오만한 태도를 드러내고, 이치고 OB를 자처하면서 고등학교 3년 시절의 영광을 잊지 못한다. 이런 학교를 배경으로 '입시를 짓밟아버리자'라는 벽보가 붙고 입시를 망치기 위한 프로젝트에 누군지 알 수 없는 인물들이 달려들고, 입시를 무사히 끝내려는 교사들과 대립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로 대변되는 동창회장, 현 의원의 어머니도 얽히고, 입시로 인해 가족이 흩어져야 했던 과거를 가진 인물도 등장해 '입시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그것과 함께 '익명성'이란 이름의 폭력도 폭넓게 다룬다. 알고 보면 범인이 의인이었던 결말이 주는 훈훈함도 있다.
초반부엔 등장인물이 하도 많아서 누가 누군지 헷갈려 계속해서 앞장으로 되돌아가야 했다. 뒤에 역자 후기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그 많던 인물이 하나의 캐릭터로 자리 잡아 앞장을 들춰보지 않아도 누가 누구인지 딱 그려졌다. 이게 미나토 가나에의 인물 구성력이 아닌가 싶다. 항상 작품에 돌입하기 전에 인물의 이력서를 만든다는 치밀함이란.
<고백>, <야행관람차> 이후로 접했던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은 재미는 있지만 어딘가 깊이는 느껴지지 않는 것들이었는데 <고교입시>는 실망감에서 조금 벗어나게 해준 책 같다. 그리고 악의로만 가득찼던 과거 그녀의 작품들보다 좀 더 따뜻함이 느껴진다. 형을 생각하는 동생의 마음이 드러나는 에피소드는 가슴이 아파서 눈물까지 났다. 전체적으로 적당한 악의와 이기주의를 드러내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이 마음에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