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지 레이코프의 『폴리티컬 마인드』는 그의 다른 책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나 『도덕, 정치를 말하다』와 거의 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다. 국가와 정치를 가정 모델로 설명하고, 보수는 엄격한 아버지, 진보는 자애로운 부모를 모형을 상정하고 있으며, 보수와 진보의 대결을 프레임의 대결이라는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보수는 프레임을 잘 이용해 왔고, 진보는 매우 서툴렀다는 것이 레이코프의 분석이자 안타까움이다.
진보는 18세기 계몽주의(구계몽)에 입각해서 정확하고 바른 사실을 국민에게 알린다면 진실은 밝혀지고, 자신들이 지지받을 것이라 여겨왔다(물론 지금도 대부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레이코프의 반복된 주장이다. 특히 이 『폴리티컬 마인드』에서는 그게 왜 잘못된 환상인지를 신경과학과 인지언어학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그러니까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가 프레임 설정에 관한 정치인들과 진보주의 활동가들의 실전적 지침이고, 『도덕, 정치를 말하다』가 진보와 보수의 가정 모델을 분석하는 틀을 제시하고 있다면, 『폴리티컬 마인드』는 그런 현상과 활동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진실을 밝히고 설득되고 지지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순진한 기대라는 것은, 우리의 정치에서도 쉽게 경험해 왔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그렇게 믿고, 열심히 진실을 찾고, 열심히 설득하지만 그 성과가 표로 연결되는 것은 들인 노력과 선형적이지 않다. 물론 진실을 찾고 설득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순진하다는 것이다. 신경과학이 그렇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은 완전히 물리적인 것이며, 뇌의 신경 연결과 강화에 따른 것이다. 감정적으로 와 닿는 서사와 은유가 반복적으로 주입되면 그런 서사와 은유는 우리 뇌에 안정적으로 고착화된다. 바로 뇌에 어떤 서사와 은유를 자리잡게 하는가가 바로 정치의 싸움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바로 (물론 이것보다 훨씬 복잡하지만) 이런 신경과학을 잘 이해해야만 진보주의자가 보수주의자와의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 진보주의자 조지 레이코프의 주장이다. 미국의 공화당이 이것을 잘 이용하여 정치적 세뇌를 즐기고 있는 반면, 미국의 민주당은 여전히 18세기 구식 계몽주의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비록 우리의 경우 진보와 보수가 미국의 진보와 보수와 정확히 대응하지는 않겠지만, 프레임을 설정하고 정치적 세뇌를 이용하는 것을 보았을 때는 거의 정확하게 들어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우리나라 보수는 어느 순간 유연해졌다. 반면 우리나라 진보는 오히려 더 경직되고, 가치중립적인 태도에 머물러 있는 듯 하다. 프레임 만드는 것을 잘 못하는 것인지, 게으른 것인지, 순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안타까운 상황이다.
누군가는 진보 정치권이 공부를 해야 한다고 했다. 공동 학습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적으로 옳다. 무엇이 옳은지를 공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유권자들이 반드시 합리적인 것은 아니며, 어떻게 프레임을 선점할 것이며, 그 프레임을 통해서 무엇을 얻어, 이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지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세금 폭탄’이니 ‘무상’ 급식이니, ‘선진화’니 하는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며, 그래야 진보의 가치를 제대로 펼칠 수 있을 것이다. (2105.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