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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페르시아 문학의 정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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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나메/아볼 카셈 피르다우시/헬렌 짐머른, 부희령/아시아 고대 및 중세 페르시아의 역사를 담은 대서사시로 저자가 35년간 작업하여 1010년에 완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샤는 왕, 나메는 책. 즉 왕의 책이란 뜻이다. 페르시아 신화를 담은 대표적인 책은 조로아스터 경전인 아베스타로 볼 수 있으나 아베스타는 구전되어 오다가 기록된 것은 거의 13세기 무렵이기 때문에 기록으로 보자면 더 이전에 완성되었고 창작자와 그의 작업 환경 즉 시대 배경이 명확하기 때문에 사료로서의 가치도 높다고. 저자가 작업하던 시기는 투르크 민족이 페르시아를 점령함으로써 종이슬람으로의 개종이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따라서 페르시아어 기록 역시 사라지기 시작한 무렵이라고도 볼 수 있으므로 중세 페르시아어로 이렇게 완전한 대기록은 찾기 힘들다고. 더구나 중세 페르시아어의 모습을 오전히 볼 수 있다니 말이다. 아베스타는 더 뒤에 기록되어서 실제 분량의 5% 남 남아있다고 한다(그래도 상당한 분량이다). 이 책은 아시아출판사의 기획으로 서사시의 방대한 내용을 스토리 위주로 번역한 영역본을 우리나라 다시 번역한 중역본이다. 같은 출판사에서 비슷한 스타일로 라마야나 와 바하바라타 도 나왔다. 한 권의 재미있는 옛 이야기로 출판되었지만 실제 이면이 엄청나다는 것. 조로아스트 교에 대해서 아는 거라면 불을 숭상하는 이른바 배화교라는 것과, 아후라마즈다라는 선과 빛의 신이 있고 이에 반대되는 악과 어둠의 신 아리만이 있는데, 이들이 항상 다투며 마지막에는 늘 아후라마즈다가 승리하지만 이러한 패턴이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이야기라는 것. 이 책은 그 내용 그대로 담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나라인 사산 왕조가 멸망하고 튀르크 인이 대개 몰려오면서 자국의 문명이 침탈당하는 과정에서 이 글을 썼기에 이란을 아후라마즈다의 가호를 받는 세력으로 튀르크는 아리만의 부추김을 받는 세력으로 그리고 있다. 물론, 아리만이 활개를 치게 되는 이유는 이란 왕조의 샤들이 아후라마즈다의 가르침을 외면하였기 때문이라는 것도 가감없이 기록하여 그로 인해 위기에 처한다는 내용 역시 담고 있다. 현명했던 샤가 망심하고 안일해져 자칫 타락의 길로 빠지자 영락없이 침공을 받는 이야기는 저자가 직접 보았던 사산 왕조의 말기 모습과 다르지 않았으리라. 이야기의 시작은 한 위대한 샤에게 세 아들이 있었다는 것. 가장 현명하고 훌륭한 셋째 아들 아리쥐 에게 이란 땅과 왕위를 물려주었으며, 첫째와 둘째에게도 왕국을 나누어주었지만 형들은 이에 불만을 품고 아리쥐를 죽인다. 샤는 크게 분노하며 그의 명령을 받은 충직한 신하이자 왕족인 페리둔이 이들을 응징하여 쫓아낸다. 이후 이리쥐의 후손들이 샤를 이어가게 되지만 샤가 타락의 길로 빠지거나 아리만의 부추김에 잘못된 길로 들어서 나라를 도탄에 빠뜨리게 되는 일이 허다하고 그때마다 투란은 침공해 오며 또 그때마다 매번 페리둔의 후손들이 또 샤와 이란을 구하는 패턴이 반복된다. 그러나 변주도 있기 마련이니 현명한 샤가 악마의 부추김을 받을 때도 있듯이 투란의 후예라고 해서 다 악하지는 않으며 이들 자손과 샤의 자손 또한 페리둔의 자손이 맺어지는 일들도 생기며 이로인해 평화가 오기도 하고 또 오해로 인해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또한 아들을 알아보지 못한 영웅, 자식에가 왕위를 물려주기 싫어서 자식을 사지로 몰아넣는 샤, 왕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전쟁에 나가는 장군...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느 문명권의 신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이야기의 후반부 내내 위대한 이란의 구원자로 활동했던 루스템이 어이없는 속임수에 자신의 애마와 함께 죽는 장면으로 샤나메는 끝난다. 한 시대가 완전히 갔고, 페르시아는 다시는 그 시대로 돌아가지 못했다(즉 페르시아어가 아니라 이슬람어를 쓰는 이슬람 문화권에 편입되었다). 한때는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사료이지만 지금은 아슬람 내의 다른 민족들과는 또다른 정체성을 가진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교과서에도 수록하고 있다고 한다.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구조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얼마든지 이것이 바뀌고 또 서로 섞여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화. 재밌게 잘 읽고 나서도 곰곰 새각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