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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 - [여수의 사랑]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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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여수의 사랑>을 읽고  여수의 사랑, 이 소설의 제목을 처음 보자마자 철썩이는 파도 소리와 함께 어느 유행가 한 소절이 내 귓가에서 잔잔하게 울린다. 누군가 여수의 밤바다를 바라보며 사랑하는 이의 안부를 묻는 모습도 내 머릿속을 스친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첫인상과 달리 여수와 바다를 소재로 삼아 앞서의 노랫말과는 전혀 다른 ‘사랑’을 노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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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
<여수의 사랑>을 읽고


  여수의 사랑, 이 소설의 제목을 처음 보자마자 철썩이는 파도 소리와 함께 어느 유행가 한 소절이 내 귓가에서 잔잔하게 울린다. 누군가 여수의 밤바다를 바라보며 사랑하는 이의 안부를 묻는 모습도 내 머릿속을 스친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첫인상과 달리 여수와 바다를 소재로 삼아 앞서의 노랫말과는 전혀 다른 ‘사랑’을 노래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야기는 화자인 ‘정선’이 서울에서 열차를 타고 여수까지 오는 동안 자신과 닮은 듯 다른 룸메이트 자흔과의 동거생활을 회상하면서 두 사람의 짧지만 녹록하지 않았던 삶을 되돌아보는 여정을 다룬다.

“그녀의 지치고 외로운 얼굴에 여수(麗水) 아닌 여수(旅愁)가 어두운 그림자를 끌고 지나가는 것을 나는 보았다.(42쪽)”

  먼저 자흔은 두 살 무렵에 여수(麗水)발 열차에서 발견된 후부터 마치 역마살을 타고난 사람처럼 (옛날 교통수단인 역마의) 현대판 운송수단을 갈아타면서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도는 인생을 통해 여수(旅愁), 곧 객지에서 느끼는 쓸쓸함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다음으로 어릴 적 아버지가 동생과 자신을 여수 앞바다에 던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사건에서 가까스로 혼자 살아남은 정선은, 여수를 떠나 서울에 살면서 도와달라는 동생의 손을 뿌리친 자신의 손을 더러운 것으로 느끼며 수시로 손을 씻고 먹은 것은 이내 토해내어 속을 깨끗이 비우려는 강박에 시달린다.
  소설에서 등장인물의 서사나 정체성을 함축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름’일 테다. 정선은 자신의 이름을 ‘기뻐할 흔(欣)’자로 쓴다는 자흔의 말을 듣고 그녀의 미소가 전혀 기뻐 보이지 않을 뿐더러 그런 표정이 ‘난자된 흔적’은 아닐까 하며 심술궂은 생각까지 한다. 이처럼 둘을 낳아준 동시에 버린(혹은 방치한) 공간이자 두 사람에게 결핍과 상실을 안겨준 여수는 말 그대로 애증의 대상으로 여겨졌을 테다. 그럼에도 둘은 상대의 텅 빈 마음을 채웠다 비웠다 하면서 점점 여수와의 거리를 좁혀 나간다. 정선이 흘려들었던 자흔의 이야기가 인양선처럼 정선(停船), 즉 멈춰서 심연 속으로 가라앉을 줄 알았던 배 같은 그를 뭍으로 조금씩 이끌어준 것이다.

“세상에 있는 모든 물은 바다로 흘러가고, 그 바다는 여수 앞바다하고 섞여 있어요.(28쪽)”

  세상살이에서 흘린 피와 땀 그리고 눈물, 모두가 물성적으로 ‘물’에 가깝다고 본다면, 어쩌면 두 사람이 모든 물이기도 한 바다를 품은 고향 여수를 찾아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르겠다. 과거에 우연히 들렀던 여수에서의 짧지만 강렬한 기억이 자흔으로 하여금 잃어버린 고향을 되찾게 해준 것처럼, 이곳저곳으로 떠밀리며 부유하던 정선 역시 결국 발원지로 모여드는 운명을 가진 존재로 보인다. 어느새 열차는 여수에 도착하고 승객들은 내릴 차비를 한다. 과연 정선은 여수에서 자흔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책을 덮으며 여수 밤바다를 배경으로 정선이 자흔과 재회하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자흔은 (자신이 정선의 방에 들여놓았던) 작은 어항을 안은 채 서 있고, 이제는 두 사람이 ‘기쁜’ 마음으로 엷은 미소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손’을 잡아준다. 이윽고 자흔이 들고 있던 어항이 바닥으로 떨어져 깨지면서 여수의 바다로 흘러든다. 끝으로 소설의 제목을 다시 보니 ‘여수의’와 ‘사랑’ 사이에 ‘지독한’이라는 꾸밈말을 넣어보는 것도 괜찮겠단 생각이 든다. 미래의 한강 작가가 쓰게 될 ‘지극한’ 사랑이 독자에게 다다르기 전에 먼저 도착하여 또다른 사랑을 감각해볼 수 있으니 말이다.

YES마니아 : 로얄 k*****o 2025.10.10. 신고 공감 8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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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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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부터 한강작가님의 작품을 출간 순서대로 주욱  통독을 해보고싶다는 마음이 갑자기 들었다.인터넷에서 작품목록을 확인하며 출간 날짜를 확인하며 독서 순서를 골랐다.이 책 여수의사랑은 무려 한강작가님의 등단작인 붉은닻이 포함된 소설집이라서 첫번째 책으로 선택했다.천천히 한작품씩 음미하며 읽어가고 있는데 그 사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해 버리셨다. 실시간으로 소식 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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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부터 한강작가님의 작품을 출간 순서대로 주욱  통독을 해보고싶다는 마음이 갑자기 들었다.
인터넷에서 작품목록을 확인하며 출간 날짜를 확인하며 독서 순서를 골랐다.
이 책 여수의사랑은 무려 한강작가님의 등단작인 붉은닻이 포함된 소설집이라서 첫번째 책으로 선택했다.
천천히 한작품씩 음미하며 읽어가고 있는데 
그 사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해 버리셨다. 실시간으로 소식 접하고 괜히 내가 울컥했다.
그래도 독서는 내 페이스대로 천천히 정주행 해 가려 한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b******h 2024.11.01. 신고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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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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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그동안 피상적으로 작가님의 채식주의자 등 다수의 소설을 접하다가 이번 기회에 작가님의 전작품을 구매 및 소장하면서 모두 읽어 볼 요량으로 책을 구매했습니다.특히, 여수의 사랑(단편 소설집) 중 '붉은 닻'은 작가님의 소설가로의 입문서(최초 등단 작품)로써 꼭 읽어보고 싶었고,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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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그동안 피상적으로 작가님의 채식주의자 등 다수의 소설을 접하다가 이번 기회에 작가님의 전작품을 구매 및 소장하면서 모두 읽어 볼 요량으로 책을 구매했습니다.
특히, 여수의 사랑(단편 소설집) 중 '붉은 닻'은 작가님의 소설가로의 입문서(최초 등단 작품)로써 꼭 읽어보고 싶었고, 기타 작품들도 왜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게될 큰 그릇인지 보여주는 작품들이었습니다.
모두들, 작가님의 세월을 추적하기를 ...  ##
YES마니아 : 로얄 c**1 2024.11.04. 신고 공감 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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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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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님의 글들은 모두 극도의 슬픔과 아름다움을 함께 안고 있습니다.그에게 인간이란, 인생이란 어찌 이리도 슬픈 것인지…그는 어쩌다 이렇게 민감한 감수성의 소유자가 되어버린 것인지…깊은 슬픔 속에 빠져 있다가 책을 다 읽고 나면 탈진하고 소진되나 정화된 듯한 기분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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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님의 글들은 모두 극도의 슬픔과 아름다움을 함께 안고 있습니다.
그에게 인간이란, 인생이란 어찌 이리도 슬픈 것인지…
그는 어쩌다 이렇게 민감한 감수성의 소유자가 되어버린 것인지…
깊은 슬픔 속에 빠져 있다가 책을 다 읽고 나면 탈진하고 소진되나 정화된 듯한 기분도 듭니다.
YES마니아 : 로얄 s******8 2024.11.19.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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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받은 어린 영혼들이 어스름 이 곁에 있을때.. 20대의 한강 작가님은 바닷속 침잠되어 있었다.
"상처 받은 어린 영혼들이 어스름 이 곁에 있을때.. 20대의 한강 작가님은 바닷속 침잠되어 있었다." 내용보기
느릿하고 힘에 부치는 듯한 발걸음이 느껴진 단편소설 모음집 <여수의 사랑>.스물세네살에 지은 한강 작가님의 글은 삶의 고단함, 존재의 피로함으로 읽는 사람조차 늪 속에 바둥거리는 무게감을 들게 했다.(이틀이면 덮을 300페이지 정도의 분량이 읽는데 사흘은 넘게 걸렸다.)가슴속 우울, 피곤함을 애써 꺼내 뒤집어쓴 까닭에 다른 명쾌한 감각을 찾게 된다.#여수의사랑 #한강
"상처 받은 어린 영혼들이 어스름 이 곁에 있을때.. 20대의 한강 작가님은 바닷속 침잠되어 있었다." 내용보기

느릿하고 힘에 부치는 듯한 발걸음이 느껴진 단편소설 모음집 <여수의 사랑>.
스물세네살에 지은 한강 작가님의 글은 삶의 고단함, 존재의 피로함으로 읽는 사람조차 늪 속에 바둥거리는 무게감을 들게 했다.
(이틀이면 덮을 300페이지 정도의 분량이 읽는데 사흘은 넘게 걸렸다.)
가슴속 우울, 피곤함을 애써 꺼내 뒤집어쓴 까닭에 다른 명쾌한 감각을 찾게 된다.
#여수의사랑 #한강
j*******7 2024.11.10.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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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소설전작읽기(4, 5, 6): 야간열차(1994.여름), 여수의 사랑(1994, 겨울), 어둠의 사육제(1995.여름)
"한강소설전작읽기(4, 5, 6): 야간열차(1994.여름), 여수의 사랑(1994, 겨울), 어둠의 사육제(1995.여름)" 내용보기
*한강의 첫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다 읽었다. 소설집 맨끝 강계숙의 해설에 거의다 나는 동의가 되더라. 그래서 4~ 6에대한 내 책뜬금의 거의 대부분은 강계숙의 그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다만 내가 쭈욱 관심가져왔던 바인 <일상생활장면 및 풍경 그리고 내면을향한 발견>에대해서는 강계숙이 언급한 바가 없기에 내가 따로 적겠다. 아래는 강계숙의 해설로부터 뽑아추린 것들로
"한강소설전작읽기(4, 5, 6): 야간열차(1994.여름), 여수의 사랑(1994, 겨울), 어둠의 사육제(1995.여름)" 내용보기

 



*한강의 첫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다 읽었다. 소설집 맨끝 강계숙의 해설에 거의다 나는 동의가 되더라. 그래서 4~ 6에대한 내 책뜬금의 거의 대부분은 강계숙의 그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다만 내가 쭈욱 관심가져왔던 바인 <일상생활장면 및 풍경 그리고 내면을향한 발견>에대해서는 강계숙이 언급한 바가 없기에 내가 따로 적겠다. 아래는 강계숙의 해설로부터 뽑아추린 것들로서 내 생각과 같다. 참조로 ( ) 속은 내가 적어넣은 것이다.

.....「야간열차」의 (캐릭터들은) ... “바수어진 젊음”의 상징으로, 생의 한 시절이 소멸되고 있다는 불길한 징조로 받아들이는 ‘기형도적 인물’이다. 
.....『여수의 사랑』의 주인공들이 영현, 동걸, 정선, 자흔과 비슷한 질환을 앓고 있음을 떠올릴 때, 이 시절 한강의 소설 세계는 1990년대 중반 젊은 시인들의 내면을 차지했던 음울한 집단적 무의식을 연상시킨다. 
.....문학에 관심이 있든 없든, 1990년대 중반 예민한 감수성의 젊은이들은 기형도와 상관없이, 기형도를 알지 못한 채로도, 기형도를 앓았다. 실체는 알 수 없었다 해도 ‘어떤’ 죽음의 파장을 감지한 이들에게 꽤 오랫동안 ‘기형도적인 것’이 머물다 가기도 했다. 
.....세대적 감성으로든, 집단적 무의식으로든, 젊은 축들은 문화적·사회적 죽음이라 칭할 만한 국면을 동시대적 사건으로 맞닥뜨렸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역사주의와 진보사관이 무너지면서 찾아온 ‘청년’의 몰락을 그들은 앓았던 듯하다. 
.....근대적 계몽 주체의 붕괴로 일반화시킬 수도 있겠지만, 계몽주의의 위기와 함께 도래한 주체의 죽음을 1990년대 한국 시는 ‘청년’의 죽음이라는 형태로 드러내었고, 그 죽음은 몇몇 시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세대적 공통 감각으로, 역사적 혼란과 상실감의 또 다른 얼굴로 내면화되었다. 
.....‘청년’의 구호와 호명은 여전했지만, 더 이상 누구도 ‘청년’은 아니었으며, ‘청년’으로 살 수 없는 젊은이들은 아팠고, 절망했고, 고독했고, 우울했다. 
.....한국 사회를 이끌어온 거대한 상징체계의 몰락과 그에 따른 정신적 후유증, 방향 상실감, “어딘가 황막하고 버림받은 것 같은 분위기”(p. 230)에 대한 기이한 친화력, “고통은 지속될 것이며 어디에서도 그것을 진정할 수 없으리라는 초조함”(p. 237)은 ‘시인’의 몫으로만 주어졌던 것은 아니다. 
.....이제 와 보니, 『여수의 사랑』은, 그리고 이 시기의 한강은 당시의 어떤 소설가보다도 이러한 동시대, 동세대의 망탈리테mantalite(심성)에 강하게 공명하며 육박하였고, 타고난 감응력으로 죽음이 난무를 추던 시의 통증을 소설적 버전으로 옮기고 있었던 것이다. 

*강계숙에의해 상당히 부풀려졌지만, 페레스트로이카-운동권몰락-문민정부-아이엠에프 등으로 이어지는 1990년 한국역사에는 저런 측면이 있긴 했다. 그러나 내 경험 속에서는, 저런 정서/정조/분위기/기분/망탈리테는 즉자대자적으로 성숙하게 성찰반성된 적이 1도 없고, 지금오늘 우리가 보는바와 같은 운동권386의 적폐로 이어졌다: '그당시 죽은 청년들(현재의 60대~ 40대까지)은 그뒤의 남은 삶을 좀비로 살고 있다'는 말이다.

.....가족의 죽음은 정신의 병을 초래하는 씨앗이자 역으로 자아에게 ‘되태어나기’를 요구하고 활성화하는 촉매제이다.
.....『여수의 사랑』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중심 테마가 무엇인지 ... 요컨대, 어머니의 자궁을 뚫고 나오는 생물학적 출생이 사람으로 태어나는 단 한 차례의 사건은 아니며,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는 일’ ‘새 목숨으로 살아가는 일’이 때때로 발생할뿐더러, 이를 위해서는 “그때마다 다시 죽어야” 하고 그 같은 죽음의 되풀이가 “막막하고 두려워져서” “입술 안쪽을 떡니로 악물”어야 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그들은 주체의 재탄생을 위해 ‘다시 죽어야’ 하는, 아니 ‘다시 죽고’ 있는 스스로를 애도하는 중이다. 
.....『여수의 사랑』에 실린 소설들이 동일한 인물 관계를 반복하는 서사로 구성되어 있다 ... 「여수의 사랑」의 자흔과 정선, 「질주」의 인규와 진규 형제, 「야간열차」의 영현과 동걸, 「진달래 능선」의 정환과 황씨, 「어둠의 사육제」의 영진과 명환은 서로의 분신alter-ego이다 ... 그들은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다. 
.....그런 점에서 『여수의 사랑』은 각각의 개인이 치유하기 힘든 마음의 병을 안고 각자의 ‘여수(麗水)’를 향해 느릿느릿, 그러나 마치 주어진 운명의 수락을 조용히 거부하는 수난자처럼 자기 몫의 고통을 지고 회귀하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흠 있는 영혼들, 상처받은 영혼들은 살기 위해 때로 죽어야 한다. 그것이 존재를 위협하는 죽음으로부터, 엄혹한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이다. 『여수의 사랑』은 그러한 역설의 진실을 소설의 진정한 육체로서 실현한 우리 시대의 가장 젊은 ‘고전(古典)’이다.

*<일상생활장면 및 풍경 그리고 내면을향한 발견>에서 괄목할만한 비약적인 성취는 5번째 [여수의 사랑]에서 꽃을 피웠다. 한강의 풍경묘사는 대단히 훌륭했다. 몇개를 읽어보자. 풍경과 내면의 발결견이 아주 볼만해서, 내 잣대로는,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놔도 그게 뒤쳐지지 않다 싶다.

.....여수, 그 앞바다의 녹슨 철선들은 지금도 상처 입은 목소리로 울부짖어대고 있을 것이다. 여수만(灣)의 서늘한 해류는 멍든 속살 같은 푸릇푸릇한 섬들과 몸 섞으며 굽이돌고 있을 것이다. 저무는 선착장마다 주황빛 알전구들이 밝혀질 것이다. 부두 가건물 사이로 검붉은 노을이 불타오를 것이다. 찝찔한 바닷바람은 격렬하게 우산을 까뒤집고 여자들의 치마를, 머리카락을 허공으로 솟구치게 할 것이다.
.....통곡하는 여자의 눈에서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은 빗물이 객실 차창에 여러 줄기의 빗금을 내리긋고 있었다. 간간이 벼락이 빛났다. 무엇인가를 연달아 부수고 무너뜨리는 듯한 기차 바퀴 소리, 누군가의 가슴이 찢어지고 그것이 영원히 아물지 않는 것 같은 빗소리가 아련한 뇌성을 삼켰다. 음산한 하늘 아래 나무들은 비바람에 뿌리 뽑히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젖은 줄기와 가지가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 휘어졌다. 노랗고 붉게 탈색된 낙엽들이 무수한 불티처럼 바람 부는 방향으로 흩날렸다. 조금 큰 활엽수들은 의연하게, 줄기가 여린 묘목들과 갈대숲은 송두리째 제 몸을 고통에 바치며 흔들리고 있었다. 그들도, 그들의 뿌리를 움켜 안은 대지도 놀라운 힘으로 인내하고 있었다. 무수한 보릿잎 같은 빗자국들이 차창과 내 충혈된 눈을 할퀴었다.
*ㄱㅊ 이런 풍경의 발견은 즉각적으로 내면의 묘사이다. 도스토옙스키나 플로베르나 울프나 카프카의 경지이다. 한강이 무언가를 득템한 것이다.
.....그 어설픈 광고지들과 풀통을 들고 대문 밖으로 나섰을 때 인적 없는 골목에는 하오의 강렬한 햇빛이 내리꽂히고 있었다. 어느 집에선가 빨래 삶는 냄새가 나고 있었다. 골목 끝 연립 주택 놀이터에서 어린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아스라하게 들려왔다. 가장 먼저 눈에 띈 전봇대에 광고지를 붙였을 때, 나는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에 흘긋 뒤를 돌아보았다.
.....웃음을 함빡 머금으며 자랑스럽게 말하던 아낙은 잠깐 사이에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무슨 흉몽을 꾸는지 이따금씩 흐으음, 흐으음, 하는 신음 소리를 입가로 흘리면서도 아낙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잠든 아낙의 얼굴에는 평생의 슬픔 같은 고랑과 잔주름 들이 깊숙이 패어 있었고, 퇴색한 젖빛 블라우스 소매 끝으로 꼬깃꼬깃한 흰 내복이 낼름 혀를 내밀고 있었다.
.....그날 엉덩이를 까 내리고 얼굴이 희고 입매가 새침한 간호사가 놓는 주사를 맞은 뒤 우중충한 병원 계단을 내려왔을 때, 전자오락실과 함께 쓰는 현관 바깥으로는 언제부턴지 모르게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다. 선팅이 군데군데 벗겨진 유리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차가운 공기가 와락 외투 속으로 파고들었다. 눈을 똑바로 뜨고 하늘을 노려보자 선득한 눈송이들이 하얗게 속눈썹에 맺혔다.
....어제 오후, 삼 년이 지났어도 조금도 변하지 않은 그 음침한 현관을 빠져나왔을 때 시장통은 온통 가을 햇빛으로 찬연하게 빛나고 있었다. 주사 맞은 자리가 몹시 뻐근했으므로 나는 어기적거리며 지하철역을 향해 걸어갔다. 지하철역 입구의 층계로 발을 내딛기 전에 문득 좌우를 살폈을 때, 결혼 예복 대여점에는 반라의 마네킹이 한쪽 팔이 떨어져 나간 채 진열되어 있었고 그 옆의 지하 레스토랑 간판은 먼지투성이의 불 꺼진 색전구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다.
.....실업자와 대학생과 중년 여인들이 가득한 지하철의 진동에 가볍게 몸을 흔들리며 나는 주사 기운이 혈관과 림프관을 타고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요동치던 안두통이 서서히 잠잠해졌고 경직되었던 위장은 차츰 말랑말랑해졌다.

*굳이 캐릭터의 내면심리를 서술하지 않더라도, 이런 핍진한/박진감있는/사실적인 일상생활장면묘사만으로도 우리는 <어떤 얼굴을 발견한다>. 도무지 근대한국소설들을 나는 읽은게 없다 시피 하다. 그러니 한강 그앞에 이런 수준의 <풍경과 내면의 발견>을 달성한 소설가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앞으로 내 숙제이기도 하다. 혹시라도 한강 앞에 그런 발견의 경지를 보여주는 소설가를 안다면, 그들을 나에게 친구들이 알려주면 좋겠다.
*지금은 두번째 소설집 [검은 사슴]을 목하 정주행 중임~

s******g 2024.12.1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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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수의 사랑 고향을 원망하는 정선과 고향을 그리워하는 자흔. 두 여자는 월세를 아끼기 위해 한 지붕 아래 살아가는 룸메이트다. 결벽에 가까울 만큼 단정한 정선과 늘 덤벙거리는 자흔의 동거는,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의 결을 닮아가는 조용한 변화의 과정이기도 하다. 자흔이 여수로 떠난 뒤, 정선은 비로소 오래 외면해온 고향과 마주하며 잃어버렸던 마음의 길을 되찾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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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수의 사랑

 

고향을 원망하는 정선과 고향을 그리워하는 자흔. 두 여자는 월세를 아끼기 위해 한 지붕 아래 살아가는 룸메이트다. 결벽에 가까울 만큼 단정한 정선과 늘 덤벙거리는 자흔의 동거는,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의 결을 닮아가는 조용한 변화의 과정이기도 하다. 자흔이 여수로 떠난 뒤, 정선은 비로소 오래 외면해온 고향과 마주하며 잃어버렸던 마음의 길을 되찾기 시작한다.

 

어린 날 기차 안에서 스쳐 지나던 창밖 풍경, 이동식 판매대에서 사 먹던 삶은 달걀과 짭조름한 오징어의 기억이 '쿠쿡 쿠쿡' 하는 기차 소리와 함께 선명하게 피어오른다. 밀어내려 했던 과거가 불쑥 떠올라 얼굴이 붉어지고 분노가 차오르다가도, 어느 순간 해탈한 듯 그 상처를 고요히 이해하게 된다. 잊으려 했던 시간은 사라지지 않고 언제나 그 자리에 남아 있다. 언젠가 반드시 마주해야 할 것이라면, 기꺼이 기차에 올라 그곳으로 향해야 할 것이다.

 

2. 어둠의 사육제

 

함께 살던 고향 언니가 전세금을 들고 자취를 감췄다. 갈 곳을 잃은 영진은 이모 집에 얹혀살지만, 사촌 동생의 눈치에 떠밀려 결국 베란다를 거처로 삼게 된다. 그런 영진을 건너편 아파트에서 묵묵히 지켜보던 남자 명환은 어느 날 자신의 아파트를 양도하겠다는 기묘한 제안을 건넨다.

 

복수심이라는 공통의 감정을 품고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서사를 살아온 두 사람 사이에는, 말 없이도 서로를 알아보는 본능적인 감각이 흐른다. 삶과 죽음의 경계 위에 선 이들의 고통을 곁에서 지켜보며, 인간 내면의 가장 깊은 곳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전세금을 들고 사라진 암 환자 인숙과 명환 사이의 기로, 그리고 마침내 용서와 해탈에 이르는 영진의 마음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사람의 운명은 타인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끝내 스스로 선택하는 것임을 이 소설은 조용히 상기시킨다.

 

3. 야간열차

 

다부지고 호탕한 친구 동걸은 술자리가 무르익을 무렵이면 어느새 자리를 비웠다가, 예고 없이 다시 나타나곤 했다. 영현에게 그는 동경의 대상이자, 그 안에 감춰진 은밀한 비밀을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 존재였다.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그 강렬한 끌림과 닮아 있다. 누구나 유년의 어느 시절, 한 번쯤 품었을 '특별한 친구'에 대한 선망과 설렘이 이 소설 안에 고스란히 살아 있다. 《야간열차》는 독자를 시간의 저편으로 데려가기도 하고, 지금 당장 매표소로 달려가 어딘가로 향하는 표를 끊고 싶게 만드는 묘한 힘을 지니고 있다.

 

4. 질주

 

가족과 멀어진 인규에게는 어릴 적 동생 진규가 몰매를 맞아 죽었다는 처참한 기억이 있다. 새로운 가족 안에 끝내 녹아들지 못한 채 홀로 자라온 그는, 어느 날부터 어머니의 안부 전화를 어색하게 받기 시작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굳어 있던 인규의 마음은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어머니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한다.

 

한강 작가의 첫 소설집에는 유독 가족의 비극이 짙게 배어 있다. 원망과 그리움을 동시에 껴안은 채 살아가는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말없이 눈물이 고인다. 다시 아들이 되어달라는 어머니의 처절한 목소리와, 그 목소리를 향해 달려가는 인규의 가쁜 숨소리가 귓가에 오래 맴돈다.

 

5. 진달래 능선

 

술 취한 아버지를 피해 아홉 살에 집을 나온 정환은, 교회 장로인 양부를 만나 합숙 시설에서 성장한다. 군 복무 중 양부가 세상을 떠나자, 그는 문득 어머니와 여동생을 떠올린다. 간절히 찾고 싶지만, 그들에게 닿을 방법이 없다.

 

진달래 나무를 태우며 저승의 가족에게 꽃을 피워 올린다는 황 씨. 정환은 처음엔 그 행위의 의미를 알지 못했지만, 이제는 안다. 진달래를 태우는 것은 지독한 그리움이고 사랑이며, 남겨진 자들이 할 수 있는 가장 간절한 믿음이다. 불길 속으로 스러져가는 진달래를 바라보며, 정환 또한 찾지 못한 가족을 향한 그리움을 그 연기 속에 조용히 실어 보냈을 것이다.

 

6. 붉은 닻

 

주정뱅이였던 아버지는 실종되고, 형 동식은 술 중독과 간경변으로 서서히 무너져간다. 동생 동영은 군 전역 후 떠돌다 가족 곁으로 돌아오지만, 돌아온 집에는 여전히 상처만이 가득하다.

 

실종된 아버지의 비극적인 자취를 그대로 닮아가는 동식과 동영. 굴레를 벗어나 다른 삶을 살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결핍은 고립을 낳고, 고립은 끝내 비극으로 가족을 몰아넣는다. 가족을 고통의 뻘밭에 붙들어 매는 '붉은 닻'에서 끝내 빠져나오지 못한 어머니와 동식의 모습이, 읽고 난 뒤에도 오래 마음에 걸린다.

 

 

작가의 데뷔작이자 스물셋, 스물넷의 나이에 써 내려간 이 소설집은 경이로울 만큼 완성도가 높다. 문장 하나하나가 정교하게 벼려져 있어,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밑줄을 긋고 싶은 문장이 넘쳐난다. 인덱스를 붙이는 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로.

소설 속에서 인생을 산 것 같기도 하고, 인생 속에서 소설을 발견한 것 같기도 한 이 묘한 감각. 그 정체는 오직 직접 읽어본 사람만이 온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여수의사랑 #한강작가 #문학과지성사

YES마니아 : 골드 s*******z 2026.02.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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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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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사 출판사에서 나온 한강 작가님의 소설 여수의 사랑 리뷰입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한강 작가님의 작품들을 하나둘씩 읽고 있는데 읽을 때마다 최애가 바뀌는 느낌이에요. 책의 의의나 서평 등에서 써진 글귀를 생각하지 않고 읽어도 그냥 직관적으로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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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이달의 사락 h**********l 2026.01.1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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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님의 책들을 하나씩 다 구입해서 읽어보고 있습니다. 여수의 사랑도 한강님 작품이어서 구입해서 읽었었습니다. 여수에 살고 있다보니 여수의 사랑을 읽으면서 더 집중해서 읽었던것같습니다. 한강작가님의 여수의 사랑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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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j*****a 2025.11.1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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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여수의 사랑 리뷰입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너무 자랑스럽네요. 그래서 한 권씩 읽어보고 싶어서 도장깨기 하고 있습니다. 단편 소설집이라서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어 더 좋았어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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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여수의 사랑 리뷰입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너무 자랑스럽네요. 그래서 한 권씩 읽어보고 싶어서 도장깨기 하고 있습니다. 단편 소설집이라서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어 더 좋았어요. 잘 읽었습니다. 
YES마니아 : 골드 m********5 2025.11.0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