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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거친 마음이여--- [시집-생활체육과 시]
"시를 쓰는 거친 마음이여--- [시집-생활체육과 시]" 내용보기
쉽게 읽히는 시가 아니었다. 읽고 있으면 자꾸 마음이 다른 길로 빠지는, 빠지다가 멈칫 시 안으로 들어서지만 다시 금세 벗어나는, 시도 고달프고 시를 쓴 시인도 고달프게만 여겨지고 시를 읽는 나도 고달프기만 하는 독서였다. 안 읽고 살면 좋으련만, 되도록 희희낙락 살 수 있으면 고마우련만.   알아보는 만큼만 알아본다. 작가는 서운할 수 있겠으나 독자인 나는 이대로도 괜찮다.
"시를 쓰는 거친 마음이여--- [시집-생활체육과 시]" 내용보기
쉽게 읽히는 시가 아니었다. 읽고 있으면 자꾸 마음이 다른 길로 빠지는, 빠지다가 멈칫 시 안으로 들어서지만 다시 금세 벗어나는, 시도 고달프고 시를 쓴 시인도 고달프게만 여겨지고 시를 읽는 나도 고달프기만 하는 독서였다. 안 읽고 살면 좋으련만, 되도록 희희낙락 살 수 있으면 고마우련만.   

알아보는 만큼만 알아본다. 작가는 서운할 수 있겠으나 독자인 나는 이대로도 괜찮다. 아프게 썼을 시를 아프지 않게 읽어도 내 책임, 원통하고 분한 마음으로 썼을 시를 무료하게 읽어도 내 책임, 나는 시 사이에서 흔들리지도 헤매지도 않았다. 그저 안타까웠다. 우리들의 노래는 어찌 한 소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십 년 전에도 삼십 년 전에도 이천 년 전에도 내내 이렇게 부르고 있었을 것만 같으니. 한심한 게 아니라 위대한 세상이어서 이런 것일까.

시인의 다른 시집을 찾았다. 거꾸로 사는 맛을 찾아가 볼 테다. 

책 읽는 벗(woojukaki)의 선물.


<책 안에서>

15

우리가 우리조차 알아보지 못할 때

누군가 우리의 이름을 부르는 게

도움이 된다는 걸

잠깐 그 이름을 모자처럼 쓰고 있다

벗어도 좋다는 걸


16

반성할 것도 남아 있지 않으면서

후회할 리도 없는 것을 자꾸 되짚어보면서

달리 믿을 구석도 없으면서


34

막연한 가능성, 느슨한 비판, 낭만적인 채색을 미끄럽게 곁들이는 수고 정도에 그친다.


39

언어는 불과 칼처럼 유용하게 사용하는 중에 필연적으로 사용자를 다치게 한다. 언어는 본성이 사나운 것이다. 


45

우리는 올바른 애도를 하고 싶다. 그릇된 삶 속에서도. 올바른 애도가 무엇인지 모르는 채로도.


70

시는 인간이 언어로 그을 수 있는 가장 큰 포물선이다. 


79-80

시적인 재능은 시 속의 문장으로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말해야 할 것과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을 냉정하게 구분해내는 데에 있다. 


99-100

오늘의 위기가 무사히 지나가고 있기를. 작은 위무를 얻기 위하여 스스로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친구가 더 잘 인지하기를. 어떤 혹독함은 이런 방법으로만 버틸 수 있다. 액션 영화 속 주인공의 과장됨처럼. 시트콤 드라마의 나무하는 가짜 웃음소리처럼. 


108

좋은 소설은 기억하고 있던 것을 되새김질하듯 기록하지 않는다. 비어 있던 기억의 구멍들을 두터운 진실들로 채워나가기 위하여 기억하지 못했던 기억들을 비로소 소환하거나 발명한다.


133

쓸모가 없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쓸모가 너무 많아서 아름답다. 쓸모가 있으려고, 아름다우려고, 애를 쓰지 않아서 더 아름답다.


143-144

한번도 만난 적 없으면서도 이름이 적혀 있고 생몰연도가 적혀 있는 묘비 앞에서 한 사람의 생애를 막연하게 그려보듯, 나의 시도 그런 모양으로 누군가의 앞에 묘비처럼 낯설고도 낯익게, 늠름한 모습으로 서 있었던 듯싶다. 


YES마니아 : 로얄 j***6 2025.02.2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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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로 보답하고 싶은
"좋은 글로 보답하고 싶은 " 내용보기
좋은 책엔 좋은 글로 보답하고 싶다. 불가능하겠지만. 그러니까 이 말은 김소연 시인의 『생활체육과 시』가 좋은 책이라는 말이다. 얇고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책. 그 안에서 펼쳐지는 글은 쉽고 정겹다. 그러나 단순하지 않고 복잡하지 않으며 간결하고 힘 있다. 모두가 바랐을(어쩌면 일부는 바라지 않았을) 어제의 일과 앞으로 기대하는 일들을 생각하며 이런 글을 다시 읽는다.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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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엔 좋은 글로 보답하고 싶다. 불가능하겠지만. 그러니까 이 말은 김소연 시인의 『생활체육과 시』가 좋은 책이라는 말이다. 얇고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책. 그 안에서 펼쳐지는 글은 쉽고 정겹다. 그러나 단순하지 않고 복잡하지 않으며 간결하고 힘 있다. 모두가 바랐을(어쩌면 일부는 바라지 않았을) 어제의 일과 앞으로 기대하는 일들을 생각하며 이런 글을 다시 읽는다. 우리가 배우고 공부했던 것들, 그것을 말하고 쓰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혐오의 말들에 대하여 글로 써보기로 했지만,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이런 주제로 집필된 책들이 어느덧 내 방 책꽂이에 빽빽하다. 읽고, 밑줄을 긋고, 이해하고, 공부해온 문장들. 그러나 실재하는 사건들, 참사들, 재난들 앞에서 나는 자주 재확인한다. 공부가 다 무슨 소용이람. 피부에 새겨진 것들이 이토록 없을 수 있다니. 앎은 간단히 휘발되고, 무지했던 신체로 무력하게 리셋된다. (32쪽)


연합은 힘을 키운다. 그 힘을 어떤 연합은 권력을 얻는 데에 쓴다. 패권이 목표다. 폭력의 말은 그에 대한 기표이다. (48쪽)


곳곳에서 연합하는 이들, 유튜브를 즐기지 않기에 어제 뉴스에 나온 유튜버의 말에 나는 심히 놀랐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걸 몰랐다. 더 알아야 할까 하다 검색하는 일은 그만두었다. 정치적인 사람이 아니지만 그래서 더 정치적인 사람이 되고 있다고 느끼는 날들이다. 『생활체육과 시』이라는 책에 대해 이야기기 해야 하는데 정치라니. 그러다 문득 우리에겐 생활정치가 필요한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 책은 좋다. 시도 좋고 김소연의 산문도 좋다. 작가는 이런 유행의 글(시인의 글에 의하면 시 청탁에, 산물을 사은품처럼)에서 산문을 군만두로 표현했는데 덕분에 나의 책 읽기는 풍요롭고 만족스럽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를 읽는 독자가 많이 없다는 걸 실감하기도 했다. 나부터도 그런가 싶은 마음이 들기도. 그래서 이런 유행이 끝나기를 바라는 시인의 바람에 한편으로는 동의한다. 



책에 대해 많이 말해야 할 것 같은 책이 있고 일부러 책에 대해 말을 아껴야 할 것 같은 책이 있는데 이 책은 후자의 속한다. 내 기준으로는 그렇다. 말을 아낀다는 건 그만큼 비밀스럽거나 나만 알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이기도 한데 좋은 책일수록 그렇다. 탁구 경기를 하고 테니스를 치는 김소연 시인을 상상한다. 시인들이 모여 응원하는 모습도 함께. 건전한 생활체육은 얼마나 좋은가. 이 책의 시작인 시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처럼 말이다. 공을 주고받는 사람, 소통하는 사람, 더 잘 해보자고 말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을 가득 채운 생기 넘치는 공기. 


캐치볼을 하러 가자


글러브를 하나씩 끼고 마주 보며 멀리 서 있자


공을 던지자 


공을 받자


또 공을 던지고 또 공을 받자


잘 던지고 잘 받고 조금 더 잘 던지고


조금 더 잘 받자


그만하고 싶어도 조금 더 해보자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 일부)


그러면서 무언가를 견디고 아직 말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쏟아낼 수 있는 용기를 보여준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었다. 그래서 시를 몰라도 반복해서 읽는다. 이런 부분을 말이다. 


말해줄래

우리에게 일어난 일을


줄넘기를 이렇게 잘하게 된 이유를 

신발장에서 줄넘기를 꺼내어 손에 들고 매일매일 옥상으로 올라간 이유를

팔자더블스윙을 연마한 지난주와

옆 떨쳐 모아 뛰기를 연마한 어제에

우리에게 일어난 일을 

들려줄래  


(중략)


우는 입을 비로소 보이고

낯선 사람들과 마주 앉았다


안녕하세요 잘 주무셨어요

인사를 건네고 오늘의 할 일을 의논하는

한가로운 여행지의 조식 시간처럼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 일부)


시은 홀연한 것이라고 말하는 시인에게 던져진 질문이 무엇일지 알지 못해도 나는 끝내 만질 수 없는 시인의 감각과 시선을 흠모한다. 1991년에 초판이 발행되고 지금은 구하지 싶지 않은 김소연 시인 말하는 ‘나만의 시집’ 이 궁금하다. 그리하여 나는 이 책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고 가까운 이에게 선물할 목록에 포함시킨다. 


책을 읽는 일도 여느 경험과 마찬가지로 실패의 연속 경험을 통과하게 된다. 그래야 안목이 생긴다. 어떤 허위를 알아보는 눈이 뜨인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데 나는 어째서 이것이 별로인가?”라는 질문이 그 시절의 나에게는 나의 정체성을 파악하기에 유용했다. ‘별로’라는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내 자신을 향하여 세부적인 질문들이 생겨났다. 싫어할 수밖에 없는 가치 기준이 필요했다. ‘진짜 원하는 것’을 알아채는 기준들이 태어났다. (103쪽)


이렇게 좋은 책을 만나 기쁘다. 더 많이 읽어서 나만의 안목을 키우고 싶은 소망을 품는다. 좋은 글은 좋은 글을 쓰고 싶게 만든다. 설령 좋은 글이 아니더라도 뭔가 더 쓰고 싶은 동기가 된다.  『마음사전』을 만났을 때의 마음이 떠오른다. 그 책과 더불어 곁에 두고 자주 열어보게 될 책이다.

r*********s 2025.01.1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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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움직일 줄 아는 것...
"몸을 움직일 줄 아는 것..." 내용보기
#생활체육과시 #김소연 #일상시화 #아침달 #서평 #책추천잘 안 움직인다. 내 몸을 움직여 무엇을 도달하려고 노력했던 시기는 아주 잠깐. 그 나머지 긴 시간 동안은 내내 무언가를 하기 위해 가만히 앉아만 있던 시간들이었다. 몸으로 내 몸을 일으키는 일을 하려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에, 시인이 가졌던 마음이 공감이 갔다.시를 쓸 때 움직임과 운동성을 열렬히 사랑하고 옹호하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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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과시 #김소연 #일상시화 #아침달 #서평 #책추천

잘 안 움직인다. 내 몸을 움직여 무엇을 도달하려고 노력했던 시기는 아주 잠깐. 그 나머지 긴 시간 동안은 내내 무언가를 하기 위해 가만히 앉아만 있던 시간들이었다. 몸으로 내 몸을 일으키는 일을 하려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에, 시인이 가졌던 마음이 공감이 갔다.

시를 쓸 때 움직임과 운동성을 열렬히 사랑하고 옹호하면서도, 나는 내 몸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직접 몸을 움직여 무언가를 해보는 노력을 까맣게 잊고 살아왔었다. 생활체육이란, 운동성을 사랑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 몸에 애착이 깊어야만 가능해지는 세계였다.(158쪽)

결국 몸으로 일으키는 생각과 정신이 분명할 것임에도 몸을 간과하고 살았던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고 또 무언가를 골똘하기 위한 몸의 움직임이 갖는 중요한 지점을 그동안 잊고 살았던 것이다. 내 몸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결국 내 몸을 사랑하는 것. 내 몸을 위한 나를 만들어가는 것. 그러기 위해 다시 몸을 움직일 줄 아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마음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다리가 움직이고 쉽게 멈춰지지 않는 것, 그건 마음이 몸을 그렇게 시키는 거였다.

 지난 2022년 10월 30일은 삼만 보를 넘게 걸었다. 숙소에 돌아와 어지간히 걸었겠다 싶어 앱을 켜니 '움직이기 신기록 배지'가 화면 가득 뱅글거리며 나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27쪽)

사회적 참사, 그리고 폭력. 그 폭력과 슬픔에 대한 애도,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우리에게 허락된 것 없이 흘러가는 대로 방치되는 듯한 기분일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이 끝없이 이어질 때, 어떤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을 때 몸이 움직여진다. 생각을 따라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며 다시 생각에 따라잡히지 않도록 몸을 계속 움직인다. 이것도 생활체육의 일종이지 않을까.

시 청탁에, 산문을 사은품처럼 곁들여 주문하는 게 유행이 된 것 같다. 시는 쓰고 싶어서 쓰지만 산문을 쓰고 싶지 않아도 쓰게 된다. 써야 한다. 탕수육을 시키면 딸려 나오는 군만두 같달까.(110쪽)

어쩌면, 독자를 위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마음으로 시인이 산문을 써주면 좋겠다는, 사적인 답을 내려본다. 시인의 산문을 좋아한다. 시인의 시도 좋아하지만, 군만두가 함께 와야 그 재미와 풍미가 더해지듯, 시인의 시에 산문이 함께면 훨씬 마음이 풍성해진다. 산문에서 시를 발견하고 또 시에서 시인을 발견하고, 그런 시인을 산문으로 따라갈 수 있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마음의 독자가 있으니, 산문 주문이 시인에게 너무 싫지 않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n*****0 2025.03.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