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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책 #하리뷰 #시집 “장미가 맹렬히 붉기를 거부할 때 모든 색에서 멀어져 다만 흰빛으로만 희미해질 때” 인생이라는 신앙, 그 기이하고도 불가해한 아름다움을 믿는 시 #백장미의창백 #신미나 #문학동네시인선 청소년 시툰으로 만나긴 했지만 시인 신미나의 시집은 처음이었다. 그림을 그릴 때는 싱고, 시를 쓸 때는 신미나라고 했다.(진즉 본캐와 부캐로 나누어 활동했다니!) 3년 만에 신작이 나왔다고 해서 나오자마자 샀다. 그게 작년 가을의 일. 어느새 시간은 흘러 1년이 지났고 나는 여름의 끝자락부터 가을의 초입까지 이 시집과 함께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태어난 언어를 그러모았다고 했다. 삶을 말할 때 우리는 죽음을 빼놓고 말할 수 있을까. 상실과 결핍은 삶이 죽어있는 것과도 같으므로. 낙심하고 좌절하는 순간마다 죽어버린 삶에 대해 생각했었더. 그러한 순간들이 시를 쓰게 한 순간들이었으리라. 이 삶에 과연 구원이란 존재할지 의문인 가운데 구원은 불꽃놀이처럼 팡팡 터지는 것이 아니라 한줄기 볕뉘처럼 슬며시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속한줄 우리가 나눈 시간은 뜨거운 모래 속에 발을 묻고 서 있습니다 석유가 타는 바다에서 물고기가 종양을 달고 유영하는 물속에서 갑자기 어두워진 하늘 아래 백사장에 꽂힌 초 촛불이 휩니다 _ 스콜 운명이 알코올 솜으로 코와 입을 틀어막았어요 그때부터 어린 여자들이 사라졌어요 신이 공들여 조각하다 말고 고속도로 갓길에 깨뜨려버린 토르소 빛나는 파편을 주우려다 손가락을 베였죠 그게 인생인 줄 몰랐어요 _ 채석장의 손 죽음은 서두르지 않네 삶의 겨드랑이에 손을 끼우지 꼼짝없이 그림자와 일치하는 것 빛이 아니라면 누가 그림자를 벨 수 있겠어? _ 어느 날, 죽음이 그는 고백했습니다 가장 나다운 목소리를 찾기 위해 평생 자신의 그림자를 미행했노라고 어둠 속에서 불안을 심지처럼 세우느라 나는 슬픈 사람이 되었어요 무너져내리는 촛농을 쌓느라 과거를 다 썼습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서 _ 에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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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나 작가님의 백장미의 창백 리뷰입니다 다른 시집보다 이해하는 건... 사실 어려웠지만 이해하면 너무 좋은 작품?! 해석하는 맛이 있더라고요 재미있게 읽었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채석장의 손> 구절 중 빛나는 파편을 주우려다 손가락을 베였죠 그게 인생인 줄 몰랐어요 묘하게 자꾸 생각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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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이 지나간 백장미는 오래전 옛날을 지나온 얼굴이고
당신은 한 톨의 소금도 집어먹지 않고 싱겁게 웃었습니다
투석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무서운 꽃밭에서 풀어졌습니다
장미가 맹렬히 붉기를 거부할 때 모든 색에서 멀어져 다만 흰빛으로만 희미해질 때
속눈썹이 붉은 아이가 검은 입을 크게 벌리며 오고 있습니다 양팔을 벌리며 당신을 데리러 오고 있습니다
- 백장미의 창백,문학동네, 2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