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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등장하는 시들은 최근 읽은 시들 중에 추천할만한 시들로 꾸며져 있습니다. 이 부분은 후반에 힘이 빠지기 시작해서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작은 시집 중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작품들과 국어의 아름다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수 있는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가까이 두고 자주 읽고 싶은 시집이므로 시 좋아하시는 분이 있다면 꼭 읽기를 추천합니다.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라는 작품은 그 중에서도 최고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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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학 시인 강의를 들은 적이 있어서 구매한 책, 시인은 그 작품으로 그의 영혼을 드러내어 보여준다고 했던가. 또한 읽는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또한 굉장히 훌륭한 시일것이다.
이 시의 타이틀인 시 그때 나는 그 사람을 기다렸어야 했네 노루가 고개를 넘어갈 때 잠시 돌아보듯 꼭 그만큼이라도 거기 서서 기다렸어야 했네 그때가 밤이었다면 새벽을 기다렸어야 했네 그 시절이 겨울이었다면 봄을 기다렸어야 했네 연어를 기다리는 곰처럼 낙엽이 다 지길 기다려 둥지를 트는 까치처럼 그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어야 했네.
이 시에 공감되어 슬프다. 나 역시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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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석 섬
권정생 선생은 평소 자신의 몸 상태를 멀쩡한 사람이 쌀 석 섬 지고 있는 것 같다 했다
개구리 짐 받듯 살면서도 북녘에서 전쟁터에서 아프리카에서 굶주리는 아이들 짐 덜어주려 했다 그리했다 짐 진 사람 형상인 어질 仁 대웅보전 지고 있는 불영사 거북이 짐 진 자 불러 모은 예수 세상에는 짐을 대신 져주며 살았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삶은 하나같이 홀가분했다 권정생 선생님이 돌아가셨을 때 마을 사람들은 놀랐다고 하지. 전국에서 조문 차량 수십 대가 몰려든 것을 보고 집사님이 유명한 분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고 하지. 그렇게 선생님은 낮고 가난하게 사셨다. 책을 판 인세만 일 년에 수억 원이 들어오는데도 전혀 그러한 내색을 하지 않고 조탑리 마을 사람들과 함께 낮고 가난하게 사셨다. 쌀 석 섬 지고 있는 것 같은 불편한 몸으로 홀가분하게 사셨다. 당신이 돌아가신 5월을 ‘권정생 선생님을 기리는 달’로 여기고 혼자 추모하는 까닭이다. 당신의 기일에 맞춰 당신이 사시던 오두막을 찾아가려고 애쓰는 까닭이다. 거기에 가면 늘 안상학 시인이 있다. 선생님의 양아들이라고 일컫는 시인. 선생님의 뜻을 널리 알리려고 가없는 노력을 보이는 안동 숙맥. 「비 오는 새벽」 「안동 숙맥 김만동」「목련 장수」같은 시에는 고향에 돌아와 안동을 지키며 권정생 선생님의 뜻을 몸에 아로새기고 널리 알리려 애쓰는 모습이 자화상처럼 담겨 있다.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그때 나는 그 사람을 기다렸어야 했네 노루가 고개를 넘어갈 때 잠시 돌아보듯 꼭 그만큼이라도 거기 서서 기다렸어야 했네 그때가 밤이었다면 새벽을 기다렸어야 했네 그 시절이 겨울이었다면 봄을 기다렸어야 했네 연어를 기다리는 곰처럼 낙엽이 다 지길 기다려 둥지를 트는 까치처럼 그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어야 했네 해가 진다고 서쪽 벌판 너머로 달려가지 말았어야 했네 새벽이 멀다고 동쪽 강을 건너가지 말았어야 했네 밤을 기다려 향기를 머금는 연꽃처럼 봄을 기다려 자리를 펴는 민들레처럼 그때 그곳에서 뿌리내린 듯 기다렸어야 했네 어둠 속을 쏘다니지 말았어야 했네 그 사람을 찾아 눈 내리는 들판을 헤매 다니지 말았어야 했네 그 사람이 아침처럼 왔을 때 나는 거기 없었네 그 사람이 봄처럼 돌아왔을 때 나는 거기 없었네 아무리 급해도 내일로 갈 수 없고 아무리 미련이 남아도 어제로 돌아갈 수 없네 시간이 가고 오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네 계절이 오고 가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네 그때 나는 거기 서서 그 사람을 기다렸어야 했네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권정생 선생님과 함께하는 생활은 번잡할 것이다. 권정생 선생님은 홀가분하게 사셨으나 당신의 뜻을 몸에 아로새기고 널리 알리려 애쓰는 생활은 그럴 수 없다. “그만하고 가자고 / 그만 가자고 / 내 마음 달래고 이끌며 / 여기까지” 달려왔을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 그 꽃을 생각하니 / 아직도 그 앞에 쪼그리고 앉은 / 내가 보”(「늦가을」)였을 테다. 몸과 마음의 어긋남. 그저 시 하나로 살아왔으나 몸은 그렇게 마음과 멀어지기도 했다. 그러면서 어느덧 “눈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라는 것 / 귀가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라는 것”(「지천명」)의 나이를 넘어섰다. 자신의 한 손을 “애인의 손인 듯 애무해보네 난생처음 /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게 / 닿을 듯 말 듯 감싸보”(「내 한 손이 내 한 손을」)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은 비록 몸은 고향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마음은 아름다움 앞에 쪼그리고 앉아 떠도는 숙명을 타고난 시인의 몫이니 어쩔 것인가, 우리는 그저 시인을 지켜볼 수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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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20p 그때 나는 그 사람을 기다렸어야 했네 노루가 고개를 넘어갈 때 잠시 돌아보듯 꼭 그만큼이라도 거기 서서 기다렸어야 했네 그때가 밤이었다면 새벽을 기다렸어야 했네 그 시절이 겨울이었다면 봄을 기다렸어야 했제 연어를 기다리는 곰처럼 낙엽이 다 지길 기다려 둥지를 트는 까치처럼 그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어야 했네 해가 진다고 서쪽 벌판 너머로 달려가지 말았어야 했네 새벽이 멀다고 동쪽 강을 건너가지 말았어야 했네 밤을 기다려 향기를 머금는 연꽃처럼 봄을 기다려 자리를 펴는 민들레처럼 그때 그곳에서 뿌리내린 듯 기다렸어야 했네 어둠 속을 쏘다니지 말았어야 했네 그 사람을 찾아 눈 내리는 들판을 헤매 다지니 말았어야 했네 그 사람이 아침처럼 왔을 때 나는 거기 없었네 그 사람이 봄처럼 돌아왔을 때 나는 거기 없었네 아무리 급해도 내일로 갈 수 없고 아무리 미련이 남아도 어제로 돌아갈 수 없네 시간이 가고 오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네 계절이 오고 가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네 그때 나는 거기 서서 그 사람을 기다렸어야 했네.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어긋나 버린 인연에 대한 통절한 회한"이라고 해설자는 말한다. 사랑했기에 보낼 수 밖에 없었고 보내고 나서는 기다리다 못해 또 그렇게 찾아 헤매고- 그러나 정작 그 사람이 돌아왔을때는 나는 거기 없는, 아니 없을 수 밖에 없었던- "아! 이건 연인들의 사랑이라기 보다는 집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사랑이다"라고 생각했다. 거기 없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시간이 가고 오는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리라. 시간은 어머니의 기다림을 영원으로 허락 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가슴이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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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91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안상학 실천문학사 2014.7.3. 쏟아지던 비가 그치기 무섭게 구름으로 가득하던 하늘이 조금씩 열리더군요. 비를 흠뻑 쏟은 구름은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빼꼼 비추어 주고, 이렇게 빼꼼빼꼼 고개를 내미는 파란하늘을 알아차린 작은아이가 “오늘은 바다 가기 좋은 날이겠네요?” 하고 묻습니다. 어버이는 비가 그치며 땅바닥이 보송보송 마르는 결을 살피면서 ‘며칠 미룬 빨래를 드디어 할 만하네’ 하고 여기고, 작은아이는 똑같은 결을 바라보면서 ‘이런 날은 바다놀이 하면 딱 좋네’ 하고 여깁니다.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에 여러 사람 눈길이 나옵니다. 누구는 이런 눈길로 바라보고, 누구는 저런 눈길로 바라봅니다. 이 눈길이라서 옳지 않고, 저 눈길이라서 싫지 않습니다. 요 눈길이라서 반갑지 않고, 조 눈길이라서 성가시지 않아요. 다 다른 눈길이기에 다 다른 삶길을 걸어가면서 다 다른 이야기를 꽃처럼 피웁니다. 시쓴님은 “술자리에 시인 벗 하나쯤” 낄 수 있으면, 귀퉁이에 끼면 좋겠네 하고 여기는데, 술자리에 시인만 모였다면 ‘시를 안 쓰는 벗’을 귀퉁이에, 아니 한복판에 앉히고서 도란도란 수다잔치를 할 만하지 싶습니다. 그나저나 볕이 눈부신 어제는 작은아이 말마따나 바다마실을 하며 실컷 물결놀이에 모래놀이를 했고, 하루 지난 오늘 비로소 빨래잔치를 벌였습니다. ㅅㄴㄹ 굶어도 좋고 밟혀도 좋고 손가락질받아도 좋다 / 빗길을 걸어가서 보고 싶은 사람 만나게 해주고 / 눈길을 걸어가서 사랑을 만질 수 있게 해준다면 (맹도견/18쪽) ― 술자리에 시인 친구 하나는 있어야 구색이 맞지 / 요즘 더러 듣는 이야기 (구색/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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