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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움도 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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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 오는 날이 싫었다. 쨍쨍해야 하는 낮에도 밤처럼 어두침침해서였다. 해바라기도 아닌데 늘 쨍쨍한 날만을 좋아했던 것처럼, 나는 인생에서도 좋은 순간만을 기다리며 슬픔과 고통의 시간을 외면해왔다. 좌절의 순간에도 현실을 부정하기에 바빴다. 다시 좋아질 날만 기다리며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것은 긍정이 아닌 현실도피였을 뿐이다. 나이가 들어가도 이런 성향은 쉽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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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비 오는 날이 싫었다. 쨍쨍해야 하는 낮에도 밤처럼 어두침침해서였다. 해바라기도 아닌데 늘 쨍쨍한 날만을 좋아했던 것처럼, 나는 인생에서도 좋은 순간만을 기다리며 슬픔과 고통의 시간을 외면해왔다.

 좌절의 순간에도 현실을 부정하기에 바빴다. 다시 좋아질 날만 기다리며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것은 긍정이 아닌 현실도피였을 뿐이다. 나이가 들어가도 이런 성향은 쉽사리 바뀌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경번 작가의 소설집은 외면했던 어두움, 좌절, 그리고 기다림에 대해 깊은 통찰을 건네주었다. 책을 읽으며 끊임없이 자문했다. '왜 어둠을 직시하지 못하는가? 어둠이 지나고 올 빛만 쫓는 게 과연 옳을까?'

 웅크리고 때를 기다리는 시기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리고 이때야말로 큰 성장을 위한 힘을 모으는 순간이다. 어둠은 그런 것이었다. 밝은 빛을 찾아가기 위해 스스로를 정돈하는 놀라운 힘이 있는 것이다. 마치 캄캄한 밤에 눈이 적응하면서 주변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듯이. 성장과 상처의 회복 과정도 그저 아프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한없이 울다가도 배고프면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어이없는 상황에는 헛웃음도 나는 법이다.

 이 소설집에는 일곱 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각각의 주인공들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어두움을 안고 있다. 그들이 겪는 고통과 현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손을 잡아주듯 응원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가장 짙은 어둠은 『굿문, 시인의 까망 이슬』의 '시인'을 통해 만났다. 위험한 탄광에서 일하는 그에게 소중한 동생 영태가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합류한다. 무리한 작업 끝에 동생이 사고로 목숨을 잃고, 삶의 희망이자 전부였던 동생을 잃은 시인의 고통이 더욱 절절해지는 것은 그 비극의 장소가 바로 자신의 일터라는 현실 때문이다.

 특별히 애정이 가는 작품은 『너를 기억한다』다. 주인공 해원에게서 20대의 내 모습이, 때로는 친구의 모습이 겹쳐 보이며 애틋함이 느껴진다. 내면의 허전함을 외부에서 채우려 부단히 노력하던 이십 대의 시절이 떠오른다. 극단적 선택을 할 만큼 세상이 무너지는 사랑의 이별을 겪는 그녀의 아픔이 더욱 가슴 깊이 다가온다.

 『화담』은 유독 흐린 날에 읽으면 더욱 깊이 있게 다가오는 책이다. 흐린 날이 많은 겨울에 이 책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이 소설집을 통해 일상의 따뜻함에 감사하게 되었고, 내가 겪었던 쓰린 상처들을 돌아보며 보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어둠을 피하며 상처를 덮어두기보다 그저 꾹 참으며 시간이 지나길 바랐던 부족한 나 자신도 이해하게 되었다.

 세상에 아픔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이 소설들을 따라가며 등장인물들의 아픔을 돌아보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상처도 조금씩 치유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픔이 원망스럽거나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이 책을 진심으로 추천한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t********2 2024.12.06. 신고 공감 16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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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슬픔을 떼어내려는 것처럼 전달되어 조금 힘들었다. 위태로운 모습이 아니었기에 회복하는 과정이라
"마음이 슬픔을 떼어내려는 것처럼 전달되어 조금 힘들었다. 위태로운 모습이 아니었기에 회복하는 과정이라" 내용보기
경번 소설집 [화담]_다시문학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종종 딸 아이 때문에 힘든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는데 오늘에서야 그 힘듦의 시작을 알게 되었다. 그간 아무에게도 털어 놓지 못한 속내를 오늘 나에게 살며시 풀어놓았다.  3년의 시간을.....친구는 딸아이가 갑상선이상으로 나타나는 증상들이 있었는데 그것을 처음에는 사춘기앓이로 치부하고 넘어갔다고 했다.안구가 돌
"마음이 슬픔을 떼어내려는 것처럼 전달되어 조금 힘들었다. 위태로운 모습이 아니었기에 회복하는 과정이라" 내용보기
경번 소설집 [화담]_다시문학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종종 딸 아이 때문에 힘든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는데 오늘에서야 그 힘듦의 시작을 알게 되었다. 그간 아무에게도 털어 놓지 못한 속내를 오늘 나에게 살며시 풀어놓았다.  3년의 시간을.....

친구는 딸아이가 갑상선이상으로 나타나는 증상들이 있었는데 그것을 처음에는 사춘기앓이로 치부하고 넘어갔다고 했다.
안구가 돌출되는 외적 변화를 겪는 딸, 친구들로부터 따돌림 당하는 딸, 14살 사춘기 소녀는 등교 거부가 시작되었고, 그 고통의 시간이 점차 자신만의 잘못인 것처럼 느껴져 미칠 것 같았다고 했다. 딸의 어려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고 있었다. 딸아이의 힘듦을 다 몰라준 . ‘이제 망한 인생’이라고 말하는 딸에게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주어야 했던 친구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물결치는 고통의 시간을 지나와 평온의 단계에 이제 막 들어선 친구가 밋밋하게 건네는 이야기에 내 마음이 이상하게 요동치는데도 말로는 표현이 안 되었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경번의 소설 [사우다드]가 떠올랐다. 상처가 씹히고 씹혀 고통을 느끼지 못할 것 같은 친구가 주인공 같아서였다. 차분히 자신의 이야기를 해준 친구의 마음이 슬픔을 떼어내려는 것처럼 전달되어 조금 힘들었다. 위태로운 모습이 아니었기에 회복하는 과정이라 믿는다.  

 

그 친구에서 경번의 [화담]을 선물하였다. 단편마다 달래지지 않은 슬픔이 저마다의 흐름으로 희석되는 것을 친구는 나보다 더 잘 흡수할 것 같다. 

긴 어둠의 동굴을 지나며 외로움 중인 친구의 딸과 무거운 고독을 한결 가볍게 내려놓기 시작한 친구에게 응원이 되었으면 한다. 자신을 잃고 방황하는 시간이 지나, 그 속에서 자신을 되찾는 과정을 겪으며, 단순한 부정적 감정이 아니라 자기를 달래어 더 평온했으면 한다. 

꼭 사우다드 속 주인공처럼. 

 
 "여자는 이제 자기에게조차 고백하기 두렵고 은밀한 비밀들을 글로 풀어내는 데 속도가 붙을지 모른다, 그렇게 글 속에서 자기 고백을 은근히 가미하면서 젖은 속옷을 말리는 일은 하고 있다. 아직 쓰이지 않은 새로운 시간과 이야기를 기록하기 위해 현재에서 과거로, 미래에서 현재로 스치고 지나가며 뜻밖의 여정에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마음조차 한 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며 무릎걸음으로 걸어와 차츰차츰 저리도 하얗게 웃으니 이 자리가 바로 충만한 회귀이자 위대한 안식이다.”사우다드, 경번, 다시문학, 85~86쪽  
YES마니아 : 로얄 p******5 2024.12.08. 신고 공감 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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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다드 : 깊이 사랑했지만 돌이킬 수 없이 망가져 버렸거나 더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에 대한 찬란한 슬픔
"사우다드 : 깊이 사랑했지만 돌이킬 수 없이 망가져 버렸거나 더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에 대한 찬란한 슬픔" 내용보기
사우다드 : 깊이 사랑했지만 돌이킬 수 없이 망가져 버렸거나 더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에 대한 찬란한 슬픔『화담』 경번 지음, 다시문학「마침내 서서히, 빈 집」의 주인공 여자는 남편에게 상습적으로 맞아 눈이 시퍼렇다. 균열이 있는 끔찍하게 추운 집, 떠난 남편의 빈 서랍은 고독하고, 고단한 여자를 단적으로 표현한다. 남편의 폭행으로 계속 아이를 잃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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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다드 : 깊이 사랑했지만 돌이킬 수 없이 망가져 버렸거나 더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에 대한 찬란한 슬픔

『화담』 경번 지음, 다시문학



「마침내 서서히, 빈 집」의 주인공 여자는 남편에게 상습적으로 맞아 눈이 시퍼렇다. 균열이 있는 끔찍하게 추운 집, 떠난 남편의 빈 서랍은 고독하고, 고단한 여자를 단적으로 표현한다. 남편의 폭행으로 계속 아이를 잃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아이를 간절히 원한다. 이웃집 세탁소 강씨의 일방적인 폭행으로 생긴 생명마저도 여자는 지키기를 원했지만 아이를 잃고야 만다. 남편은 집을 나가고 공방 운영도 쉬게 된다. 철거 예정인 남편이 떠난 집은 붕괴가 계속 진행되고 균열은 영역을 넓혀가는데 여자는 공방으로 다시 나간다. 나만 쓰레기야? 안타깝지만 우리 마음속에는 타인의 고통을 즐거워하는 감정이 존재한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마음속 또 한편에는 이와 대등한 공감 능력과 연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는 여자의 아픔을 들여다보며 아픔을 공유했다. 가슴이 먹먹한 것 이상의 아픔을 느끼며 가슴이 콱 막혔다.


여자는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턱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웃어 보이려 했지만 사람들이 외면했다. 그들은 끔찍해 하면서도 흥미로운 표정들을 지으며 공방을 나갔다.

「마침내 서서히, 빈 집」 p36

“동거를 하던 여자가 임신 사 개월째 접어드는 애를 긁어내고 도회로 달아나 버렸을 때도, 아버지가 간암으로 고통스러워하다 고통에 못 이겨서 칼로 목과 배에 자해하여 자살했을 때도 그냥 소주를 마시고 일을” 한 남자, 자식을 먼저 잃은 야윈 중년 여자, 부모님의 석연찮은 죽음으로 외롭고 쓸쓸하게 자라 혼자 술을 마시는 남자, 계모에게 애인을 빼앗긴 여자가 등장한다. 인간의 불행, 죽음, 좌절, 배신, 상처, 고독, 슬픔 등 수많은 아픔이 담담하고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너의 아픔이 나의 아픔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해할 때, 그게 나의 이야기일 수 있음을 알 때, 결국 너와 나의 삶이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경번의 표현은 삶의 깊은 단면을 응시하도록 우리를 이끈다. 그리고 결국 깨닫게 된다. 이것은 소설이 아니라 늘 우리 옆에 있는 우리가 잊은 수많은 사실이라는 것을.


경번의 소설은 슬픔으로부터 달아나게 하기보다, 감정을 더욱 생생하고 날카롭게 바라보게 한다. 슬픔은 삶의 중요한 부분이다. 스쳐갔거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쪽은 슬픔이 아니라 오히려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나쁘기만 한 것은 없다. 슬프기만 한 일도 없다. 자기 자신을 통해서 저마다의 슬픔이 달래질 수 있도록 가난하고, 버림받고, 상처받고, 배신당한 그들을 이해하고 있다는 깊은 끄덕임과 진심으로 네 말에 공감하고 있다는 눈 마주침으로 위로하고 싶다. 말 없는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과 화담을 함께 읽고 싶다. 무정한 위로 대신 경번의 『화담』을 통해 다정하게 이야기 나누고 싶다.


경번은 먼 길을 돌아와 읽고 쓰기의 수난을, 백지에 문장을 쏟아내는 일을 기어이 하고 있다. 그에게 쓰는 일은 어느새 하고 싶은 것들에서 우선순위가 되었다. 그는 ‘책이 가진 운명에 따라 그 누군가에게 가 닿았을 때 부디 아프지 않기를 바란다. 경험만으로는 대신할 수 없는 다양한 이야기가 어딘가에서 다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라고 말한다.

1995년 한국여성문학상, 2020년 〈문학과의식〉 신인상을 수상했고, 소설 동인집〈신소설〉에 참여작가로 활동했다. 소설집 『화담』에는 7편의 단편 '마침내 서서히, 빈 집', '사우다드', '화담', '진홍토끼풀밭에 밤이 내리면'. '연화, 마주치다', '너를 기억한다', '굿문, 시인의 까망 이슬'이 수록돼 있다.

YES마니아 : 로얄 c*******k 2024.12.04. 신고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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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사람은 맺고 끊어진 관계의 합이다.
"나라는 사람은 맺고 끊어진 관계의 합이다." 내용보기
관계 속에서 고통받는 이유 중 하나는 상대방을 이해할 수 없고 관계 속에 나 자신을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답답함에서 비롯되어서가 아닐까. 관계는 혼자 만들어내는 게 아니니 답답하건 화가 나 건 관계는 계속된다. 시간 속에 수많은 관계들이 묻히기도 하고 새로이 피어나기도 하면서.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관계의 모습은 모두 제각각이다. 오죽하면 100쌍의 커플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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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속에서 고통받는 이유 중 하나는 상대방을 이해할 수 없고 관계 속에 나 자신을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답답함에서 비롯되어서가 아닐까. 관계는 혼자 만들어내는 게 아니니 답답하건 화가 나 건 관계는 계속된다. 시간 속에 수많은 관계들이 묻히기도 하고 새로이 피어나기도 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관계의 모습은 모두 제각각이다. 오죽하면 100쌍의 커플이 있다면 100개의 사랑이 아닌 200개의 사랑이 있다고 할 정도니까. 화담에는 관계에서 일어나는 이별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내 삶 속에서 관계를 맺고 이별을 할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제 삼자의 눈으로 보니 답답했던 과거의 기억들이 조금은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화담 챕터에서 일어나는 모습들은 이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이별을 하고 있다. 관계 속 만남은 언제나 즐겁고 설렌다. 반면에 이별은 아쉬움과 타다만 재처럼 미련을 남기곤 한다. 삶이 지속될수록 내 안에는 청소되지 않은 찌꺼기들이 여전히 많음이 느껴진다. 관계가 활활 다 잘 타버렸는지 돌아볼 새도 없이 다른 관계가 계속해서 내 삶에 비집고 들어오니까. 또 이별을 통해 생기는 아쉬움을 돌아보기보다 새로운 만남에서 오는 즐거움과 설렘이 내게는 더 좋은 자극으로 느껴졌다. 이제 보니 좋은 감정보다는 슬픔과 고독 외로움 같은 이별의 감정들이 나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화담 속 주인공들은 정말로 슬픈 이별을 한다. 믿었던 상대에게 버림받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지기도 하고, 잡고 싶은 상대가 잡히지 않기도 하고, 한여름 밤의 꿈처럼 추억했던 곳이 사라지기도 하고. 세상의 모든 관계 속 이별을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별은 내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해주고 묵여있던 감정들을 치유하는 시간이 되었다. 


“지유는 시간은 흘러가는 게 아니라 이렇게 자꾸 오는 그것이라는 말을 떠올릴 때마다 추억을 통해 인생은 천천히 지나간다는 말도 함께 떠오른다. 불경한 꽃말이 없듯이 추악한 추억도 없는 것이다. 그토록 견딜 수 없던 시간도 지나고 나면 다시 그리워지니 시간이란 얼마나 많은 어제를 집어삼킨 구멍인가 생각했다.


지유는 오랜 침묵 끝에 말하기 시작한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이 얼마나 수고로운 인생인가?“

너를 기억한다, 경번,다시문학, 204쪽


y*********0 2024.12.11.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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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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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할 수 있는 조건을 덜 갖춘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기 자신이 상대적으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 온당한 일일까. 현자처럼 말하는 것은 또 얼마나 위선인가. 사우다드 81p친구를 보며 상대적으로 행복하다는 안도감이 있었다.내 스스로 아니라고는 했지만 분명 그런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현자처럼 말한 기억도 생생하다. 친구와 나는 멀어졌다. 정확히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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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할 수 있는 조건을 덜 갖춘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기 자신이 상대적으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 온당한 일일까. 현자처럼 말하는 것은 또 얼마나 위선인가. 사우다드 81p

친구를 보며 상대적으로 행복하다는 안도감이 있었다.
내 스스로 아니라고는 했지만 분명 그런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현자처럼 말한 기억도 생생하다. 
친구와 나는 멀어졌다. 정확히 말하면 그녀는 아직 내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경번의 책을 읽고 느낀 마음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뜨거움>이다.
작가인 그녀의 뜨거움이 독자인 나를 낯 뜨겁게 만든다. 
글을 통해 삶에 대한 뜨거움, 사람에 대한 뜨거움.
그리고 그 뜨거움 속에서 용솟음치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본다.
그렇게 나는 어렵고 불편하지만, 아름다운 이 소설들을
감사하게 바라보게 된다.

진홍토끼풀밭에 밤이 내리면 에서처럼 
당장 오늘 밤 죽겠다는 후배의 문자 한 통으로 잠 못 이룬 날이 있었다.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으니,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친구가 정말 죽으면 어떡하지? 내가 도와줘야하는데...
지금 그녀에겐 나밖에 없는데...’ 밤새 생각들이 바람개비처럼 돌아갔다.

다행히 친구는 살아있었다.
그 이후로 부족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20년이 흐른 지금은 아무 때나 전화해도 반기는 사이가 되었다.
그녀가 얼마나 괴로웠을지 아파하며 함께 울고 머물렀던 그때 
내게 상대적으로 행복하다는 안도감 따위는 없었다.
‘너와 나의 인생인데 우리가 같이 걷고 있구나.’ 생각했다.
 
책을 읽으며 
이상하리만큼 더 사랑하고 싶어졌고 더 살아가고 싶어졌다.
“희망이 뭘까? 내가 좋아하고 원하고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어디인가?”
나는 뜨겁게 살아갈 수 있을까? 
뜨거울수록 외로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가슴이 미리 시리다.
그 길은 모르지만, 오늘도 걸어가 보기로 한다.  

자아, 이제는 슬슬 가 봐야지. 가도 가도 끝도 없는 천 리 길이다마는, 어쩔 것이야, 어디건 가기는 가야지, 
나 새로운 길을 가면 능소화 화관을 쓴 누이를 만날 텐데, 그걸 자네가 방해할 생각은 아니겠지. 고상한 자네의 도움으로 천상에 올라 몸소 구름 열어 보며 힘차게 겨루어 보고 싶어지네. 그럼 눈부신 황금빛 꽂무리 선명함과 마주할 수 있지 않겠나. 화담 114p 
9*****2 2024.12.10.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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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과의 화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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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화담』  나 자신과의 화담이런 아픔과 슬픔은 어디에 숨어 있다가 나오는 것일까? 책을 읽으며 이렇게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해 오기는 처음이었다.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표현하기 위해 이런 많은 단어와 비유를 들어 행동 하나하나의 슬픔까지도 끌어낼 수 있는 것인지. 작가의 필력과 글의 힘이 참으로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가끔 나보다 못한 상황에 부닥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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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화담』 
 나 자신과의 화담

이런 아픔과 슬픔은 어디에 숨어 있다가 나오는 것일까? 책을 읽으며 이렇게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해 오기는 처음이었다.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표현하기 위해 이런 많은 단어와 비유를 들어 행동 하나하나의 슬픔까지도 끌어낼 수 있는 것인지. 작가의 필력과 글의 힘이 참으로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가끔 나보다 못한 상황에 부닥친 사람들을 보며 내가 그나마 행복한 사람임을 깨닫곤 한다. 하지만 세상에 나보다 못한 사람만 있지는 않았다. 온라인상에서 보이는 인플루언서들의 삶을 볼 때마다 괴리감을 느낄 때가 많았다. 연예인들의 화려한 삶을 보며 동경하다가도 그들이 스트레스와 긴장감으로 무너져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을 볼 때면 그저 평범한 내 삶이 낫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누구와 비교도 아니고, 세상에서 혼자되는 것도 아니라 그저 무심히 지켜보는 것이 옳겠다는 작가의 말이 내 마음에 꽂혔다.

“ 흘러가는 시간을 무심하게 지켜보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사는 가장 안전한 방법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사우다드」 81p 중에서  

“화담” 내가 아는 그 뜻인가? 화담숲에 다녀온 기억을 떠올리니 화담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눈다’는 뜻인데, 책의 제목과 동일한 제목의 소설을 읽어보니 정다운 이야기라기보다 너무 아파서 송곳으로 찌르는 느낌의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 중간중간 한자어와 어려운(잘 쓰지 않는) 어휘들이 많아서 네이버와 한자 사전을 찾아보며 글을 읽어냈다. 주인공의 깊은 상처를 들추고 아픔을 표현하는 방식을 보며 저자에 대해 궁금해지기도 했다. 작가 경번은 임상심리학을 전공한 사람이었다. 글에서 상처를 꺼내서 어루만지는 내용의 표현들에 조심하려 애쓴 흔적이 보였다. 1부를 무척 힘들게 읽어 내려갔지만, 책의 끝으로 갈수록 나는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 상처라고만 생각했던 추억이 열나흘 동안 나를 먹여 살리며 숨 쉬게 한 거라면 자넨 혹시 어떤 마음인지 알려나? ” 「화담」 110p 중에서 

일생 그렇게 믿고 있던 상처들이 나를 먹여 살린다니, 죽음 같은 어둠 속에서 상처를 떠올리며 살아나왔다니..사람에게 추억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아픔도 상처도 용서로 승화시킬 수 있는 사람의 본성은 진짜 무엇일까? 오랫동안, 이 글에서 머물러 있었다.
 
나는 신앙인으로서 가끔 이런 말을 하곤 했다. “ 하느님은 내가 견뎌 낼 수 있는 만큼의 고통을 주신다 ”라고 말이다. 그러므로 나는 어떠한 시련도 이겨 낼 수 있다고 믿고 살았다. 너무나도 고통스러워서 나 자신을 위해 다지는 말이기도 했다.
 오늘 나는 그동안 나 자신을 괴롭혔던 내 약한 마음과 화해하고 싶어진다. 약한 마음이 아니라 배려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힘들었을 나에게.. 고맙다, 잘했다고 말해 주고 싶다. 오랜만에 내 마음과 화담을 나누었다.
 
b****9 2024.12.04.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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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대한 연민은 그 자체로 고통이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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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대한 연민은 그 자체로 고통이라는 사실.”-<<화담>>, 경번, 다시문학고통을 연민 없이 마주할 수 있을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내 고통, 타인의 고통, 아직 오지 않은 고통까지 모두 다 끌어안으려 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알게 되었다. 고통을 연민하는 것은 인간이 떨쳐낼 수 없는 본능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누군가 아프다고 말하면, 나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고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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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대한 연민은 그 자체로 고통이라는 사실.”
-<<화담>>, 경번, 다시문학

고통을 연민 없이 마주할 수 있을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내 고통, 타인의 고통, 아직 오지 않은 고통까지 모두 다 끌어안으려 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알게 되었다. 고통을 연민하는 것은 인간이 떨쳐낼 수 없는 본능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누군가 아프다고 말하면, 나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고 상상했다. 그 상상 속에서 나도 아파하며, 어설픈 위로를 건넸다. 하지만 그 위로는 늘 부족했다. 마음 한구석에는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헛헛함이 남았다.

고통은 하나의 경험으로 지나가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풀어야 할 문제처럼 다가왔다. 나는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려 했고, 아픔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곤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고통은 점점 단단해지고, 무거워졌다. 그것은 연민 때문이었다. 연민하는 만큼 고통은 나를 떠나지 못했다.

그렇다면 연민을 끊어내야 할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연민을 끊어낸다면 인간다움도 함께 사라질 것 같았다.

살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고통을 연민하기에 고통스러워지지만, 그 연민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는 것을. 연민이 누군가의 고통에 나를 다가서게 하고, 그 고통 때문에 내 마음이 흔들린다는 것을. 흔들리는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바람에 흔들리는 목련처럼, 타오르는 불꽃처럼, 파도에 부서지는 겨울 바다처럼.

“모양은 다르겠지만 각자에게 부여된 외로움의 몫을 견디면서 살아가는 거잖아.”
-<<화담>>, 경번, 다시문학

경번 작가의 『화담』은 겨울 바다를 닮았다. 차갑고 쓸쓸하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칼바람이 부는 해안가에 홀로 선 기분이 들었다. 그 풍경은 냉혹했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온기 또한 선명했다. 차갑기만 한 줄 알았던 바다 위로 숨결 같은 물결이 번져가고 있었다.

작품 속 한 인물은 이렇게 말한다.
“그저 상처라고만 생각했던 추억이 열나흘 동안 나를 먹여 살리며 숨 쉬게 했다면, 자넨 혹시 어떤 마음인지 알려나?”

그 물음에 나는 오래 머물렀다. 아팠던 기억이 결국 나를 살아가게 했던 원동력이었음을, 내가 지우려 했던 상처가 사실은 삶의 일부였음을 받아들여야 했다. 『화담』은 상처를 치유해야 할 대상으로 그리지 않는다. 상처는 고통이면서도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는 흔적이다.

책장을 덮으며 생각했다.
쓸쓸함 속에서도 살아가야 한다는 것. 고요한 바다의 파도가 절대 멈추지 않듯, 상처 속에서도 삶은 끝내 흐른다는 것. 『화담』은 그런 진실을 조용히, 그러나 선명히 전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