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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 종이책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 허윤, 손희정, 이민주, 김애라, 김수아 저 외 14명 공저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 허윤, 손희정, 이민주, 김애라, 김수아 저 외 14명 공저" 내용보기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지만,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성범죄와 여성혐오를 양산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2019년의 N번방 사건은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이후 2024년까지의 기간 동안 디지털 성범죄는 더욱 교묘하고 심각한 양상으로 발전해왔다. 디지털 성범죄는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성적 폭력과 착취를 포함하는 넓은 범위의 개념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 허윤, 손희정, 이민주, 김애라, 김수아 저 외 14명 공저" 내용보기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지만,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성범죄와 여성혐오를 양산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2019년의 N번방 사건은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이후 2024년까지의 기간 동안 디지털 성범죄는 더욱 교묘하고 심각한 양상으로 발전해왔다. 디지털 성범죄는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성적 폭력과 착취를 포함하는 넓은 범위의 개념이다. 이는 딥페이크와 같은 기술을 이용한 성범죄, 사이버 스토킹, 그리고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그 피해는 물리적 폭력과 다름없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범죄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디지털 페미니즘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디지털 페미니즘은 기술과 미디어를 통해 여성의 권리를 향상시키고, 성폭력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데 중점을 둔다. 이는 온라인에서의 행동에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에서도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으로 이어진다. 페미니스트들은 디지털 공간에서의 고발과 행동을 통해 사회적 변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법과 제도의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에 이러한 디지털 페미니즘의 활동과 연구에 대한 주제를 종합한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이었다. 현 시점에서의 디지털 성범죄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디지털 페미니즘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분석한 결과인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가 가져오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접근법과 실천적 방안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디지털 페미니즘이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는 저자들의 노력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분석과 노력을 통해서 디지털 성범죄의 실태와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디지털 페미니즘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사이버 공간에서의 현재의 문제를 읽어내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서문: 페미니스트답게 질문하기 (허윤)

1부. 온라인 여성혐오, 기술과 함께 진화하다

1장 디지털 시대, 고어 남성성의 등장 (손희정)

2장 메갈 밥줄 끊기의 역사 (이민주)

3장 딥페이크 이미지는 어떻게 실제와 연결되는가 (김애라)

4장 온라인 공간을 횡단하는 여성들 (김수아)

2부. 디지털 사회 속 여성주의 지식을 생산하다

1장 '위치지어진' 개발자들과 페미니스트 인공지능 (이지은,임소연)

2장 성차별, 있는데 없습니다 (권현지?황세원·노가빈?고민지,장인하)

3장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스트-연구자 되기 (김미현)

4장 지역 여성주의 네트워킹을 되짚다 (김혜경)

3부, 차별과 맞물리는 신자유주의적 현실을 보다

1장 능력주의는 어떻게 구조적 성차별과 공모하는가 (엄혜진)

2장 젠더 이후의 젠더 정치학 (김보명)

3장 돈 되지 않는 몸을 가진 남성-피해자들 (김주희)

4장 성평등한 일-돌봄 사회로 (신경아)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우리 사회의 여러 측면에 영향을 미쳤지만, 특히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저자들은 사이버 레커, 딥페이크 성폭력, 그리고 온라인 여성혐오 현상 등을 분석하고, 이와 관련된 페미니즘의 대응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각 장에서 다루는 다양한 문제들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맥락을 통해 우리는 현재의 디지털 사회에서 여성들이 직면한 현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고어 자본 주의' 개념을 통해 한국 사회의 '고어 남성성'을 조명한다. 디지털 공간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은 가상의 유희가 아니라, 실제로 신체적 폭력을 동반하는 현실로 이어진다. 사이버 레커와 웹하드 카르텔은 여성의 신체와 이미지를 착취하여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 어떻게 자본과 결합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서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저자는 또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서브컬처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발생하는' 메갈 색출' 현상을 다룬다. 온라인 집단행동이 여성과 페미니스트들을 어떻게 낙인찍고 사회경제적 기반을 박탈하는지를 분석하며, 이는 소비자의 이름으로 이루어진 폭력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이러한 현상은 여성에 대한 차별을 강화하 고, 페미니즘 운동의 기반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최근 그 파장이 크게 이슈되었던 딥페이크 성범죄와 사이버 스토킹 등 '기술매개 성폭력'의 정의와 실질적 피해를 상세 분석해 준다. 디지털 피해는 물리적 폭력과 연결될 때에야'진짜 피해'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지만, 기술매개 성폭력은 온라인뿐 아니라 대면 현실에서도 피해를 발생시킨다. 현재의 성폭력 판단 기준이 기술매개 성폭력의 실질적 피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로 부각된다.




ICT 기술 개발과 함께 IT업계로의 여성 진출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여성 청년 개발자의 위치성을 통해 페미니스트 인공지능의 가능성도 탐색한다. AI 챗봇' 이루다 '가 혐오 발언을 반복하는 사례를 통해, 기술 개발 과정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혐오와 성차별 문제에 개입하는 페미니스트 개발자의 역할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또한 IT 개발자 문화 속에서의 젠더 편향을 분석한다. 소프트스킬의 탈젠더화와 여성의 업무 배제 등 미시적 차별이 심층 인터뷰를 통해 드러나며, 이는 기술 분야에서 성차별이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문제는 기술 발전이 성평등을 이루는데 한계를 지닌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례로 디지털 네이비트 세대이자 청년 페미니스트 연구자로서의 경험을 되짚는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연구와 소통은 새로운 여성주의 지식 생산의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동시에 현실적인 고민과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서울 중심의 재현을 넘어 지방 페미니스트들의 리부트에 대한 주제도 있었다. '페미니즘 불모지'로 여겨졌던 지역에서의 여성주의 운동은 친여성주의적 지방정부와 소규모 대면활동을 통해 전개되어왔다. 이는 지역적 맥락에서 여성주의가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능력주의가 어떻게 구조적 성차별과 공모하는지를 분석하여, 능력주의 담론은 여성의 성적 차이를 시민의 자질과 연동하여 여성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 공정' 담론과 포스트페미니즘의 연관성을 비판적으로 살펴보며, 성차별이 어떻게 정당화되는 지를 이야기 한다. 이 이외에 신자유주의적 안티페미니즘과 보수 개신교 반동성애 운동, 급진 페미니스트들의 입장에 대한 주제 등은 흥미롭다. 세 진영 모두 '젠더'에 반대하지만, 젠더는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문화적 과정과 기제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한다. 이는 젠더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능력주의가 금융 자산화 시대에 남성들의 분노를 불러오는 과정을 분석한 주제는 흥미로운 결론이었다. '지속적으로 수익을 발생시키는 자산으로서의 몸'을 가진 여성에 대한 폄훼는 남성들이 자신의 몸을 자본화할 수 없다는 불만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여성의 몸을 자본화하는 문제를 비가시화하게 만든다고 한다. 또한 여성의 출산과 돌봄 문제에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인정되지 않는 사회에서 여성들은 출산을 회피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현재의 저출생 대책을 비판하며, 일과 돌봄이 양립하는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을 제시한다.



사회적 편견과 갈등 속에서도 페미니스트들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행동해왔다. 정부와 사회가 반복되는 젠더 폭력을 방관하는 가운데에서도, 페미니즘적 고민은 현실 문제에 개입하며 법적,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온라인 공간에서의 고발에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에서의 모임과 행동으로 확산되며,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 페미니즘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여성혐오와 차별이 더욱 교묘해진 상황에서도, 온라인 페미니즘은 사회가 목도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지니고 있다. 디지털 공간에서의 행동과 고발은 여성의 권리를 향상시키고 성폭력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의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이러한 맥락에서, 디지털 성범죄와 그로 인한 피해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접근법과 실천적 방안이 필요하다. 법과 제도의 개선, 기술적 대응, 그리고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모든 구성 원이 참여해야 할 문제다.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은 이러한 변화의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계보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 총리뷰

4차 산업혁명의 생성형 인공지능 AI 디지털 시대에 여성들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기술 과 사회의 상호작용을 통해 여성혐오가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페미니즘이 이러한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디지털 사회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차별과 폭력에 맞서 싸우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는 모두의 책임이다. 사회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사회적 구조를 동 시에 고려해야 하며, 지속적인 논의와 행동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달의 사락 p****r 2024.11.13.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 의제와 여러 쟁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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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은 한국여성학회 40주년을 맞아 기획된 책으로,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나타난 새로운 양상의 여성혐오와 페미니즘 운동을 정리한다. 흥미롭게 읽은 꼭지는 온라인 페미니즘 운동의 역사와 현재를 다룬 김수아의 〈온라인 공간을 횡단하는 여성들〉과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나타난 페미니스트들 사이 젠더 인식을 다룬 김보명의 〈젠더 이후의 젠더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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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은 한국여성학회 40주년을 맞아 기획된 책으로,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나타난 새로운 양상의 여성혐오와 페미니즘 운동을 정리한다. 흥미롭게 읽은 꼭지는 온라인 페미니즘 운동의 역사와 현재를 다룬 김수아의 〈온라인 공간을 횡단하는 여성들〉과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나타난 페미니스트들 사이 젠더 인식을 다룬 김보명의 〈젠더 이후의 젠더 정치학〉, 능력주의 개념의 성차별적 성격과 이것이 페미니즘에서 신자유주의적 자기계발주의로 나타나는 양상을 다룬 엄혜진의 〈능력주의는 어떻게 구조적 성차별과 공모하는가〉이다. 머리말의 제안대로 김수아와 김보명의 글을 함께 읽으며 페미니즘 대중화가 남긴 딜레마를 생각해 볼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엄혜진의 능력주의를 다룬 글 역시 최근 온라인 페미니즘 운동에서 나타나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온라인 페미니즘 운동의 역사와 현재


〈온라인 공간을 횡단하는 여성들〉의 저자는 안전한 공간을 찾으려 한 여성들의 역사와 여성들이 안전하게 모이면서도 포용적인 연대를 만드는 방법을 논한다. 그는 ‘여성시대’나 ‘메갈리아’를 비롯한 여러 온라인 여성 공간이 만들어진 이유를 1999년 헌법재판소의 군 가산점제 평등권 침해 판단 이후 온라인상에서 벌어진 여성에 대한 공격에서 찾는다. 당시 여성을 위협하는 온라인 공간의 문제가 대두되었으나 우리 사회가 해당 현상을 여성혐오로 개념화하지 못하면서 여성들은 스스로 안전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이를 계기로 안전한 온라인 공간을 찾으려는 여성들의 노력이 지속되었다는 것이다. ‘메갈리아’ 이전에도 여러 유료 웹사이트나 ‘여성시대’ 등으로 대표되는 포털 사이트 카페 등 폐쇄적인 여성 공간이 만들어졌으며, 2010년대 중후반부터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더 공개적인 온라인 공간에서 페미니스트들의 자발적인 연결이 이루어졌다.


  최근 SNS에서 일어나는 페미니즘 운동은 기존 사회 운동과 달리 시민단체와 같은 하나의 구심점을 필요로 하지 않고, 빠른 시간 내에 폭발적으로 전개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지난 8월 말부터 딥페이크 범죄 사실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X(옛 트위터)에서 페미니스트들은 딥페이크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해시태그 운동을 벌였고, 해당 해시태그로 전 세계 트렌드 2위에 오르는 성과를 만들었다. 2018년에 벌어진 미투운동도 비슷한 예시로 볼 수 있다. 다만 디지털 행동주의는 기존 사회 운동과 비교해 지속성이 떨어지며, 단지 SNS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 사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결국 사회 전환을 위해서는 기성 언론의 보도나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디지털 행동이 여러 소수자 개인의 주체적인 참여를 이끌어냄으로써 이들의 목소리를 가시화하고, 구조적 차별의 존재를 일깨우며, 오히려 레거시 미디어의 보도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의의를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언론이 SNS 여론을 기사 작성에 활용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개인들이 디지털 행동을 통해 입법 청원을 독려하는 등 정책 결정 과정에 개입하려고 시도한다는 점으로 볼 때 디지털 행동이 정치적 효능감을 높임으로써 사회 참여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온라인 페미니즘 운동의 딜레마 : ‘젠더 박살’과 자기계발

다만 온라인상 페미니즘 운동에서 보이는 젠더 배제적인 움직임이나 신자유주의적 자기계발주의는 비판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젠더 이후의 젠더 정치학〉은 젠더 개념이 보수 개신교 반동성애 운동 흐름과 신자유주의적 안티페미니즘, 트랜스 배제적 급진페미니즘(‘랟펨’ *) 사이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오늘날 한국에서 보수 개신교 집단은 이성애중심적 가족 질서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젠더 개념을 공격하고 안티페미니즘을 내세운다. 저자는 페미니즘이 마주한 이 백래시가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다는 점을 짚는다. 19세기 후반 여성 참정권 운동에 반발한 남성과 중산층 백인 여성들, 1990년대 종교계가 내세운 안티페미니즘이 그 기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랟펨’ 사이에서 젠더는 해체 대상으로 규정된다. 이들은 사회적 규범으로서의 젠더를 해체하며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범주를 ‘진정한 여성’의 기준으로 삼는다. 결국 ‘랟펨’의 젠더 정치학은 보수 개신교와 유사하게 본질주의를 강조하고, 트랜스젠더를 배제함으로써 오히려 이들이 젠더 이분법을 해체하는 존재임을 간과한다. 여전히 SNS에서 ‘진정한 여성’ 범주를 주장하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기혼 여성과 좌파 운동권 여성을 거부하거나 페미니스트 행동 규범을 정하는 것과 같은 행위가 주된 예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인셀 남성이나 보수 우파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신자유주의적 안티페미니즘은 여성들이 과거에 비해 남성과 동등한 교육과 노동의 기회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페미니즘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포스트페미니즘’의 부상과 함께 등장했다. 이들은 성평등 정책이 사회 구조적 차별을 시정하는 것임을 무시하며 여성이 ‘태어난 성’을 기준으로 혜택을 받는다고 항의한다. ‘젠더’를 ‘섹스’로 오독한 것이다. 〈능력주의는 어떻게 구조적 성차별과 공모하는가〉는 특히 이 신자유주의의 영향을 받은 포스트페미니즘을 집중적으로 다뤄 능력주의가 성차별을 은폐해 왔으며 페미니스트들의 자기계발주의에도 영향을 미쳤음을 밝힌다. 실제로 일부 여성들은 상위 계층 이동을 곧 성평등 실현으로 여기며 개인의 역량을 강화하고 경제적 삶의 질 향상을 꾀한다. 그러나 앞서 다뤘듯, 애초 신자유주의적 능력주의는 여성의 성적 차이를 결핍으로 보는 문화를 비판 대상으로 삼지 않았고 여성들을 오히려 공정 경쟁 질서의 위협으로 여겼다. 여성들은 능력주의 사회에서 자신이 남성에 비해 열등하다는 편견을 깨면서도 여성 일반에게 부과된 성역할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이중 구속에 시달리기도 했다. 저자는 최근의 페미니즘 운동에서 여성들이 능력주의를 내면화해 욕망을 추구하거나 피해자 정체성을 강조하려는 시도가 나타나는 경향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페미니즘이 능력주의 사회 자체를 비판할 가능성을 기대한다.

 


*

 


나 역시 야망을 품고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자는 분위기를 좇아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건 내 길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지만···. 이후 내 주변의 몇몇 사람들과 자기를 경영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을 느꼈거나 지쳤던 경험을 공유하며 이것이 나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유리천장 문제로 여전히 고위직 여성의 비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모든 여성이 높은 지위를 획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때 각 여성은 계층, 장애, 인종, 연령 면에서 차이를 지니는 존재이며 엄혜진이 언급했듯 개인의 노력과 성취에는 사회적 우연성과 운의 요소도 빼놓을 수 없다는 사실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자기계발에 몰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계발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에게는 그것이 불가피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페미니즘 운동은 자기계발에 몰두할 수밖에 없게 하는 능력주의와 신자유주의 사회를 여성의 관점으로 비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할 때 성차별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차별을 묵인하는 사회 현실을 폭로하고 더 근본적인 수준에서 사회 구조를 전환할 수 있을 것 같다.

 



* 이 꼭지의 저자는 온라인 공간의 래디컬 페미니즘을 칭하는 ‘랟펨’과 학문적 의미의 래디컬 페미니즘을 구분해 사용한다.






···
한겨레출판으로부터 도서를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
글쓴이
<김애라>,<김미현>,<김수아>,<김혜경>,<이지은>,<엄혜진>,<임소연>,<김보명>,<권현지>,<김주희> 저
출판사
한겨레출판


y****4 2024.12.1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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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철해져야 할 때...
"냉철해져야 할 때..." 내용보기
#디지털시대의페미니즘 #한국여성학회기획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9기 #서평단 #서평 #책추천언젠가부터 '페미니즘'이란 단어를 쉽게 사용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페미니즘의 '페'만 이야기를 해도 공격성 반응을 연달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점점 이야기를 하다보면 힘들고 지친다는 느낌이 강했다. 어디부터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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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대의페미니즘 #한국여성학회기획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9기 #서평단 #서평 #책추천


언젠가부터 '페미니즘'이란 단어를 쉽게 사용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페미니즘의 '페'만 이야기를 해도 공격성 반응을 연달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점점 이야기를 하다보면 힘들고 지친다는 느낌이 강했다. 어디부터 어떻게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할까, 막막할 때도 있었다. 말 그대로 혐오였기 때문에. 이런 감정을 되돌리기에 나 혼자의 힘은 미약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말을 아꼈다. 관련 책을 읽자고 말도 못 했다. 최대한 사회 현상들 중 페미니즘은 배제한 채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나의 부족함이 사회적 반감과 만나면서 나타난 모양새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며, 얼마나 많은 부분에서 이유 없는 백러시가 만연해 있는지를 여실히 알 수 있었다.
물론 그들은 이유가 분명하다고 할 것이다. 자본의 논리로, 그리고 폭력의 이름으로.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두고 상품화하고 있음은 오래된 사실이지만, 디지털 시대에 이르러 얼마나 광범위하고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지, 무서울 정도였다. 반복적으로 보이는 일베라는 단어와 이를 중심으로 사라지지 않는 남성성, 혹은 가부장이란 말은, 우리 사회가 아직도 새로운 말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계속 과거로의 회귀만을 갈망하는 사회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왜 우리는 여전히 이 단어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자본주의가 기반이 되고 정치가 끼어들면서 공정이나 평등이란 단어 마저도 폭력과 혐오를 전제로 한 힘의 논리를 보여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능력주의라는 말로 차별을 포장하고 당연시 여기도록 종용하는 사회의 기득권 세력은 여전히 네티즌들의 호응와 인기만을 위한 거침없는 발언들을 서슴치 않는 모습들이있고, 여기까지라는 선과 구분에 대한 판단도 없이 그저 한 순간 이목을 집중시키기만 해도 충분하다는 마음으로 무차별 공격하는 것이었다.
특히 온라인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파급력은 훨씬 더 강력했다. 단순히 누군가의 입을 통해 나온 발언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발언은 또 다른 발언을 낳고 이 발언들은 급속도로 퍼지면서 마치 당연시하도록 만들어놓기 충분했다. 물론 대놓고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다양한 방식과 예상치 못한 형태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하려들지 않으면 알 수 없도록 포장되어 보여졌다. 그 중에서도 MZ 세대라 불리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변화는 기존의 반응을 넘어선 새로운 장르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럴 때 우리는 무얼 어떻게 해야 할까.

스마트폰의 보급 이후 디지털 미디어는 일상생활에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 이는 페미니즘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여성 혐오 발언에 대한 대항 발언도 온라인을 통해서 전파되었으며, 대항 행동 역시 온라인을 통해 조직되었다. 특히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아도 되며 빠른 속도로 전파가 가능하다는 디지털 미디어의 특징으로 인해 성폭력이나 불평든 등 불합리한 일을 고발할 수 있었다.(6쪽)

다시 처음 이야기로 가 보면, 나 혼자의 힘은 미약했다. 혼자 하는 대항 발언도 대항 행동도 힘들었다. 그래서 하지 못했던 말과 행동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되겠다. 이제 나 혼자의 말과 행동이 아닌 온라인을 통한 디지털 미디어의 전파와 움직임은 기존에 다하지 못했던 것들을 가능하게 만들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앞서 느꼈던 것처럼 이런 변화는 곧 디지털 시대여서 더 감수해야 할 부분들이 많아졌음을 뜻하기도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인상을 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읽어 나가며 괴롭고 또 화가 나기도 했다. 심각해졌고 또 진지해졌다. 다양한 술수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기도 했다. 또한 여성 차별과 혐오, 불평등과 폭력 등이 얼마나 많은 미디어를 통해 감춰지고 둔갑되어 대중에게 전달되고 있는가에 두려움을 넘어 공포심이 느껴졌다. 특히 이런 미디어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어린 아이들에게 어떤 가치와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는 것일지, 섬뜩했다. 헌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이 이야기들을 감정으로만 받아들이고 있었다. 마치 무슨 일이 벌어졌을 때, 어떡해, 하는 말만 반복하고 있는 수준에 불과했던 것이다.
냉철해질 필요가 있다. 이 연구 결과들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들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단순한 감정만으로 대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만의 논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이 우리 사회를 움직이고 있는 힘인지, 그런 힘에 쉽게 휘둘리지 않기 위한 단단한 바탕은 이런 연구 결과에서 나올 것이다. 우리가 이런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알고 넘기면 안 된다. 정확한 판단력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을 올바로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학구열이 생겼다. 진심으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여성이란 이유로 당하지 않기 위해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n*****0 2024.11.23.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더 읽고 더 알고 더 논쟁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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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에 대한 무지와 오해는 "너 페미냐?"라는 혐오를 낳고 소신 발언하는 여성을 마녀사냥하고 세상의 절반인 여성을 '남성 공격자' 내지 '남성 혐오자'로 몰아세운다. 방어막이 약하거나 무관심한 사회에서는 오해와 혐오가 범죄로 표출되는데, 사건화되는 범죄는 그나마 이슈화되어 논쟁이라도 되지만 드러나지 않는 범죄는 이슈화도 되지 못하니 더큰 문제가 된다. 이 책은 4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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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에 대한 무지와 오해는 "너 페미냐?"라는 혐오를 낳고 소신 발언하는 여성을 마녀사냥하고 세상의 절반인 여성을 '남성 공격자' 내지 '남성 혐오자'로 몰아세운다. 방어막이 약하거나 무관심한 사회에서는 오해와 혐오가 범죄로 표출되는데, 사건화되는 범죄는 그나마 이슈화되어 논쟁이라도 되지만 드러나지 않는 범죄는 이슈화도 되지 못하니 더큰 문제가 된다. 이 책은 40주년을 맞은 한국여성학회에서 기획한 책으로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 연구를 공유하며 한국 페미니즘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한다.

한국 사회에 '사이버 지옥'이 열리게 된 정치경제적 바탕과 가해자의 문제를 정면으로 파헤친다. 흔히들 괴물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고 하지만 회피와 무시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사이버 지옥'이기 때문이다. 사야크 발렌시아의 '고어 자본주의' 개념을 빌려 디지털 미디어장에서 폭력이 부 축적의 자원이 된 원인을 분석한다. 디지털 고어 자본주의가 형성된 뿌리부터 파헤치는 속시원한 책이다.

고어(폭력과 죽음, 시신 훼손 등)가 상품이 되는 고어 자본주의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하는 이 책은 한국의 온라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폭력이 유희를 넘어 '폭력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전형적인 예로 '웹하드 카르텔'을 드는데, 양진호에 대해 범죄 수익에 대한 몰수도 추징도 없이 5년 형을 선고했을 뿐이라니 대한민국 법률 어쩔. 다큐멘터리 <사이버지옥:N번방을 무너뜨려라>를 언급하며 한국의 고어 남성성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아들 엄마로서 마음이 무거워진다. 고도소비사회에서 폭력을 자본화하지 않길, 고어 남성성에 가닿지 않길, 사이버 레커 시장과 거리 두길, 그저 아이의 양심과 선택에 맡기기도 불안한 터.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고어 남성성의 특징은 (1)
디지털을 거점으로 (2)폭력을 정당화하면서 시민권과 자본 축적의 자원으로 삼고 (3)전 지구적 가부장체제의 남성성의 위계 안에서 '알파 메일'에 다다르지 못하는 '베타 메일'로서 주변화된 남성성'을 극복 혹은 전유하기 위해 (4) 여성을 비롯한 다양한 소수자를 대상화함으로써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가장 중요하게는 (5)이런 양상이 산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33p

'이대남'의 정치세력화, 페미니즘의 정신병화, 남초 커뮤니티의 메갈 색출(소비자로서 집댠행동), 예스컷 캠페인(남성 소비자라는 지위 발견) 등이 '성평등과 사회 정의를 추구하는 정치적 실천으로서 페미니즘의 가치'에 대한 논의를 축소하고 위협받게 만든 과정도 살핀다. 페미니즘에 대한 적대적 분위기 속에서 SNS에서 활동하던 여성들의 고단함과 지침을 '페미니즘 포기'가 아닌 '다른 상상력'으로 해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024년 딥페이크 성착취 문제의 심각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여성들의 디지털 행동주의는 다시 한번 주목을 받게 되는 중이다. 의제 설정과 주요 사례가 SNS에서부터 출발하였고, 이를 언론이 확산하면서 국회 입법과 관계 부서의 대책 발표가 연일 이어지는 중에 있다. 정책 의제를 만 들어가는 디지털 행동주의의 힘이 다시 한번 발휘된 만큼, 더 나은 사회와 성평등을 위한 실천 양식에 대해 배제적이지 않은, 보다 포용적 상상력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들을 경청하는 윤리가 더욱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138p

"국내에 인공지능에 대한 페미니즘 연구는 아직 많지 않 다. 인공지능에 대한 젠더 관점의 비판적 분석을 시도한 연구들이 없는 것은 아니나 '페미니즘으로 인공지능을 어 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를테면 인공지능 스피커의 여성 목소리, 인공지능의 젠더 편향, 인공지능의 성별화 등 인공지능과 관련한 주요 젠더 이슈들을 개괄하는 선행 연구들이 있으나 기술의 개발 과정에 주목하는 현장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146p

성차별 여성 배제가 IT 분야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가부장적 질서를 거부하고 직책 대신 이름을 부르고 평어를 쓰는 조직에서도 젠더 불평등은 비가시적이고 미묘하게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조직 내부를 탐색하는 일, 불평등과 차별을 알아채고 논쟁하는 여성들이 많이 나와야 하는 이유이자 필요충분 조건이다.

수원시평생학습관 온라인 강의로 디지털 성범죄,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해 강의해 주셨던 손희정님의 글이라 반가웠다. 차분하게 쉽게 설명해주시는 목소리 떠올리며 읽으니 끔찍한 고어 남성성 설명도 잘 넘기며 읽었다.
김미현 연구자 덕분에 페미니스트 연구 웹진 <Fwd>의 존재와 활동도 알게 되었고, 엄혜진 연구자의 글 '능력주의는 어떻게 구조적 성차별과 공모하는가'를 통해 능력주의의 허상을 경계하게 되었다. 선택에 대해선 개인이 책임을 지되, 불운에 대해서는 제도적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의견에 적극 동조한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서구와 세계 사회에서 진행된 역사적 경험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인구와 자원의 확보를 위해서는 성평등이 필수적인 조건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왜, 무엇을 위해 출산율을 높여야 하는가?''출산을 선택하거나 선택하지 않을 결정권과 자유는 누구에게 있는가?' 국가는 출산의 주체인 여성과 남성의 결정을 존중하고 그것을 지원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가?' 와 같은 질문은 출산율 회복과 인구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먼저 이루어져야 할 물음들이다. 그리고 그 답변의 첫 줄은 '성평등 사회의 실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370p

고어 남성성부터 도구화된 저출생 대책까지 한국 사회의 페미니즘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며 페미니즘과 연구가 나아갈 방향까지 제안하는 연구서이다. 열악하고 가혹한 황무지 같은 현실에서 여성학을 놓지 않고 성평등한 세상을 위해 젠더 문제를 기반으로 사회와 인간을 바라보고 연구하는 이들이 있어 감사하다. 이런 귀한 연구물을 공유해 주어서 더 감사하다.
허윤, 손희정, 이민주, 김애라, 김수아, 이지은, 임소연, 권현지, 황세원, 노가빈, 고민지, 장인하, 김미현, 김혜경, 엄혜진, 김보영, 김주희, 신경아.
한분한분 호명해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싶은 마음을 이 글로 대신한다. 그대들의 연구가 곧 싸움이자 변화의 용기이다.


#디지털시대의페미니즘 #한국여성학회 #한겨레엔 #고어남성성 #딥페이크성범죄 #온라인담론투쟁 #능력주의와구조적성차별 #젠더정치학 #페미니즘리부트 #포스트페미니즘 #페미니즘연구 #하니포터 #하니포터9기 #도서선물 
b*****1 2024.11.23.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기술발전과 성차별, 극복을 위한 담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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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페미야?"여성 관련 도서, 특히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서적이나 글을 읽으면 따라오는 말이다. 굳이 책을 읽지 않더라도 여성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하는 말이다. 즉, 너 페미냐는 말은 "너 그런 이상하고, 나쁜 사상에 빠져든 애였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느 순간 '페미니스트'라는 말의 의미는 비논리적으로, 때론 폭력성을 동반해 여성만을 내세우는 사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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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페미야?"

여성 관련 도서, 특히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서적이나 글을 읽으면 따라오는 말이다. 굳이 책을 읽지 않더라도 여성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하는 말이다. 즉, 너 페미냐는 말은 "너 그런 이상하고, 나쁜 사상에 빠져든 애였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느 순간 '페미니스트'라는 말의 의미는 비논리적으로, 때론 폭력성을 동반해 여성만을 내세우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되었다.


나같이 남자인 경우 페미니즘 서적을 읽으면 더욱 이상하게 본다. 나는 사회현상에 관심이 많았고, 현실과 근본적 원인을 명확히 보고, 그 사이로 들어가고 싶었기에 대학을 다닐 때 <82년생 김지영>과 같은 논란의 도서부터 페미니즘 관련 서적을 읽기 시작했다. 물론 페미니즘이 주요 관심사는 아니지만, 사회학 공부를 하거나 정치, 사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세권 이상은 읽어야 하지 않나 생각하는 편이다. 이후에도 언급하겠지만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는 혼자서만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경제 정치 등을 넘나들고 그 근본적 원인 또한 정치, 특히 경제적 문제와 분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먼저 왜 이렇게 페미니즘이 악마화되었는가 생각해 본다. 책에서는 더 자세히 언급된다. 2010년대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불타오른 후 여성 인권에 대한 시선은 나아졌는가?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합의가 되었는가? 물어본다면 대답은 '전혀 아니요'다. 책에서도 언급하듯 지금은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굉장히 극단화되며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82년생 김지영, 강남역 살인사건, 혜화역 시위, 넥슨 여성 성우 교체, GS25 포스터 논란, 동덕여대 공학 전환 논란까지. 양 극단의 주장들이 오고 간다.


나는 먼저 우리가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가자고 말하고 싶다. 여성차별이 존재하는가? 그렇다. 이준석을 필두로 그를 옹호하는 일부 20-30대 남성들은 구시대의 여성차별은 인지하지만 현재의 20-30대 여성들은 오히려 혜택을 받고 있는 집단들로 묘사한다. 나는 아래에서 언급할 윤지선의 논문과 같은 어설픈 페미니즘 논의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최근 벌어지는, 또 담론이 된 이준석식 백래쉬는 정말로 엉터리라고 생각한다. 왜냐, 여성차별은 하나의 문화, 경제적 흐름으로 어느 순간에 사라지지 않으며 각종 제도와 법, 사회 전반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우리가 논의해야 할 것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지, 여성차별 자체가 없다며, 여자들은 오히려 이득을 본다며 무시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현상은 책에서도 언급하듯 경제, 사회 체제가 변하면서 생긴 인식이다. '젠더 논쟁' 뒤에 있는 것들을 봐야 한다는 말이다. 페미니즘 담론이 무조건 20-30대 남성 범죄자화 해서 인격적 공격을 쏟아붓는 것이 아니다. 다음과 같은 말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대남' 현상이라는 시사용어의 범주에는 '페미니즘'과 '젠더 갈등'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실제로 이는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남성들의 분노이고, 그걸 이용하려는 정치권의 각종 '작전'이며, '이대남'을 핑계 삼아 페미니즘과 젊은 여성들에 대해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을 쏟아내는 40~50대의 내면화된 여성 혐오로 규정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더 큰 문제는 대통령 후보의 입을 통해 공식적으로 남초 집단의 여성 혐오 논리가 정당성을 얻었고, 이를 계기로 '정치세력화'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47p

나는 보수적이라 생각한다. 진보라는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가자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벌어진 동덕여대 사태를 이야기하자면, 나는 동덕여대가 학교 자체(이사장이 아닌)의 입장에서 공학으로 전환하는 수순을 밟아야 하지 않나 생각하는 편이다. 여성차별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총학에서 주장하는 여대에 난입한 남성들의 범죄는 공학으로 전환한다 할지라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며, 학령인구 감소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대를 계속해서 지켜야 한다는 주장도 존중한다. 차라리 개방 없는 소멸을 선택할 것이라는 그들의 말도 존중한다. 그러나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 포함되어 있지만 학생만의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민주적으로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에 대한 상상력이지 락커칠부터 시작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아니다. 학교 측의 비민주적 행태에 분노하지만, 총학의 민주적 공론장의 형성 부족과 비통제의 모습은 그 책임감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페미니즘 담론에 관심 있었을 때 벌어진 한 사건이 있었다. 유튜버 보겸이 인사말로 쓰는 '보이루'라는 단어의 어원에 대한 논란이었다. 논란이 된 논문에서 윤지선은 틀린 말로 서술했지만 사과하거나 수정하지 않았고 그 파장은 더욱 커졌다. 나는 페미니즘의 취지에 동감하며 응원을 보냈지만 이 사건을 통해 우리나라 철학계의 무비판적 현실과 공론의 한계를 보았고, 이 사건으로 페미니즘 이론, 논의에 대한 시선이 부정적으로 형성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래서 이 사건 이후에 페미니즘 관련한 글을 굉장히 비판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나아가려면 날카로워야 한다. (이 문제의식은 페미니즘 학계 내부에서도 제기되었고, 김미현의 글에 그 모습이 나타난다.)


내 기준이 얼마나 대단한가 하겠냐마는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은 최근 페미니즘 학계에서는 페미니즘 운동의 흐름과 고민을 담으며 최근 담론을 설명한, '잘' 쓰인 페미니즘 도서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기술 발전에 따른 범죄, 특히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이는 단순히 여성학 관련 도서가 아니라 기술발전에 따른 윤리와 법, 범죄 변화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가령 최근에도 성행하고 있는 딥페이크 범죄와 사회적으로 크게 논란이 되었던 N번방 사건 같은 것들을 다루는데, 충분히 공론화되어야 할 이야기들이다.


아무튼, 왜 이렇게 서문이 길어졌을까? 이것은 나의 변명이기도 하다. 페미니즘을 말할 땐 주저리주저리 말을 늘여야 할 만큼 인식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말하고 싶었다. 들여다봐야 한다고.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야 한다고. 그저 머리의 스위치를 누르고 무시하려는 게 아니라 정말로 뭔가 해결하고픈 의지가 있다면. 이 책은 최근 논의되는 페미니즘 담론들에 대한 여러 학자, 작가들의 글을 모은 것이다. 나는 말하고 싶었기에 이 책을 소개하길 선택했다. 이 책을 통해 누군가는 현실을 알아가고, 누군가는 자신만의 이론과 무기를 만들어가길 바란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기 편해지고, 의견도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며 다양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었기에 사회단체나 시위는 기술발전을 통한 민주적 의견 표출에 긍정적인 전망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 전망과 다르게 많은 사회문제들이 잇따랐다. 커뮤니티의 의견 또한 그 기술의 영향을 받아 양극화되는 결과를 맞았고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지금, 페미니즘 논의에 관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생겼다.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에서는 페미니즘 운동을 되돌아보며 현재 상황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방향성을 제시한다.


손희정의 글은 우리 사회의 페미니즘 논의를 톺아보며, 문제 원인에 대해 시야를 넓게 보길 권한다. 성차별이라는 망령은 제도적으로 제거된 것 같아도 계속해서 떠돌아다니고 있고 이는 우리 무의식에 들어와 있음을 의미한다. 그는 최근 N번방 사건을 다룬 넷플릭스의 <사이버 지옥>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피해자'를 강조하지 않고 표현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을 보여주는데, 나는 신이다 같은 창작물이 가해자 중심, 가해자의 쾌락에 집중하고 있는 현실에서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이런 사회에서 남성성의 사회를 좀 더 넓게 바라보길 강조한다. 멕시코 사회를 관찰하며 자본주의의 문제를 고발한 사야크 발렌시아의 <고어 자본주의>를 빗대어, 현대 디지털세계에서 통용되는 특성인 '디지털 고어 남성성'을 이야기한다. "각종 성범죄를 비롯하여 사이버스페이스를 거점으로 벌어지고 있는 범죄의 전시와 함께 열린 시장은 '디지털 고어 자본주의'로" 명명한 것이다. 한국 고어 남성성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 디지털을 거점으로 (2) 폭력을 정당화하면서 시민권을 자본 축적의 자원으로 삼고 (3) 전 지구적 가부장 체제의 남성성의 위계 안에서 '알파 메일'에 다다르지 못하는 '베타 메일'로서 주변화된 남성성을 극복 혹은 전유하기 위해 (4) 여성을 비롯한 다양한 소수자를 대상화함으로써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가장 중요하게는 (5) 이런 양상이 산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부장 체제에 자리 잡고 있는 남성성의 신화, 또 남성의 쓸모를 제한하는 신자유주의 체계는 남성의 수치심을 불러일으키고 각종 편협한 이해와 범죄를 불러일으킬 뿐이었기에 남성 스스로에게도 좋지 않았다. 당신의 분노는 정말로 여성이 당신을 무시한 것에서 비롯되었을까??

"여자들이 나를 무시했다"라는 말은 확연하게 수치심을 내면화하고 있는데, 이는 가부장 체제에 자리 잡고 있는 남성성의 신화 때문이다. 폭력성을 표출하는 것이 남성다움이자 본능이라고 가르치고, 남성 존재를 경제력으로만 판단하는 사회의 한계인 것이다. 그런 와중 우리 시대의 가부장 체제는 남자들이 안정적인 수입을 통해 소위 '남자구실'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소멸시키고 있다. 남성들은 이런 상황에서 지속적인 모멸을 경험한다. 더불어서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돈조차 이미지가 되어버린 금융 자본주의 시대에 자본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노동력과 신경 에너지를 착취하는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세계에서의 삶의 많은 부분이 비물질화되고 불확실해진다. (...) 이런 가부장제의 고질적인 폭력을 자화하고 상품화한 것이 바로 고어 남성성이다. 그리고 사이버 레커 시장은 고어 남성성이 극명하게 전시되는 장이다.? 37p

이 글을 두 번, 세 번 곱씹으며 읽어보자,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이기 때문이다.


실제 커뮤니티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연구 주제다. 메르스 갤러리에서 파생되어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위치를 바꾼 소설'이갈리아의 딸들'의 이름을 차용해 만든 커뮤니티 '메갈리아'는 남성들이 기존에 여성들을 비하하거나 묘사할 때 쓰는 비속어와 은어들을 역으로 남성을 대상으로 쓰면서 '미러링'을 시도했다. 그러나 메갈의 남성에 대한 미러링과 같은 행동은 남성을 되돌아보게 하는 그들의 의도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되려 감정적 분노를 일으켰다. 개인적으론 그것이 커뮤니티 속에서 자극성을 동반했고 근본적 해결 방식이 아닌 감정적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이기에 장기적 효과가 없다는 점에서 더욱 거세게 반발을 일으켰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생긴 메갈에 대한 부정적 감정 때문에 메갈에 연루되었다는 혐의만으로 남성 유저들은 게임 업계나 남성 중심 세계에서 메갈 여성의 퇴출을 요구했고, 게임업계는 기존의 불만보다 이들의 불만을 적극 반영했다. 남성 유저들은 정의가 이루어졌다고 환호했다. 이는 그들이 응분했던 감정의 표출, 그 희망을 드러낸 것뿐이었다. 그러나 게임 회사는 공정한 결과를 내리는 주체가 아니라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 정치적으로 부합하는 결정을 내릴 수 없다. 불공정한 판 자체를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 소비자의 주장과 요구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이에 부응하고자 하는 문화시장의 유구한 성차별"이 드러난 것뿐이었다.


게임의 특징인 단순한 즐거움이 작동한 것이도 하지만 '메갈 색출'은 하나의 즐거움, 일시적 쾌감과 게임계에서의 권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사건의 연장선상이었다. 이후에 계속되는 메갈 색출, 손가락 상징 찾기는 진실한 문제 해결에 관심은 없고, 몇 개나 걸리나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이 정말로 '평등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면, 여성 캐릭터의 성적 묘사나 성차별적 게임 은어에도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행위는 그저 '메갈 사냥'의 즐거움이었다. 이런 흐름에서 그들이 대상이 될 때는 매우 혐오하는 '가짜 짤방'이 여성을 대상으로 퍼져도 사실을 의심하기보단 공감하는 해괴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 해괴한 모습은 렉카 유튜버들이 많은 여성들을 죽음에 내몰게 한 사건들로 매우 잘 나타난다. 그리고 책임지는 이는 없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어떻게 해답을 찾아야 할까. 우리의 논의가 단순한 분노를 넘어서 더욱 풍부해져야 함은 딥페이크와 관련한 범죄를 논의할 때 드러난다. "기술 매개 성폭력의 '실질적 피해와 그 의미"를 주제로 글을 쓴 김애라는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행법의 한계를 비판하고 기술 매개 성폭력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논의한다. 현행법상 기술 매개 성폭력은 '음란성' 기준에 준해 판별함에 따라 성폭력이 아니라 모욕이나 명예훼손 등으로 범주화되어 젠더기반 성폭력의 의미와 그 효과가 쉽게 간과된다. 오프라인으로 실질적 피해가 없으면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불법 촬영과 스토킹 같은 범죄는 그 증거가 쉽게 드러나지 않으며 더불어 드러나지 않는 피해자의 불안, 고통 같은 피해까지 양산한다.


 법만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서두에서 언급했듯, 성차별은 기술발전과 계속해서 교묘하고도 나란히 발전했다. AI에 녹아있는 성차별은, 동성애자 혐오 발언, 성차별 발언으로 논란이 된 AI 채팅 서비스 '이루다'에서 잘 나타났다. 결국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기술은 인간의 편향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창작물로서, 기술발전의 '객관성'을 찬양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 사회구조를 바꿔야 하는 것이다.

능력주의는 이상적인 개인과 표준적인 노동자를 남성으로 상정한 노동시장 구조를 경제적으로 비가시화한 채 여성을 개인으로 호명하는(작동) 한편, 여성의 능력을 개인이 아니라 여성 집단의 특징으로 정형화하는(오작동) 이중적인 체계이다. 돌봄을 둘러싼 여성과 남성의 불균등 지위를 활용하고 또한 재생산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오)작동 체계는 성차별과 공모한다. 270p

김보명의 글에선 안티 페미니즘과 백래시의 국내외 사례를 소개하는데, 안티 페미니즘의 흐름은 사회적 불만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이들이 '만만한' 페미니즘에 불만을 쏟아내는 현상이기도 했다. 해외 여성들 또한 페미니즘을 반대하는 세력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국내의 오세라비같은 경우다. 그러나 이준석이나 그 추종자들이 드러내는 것만큼의 세대 갈등과 여성의 혜택은 없었다. 진정 젠더 갈등으로 보이는 것들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는가. 그리고 그가 연막작전을 펼치면서 얻는 정치적 이득과 그가 지키고 있는 근본적 가치가 무엇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느새 젠더 정치는 분노의 정치학이 되었다.
1990년대 이후 보수 우파의 안티 페미니즘 담론은 또한 페미니즘과 성평등을 여성들의 불행이나 고통의 원인으로 비난하는 대중 미디어의 안티 페미니즘 담론과 여성 해방의 도래를 앞당겨 축하하면서 페미니즘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포스트 페미니즘의 문법으로 나타났다. (...) 그러나 페미니스트 저널리스트 수전 팔루디가 짚어내듯, 이러한 진단과 주장은 실제로 노동시장에서 지속되는 성별 임금 격차와 성적 괴롭힘, 여성에게 전가되는 돌봄 노동의 부담, 재생산 권리의 제약, 대중문화 광고 속 여성 혐오 등과 같은 성차별적 사회 구조로 인해 초래되는 여성들의 부담이나 고통을 간과하고, 이를 오히려 여성운동 성평등의 성공에 따른 문제로 왜곡하며 대중의 분노를 성차별이 아닌 페미니즘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292p

김주희의 글에선 '신자유주의의 인적 자본론'을 언급하며 성차별의 피해자였던 여성이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를 포함하는 '자산으로서의 몸'을 가진 여성으로 상정되면서 스스로 '돈이 되지 않는 몸을 가진 존재'로 여기며 가치를 잃어가는 20-30대 남성들의 질투를 받고 있으며, 이는 퐁퐁남이나 설거지론과 같은 유희적 밈 혹은 자신들만의 이론을 만들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는 남성 신체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사고와 현대 경제 사상과도 연관되어 있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성만을 강조하는 것은 해결 방법이 아니다.
?이처럼 집권 정부가 공정 사회를 신경증적으로 반복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상황에서 불공정한 무임승차자로 여성과 기성세대가 지목되었다. 기실 금융과두 정치세력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이어졌어야 했겠지만, 일베적 공론장과 만나면서 불공정한 상상의 적은 자신들 보유하지 못한 '자산으로서의 몸'을 가진 여성으로 상정된다. 자신이야말로 서민을 대의한다는 정치공학적 판단에서 등장한 공정 담론은 대중들이 투자 가능한 자본을 계산하고 투자 불가능성이 곧 경제적 실패로 상상되는 금융화의 그늘을 통과하며 자산으로서의 몸을 소유한 여성을 남성과 구별하고 차별화하는 결과로 귀결된 것이다. 327p

자, 이쯤 되면 우리는 무엇이 문제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굉장히 머리 아프고 복잡하지 않은가? 그렇기에 눈 한 번 감고 여성들이 외치는 목소리를 무시하면 그만이라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편향성을 유도하는 현대 알고리듬과 함께. 그러나 나아가려면 생각해야 한다. 현대의 많은 저술과 학술들이 상황 분석을 넘어서서 그 근본적 원인에 대해 더욱 비판 의식을 높이고 있다. 과거의 성차별이라고 단순히 형용할 수 없는 유령들이 떠돌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 남성들을 옥죈 그 유령들 때문에 남성들은 피해자로 등장하고 있다. 자신이 피해자라고 느낀다면, 이 체제를 정확히 바라보고 극복하고자 목소리를 보태야 하지 않을까?


각 장의 논의들은 적정 수준에서 논의하며 전문가 수준의 글로 들어가진 않는다. 그러나 각 주제별로 뻗어나가며 학자들이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이후에 어떤 방식으로 연구할 수 있는지 관심을 갖게 한다. 사회구조가 성차별을 동시에 이끌어가며 발전했다. 페미니즘의 의식을 심어 구조를 바꿀 것인지, 구조를 먼저 바꾸어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 나갈 것인지, 또 실질적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우리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소수자를 우대하는 적극적 조치에 신중함이 필요함을 말하는 엄혜진의 글이나 AI의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적 논의를 하는 이지은과 임소연의 글은 이론뿐만 아니라 현실에 맞서서 더욱 고민해야 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들의 글은 그렇게 열심히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보여준다. 더불어 한국의 저출생과 성평등을 논의하는 신경아의 글에서는 페미니즘 문제 해결이 곧 사회 문제 해결임을 나타낸다.


페미니즘과 관련한 문제는 페미니즘 자체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현대 사회는 너무나도 다양한 문제들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진보적 운동은 연대와 협력을 중요시해야 한다.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과 문제 해결은 우리의 숨겨진 의식을 되찾음과 동시에, 다른 사회 문제들도 해결하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페미니즘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그려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론 그 책임감을 느끼고 나아갈 땐 좀 더 정확하고 날카로움을 가져야 한다. 상상력이 더욱 필요할 때이다.


한겨레출판에게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YES마니아 : 로얄 d********9 2024.11.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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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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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학회 기획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결국 이 이갸기의 끝에 우리는 다시 또 페미니즘에 가닿게 될 것이다.”- 딥페이크 성범죄부터 온라인 담론 투쟁까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언어들한국여성학회 40주년을 맞아 편찬된 이 책은 여성학적 지식뿐 아니라 우리 삶이 직면한 의제들을 풀어내길 바라면서 기획되었다. “여성의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하고 문제를 극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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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학회 기획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

“결국 이 이갸기의 끝에 우리는 다시 또 페미니즘에 가닿게 될 것이다.”

- 딥페이크 성범죄부터 온라인 담론 투쟁까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언어들

한국여성학회 40주년을 맞아 편찬된 이 책은 여성학적 지식뿐 아니라 우리 삶이 직면한 의제들을 풀어내길 바라면서 기획되었다. “여성의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하고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으로 여성학의 과제를 다루어야 할 것인가”는 여성학의 변함없는 고민이다.

이 책의 모든 물음.

그리고 그 답변의 첫 줄은 ‘성평등 사회의 실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_ 정부와 사회는 반복되는 젠더 폭력을 방관했다. 더 광범위해지고 치밀해지는 성범죄, 성착취에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었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들은 무력감에 휩싸여도 고민하고 말하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페미니즘. 사실 나는 큰 관심이 없었다. 관심을 두고 싶어도 너무 깊은 문제 같아 외면 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지금 세대를 살고 있는 나로서는 성차별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나와는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여러 문제로 불거지고 있는 이 여성 혐오 문제를 계속 들여다보니 나도 ‘여성’으로서 어렵더라도 깊숙이 알아둬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싶어 이 책을 신청하고 읽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단순히 인터넷에서 비춰지는 페미니즘과는 전혀 다른 전문적인 사람들의 이야기와 질문이 있었다. 신중히 생각하게 되고 더 조심히 읽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나도 불편함이 없던 게 아니었다. 공중 화장실을 장식하고 있는 수많은 휴지 구멍, 반바지를 입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어디선가 느껴지는 불편한 시선, 밤길을 걸을 때면 나도 모르게 계속 뒤를 돌아보게 되고 누군가와 전화를 하게 되는 이런 사소한 하나하나. 이건 어떤 일을 직접적으로 당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레 나를 보호하게 되는 의식들이다. 그리고 이것을 반대의 사람들은 전혀 겪지 않는 불편함이라고 생각했을 때, 무던했던 나조차도 할 말이 많은 사람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페미니즘 지식 생산은 우리가 발 디딘 세계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지금의 디지털 사회가 만들어내는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하고, 이 문제를 페미니스트답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이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 이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도서로 작성된 글입니다.

#페미니즘 #페미니스트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9기 #디지털시대의페미니즘 #한국여성학회 #허윤 #손희정 #이민주 #김애라 #김수아 #이지은 #임소연 #권현지 #황세원 #노가빈 #고민지 #장인하 #김미현 #김혜경 #임혜진 #김보명 #김주희 #신경아 #북스타그램 #북리뷰 #책서평 #서포터즈 #책추천
s*****4 2024.11.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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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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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 부제_딥페이크 성범죄부터 온라인 담론 투쟁까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언어들 책을 소개하는 것에 도움이 되는 뒤표지 글도 적어본다. "결국 이 이야기의 끝에 우리는 다시 또 페미니즘에 가닿게 될 것이다." 사이버 레커와 고어 남성성, 디지털 매개 성폭력, 생성형 AI의 여성혐오. 게임업계 내 '메갈 색출' 흐름... 한국 여성학의 최전선에서 열두 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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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 
부제_딥페이크 성범죄부터 온라인 담론 투쟁까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언어들 

책을 소개하는 것에 도움이 되는 뒤표지 글도 적어본다. 

"결국 이 이야기의 끝에 우리는 다시 또 페미니즘에 가닿게 될 것이다." 
사이버 레커와 고어 남성성, 디지털 매개 성폭력, 생성형 AI의 여성혐오. 게임업계 내 '메갈 색출' 흐름... 
한국 여성학의 최전선에서 열두 의제를 걸어 올리다. 

이젠 내가 밑줄 긋고 책 모서리를 작게 접은 곳을... 
책의 일부를 나름 요약해서 조각조각 옮겨보는 것부터 해보자. 

'편향'의 문제를 빈번하게 언급했다. 
'편향'은 종종 알고리즘이 공정하게 작동되기 위해 자동화된 의사결정 등의 영역이 아닌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 챗봇 등 사용자와 알고리즘 사이의 상호작용이 부각되는 영역에서... 

성소수자 단어가 들어가면 '우리는 모두 소중해'라고 대답한다. 

정보와 의견을 중화할 수 있는... 
그러나 이런 것은 기업이 추구하는 '성능'과 크게 모순된다는 점... 

분노와 격화를 유발, 더 많은 에너지를 쏟으면서 분노하게 된다. 
배움과 결속의 장소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공간이 아닌... 배움이 필터 버블 내에서만 작동할 수 있는 위험도 내포한다. 

"기분이 더러웠다."라는 증언은 성적 수치심으로 판명 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디지털 기술은.... 
범행기회의 접근과 가담이 용이, 범죄의 흉포성 가중, 범죄 수익 창출과 동시에 은닉하는데 도움... 

물리적 피해가 없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피해자를 공격한다. 
익명성은 범죄가 더 쉽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신체와 정신 모든 면에서 실질적인 영향을 받고 이는 다시 개인이 감내해야 하는 피해로 실제 피해 사실로 인정받기 힘든... 
입증이 어렵기도 하다. 
음란성, 수치심... 그 이상의 복잡한 피해 양상이 어떻게 가능해지며 또한 어떤 방식으로 지속되는가.. 를 살펴야 한다. 
개인정보공개와 유출까지 보태어 말이다.

기분이 가라앉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동네 형이 이런 글을 보내왔다. 

'선악과 시비를 신이 결정해 주는 '신의 뜻에 따라 살아가던' 시대를 거쳐 '네 마음속의 이야기를 들어봐'라는 속삭임과 함께 인간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인간중심세상이 도래하니, 하나의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다양한 인간의 다양한 욕구라는 저마다의 다양한 기준을 가지게 되어 서로의 욕구의 충돌로 인한 갈등은 필연이라는 생각이 들고, 갈등의 해소를 위해서는 '타인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 한'과 같은 조건이 전제되고 지켜져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첫눈이 온다는 소설에 첫눈대신 찬란한 햇살이 내리는 2024년 11월 22일 금요일' 

어렵다. 

인간 중심의 세상도 가족과 마을, 지역과 사회로 하나 되는 이 아닌 '1인분의 삶'으로 여전히 무언가를 같이 해내려 하기보다 선을 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버리고 그 선은 사방에 거미줄처럼 쳐있는... 
인드라망 같이 하나 됨을 실현하는 그물망이 아닌... 넘으면 끊어지고 침입이고 침법이고 공격이고... 

우리는 왜 이러는 걸까? 싶다. 

#도서협찬 #한겨레 #하니포터 #하니포터9기 #디지털시대의페미니즘 #한국여성학회기획 #허윤 #손희정 #이민주 #김애라 #김수아 #이지은 #염소연 #권현지 #황세원 #노가빈 #고민지 #장인하 #김미현 #김혜경 #엄혜진 #김보명 #김주희 #신경아 #책추천 #페미니즘
이달의 사락 c*******e 2024.11.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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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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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은 한국여성학회 40주년을 맞아 편찬된 책으로 여성학적 지식뿐 아니라 지금의 디지털 시대가 직면한 의제들을 풀어내고자 기획되었다. 이 책은 한국 사회가 드러낸 문제들을 어떻게 사유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페미니스트의 시각으로 디지털+페미니즘을 살펴본다. 2010년대 중반의 페미니즘 대중화 이후 변화한 양상을 여성학적 시선에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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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은 한국여성학회 40주년을 맞아 편찬된 책으로 여성학적 지식뿐 아니라 지금의 디지털 시대가 직면한 의제들을 풀어내고자 기획되었다. 이 책은 한국 사회가 드러낸 문제들을 어떻게 사유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페미니스트의 시각으로 디지털+페미니즘을 살펴본다. 2010년대 중반의 페미니즘 대중화 이후 변화한 양상을 여성학적 시선에서 분석하고 있다. 


★ 한국여성학회 : 1985년 창립되었으며 한국 여성학의 기틀을 마련한 학술 단체이다. 이 책이 출간된 2024년 40주년을 맞이했으며, 그간 한국여성학괴는 가부장제, 젠더, 섹슈얼리티, 노동 등 다양한 주제를 학술적으로 다루었다. 2005년 아시아 최초로 세계여성학대회를 개최했으며 현재 학회원 수는 1000명을 넘어섰다. 


1부에서는 디지털 페미니즘과 관련된 의제들을 모았다. 사이버 레커와 디지털 여성살인, 온라인 소비 시장에서의 백래시와 남성 소비자 정치, 딥페이크 이미지 등과 같은 기술매개 성폭력, 온라인 페미니즘과 디지털 행동주의 등을 다룬다. 2부는 디지털 시대와 여성주의 지식 생산이 만나는 장면을 살펴본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여성 청년의 페미니스트 되기 과정,  지역 여성운동과의 관계, 인공지능 윤리 문제, IT 업계의 젠더 편향 등을 다룬다. 3부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페미니즘이 직면하고 있는 한국의 현 상황을 진단하면서 능력주의와 젠더가 만나 빚어지는 갈등에 대해 살핀다. 


디지털 기술은 페미니즘의 담론 형성이나 전개 양상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PC 통신, 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미디어가 1990년대 영페미니스트들의 활동에 주요한 역할을 수행했고, 2010년대 페미니즘 리부트에도 디지털 미디어가 전면에 등장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온라인 커뮤니티 등은 페미니즘의 대중화에 영향을 주었고 디지털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온라인 행동주의는 '따로 또 같이'라는 느슨하고 일시적인 연대를 만들어냈다. 이 책은 이러한 변화의 지점에서 우리가 디지털과 페미니즘을 어떻게 사유해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지금의 디지털 사회가 만들어내는 문제를 읽어내는 힘을 길러줌과 동시에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길잡이가 되어 준다. 



우리 시대를 읽다

이 책은 한국 여성학의 최전선에서 페미니즘과 관련된 의제 열두 개를 다루고 있다. 여성학 역시 다른 학문들처럼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시대의 문제를 톺아보고 질문을 던지며 답을 모색하는 학문이다. 페미니즘이나 여성학이라는 단어를 듣기만 해도 불편함을 느끼거나 반사적인 저항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음을 안다. 각자의 입장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저항 담론이 많은 분야일수록 현실을 입체적이고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이 책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은 우리 시대의 좌절과 분노, 기대와 욕망을 읽는 눈을 길러 준다.


먼저 이 책을 통해 배운 우리 시대를 읽는 단어들을 몇 개 소개하고 싶다. 우리 시대를 표현하는 단어를 떠올려 보니 '신자유주의', '소비주의', '능력주의', '나르시시즘', '경쟁사회', '각자도생사회',  '축소사회' 등이 순식간에 떠오른다. 이 책을 통해 '디지털 고어 자본주의', '가시성 정치', '백래시 정치학', '랟펨 정치학', '자산기반 경제' 등 어디선가 들어는 보았지만 명확한 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았던 단어들과 개념에 대한 이해를 다질 수 있었다.


디지털 고어 자본주의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배웠거나 기존의 앎을 두텁게 해준  우리 시대를 설명하는 단어들 중 제일 먼저 공유하고 싶은 것은 1부 1장에서 나오는 '디지털 고어 자본주의'라는 개념이다. 철학자이자 트랜스페미니스트인 사야크 발렌시아는 고향 멕시코의 나르코 국가를 분석한 『고어 자본주의』에서 '고어 자본주의'라는 말은 고안했다. 고어 자본주의는 국가가 무너지고 마피아가 국가 자체가 된 멕시코의 생산 양식을 포착하는 말로 폭력과 살인, 신체 훼손과 시신을 자본축적의 수단으로 삼는다. 사야크 발렌시아의 통찰은 정경유착을 바탕으로 약자에 대한 착취, 위험을 자본 축적의 수단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한국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폭력이 자본 축적 수단이 된 사회에서 디지털 기술은 온라인 공간에서의 폭력을 산업화한다. N번방, 악플러, 사이버 레커 등은 온라인 공간을 거점으로 벌어지고 있는 디지털 고어 자본주의의  대표적 예라고 볼 수 있다.  



자산기반 경제


능력주의 시대에서 태어난 우리는 개인의 노력을 통해 얻어낸 능력으로 삶에서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다고 배웠다. 자기 자신이  '인적자본'이 되었기에 우리는 이를 잘 관리하여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한편 신자유주의 시대는 일상생활의 금융화를 가져왔고 모든 종류의 사물(자신의 신체를 포함하여)이 자산으로 전환되었다. 자산가치가 상승하고 임금가치가 하락하는 경제적 변화 속에서 경제적 성공은 이제 노력이나 능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자본을 얼마나 세습했는지의 문제가 되었다. 

자산기반 경제 시대는 자기계발을 통해 스스로를 자산화 시켜야 하는데 남성들 중에는 자신의 몸이 자본화 불가능하다고 인식하는 주체들이 생겨났다. 이 남성들은 여성들은 자신의 몸을 담보로 실제 대출도 받을 수 있고 어떤 투자 없이 지속적으로 연애도 가능한 자들로 본다. 반면 스스로의 몸은 담보 가치가 없다고 설정하고 스스로를 약자이자 태생적으로 자산을 덜 소유한 불공정한 피해자로 본다. 




온라인 세계, 격화-공격의 정서가 지배하는 곳

SNS에서 상호 경청과 진정한 소통은 가능할까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가 시작될 즈음 디지털 사회가 선언되었다. 그 시대 사람들에겐 온라인 세계는 더 평등하고 자유로운 의견이 오갈 것이라는 희망이 존재했다. 그러나 4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 우리는 그런 기대를 대폭 수정했다. 온라인에서는 타인의 명예를 침해하지 않는 수준에서는 누구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고들 한다. 우리는 의사를 표출하는 동시에 다양한 의견들을 듣는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행동주의는 오프라인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온라인 행동주의는 단발적이고 파편화되기 쉬우며 지속성이 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운동의 지속성이 낮음에도 단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한다. 한편 우리의 의견이 과연 이 세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투영하고 있는 것일까. 온라인 세계에서 접하는 의견들은 이미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필터 버블을 거친 편향된 의견일 가능성이 높다. 끼리끼리 뭉친 온라인 공간에서 의견은 더욱더 편향되고 분노는 격화된다. 편향된 정보에 과잉 노출된 개인은 상호 경청과 소통의 윤리를 배워야 한다. 



갈등과 혐오의 표면 아래 있는 것

우리의 혐오는 정말로 '우리'만의 것인가


3장 〈돈 되지 않는 몸을 가진 남성-피해자들〉에서 여성학자인 덕성여대 김주희 교수는 젠더 갈등이라는 단어가 언론에서 처음 목격되었던 해는 여가부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는 언설이 공고해진 2007년으로 본다. 작금의 젠더 갈등 담론은 20대 남성을 향한 정치권의 구애와 무관하지 않다. 남성 피해자 담론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누구의 이익에 봉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담론인지 되묻게 된다. 

 "이러한 차이가 '누구'의 어떤 기준을 중심으로 포착되고 줄 세워지는지 골몰하지 않는 한, 이것은 어디까지나 공허한 메시지이자 이데올로기적 선동이 될 뿐이다."(P314)라는 문장에 밑줄을 쳤다. 

응당 가져야 할 것이라 기대되었던 것을 가지지 못한 자들, 가지고 있던 것을 잃었다고 느끼는 자들은 반드시 '무언가'를 겪고 느끼기 마련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들이 체험한 '무언가'의 정서에 이름을 붙이고 방향성을 주고 어딘가로 이끌고 가는 주체가 그들 스스로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이러한 사례를 무수히 보았다. 1차 세계대전에 패망 이후 히틀러 나치당은 유대인 혐오 정서를 부추겨 지지율을 올렸고, 결정적으로 대공황에 따른 독일의 경제 위기를 활용해서 정권을 잡았다. 현재 유럽과 미국을 휩쓸고 있는 극우 우파 정당도 복잡한 현실의 문제를 몇 가지 원인으로 축소시켜 진단하고 그 해법으로는 이민자, 난민 등 소수자들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식으로 접근한다. 우리 시대에서 정말로 약자는 누구인가. 여성들이 정말로 사회의 모든 면에서 평등을 누리고 있으며, 우리 사회에 정말로 구조적 불평등이 사라졌는가. 



* 출판사 제공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디지털페미니즘 #한국여성학회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9기



이달의 사락 h**u 2024.11.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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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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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성범죄부터 온라인 담론 투쟁까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언어들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  이 책은 “2010년대 중반의 페미니즘 대중화 이후 변화한 양상을 여성학적 시선에서”(p.11)살펴봄과 동시에 열 여덟명의 한국여성학회 회원들이 함께 썼다.   최근 교육청에서 딥페이크 관련 가정통신문을 받았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피해 신고가 교육청에 줄을 잇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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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성범죄부터 온라인 담론 투쟁까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언어들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

  이 책은 “2010년대 중반의 페미니즘 대중화 이후 변화한 양상을 여성학적 시선에서”(p.11)살펴봄과 동시에 열 여덟명의 한국여성학회 회원들이 함께 썼다. 

  최근 교육청에서 딥페이크 관련 가정통신문을 받았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피해 신고가 교육청에 줄을 잇는다고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스마트폰으로 타인의 일상과 사진, 영상물을 보며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다. 그런 영상물의 기술 중 하나인 딥페이크를 가벼운 장난으로 인식하는 점이 문제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회복할 수 없는 큰 피해와 상처를 받게 된다. 재미로 던진 작은 돌이 아니라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비도덕적인 행위라는 점을 학생들에게 인지시켜야 하는 상황이나, 교육청에서는 딥페이크 시청 및 소지에 대한 처벌기준 자체가 없다고 한다. 주로 피해자는 여학생이나 서열에서 밀린 남학생들이다. 한때는 같은 유치원을 다녔을지도 모를, 아는 친구에게서 받은 혐오와 폭력은 앞으로 피해 학생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알던 사람을 믿지도 못하는데 앞으로 모르는 사람들과 대면하며 살아가야 할 사회에서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 영화연구자, 여성학자, 과학기술학 연구자, 인류학자, 사회학자 등 다양한 여성 학자들이 한국 사회에서 시급히 논의되어야 할 문제들에 대한 책,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을 소개한다. 

‘1부. 온라인 여성혐오, 기술과 함께 진화하다’에서는 제목 그대로,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여성을 향한 혐오와 폭력들이 커져가는 문제들을 다룬다. 그 예로 메갈색출에 대한 담론과 딥페이크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2부. 디지털 사회 속 여성주의 지식을 생산하다’에서는 보이지 않는 성차별이 존재하는 IT업종 속 문제에 대해 다룬다. 그리고 ‘3부. 차별과 맞물리는 신자유주의적 현실을 보다’에서는 능력주의와 젠더가 만나 발생하는 갈등과 여성의 몸을 수익화하고 자본화하는 대상에 대해 썼다.  

 우리 사회에 내면화되어 있는 페미니스트라는 낙인과 더 나아가 메갈 색출에 대한 문제는 내게는 매우 쓴 맛으로 읽혔다.   

“메갈 색출의 주장은 젠더 정치와 민주적 권리의 문제를 시장 거래의 문제로 전환했다. 그러면서 구매한 상품에 대한 합당한 편익을 얻지 못하고 소비자 지위를 무시당하고 여성혐오자로 몰려 상처 입은 피해자에 남성을 위치시키고자 했다. 소비자 운동은 거대 자본인 생산자(기업)에 비해 소비자가 약자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는 구조 안에서 저항적 정치로 발전했다.(pp.64-65)
발췌문에서 읽을 수 있듯이 이 젠더갈등은 경제적, 사회적인 다양한 얼굴로 바뀌어 언제 어디서든 위협이 가능하다는 뜻이고 이것은 결국 정치적인 일이다. 이런 정치로 번진 논쟁은 대부분의 사람들을 무관심으로 이끌고 상호연결관계를 흐리는 일로의 결말이 보며 안타까웠다. 

개인적으로는 “해시태그 연결 행동은 사회운동의 대안적 모델로 이해할 수 있기도 하다. 과거의 시민 행동 모델과 달리 특정한 거점이나 확고한 정체성을 공유하는 활동가 단체를 요구하지 않으면서 자유로운 의제에 대한 연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p.125)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이 부분은 디지털 시대에서의 소셜 미디어의 해시태그 하나의 가치로 읽혔다. 

N번방이 터진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올해 초, 서울대 N번방 사건이 터졌고, 지난 10월, 사건의 주범에게 징역 10년이 선고되었다. 나는 이들이 서울대생이었기에 징역을 이 정도 받았다고 생각한다. 익명성에 숨을 수 있는 이 디지털 시대에 이런 엔딩은 매번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의 논의가 더욱 더 활발해져야 하는 이유다. 

#디지털시대의페미니즘#한겨레출판사#하니포터#하니포터9기#한국여성학회#허윤#손희정#김수아#김보명
이달의 사락 f****j 2024.11.2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디지털 기술은 여성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디지털 기술은 여성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내용보기
한국여성학회는 1985년 창립 이후 한국 여성학의 기틀을 마련해온 학술 단체이다.<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은 한국여성학회 40주년을 맞아 출간되었다.<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에는 12편의 최신 연구가 실려 있다. 이 연구들은 디지털 시대에 페미니즘을 어떻게 사유하고 지금의 디지털 사회가 만들어 내는 문제를 어떻게 페미니스트답게 헤쳐나갈 것인가에 대한 답변이 되어줄 수
"디지털 기술은 여성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내용보기


한국여성학회는 1985년 창립 이후 한국 여성학의 기틀을 마련해온 학술 단체이다.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은 한국여성학회 40주년을 맞아 출간되었다.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에는 12편의 최신 연구가 실려 있다. 이 연구들은 디지털 시대에 페미니즘을 어떻게 사유하고 지금의 디지털 사회가 만들어 내는 문제를 어떻게 페미니스트답게 헤쳐나갈 것인가에 대한 답변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발전된 기술에 대한 기대를 채 가져보기도 전에 우리가 맞닥뜨린 것은 여성을 향한 성폭력과 성범죄였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여성을 향한 혐오, 폭력, 범죄는 더 다양하고 교묘해지고 있는데, 정부와 사회는 반복되는 젠더 폭력을 방관해왔다. 이에 2030 여성들은 문제 제기를 위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각 장의 내용은 서로 교차된다. 책은 크게 3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에서는 기술과 함께 진화해 온 온라인 여성혐오에 대해 분석한다.

2부에서는 디지털 사회 속에서 생산되는 여성주의 지식에 대하여,

3부에서는 차별과 맞물리는 신자유주의적 현실을 살펴본다.


손희정은 사야크 발렌시아의 '고어 자본주의'개념으로 한국의 '고어 남성성'을 읽어낸다. 우리가 흔히 마주칠 수있는 고어 남성성의 실천 양상으로는 디지털 여성 살인과 사이버 레커의 사례가 있다. 전 지구적 가부장체제의 남성성의 위계 안에서 '알파 메일'에 다다르지 못하는 '베타 메일'로써 주변화된 남성성을 극복 혹은 전유하기 위해 여성을 비롯한 다양한 소수자를 대상화 함으로써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삼고 이런 양상이 산업화되고 있는 점을 지적한다.


이민주는 '소비자'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여성 / 페미니스트를 향한 낙인찍기 공격을 이해해보기 위해 온라인 중심의 소비자 집단 행동이 영향력을 키워온 역사를 살펴본다. '메갈 색출'로 대표되는 페미 낙인찍기는 현재 SNS플랫폼 경제에서 인기있는 상품이 페미니스트 몰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김애라는 기술매개 성폭력을 정의하고 그 실질적의 피해와 의미를 다룬다. 오늘날의 기술매개 성폭력으로 인한 피해는 물리적 폭력과 비교해 결코 가볍지 않다. (기술이 발달하는 속도에 비해 인간의 관습적인 사고가 변하는 속도는 너무 느리다. )


여전히 여성의들의 신체가 언제든 성적 대상이자 협박. 모독. 수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그렇게 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전 사회적 각성이 필요하며, 그 첫 단계로 기술매개 성폭력이 다뤄지는 현행법상에서의 음란성과 수치심 기준은 폐기될 필요가 있다. 또한 전통적 성폭력 개념을 중심으로 그 '실질적'피해와 고통을 가늠하기보다는, 기술매개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한 방식의 성폭력 피해에 대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p. 111


미투가 '나는 증언한다'가 아니라 다우싀 미디어에 의해 '나도 당했다'로 변역되는 것은 결국 취약성과 피해가 상품화되고 수익이 되는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p.135

김수아는 디지털 행동주의의 맥락에서 다양한 가시성 정치 사례를 짚어본다. 안전한 공간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페미니스트 필터 버블이 갖는 양가적 성격에 대한 주목이 필요하다.


여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하는 트랜스 배제적 움직임, 인종적 혐오와 구별짓기로 안전을 획들할 수 있다고 보는 신념등이 여성 커뮤니티와 SNS의 주요 정조가 되었다. 페미니즘은 성차에 기반한 '차별'의 종식과 성별화된 사회 구조의 변화를 목표로 하는 실천이자 이론이라는 점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한다. 실천 양식에 대해 배제적이지 않은, 보다 포용적인 상상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디지털 공간에서 나와 관심사. 취향이 맞는 사람들을 팔로우하고, 정치 성향과 부합하는 뉴스들을 구독하고, 비슷한 의견이 공유되는 커뮤니티에서 소식을 접하고 의견을 구한다. 이렇듯 나와 유산한 견해와 감정을 주고받으며 기존의 편향이 강화되기 쉽다. 그 안에서 확증편향이 심화되는 것이다.

p. 208-209

앎은 늘 부분적으며, 맥락적일 수 밖에 없다. 페미니스트 과학철학자 도나 해러웨이는 페미니스트 인식론의 하나로 '상황적 지식situated knowledge'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상황적 지식이란 모든 지식이 인식자가 속한 역사적 맥락과 사회문화적 조건에 위치함situated을 뜻한다. 그래서 지식은 늘 인식자에 체현된embodiment것이며 인식자의 위치성에 따라 부분성을 지니게된다.

p. 215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2부 3장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스트-연구자 되기(김미현)과 3부 3장의 돈 되지 않는 몸을 가진 남성-피해자들 (김주희).


지금의 디지털 사회가 만들어내는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하고, 이 문제를 페미니스트답게 헤쳐나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에 실린 따끈따끈(?)한 최신 의제들을 읽어나가며 함께 고민해보자.




* 하니포터 9기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k*****5 2024.11.2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