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화가 개봉할 무렵 한국에선 강 감독의 '투캅스'가 개봉하기도 했다. 당시 강 감독은 '아무리 열악한 형편의 한국 영화라고는 하나, 우리 같은 똘똘한 영화인들 몇이 모여 노력하면 안 될 것이 없다.'는 취지의 포부를 모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세월은 그로부터 유수와 같이 지나, 똘똘한 솜씨는 그때나 지금이나 찾아볼 길 없고, 무익한 물량공세와 언플 도배로 양두구육의 호객행위를 하는 못된 풍조만 확고히 자리잡은 느낌이니... '한국영화'가 천민 딱지를 뗀 것 정도가 유일하게 감지되는 변화이다. 언플이나 물량공세완 전혀 무관한 청정지대에 서 있는, 그리고 타 작품의 모방이나 표절과는 전적으로 무관한 이 영화는, 아이디어와 감각, 배우들의 성실한 연기만으로 어떻게 우량 상품이 탄생할 수 있는지 잘 보여 주고 있다. 노라 에프런의 감각은 지금 봐도 신선하며, 장면장면에 드러나는 여러 기법(당시로선 최초)은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히트하는 상품에는 다 그만의 이유가 있음을, 다시 확인하고 또 확인하게 해 주는 모범생격 작품이다. 나는 블루레이를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게, 배우들(특히 백인의 경우)의 얼굴에 피어나는 연한 홍조가 이전에 못 보던 경험으로 그대로 잡힌다는 사실이다. 극장에서도 아날로그 필름(디지털이라고 다를까?)에선 그 큰 레졸루션으로도 잘 안 잡히는 건데, 여기서 메그 라이언 그 리즈 시절의 표정 연기가 얼마나 몰입도 높은 것이었는지 알 수 있다. 탐 행크스는 본디 코미디가 제격인, 진짜 웃겨 주는 배우였고, 이 영화에서 그의 진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왜 우리는 사반세기가 지나도록 이런 영화 하나를 못 만들까. 우리끼리 떠드는 조작된, 과장된 열광의 수준 그 반의 반만이라도 해외에서 불러일으킨 적이 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