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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도시나 지역에 대한 관심이 항상 있었는데..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지역의 옛 기억을 쉽게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된 점에 저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서울시내의 유명한 상권(?) , 전통있는 지역에 대한 뿌리에 대한 설명은 지역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남산이 서울의 랜드마크가 된 점, 청계천과 그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의 삶, 청계공구상가와 세운상가에 대한 이력,대학없는 대학로의 형성과정, 날으는 새도 떨어 떨어뜨린다는 세도가의 삶의 지역 북촌, 젊음의 상징인 종로의 수많은 동이 종로로 남는 이유, 비단장수 왕서방이 사는 회현동 등...나열하기 많은 종류의 지역에 대한 부드러운 필체가 잔잔하게 돌이켜볼 시간과 추억과 아련한 향수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난 이책의 용도를 청계천에 근린상가를 지을려고 할때 청계천에 대한 기초 이해를 위해 구입했지만 주욱 읽다보면 청계천에 대한 나의 편견과 새로운 청계에 대한 사랑이 조금씩 자라고 있다는 생각을 읽는 동안 항상 느낄 수 있었다.
도시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 사료된다..
잠실이 섬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가?
석촌호수가 한강의 본류가 흐르는 것이었지만 그 물줄기가 막히면서 호수로 남게 되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궁금증을 풀어가길... [인상깊은구절] 철도는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기 위해 건설되지만, 정작 그 철도가 자리잡고 있는 국지적 지역에서는 경계를 가르고 관통을 불가능하게 한다. 그래서 철도를 경계로 나뉘어 살게 되는 사람들의 숙명 또한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남북으로 횡단하는 철도에 의해 구 용산과 신용산으로 나뉠 때 신용산은 테두리 안쪽으로 택함을 받았고 구용산은 테두리 바깥쪽으로 내침을 당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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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우리나라의 수도,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 행정, 교육 등 거의 대부분의 분야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는 종주적 도시, 그리고 그 영향력이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적인 범위로 뻗어 나가는 세계도시. 누구나 이러한 인식을 당연하게 가지고 있을 것이다. 서울은 거대하고 화려하며 우월한 도시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서울의 기능적 측면에만 주목한 것이다. 서울 또한 누군가의 고향이고, 누군가의 소소한 추억이 깃든 장소들의 집합체이다. 결국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도, 여러 사람들이 삶의 공간으로 여기고 살아가는 곳일 뿐이다.
저자는 문화지리학자로, 장소와 인간의 관계에 대해 오랜 기간 연구해 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동안 나름의 공간을 점유하고 살아온 서울. 서울의 여러 공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의미와 기억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서울의 도시공간을 넓은 시각에서 조망하면서, 그 속에 깃들어 있는 사람들의 기억에 주목한다. 단지 기능적 측면에만 주목한 서울이 아니라, 서울 속의 여러 소소한 장소에 대한 사람들의 여러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누구나 장소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 장소가 누군가의 거대한 음모로 만들어졌든, 부정적 의미를 품은 장소이든 간에, 일상적으로 만나고 관계를 맺는 장소는 어쨌든 누군가의 기억이 쌓이게 된다. 벤야민은 도시를 "사람들의 기억과 과거의 창고이며 문화적 전통과 가치의 저장소"로 보았다. 벤야민에게 있어 도시를 이해한다는 것은 도시경관을 지적으로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도시에 대한 인식 속에 담겨있는 환상과 희망의 과정, 꿈을 탐구하는 것이다. 벤야민은 사람들의 기억이 건축물과의 경험 속에 밀착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한 건물은 건축가들이 의도한 의미들로부터 벗어나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보았다. (p.40) 특정 건축물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고, 더 넓은 의미에서 장소, 도시공간 전체에도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의미를 가진 장소는 반드시 합리적 관점에서 해석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명동성당의 입지 역사를 언급(p.41~)하면서, 제국주의적이고 불순한 의도로 만들어진 명동성당을 인지한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 여러 사람들의 장소 기억이 쌓이면서 정겨움을 느끼는 모순된 감정이 있다고 한다. 이는 합리적 관점에서 설명할 수 없지만, 인간주의적 관점에서 개인의 장소감이란 개념으로 이해해야 할 영역이다. 과거 대학로 내의 여러 세부 명칭(p.91~) 인 미라보 다리, 세느강 등도 마찬가지이다. 사대주의적 명칭이므로 경멸해야 마땅하지만, 그 또한 장소 경험자들이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옳다 그르다로 평가할 영역이 아니라고 본다. 저자의 이러한 시각은 사람들의 본질적인 측면에서의 장소 감정에 주목한 것이라 의미가 있다. 이런 관점은 별 것도 아닌 옛날 건물에 목숨거는 것처럼 보이는 행위를 해석할 수 있다. 장소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을 반드시 합리성이란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조선 총독부처럼 너무 대놓고 불순하지 않는 한 말이다. 그리고 저자는 대학로의 경관 변화에 대해서 옛날 사람들이 혀를 차는 모습에 대해서도 견해를 언급한다. (...)과거 문리대 시절의 대학로를 떠올리며 찾아드는 사람들이나, 모처럼 소극장 문화를 누려 보기 위해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보기에 이곳은 전혀 '문화의 거리'라고 불릴 수 없는 곳인지 모른다.(...) "대학로 참 많이 변했네. 정이 안간다 안가" 하며 아쉽게 돌아설지도 모른다. 그러나 물리적 장소는 현재의 사람들에게 점유되고 있지만, 그 장소가 가지는 의미는 과거 이곳을 거쳐간 사람들의 기억에 점유당하는 것이 세상 이치인 것을 깨닫는다면, 장소의 변화에 대한 섭섭함이 좀 줄어들면서 지금 이 장소의 주인인 젊은이들에게 더 관대해질지도 모르겠다. (p.98) 결국 장소의 기억은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닌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물질적인 것이 최선이 되는 공간에 주목하기보다 소박하지만 따스한 인간미가 있는 공간에 주목한다. 구로공단 일대 쪽방촌(p.191~), 해방촌(p.147~) 등에서 우리나라의 급속한 근대화 과정에서 소외된 이들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특정 공간이라기보다는, 서울 곳곳에 흩어져 있는 옥탑방(p.271~) 부분에서는, 총량적인 경제 성장으로는 모든 이의 행복한 삶을 설명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이런 열악한 주거환경인 옥탑방에서도 나름 행복하고 낭만적으로 살아갈 수도 있다. 다만 그들이 조금 더 괜찮은 환경에서 살아간다면 더 따스한 세상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난곡 부분(p.227~)은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의 학교 바로 옆에 붙어있음에도, 지리적 위치 그리고 사회적 관심도 등의 이유로 저자는 난곡에 대해서 잘 몰랐다고 한다. 그러다가 몇 가지 계기로 난곡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따스하고 아픈' 난곡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물질적 가치를 추구하는 외부의 시각으로는 단순히 못사는 사람들 밀집촌이라고만 여겨지겠지만, 난곡 또한 누군가의 소박한 삶의 장소이다. 그런데 물질적 가치가 난곡에도 밀어닥쳐, 이제 재개발을 눈앞에 두게 되고, 저자는 이를 안타까워 한다. 난곡, 그 아프고 따스한 이름은 이제 몇 년만 지나면 사라져 버릴 것이다. 이 이름이 사라진다는 것은 진정 서울살이의 최저수준이 점점 향상되고 있다는 의미인가? 정말 그렇다고 믿을 수 있으면 좋겠다.(p.245) 현재 난곡은 재개발되어 아파트단지로 바뀌었다. 그 사람들은 어디서 살고 있을까? 난곡의 물리적 환경이 개선되었다고, 그곳에 원래 살던 사람들의 삶이 나아졌을지는 미지수이다. 저자는 그들의 삶이 나아졌다고 믿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러한 소망은 난곡 외의 수많은 재개발 지역에도 적용되는 소망일 것이다. 그리고 화려하고 물질적인 것을 추구하는 공간에 대해 기존과는 다른 시각을 제시하면서, 다양한 관점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서울 최대의 환승역인 신도림역 부분(p.213~)에서는 신도림역의 환승 기능, 주변의 백화점 및 아파트 등의 '전면공간'만 바라보지 않는다. 대신 출구가 2개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에 먼저 주목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지상의 큰 장벽(edge)인 철도로 보고, 철도에 가까운 '후면공간'의 쇠락한 경관을 바라본다. 이러한 철도 주변 경관에 대한 관점은 구용산과 신용산(p.161~) 부분에서도 드러난다. 철도라는 효율적인 교통수단을 일상적으로 이용하면서도, 우리는 철도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삶과 장소에 주목하지 못한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압구정동 및 청담동의 경관(p.249~) 을 언급하면서 우리나라 상류층의 삶이나, 패션 일번지라는 것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그러한 이미지가 장소에 재현 및 배제되는 과정, 그러한 이미지가 형성되는 과정 등에 주목한다. 현재의 압구정동은 '디즈니화'라는, 즉 현실을 잊은 채 서구적이고 환상적인 상류층의 소비만이 가득한 공간이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종로와 신림동의 행정동과 법정동 분포를 비교하면서 나무의 나이테에 비유하는 부분(p.125) 이 인상깊었다. 그리고 청계천 공구상가, 용산 지하도를 지날 때 여성의 시선이 소외된다(p.78, 170)는 관점은 남자인 나로서는 신선한 시선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 서울 답사를 떠나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생생하고 유익했는 생각을 했다. 지면 관계상인지 저자의 시간지리학적 한계인지는 몰라도, 서울의 더 많은 장소에 대해서 읽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 하지만 이 또한 저자의 장소에 대한 기억을 토대로 선정한 장소일테니, 옳다 그르다로 판단할 것이 아니다. 저자를 통해서 여기 소개된 몇 군데의 장소나마 간접적으로 느끼고 공감하는 것도 충분히 보람찬 일이다. 나온지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다 상업성이 그리 높지 않다보니, 온라인 서점 중에 이 책을 판매하는 곳이 한 군데도 없다. 조금 더 이 책을 일찍 알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저자가 비슷한 주제의 책을 새로 낸다면 꼭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덮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