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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상성 예찬 리뷰
피상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이나 현상이 겉으로 나타나 보이는 모양. 또는 그런 현상’ 이다. 인간은 현실을 보존하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어 그림으로 판화로 그 당시의 현실을 남겼다. 하지만 카메라, 컴퓨터 등으로 대량복제가 가능해진 후로 시간과 공간적인 현재성과 유일성, 진품에서 느껴지는 감동의 아우라는 점차 희미해지며 디지털 문명은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시뮬라크르를 탄생시켰다. 빌렘 플루서는 디지털 세계의 의미를 현상학적으로 분석하며 현대와 과거를 역사적으로 조명한다. 모든 ‘실재적인 것’은 시공간의 4차원을 가지고 있다. 이 4차원에서 움직이는 입체로부터 저자는 조각품의 세계(시간 없는 입체)→ 그림의 세계(깊이 없는 평면)→ 텍스트의 세계(평면 없는 선)→ 컴퓨터화 된 세계(선 없는 점들)로 요약하는 추상게임을 시작한다. 플루서는 오늘날의 디지털 세상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모든 상황들과 매체들을 시뮬라시옹(실재가 실재 아닌 파생실재로 전환되는 작업 또는 과정)이라고 인식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도 시뮬라크르다. 왜냐하면 대량복제가 가능해지고 난 후, 현실은 더 이상 원본은 없고 어느 의미에서는 원본과 모사물의 구별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시시대에는 당시의 현상들을 동굴벽화로 재현하고 보존했지만 점차 그림에서 사진, 컴퓨터의 발명으로 재현과 보존을 넘어서 대량복제까지 가능하게 되었고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으로 사람들은 face to face의 대화가 아닌 온라인 채팅으로 의사소통까지 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우리는 일상적인 삶에서 일상적인 경험이나 기본적으로 하던 행동 등 또한 ‘미디어’라고 불리는 것에 모든 행위를 의존한다. 미디어가 점점 더 실재 같은 모조들을 창조한 이래로 실재에 대한 우리의 믿음은 더욱 흔들리게 되었으며, 우리가 컴퓨터화 할 수 있게 된 이래로 실재에 대한 신뢰상실을 초래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디지털 세계에서 우리는 더 이상 주어진 객관적인 세계의 주체가 아니라, 대안적인 세계들의 기획이다. 우리는 예속적인 주체적 위상에서 빠져 나와 우리 자신을 투영하는 것 속에 설치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내가 이루고 싶은 꿈, 미디어 영상을 제작하는 일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나의 꿈은 실재인가, 파생실재인가? 니콜라스 미르조에프는 “현실은 선택되고, 선택된 현실은 재구성된다. 그리고 재구성된 현실은 미디어 매체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된다. 우리는 미디어매체가 전해주는 뉴스를 현실로 인식하기에 선택되고 재구성된 현실은 이내 곧 현실(real)이 된다.”며 영상의 시뮬라시옹을 언급했다. 그러므로 나는 파생실재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영상의 시뮬라시옹은 영상이라는 미디어가 실재를 넘어 하이퍼리얼리티를 생산할 수도 있고 진실을 왜곡할 수도 있다. 나는 미래에 미디어 매체에서 일할 사람으로서 미디어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고 있다. 이와 같이 시뮬라시옹이 지속되고 시뮬라크르로 이루어져가는 오늘날에 나처럼 당신들의 꿈조차 실재가 아닌 파생실재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연과학이 빛을 전자기적 발산이라고 인식한 이래로 기술이 빛을 조작할 수 있게 되었고 이로 인해 빛은 주체가 객체의 어두운 곳을 비추는 것이 아닌 객체의 주체에 대한 효과가 된 것이다. ‘피상성 예찬’의 저자는 이러한 빛의 위상을 ‘탈근대적 세계상’이라고 부른다. ‘탈근대적 세계상’은 ‘근대적 세계상’과 비교해 허무주의다. 저자는 디지털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는 이제 수수께끼는 없고 비밀, 비밀과 동일한 허무맹랑함만이 있을 뿐이라 말한다. 탈근대적인 정신을 근대적인 정신과 가장 분명하게 구별하는 것은 우리가 허무맹랑한 방식으로 허무맹랑한 세계 속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고 이 같은 사고를 ‘디지털 사고’라고 플루서는 이야기한다. 나는 이 책을 읽어가면서 저자는 시뮬라시옹, 디지털 세계를 비판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책의 제목과는 역설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읽은 후, 플루서는 이 책에서 그림 매체의 표면, 곧 피상성을 예찬하면서 현재의 사회를 돌아보게 하며 우리가 현재 상상할 수 없는 미래 정보사회의 세계상을 조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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