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하다. 어떻게 5개 신문사의 평론과 독자들의 리뷰가 하나같이 이 작품에 대해 극찬을 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 이 작품이 그만큼 훌륭한 작품이거나 혹은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획일적이라거나 그 둘 중 하나라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작가 김형경의 열렬한 팬이라고 해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보기엔 이 작품은 별 다섯개를 받을 만큼 수작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독자에 따라 생각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기에 작품의 가치도 달리 매길 수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그 정도는 아니라는 말이다. 나는 2년 전쯤 김형경의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을 매우 흥미롭게 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한 신문사에서 굉장한 상금으로 내건 문학상을 탄 작품도 읽어본 바 있다. 그리고 방금 읽은 <성에>까지 보고 나서 느낀 것은 김형경에 대한 결론은 아직 작가가 되기엔 멀었다는 것...(감히 이런 말을 하기에 미안하고 그렇지만..) 물론 작품<사랑을 선택하는...="">은 소재의 독특함과 신선함, 그리고 인물의 복잡한 심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스릴감과 해방감이 느껴지면서 확실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적 깊이는 그리 깊지 못했고 소재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그 폭도 넓지 못했다. 나의 편견일수도 있겠으나 나는 무릇 '장편'소설은 인간성과 그 복잡다기한 삶의 과정을 깊이있게 풀어내고, 또 일상성을 서술하는 행간에서는 생의 묘미, 감동이 절로 묻어나야한다고 믿고 있다. 그것은 작가가 의도한 바일수도 있지만, 작가의 몸에 배어있는 삶에 대한 통찰과 진지한 시각이 자신도 모르게 드러난 것일 수도 있는 거다. 하지만 작가 김형경은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자신이 목표로 한 특정 주제만을 처음부터 끝까지 밀고나간다. 다른 건 없다. 오직 그 소재만을 가지고 죽이되든 밥이되든 요리를 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이 당연히 그의 소설은 깊이도 없고 그렇다고 넓지도 않은 제한된 공간에서, 얕은 지식들의 파편과 한정된 소재에서 파생된 이야기거리만으로 구성된다. 이번 작품에서 그녀가 얘기하고자 한 바는 <환상>이라는 주제이다. 그녀는 누군가와 좋아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환상(판타지)'에 대한 테마를 마치 자기만이 알고 있는 삶의 체험담을 알려주겠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리고 거기에 자기가 그간 여기저기서 줏어놓은 얄팍한 지식들을 이리저리 버무려 여기저기 배치해놓는다. (아마도 작가는 지식인들에 대한 열등감을 상당히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디서 들은 지식이란 지식을 아는 체 하고 싶어서, 구어체도 아닌 문어체로 지식을 장황히 나열해놓기도 한다.) 그래서 뭔가 있겠지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소설을 끝까지 읽었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없었으며 끝마무리는 더 실망스러웠다. 그녀가 천착한 '환상'이라는 주제는 보통사람들이라며 누구나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그 정도의 수준에 불과하며, 그것을 서술해내는 문장력없이 특별한 재능을 느낄 수 없는 정도였다. 다만 하나 칭찬해주고 싶은 점은 참나무, 바람 등의 시점에서 인간사를 서술해본 시도이다. 그마저도 훌륭하다고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김형경에게 독자로서 해주고 싶은 충고는 지나치게 하나의 주제에만 매달리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다른 작가들도 물론 두세가지 주제로 글을 쓰는 건 아니겠지만, 그녀의 소설은 유난히도 '이 책을 주제는 이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싶어한다. 그러니깐 그 주제를 잘 드러내지 못했을 경우 두배로 욕을 먹게 되는 것 같다. 소설은 인생에 대해 좀더 풍요롭고 다채로운 사고를 통해 얻어낸 경험과 생각을, 너무 튀지않게 글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김형경은 좀더 공부가 필요하다.환상>사랑을>성에>사랑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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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십대의 몇 년간을 독차지했던 그와 완전히 헤어진 뒤에도 나는 한동안 그 기억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마지막까지도 끝내 묻지 못했던 질문들이 틈만 나면 머릿속을 맴돌았다. 어느 한순간만이라도 내가 그에게 삶의 기쁨인 적이 있었는지, 나를 사랑하기는 한 건지... 마지막 순간에도 이별을 실감하지 못하는 그를 두고 매정하게 돌아설 만큼 처음 그를 만났을 때와는 달리 나는 냉정해졌지만, 사실은 두려웠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 역시 단번에 나를 알아봤고,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그 사실(혹은 나의 믿음)이 나 혼자만의 환상으로 끝나는 것이 두려웠던 게다. 그러나 그 시절의 열정은 모두 사라지고 냉정만이 남은 지금 돌아보면, 또 한편으로는 긍정의 답을 상상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던 것 같다. 물론 결국엔 입 밖에 꺼내지 못한 그 질문의 답이 무엇일지 조갈증으로 열꽃이 피어오르는 숱한 나날을 보내기도 했지만.
"오래도록 한 사람을 가슴에 품고 있었어. 그 사람에 대한 사랑과 그 사랑에 대한 그리움으로 일상을 버텨왔어. 그것이 환상이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12년 전 자신을 들뜨게 했던 세중과의 재회를 앞두고 '환상'의 의미를 되새김질하는 연희를 보며 내 마음 속을 들킨 양 섬뜩하면서도, 연희의 모습에 나를 대입시키며 그의 시선을 따라가는 순간순간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자칫 '아쉽고 허망하고 박탈당한 것들'로 끝날 수 있는 그 '환상'이라 이름지어진 것을 '빛나고 아름답고 충만한' 삶의 에너지로 치환해 내는 작가의 솜씨는 역시 일품이었다.
'사랑,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마음의 사치(대중가요 제목)'라고? 반쯤은 맞고 반쯤은 틀린 말 같다. 없으면 죽고 못 살 것처럼 절절하던 사랑도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마음의 사치 때문에 우리는 또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지... [인상깊은구절] 자신의 몸 위에 엎드려 몸을 떨고 있는 세중도 하나의 거대한 꽃잎이었다. 연희는 해바라기 꽃판의 무한한 만다라를 따라 회오리치다가 마지막으로 만다라의 구심점을 향해 가뭇없이 빨려들어갔다. 그렇게 모든 것이 정지했다. 시간이 멎은 곳, 멈춰 선 시간이 맑아지면서 자신의 못브을 비춰 보이는 곳, 그 모습 속에서 문득 생이나 죽음이라는 것의 본질과 맞닥뜨리는 곳, 그곳이 곧 영원이었다. 봄이 오면 저 자리에 꽃이 피었으면 좋겠어…… 생각할 때, 연희는 죽음을 넘어서는 성의 마지막 의미에 도달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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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을 견디게 해주는 것은 환상이다. 환상은 깨어지지 않을 때만 존재하는 것이다. 환상이 깨지면 그것은 일상이 되는 것이다. |
| 소설 '성에'는 제한된 공간에서(일종의 실험실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남자와 여자가 실험대상으로 각가 에로서(Eros)와 타나토스(Thanatos)에 대한 인간의 욕망(libido)을 실험해 보는 소설이다. 우선 폭설이라는 자연 현상이 만들어 놓은 제한 공간 속에서 세주오가연희가 세 구의 주검을 목격함으로서 일어나는 현상은 과연 어떤 것일까 하는 가설과 그 세 구의 시체가 살아있을 때 과연 제한도니 성의 하녜에서 결말은 어떻게 이루어 질 것인가 하는 가설이다. 우선 세 구의 시체가 되는 남자와 여자 그리고 사내는 인간이기 이전에 자연의 동물로서 자연의 시점을 빌려 박새나 청설모, 참나무의 눈으로 그들을 관찰한다. 결국 인간이 자연에 대해 인간들의 기준으로 이야기하는 우스운 평가는 결국 자신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다만 우리는 그 동물적 욕망을 감추고 살 수 있을 만큼 제한적인 곳에서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격렬한 성에와 죽음의 경계에서 인간은 둘 다 유토피아를 위한 도구가 된다. 결국 인간의 본능에 대한 사유는 한계에 다다를 때 동물의 본능과 동일시 된다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진다. 인간 안에 내재된 그 본능. 자신도 모르는 본능이 어디선가 튀어나오진 않을까 무섭진 않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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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라는 작품을 읽었습니다.
단지 작가분이 "김형경"이었기 때문에 주저하지 않고 선택했었습니다. 실험적인 소설이라기에 기대도 했었구요. 다 읽은 후 느낌은 .. 정말 최고 였습니다.
김형경씨 특유의 문장이라고 할까요. 제 표현력이 부족하여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문장들을 참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나무와 종달새가 이끌어 주는것도 다른 소설과 달리 신선했구요.
김형경님 작품은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과 성에 .. 그리고 외출 몇개 접하지 못했지만 팬이 되어버렸어요. 다른 유명한 작품들도 차근차근 읽어나가 보렵니다.^-^
-----2005.12.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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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내가 이제까기 찾고 기다리고 헤매 왔던 것이 바로 이 작가가 말하는 환상이었다. 나는 그게 현실이 되어 줄 것을 기대하고 살아왔는데 현실이 되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내 마음이 어찌 이토록 편안해지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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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다섯 번째 소설은 어김없이 사랑과 성에 관한 소설이었다. 작가는 언제나 사랑을 이야기하고 그 사랑을 현실, 정체성, 성에 관해 풀어가고 있는 듯하다. 그녀가 나이 먹어감에 따라 달라지는 소설 속 사랑의 모습들은 소설 또한 작가의 삶임을 보여준다. 이번에는 사십대 여성의 환상 속 사랑을 말해준다. 연희는 세중에게 호감을 느껴 편지를 쓰고 세중은 그런 연희에게 식사제안을 하고 갑작스러운 여행을 떠나며, 그 여행 중 강원도 어느 산속 집에서 사체 세구를 발견한다. 소설은 그 산속 세 사람의 이야기와 눈속에 고립된 연희와 세중의 이야기를 따로 또 같이 하고 있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삶을 지배하는 환상적인 요소를 얘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 삶을 지배하는 환상적인 요소는 무엇일까... 또한 작가의 삶에는 어떤 환상이 있을지 궁금하다. |
|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 모든 것에 내것일것만 같은 순간에 왜 사람들은 불안함과 두려움을 느끼는가?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는 인생은 끝이라고만 여기지 않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하루하루 살아감에 있어 꿈과 환상이 지배하지 않는 삶은 얼마나 퍽퍽하고 무미건조할 것인가? 욕망과 희망 차이가 백지 한 장차이인것처럼 환상을 향해 질주하는 사람의 모습은 무모하게 보일지언정 그 열정만은 모든 사람의 눈에 아름답게 비치치 않을까? 정말 소설이라 영화에서나 나올법한(그것도 우리같이 역사적인 민족에게나 가능한 소재다)경험을 공유하고도 현실에서 12년을 살고서 만나 두사람 연희와 세중. 객관적인 경험 속에도 서로가 함께 공유하고도 같이 인식하지 못하는 현실과 환상이 존재하는 시간이라는 괴물. 또 사랑이란 애착과 함께 질투의 감정을 동반하는 알 수 없는 그 무엇이라는 것 등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는 작품이다. 상당히 긴 분량의 장편 소설이라 지루할 수도 있지만 무더운 날씨가 짜증스럽지 않을만큼 괴기롭고 흥미로운 소재라 쉽게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
| 김형경의 소설 중 이만큼 공들인 소설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구성이나 인물, 모든것에 공을 들인 흔적이 보였다. 눈오는 날 재중과 눈 속에 고립돼 보낸 삼일, 세명의 시신조차도,,,, 그것이 어떤 불행을 암시하는 비극으로 치닫는것조차 잘 그렸다. 귀순자와, 여자, 그리고 남자, 동물들의 목소리,, 그리고 나와 세중.. 나에게 세중이 사랑이었으나 세중에게는 다른 여자가 있었다는 결말이 좀 생뚱스러웠으나... 다른 것은 괜찮았다. 진정한 유토피아나 환상은 존재하지 않으면 그 속에는 오로지 현실 보다 더한 디스토피아만 존재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