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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는 봄날 보리를 밟으러 가는 모양이다. 남편도 어릴적 부모님이 이일 저일 시키는 것이 너무 싫었다고 하던 말이 생각난다. 그림속에 보니 염소도 있다. 염소 챙기는 일도 맡아서 했던 기억도 난다. 아이들과 놀고 싶지만 그래도 하는수없이 부모님을 따라 나선다. 그런데 하다보니 또 나름 재미있는 모양이다. 식구들이 줄지어 밟다 보면 기차놀이를 하는듯한 재미를 느끼게 된다고 하니 말이다.
보리밭에 앉아 보리를 캐는 누나의 이야기. 그런 누나는 왜 냉이나 자운영등은 캐지 않을까 싶지만 저녁 밥상에 오른 보릿국을 먹으면 쫄깃쫄깃 맛이 있다고 한다. 보릿국은 안 먹어봤는데 정말 그런 맛일까? 궁금하다. 그림은 보리를 캐는 누나와 엄마의 모습이 보이고 아이는 염소가 보리밭으로 들어가자 끌고 나가려고 힘겨루기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도시 아이들이라면 여러가지 장난감이나 게임, 책등이 있겠지만 예전 시골에서는 온 세상이 놀이터였다. 아이들은 하얀 별꽃이 피는 보리밭에서 별꽃을 구경한다. 고춧가루처럼 꽃가루가 묻은 뚝새풀은 소꿉놀이에 좋다고 한다. 옹기종기 모여 아이들이 별꽃을 구경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져 있다. 흑염소도 같이 구경하려는듯 한껏 아이들쪽으로 몸을 내밀고 있다.
아~ 보리밭 고랑에서 이렇게 놀기도 하는구나. 아이들이 고랑에 하나둘 앉아있거나 엎드려 있는 모습이 보인다. 보리밭에 있는 무당벌레, 나비들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어느날인가는 보리밭에서 꿩 둥지를 발견한다. 아이들은 그날 이후 꿩 둥지를 구경하는 재미에 더 보리밭에 가고 새끼를 까면 길러 보고 싶은 마음에 자주 드나든다. 그러던 어느날 가보니 껍질만 뒹굴고 있어서 보니 이미 새끼들이 부화했는지 어미 꿩을 따라 어디론가 가버린다. 아이들은 그런 꿩을 쫓지만 꿩 역시 필사적으로 도망치니 붙잡지는 못한다.
부모님에게 꾸중을 들을 날에도 보리밭에 가 앉아있으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하늘과 나무 그리고 밭의 풍경이 잔잔하고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아이가 보리피리를 부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두 손을 꼭 모아쥐고는 어서 소리가 잘 나기를 기다리며 열심히 불고 있다. 그 옆에서 강아지는 편안하게 엎드려 있다.
보리가 익어가면 아이들을 보리 이삭을 모아 불에 구워 먹는다. 그때만해도 먹을게 없었으니 얼마나 귀한 간식이었을까. 뜨거운데도 호호 불어가며 먹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 귀엽다. 서로 검댕이가 묻었다며 놀리기도 하며 즐거워한다. 여자 아이들은 한 쪽에서 흑염소에서 풀을 주고 있다. 머리에는 예쁜 풀로만든 왕관도 쓰고 있다.
아이들은 보리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가을이 깊어 탈곡을 하고 또 겨울을 맞이하는 보리밭 풍경이 따뜻하고도 섬세한 필치도 담백하게 그려져 있다.
나역시 서울에 살아서 이런 풍경을 제대로 만끽해보지 못했는데 책으로나마 즐거운 시간을 갖을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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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 밭이나 논에서 놀아 본 기억이 있는 내게는 펼쳐진 풍경들이 새록새록 정겹게 느껴지지만, 지나치며 그 풍경만을 보아 왔던 아이들은 놀랍고 부러운가보다. 어쩌면 이제는 흔한 것이 못되고 별스런 풍경이 되었으니 그럴만도 싶단 생각이 든다.
이른 봄부터 왜 보리밭에서 나란히 보리싹을 밟아 주어야 하는지, 어린 잎을 따서 국을 끓여 소박한 밥상을 차릴 수 있다는 사실과 바람에 한데 어우러져 파도치듯 움직이는 풍경과 그 비밀스런 놀이들 잠시라도 끼어들어 함께 놀아 보고픈 마음뿐이다.
푸르름을 간직할 수 있게 했던 보리밭. 까실한 보리이삭들이 너울치는 모습에 알 수 없는 기쁨을 느꼈던 그때처럼...... 정겹고 구수한 그 느낌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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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시절 우리에게는 장난감이 따로 없었다.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만큼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도 아니었지만 밖에만 나가면 놀이가 지천으로 있었던 때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장난감이 필요 없었던 시대이기도 했다. 산이며, 강이며, 들판이 모두 우리의 놀이터였던 시절. <보리밭은 재미있다>는 그 시절의 이야기를 풀어 놓은 책이다.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을 법한 지은이는 어린 시절, 아이들하고 눈싸움도 못하고 보리를 밟으러 간다. 그런데 보리 밟기는 생각했던 것처럼 재미 없는 일이 아니라 식구들이랑 기차놀이를 하는 것 같아 저절로 신이 나는 놀이가 된다. 여러 식구가 지나갔는데도 발자국은 나비처럼 하나만 남아 있다. 하나가 된 식구는 그 발자국 조차도 여러 개가 아닌 하나로 남겨진다. 봄이 되어 꽃밭이 된 보리밭은 소꿉놀이 하기에 좋고 숨바꼭질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부모님께 꾸중을 듣고 간 보리밭은 할머니처럼 포근해서 바람이 눈물을 닦아주고 보리피리를 부는 곳이다. 보리 이삭이 익으면 입술과 양 볼에 시커멓게 칠을 하며 불에 구워 먹기도 하고 깜부기로 좋아하는 여자친구 얼굴을 문지르는 장난을 치기도 한다. 이렇게 놀던 보리밭은 보리타작 후에는 너른 공터를 제공해 준다. 빈 보리밭에서 공놀이나 자치기를 하고 뒹굴기도 한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쌓인 보릿대 속에 굴을 만들고 그 속에 들어가 누워 상상할 수 있는 방으로 만드는 것이다. 지은이는 그 무한한 상상의 원천이 되는 그 보리밭의 보릿대 속에 누워 다시 보리 싹이 나는, 그 푸르른 보리밭을 상상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 방학이면 내내 경기도 광주의 외가에서 뛰어 놀던 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