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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모두가 한때 ‘걸(GIRL:20대 중반 정도까지의 미혼여성을 일반적으로 일컫는 여자애(女の子)를 영어로 쓴 말)’이었다. 삼십대가 되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이십대인 여자들, 영원히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고 있는 쿨한 여자들, 남자의 보호를 필요로 하지 않는 당찬 여자들의 속이 후련해지는 이야기다. '여자의 적은 여자'에서 '여자의 동지는 여자'로 전개되는 정신적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을 그린 '여성성장소설'이다. 그러나 일반 소설과는 차별화 된 특징을 갖고 있다. 여성성을 부각하기보다는 인간으로서의 성장과 성숙이라는 고민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의 지리적 여건 때문인지는 몰라도 가부장적 사회질서 안에서 여성이 겪어야 하는 여러 문제적 상황들을 드러낸 여성성에 대한 사회적 관점도 비슷하다. 자신만의 전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들이 주인공이며 그녀들을 둘러싼 적대감과 악순환의 고리는 유쾌하고 때로는 통쾌하게 끊어진다. 여성 자체가 경쟁 대상자로 등장하는가 하면, 업무적인 이해관계에서 커지는 대립과 갈등을 슬기롭게 풀어내기도 한다. 여성들 서로가 이상화하지도 않고 동시에 악마화 시키지도 않는다. 보다 현실적으로 성숙하고 관대한 자기보호에 충실하며, 가정 또는 사회나 직장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만족스런 관계를 엮어간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바로 여성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참 멋지게 일한다고 생각했다. 마음에 맞지 않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지만 분명히 같은 비율만큼 가치관이 들어맞는 남려를 배치해두었을 테니까. -P129
인생의 반은 우울하다, -P180
평생 '걸'. 아마 자기도 그 길을 가게 되겠구나 하고 유키코는 생각했다. 앞으로 결혼을 해도, 그리고 아이를 낳아도. 그렇게 살건 말건 내 마음이다.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뭐. -P188
사람은 제각기 다르다. 남이 행복한지 어떤지를 나의 잣대로 재겠다는 자체가 불손한 것이다. -P321
[띠동갑]
신입사원 와다 신타로는 그야말로 잘생긴 꽃미남에 일류대학을 졸업한 수제임에도 겸손이라는 미덕까지 겸비한 청년이다. 그런 와타 신타로의 지도사원으로 임명된 입사 13년차 고사카 요코는 그와 띠동갑이지만 자신도 모르게 설레이이도 하고 애인이 없단 말에 가능성에 무게를 은근슬쩍 실어보기도 한다. 그리고 회사 내 안팎으로 모든 여성들이 요코의 견제 대상이 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신타로라는 어린 남자를 짝사랑하는 자신이 그를 현실도피처로 생각하고 있으며, 모라토리엄에 빠졌다는 것을 자각한다. 그런 자성의 시간은 마음에 여유를 주고, 원래의 고사카 요코로 되돌려 놓는다.
[히로]
다케다 세이코는 여자 관리직으로 임명되면서, 여성과는 수평적인 인간관계를 인정하지 못하는 남성우월주의자이자 세 살 많은 부하 이마이와 갈등을 겪는다. 팽팽한 줄다리기에서 승리자는 이마이에게 기우는 듯하다가 '동전 던지기 게임'을 건 세이코의 끝판 전략으로 승리의 여신은 세이코에게 향한다. 그리고 이마이와는 정반대의 가치관을 가진 남편 히로(히로키)에게 따뜻한 위안을 얻는다.
[걸]
광고대리점에 근무하는 다키가와 유키코는, 타고난 미모로 세상 모든 이로부터 받았던 사랑과 축복이 서른 둘이라는 나이를 인식하면서부터 조금씩 빠져나가는 것을 실감한다. 그녀의 선배인 미츠야마 하루미는 회사 내에서 유명할 정도로 화려하고 타인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것도 즐긴다. 서른여덟의 나이도 무색하게 유키코보다도 깜찍한 의상을 추구하고 썰렁할 정도로 황당한 애교 또한 작렬이다. 유키코는 그런 하루미 선배처럼 되고 싶지 않다. 거래처인 사쿠라백화점의 안자이 히로코라는 그녀들을 적대적으로 대하는 고리타분하고 버거운 여성이다. 이벤트 무대에 서야 할 모델이 빠지면서 하루미는 히로코를 모델로 적극 추천하고, 아름다운 모델로 만들어준다.
[아파트]
'나홀로 강경파', '홍보과의 이시하라 도지사'로 불릴 만큼 이시하라 유카리는 직장에서 대쪽같은 스타일이다. 입사 12년 차로, 언제든 때려치우면 그만이라는 거친 마음 때문이다. 하지만 친구 메구미가 아파트를 사자 이시하라 유카리도 아파트에 투자할 것을 결심한다. 그 순간부터 홍보과의 다른 물렁한 사람들처럼 비서실 호시노 가오리에게 굽신대고 나긋해지기 시작한다. 아파트 구입을 위해 현재의 안정된 수입과 지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는 순간, 유카리는 익숙하지 않은 그 짓을 그만두고 자신의 우선순위를 분명하게 깨닫는다. 호시노 가오리는 물론 그녀가 모시는 이와사키 상무를 단번에 제압하고 당당하고 중립적인 자세를 취한다.
[워킹맘]
입사 14년차 히라이 다카코는 육아와 직장일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워킹맘이다. 이혼 후 아들 유헤이와 단둘이 살고 있는 그녀는, 동료들과 동등한 평가를 받고 싶지만 직장에선 야근과 회식에서 그녀를 제외시키려 든다. 그러던 중 판매부의 사이토 리카코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훔치려 든다. 주도권을 빼앗기기 싫은 다카코였으나 종국엔 사이토의 뜻대로 이뤄진다. 하지만 '명분 내세우기' 작전으로 자신의 현실을 풀어놓고 나자 모두가 우호적으로 바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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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가진 감성, 생각, 심리를 잘 이해하여 유쾌하고 시원하게 표현해 내는 작가 오쿠다 히데오... '걸'은 여성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직장에서 능력으로 인정받고 싶은 여성, 홀로 아이를 키우는 싱글 맘으로서의 어려움, 누구나가 예쁘다고 말해주던 20대를 넘어 30대에도 여전히 걸로 인정받고 싶은 여성 등등 직장 여성인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진솔하게 풀어낸다.
띠동갑은 선배로서 후배 직원이 직장생활을 좀 더 빨리 익히고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도 사원으로 뽑힌 주인공이 예상 밖으로 너무나 잘 생긴 후배(신입) 직원을 지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직장 내 여직원들의 눈길을 받는 후배 직원을 보며 남모를 설렘을 가지는 주인공... 자신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여직원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막는 형국이 된다.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자 나간 미팅 자리 중 우연히 후배직원을 보게 되는데...
히로는 솔직히 가장 마음에 들고 속 시원하게 읽은 단편이다. 30대 여성으로서 빠른 승진을 한 주인공은 능력 있는 부하 직원이라고 믿었던 남자가 자신의 남편과는 달리 쪼잔하고 남성 우월주의에 빠져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중요한 회의 도중 자신을 무시한 이 남자의 행동에 과감히 본때를 보여준다. 더불어 치졸한 부하직원을 동전으로 승부를 가르는 모습은 시원하다.
걸... 예쁜 외모로 인해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즐기던 시절이 흘러가고 있음에 아쉬움을 느끼는 주인공... 백화점 행사장에서 평소 예쁘지 않은 외모로 인해 남자들의 시선을 받지 못했던 경직되고 딱딱하게만 굴었던 여성이 펑크 난 모델을 역할을 하면서 자신의 가슴 저 밑에 묻어 두고 지냈던 여성으로서의 당당함을 보여준다. 그런 여자를 보며 주인공 역시 여자는 개인적인 취향은 설령 달라도 좋아하는 것은 같다는 생각을 한다.
아파트는 할 말은 하는 당당한 여직원으로 살고 싶지만 비싼 월세를 내기 보다는 아파트를 구입하고자 마음을 먹게 되면서 직장생활에서 눈치를 보게 되는 여자의 이야기다. 상대방의 약점 아닌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한 동료 여직원의 예상치 못한 요구에 응하면서 복잡하게 얽히던 일처리를 과감히 제자리로 돌려놓는 용기를 보여주는 주인공의 모습이 멋지다.
마지막이며 이혼 후 아이를 홀로 키우는 싱글 맘의 고충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워킹맘... 아들을 위해 당당한 커리어우먼으로 살고 싶지만 그녀의 현실을 고려한 동료들의 배려가 오히려 그녀에게 상처 아닌 상처를 준다. 그런 와중에도 아들에게 멋진 엄마가 되기 위해 철봉에 매달리는 법이나 캐치볼을 배우는 주인공의 모습이 상상이 되어 짠하게 느껴진다. 다 잘 할 수는 없다. 자신의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 먹은 주인공이 대단하다.
역시나 오쿠다 히데오라는 생각이 든다. 직장생활에서 여자가 가지고 있는 감정들을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 놓는 이야기가 재밌다. 저자의 작품이 왜 이렇게 사랑을 받고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시간으로 공중그네를 읽었을 때와는 다른 유쾌함을 느꼈다.
누구나 젊고 아름다운 시간을 오래도록 잡고 싶다. 걸이었을 때에는 3-40대는 아득히 먼 미래인 줄 알았다. 허나 언제 흐른 지 모르게 후다닥 흘러가고 있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순수한 소녀 적 감성을 가슴에 품고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에 안 어울리게 감성어린 이야기를 해서 옆지기를 당황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마음만은 나 역시 걸로 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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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은 30대 초중반, 그러니까 젊음의 특권으로 가득했던 20대를 떠나보낸 뒤 중년이란 타이틀을 목전에 둔 여성들의 이야기이자 소위 O.L(Office Lady), 즉 직장여성들이 남성중심의 조직에서 겪는 다양한 애환과 고충들을 오쿠다 히데오 특유의 블랙코미디 스타일로 풀어낸 다섯 편의 단편이 실린 작품집입니다.
32~36살인 다섯 명의 주인공은 각각 내로라하는 기업에서 10~14년차를 맞이한 유능한 직장인들입니다. 이미 30대에 들어섰지만 이대로 시간이 멈춰주기를, 그래서 영원히 Girl로 남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싱글의 경우 비혼주의자도 있지만 때를 놓치는 게 아닐까 고민하는 불안감을 가진 경우가 더 많습니다. 또 10년차 이상의 유능한 직장여성이 겪어야만 하는 골치 아픈 문제들 ? 나이가 많은, 혹은 남녀간 수평적 인간관계를 이해 못하는 남자직원을 부하로 뒀거나 충분한 커리어를 갖췄음에도 남성에 비해 불이익을 받는다거나 심지어 남편보다 수입이 더 많아진 탓에 발생하는 스트레스 등 ? 을 공통적으로 품고 있습니다.
일과 자유와 연애, 그중 하나라도 잃고 싶지 않았다. 서른넷이 된 지금은 이 나이가 되어서 타협하고 싶지 않다는 것과 슬슬 결혼하지 않으면 평생 독신으로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반반이다. (중략) 진짜로 바라는 것은 시간이 멈춰주는 것이다. (p61)
띠동갑인 남자 신입사원에게 마음을 빼앗겼다가 결국 그 짝사랑이 34살 싱글인 자신의 현실도피였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 요코, 이른 승진 탓에 나이 많은 남자를 부하로 두게 된 세이코의 고민과 갈등, 30대 후반에도 ‘철없이’ 배꼽티를 입고 클럽에서 에너지를 내뿜는 싱글 선배를 보며 더 이상 추해지기 전에 Girl을 그만둬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하는 32살 유키코 등 현실감 100배인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때론 흥미진진하게, 때론 안쓰럽게 전개됩니다.
사실 나이라는 건 상대적인 것이어서 49살은 39살을, 39살은 29살을 부러워하지만, 29살 역시 20대 초반을 부러워하고 질투하며 자신의 과거를 그리워하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오쿠다 히데오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이 자괴감과 질투심을 다소 가벼워 보이지만 정곡을 찌르는 설정들을 동원하여 독자에게 소구합니다. 특히 한 인간의 황금기이자 동시에 노화가 시작되는 쇠퇴기의 초입인 ‘30대 초중반’이란 나이를 ‘직장여성’이란 캐릭터와 잘 조합한 덕분에 이 작품의 매력은 훨씬 강력해졌습니다.
다섯 명의 주인공들은 남성중심의 조직문화가 횡행하는 가운데 위아래를 막론하고 자기 할 말을 다 하는 소신 있는 인물들입니다. 또 이런저런 갈등을 겪지만 결국엔 대부분 긍정의 에너지를 얻거나 삶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는 해피엔딩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으며, 그런 면에서 주인공들의 해피엔딩은 오쿠다 히데오가 건넨 (선한 의미의) 판타지이자 대리만족 기제에 불과합니다. 현실은 우중충한 새드 엔딩이 대부분인 게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오쿠다 히데오의 판타지와 대리만족 기제는 그다지 불편해 보이거나 손에 잡히지 않는 그림의 떡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어설픈 교훈도, 억지스런 힐링도 강요하지 않으며 그 또래 여성들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진정성이 엿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느낌 역시 제가 남자라서 드는 생각이라고 비난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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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오쿠다 히데오 였다. 나뿐 아니라 이 책 "걸"을 읽은 사람이라면 오쿠다 히데오 특유의 맛깔스런 문장에 다시 한번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막힘없는 문장은 더운 날씨에 책을 읽는 나를, 전혀 지루하지않게 배려하는 듯했다.전에 읽은 <공중그네>에서 작가는 의사역의 이라부를 통해 정말 엉뚱하면서도 유머있게 글을 써나갔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30대의 직장여성 들이다. 20대가 아닌만큼 웬만큼 직장생활에 적응을 했고 수입면에서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계층이다. 맨 처음에 나오는 <띠동갑>에서는 신입사원의 지도사원이 되는 요코의 얘기다. 열두살의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연하의 남성 신타로를 짝사랑하게 되는 요코가 너무 귀엽다. 작가는 어쩜 그리도 요코의 심리를 잘 묘사하였는지. 자신이 나이들었다는 걸 깨닫는 요코. 결코 오바하지 않는 요코가 정말 귀엽다.
두번째 작품 <히로>에서는 맞벌이 부부인 히로키와 세이코. 어느날 생각보다 빨리 승진한 세이코의 회사 생활과 가정에서의 모습을 그렸다. 남편보다 월급을 많이 받는 세이코는 회사에서 남자부하직원과의 트러블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세번째 작품 <걸>은 광고회사에 입사한지 10년인 유키코의 얘기다. 워낙에 미모였던 유키코가 300대 1의 경쟁을 뚫고 광고회사에 들어가 20대를 보내면서 자신감 넘치는 생활을 한다. 그런 유키코가 자기보다 6년 선배인 오미츠의 천방지축에 가까운 모습을 보며 자신을 돌아보게된다.
네번째 작품 <아파트>는 친구가 아파트를 샀다는말에 자신도 아파트를 구입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진 유카리의 얘기다. 철이 든다고 해야 할까. 현실을 받아 들인다고 해야 할까.아파트 구입을 생각하면서 부터 자신을 돌아보는 얘기가 흥미롭다.
마지막 작품 <워킹맘>은 서른여섯살의 이혼녀 다카코가 아이엄마라는 이유로 회사에서 배려받으면서 부담을 느끼는 얘기다. 그러나 다카코는 끝까지 부담으로 느끼지않으며, 그런 상황을 현명하게 잘 헤쳐 나간다.
이 책에 나오는 여성들을 보면서 느낀건데, 일본여성이 최고의 신부감이라는 말도 구세대들이 하는 말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편의 작품에 나오는 여성들이 막연히 상상했던 <기모노를 입은 가정적인 일본 여성>과는 무척 거리감이 느껴졌던 것이다.
직장에서 웬만큼 인정받는 위치에 있어서인지 모두 주관이 뚜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작가의 여성 심리묘사가 놀라울 정도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작가 오쿠디 히데오의 팬임이 행복했다. 다음번에는 어떤 작품으로 독자를 즐겁게 해줄지 벌써부터 기다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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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 오쿠다 히데오 / 임희선 / 북스토리]
제목 : [걸 ] 30대 후반, 다양한 직장여성들의 모습
오쿠다 히데오의 [걸]에는 다섯 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미혼도 있고 결혼한 여성도, 그리고 이혼한 워킹맘도 있다. 모두 30대 후반의 직장인이다. 이 책은 직장여성의 다양한 사회생활을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보여주고 있다. 삶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직장, 그 치열한 곳에서 버티며 사는 것. 시대가 바뀌어도 이들의 모습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띠동갑 / 히로 / 걸 / 아파트 / 워킹맘
띠동갑 : 띠동갑 남자 신입 직원이 들어오고 회사 여직원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모두 신입 직원에게 관심을 갖는데, 나이가 얼추 비슷한 여직원들이야 당연하지만 띠동갑 이상 차이 나는 여직원들도 노골적이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나이를 보고 체념한다. 나이 드는 아쉬움을 재미있게 묘사했다.
히로 : 자신보다 나이 어린 여성 상사를 모시는 것이 불편한 남자들. 그들과 대립하며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여상사. 남편에게 그 일을 의논하며 당신은 여자 상사 밑에서 일할 수 있겠냐고 묻자 남편(히로)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남편은 야망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남편의 처신이 맞는 것인지 아내는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걸 : 나이 어린 여성이 직장에서 돋보이는 것을 나이든 여직원들이 한탄한다. 젊은 시절의 미모로 혜택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는 유키코 자신도 예전에는 그랬으면서. 그리고 나이 들면 나이에 맞게 옷을 입고, 행동해야 한다고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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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라는 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 걸(girl) : 20대 중반 정도까지의 미혼여성을 일반적으로 일컫는 '여자애'를 영어로 그대로 쓴 말.
자기가 10대였을 때는 서른두 살이면 완전히 아줌마였다. 사실, 그 시절의 서른 두 살들은 훨씬 더 제대로 나이를 먹고 있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인생의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사회가 풍요로워져서 청춘이 길게 늘어난 것이다. - 1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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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 미혼의 여성이 나이 들어 자기 집을 마련한다는 것의 의미. 아파트를 구입하려는데, 직장에서 변수가 생긴다면? 직장을 어떻게든 오래 다녀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그래서 전보다 더 악착같이 직장에 붙어있으려 한다. 참 애처롭고 남 일 같지 않아 웃음이 난다. 힘을 내세요.
워킹맘 : 이혼 후 아이를 키우며 직장생활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무엇보다도 동료의 편견, 무관심 혹은 과한 관심이 더 힘들 때가 있다. 그래도 동료들의 배려 덕분에 직장생활도, 아이 키우기도 무난히 해내고 있다. ‘여자는 육아만 내세우면 주위 사람들이 꼼짝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독신 시절에 그런 꼴보기 싫은 여자들을 많이 봐왔다. 그래서 자기는 그런 짓을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았다.’(340p) 동료들에게 미안함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상황. 서로에게 민폐가 되지 않도록 서로 조심한다.
일본처럼 경직된 조직사회에서 30대 후반의 여성이 갖는 의미를 생각한다. 남녀 차별이라는 거창한 구호보다도 오랜 기간 전해 내려온 관습이 여러모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 그 와중에 여성은 착실히 직장생활을 하고, 돈을 모으고 가정을 꾸린다. 그렇게 사회가 굴러간다.
예전 작품을 읽으며 지금의 모습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일본 회사 조직의 파벌과 조직의 경직, 이러한 것이 지금의 일본을 만들었다. 한편으로 답답한 구석이 있지만 우리도 겪었을 이야기, 그것을 개선해서 나아지는 것을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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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능력은 어디까지인가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남쪽으로 튀어' 에선 상남자다운 그를 상상해보게 되고 '면장선거' 에선 왠지 뻔지르르한 하얀 얼굴이 생각나게되고 '오 해피데이' 에선 이쁜 앞치마가 어울리는 불그스레한 얼굴을 떠올리게 되다가 '걸' 에선 여자들만이 할 수 있는 수다에 같이 껴서 흥분하는 고마운 아저씨를 그리게 된다.
띠동갑,히로,걸,아파트,워킹맘이라는 5개의 단편 이야기에서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자기 자리에서 늘 굳세고 의욕적인 걸들을 만나게 된다. 일의 세상에서는 냉철하지만 여자라는 자기만의 세상안에서는 쓸쓸함을 느끼게 되는 나이를 지나는(물론 개인마다 그 나이는 다 다를것이다.) 그녀들의 이야기가 '여자라면' 한번쯤은 느껴보았을 상황이나 심경들을 돌이켜 보게 한다.
'띠동갑'에서는 뛰어난 외모를 지닌 남자, 신타로라는 신입사원의 등장에 술렁이는 회사 안 여자들의 뜨거운 시선이나 어떻게든 신타로를 사로 잡아보려는 여자들의 절대 유혹을 끝까지 막아주리라 (쓸데없는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다짐하는 신타로의 띠동갑 지도사원이 된 요코의 이야기가 웃음이 푸식 나오게 그려지고 있다. '히로' 에서는 나이와 경력이 있는 남자 직원을 두고 과장이라는 직함을 받아 어려움에 빠진 세이코의 고군분투기가 같이 고생하게 된 여직원 '유코' 의 심정과 함께 들어있어 일하다 보면 마주치는 남과 여의 차이나 다른 대처법, 그래서 생긴 어려움에 대한 공감을 하게 된다. '걸'에서는 너무도 이쁜 신입들 틈에서 아직 이쁜 외모를 자랑할 수 있을뿐 아니라 상황에 맞는 여유나 잘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으로 아직은 충분히 괜찮다 싶었던 유키코 눈에 갑자기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는 자신 나이 또래에 대한 고민에서 자신감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건지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아파트'에서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어마어마한 가격을 지닌 아파트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회사안에서의 발언에 자신감을 잃은 자신에 대한 고민이나 남자 직원들과의 공감을 찾아가는 이사하라의 이야기가, '워킹맘'에서는 홀로 아이를 키우다보면 회사에서 느끼게되는 심정이나 힘들어하는 엄마를 위해 나이에 안 맞게 참으려하는 아이를 보는 워킹맘의 비애를 다루고 있는데, 여자라면..이란 이유로 겪게되는 비슷한 상황들과 생각해보았던 감정들이 다시 생각나게 하는 이야기들이라 쉽게 읽히게 된다.
잘하고 있다 싶었던 자신에게 조금씩 다가오는 불안, 그것도 어쩔수 없이 먹게되는 나이에 대한 두려움은 아무래도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생기게 되지않을까 싶다. 당연한 일인줄 몰랐던 일이 씁쓸하지만 마땅하다며 다가오는 상황들을 오쿠다 히데오는 그래도 자신이 마음먹기에 따라 세상 모든 것이 달라진다는 유쾌한 결론을 내주고 있다. 물론 그녀들 주변에 있는 남자들 이야기까지 적절하게 배치하가며 말이다.
보통들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들 하는데 여자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알아주는 이 또한 여자일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에 오쿠다 히데오, 이 아저씨,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진짜 궁금해진다.
신타로. 좋은 사람을 찾아야 돼. 물론 나도 괜찮고. 하지만 나랑 결혼하려면 어머니를 잘 설득해줘야 해.-66
여자는 남자의 눈 같은 건 신경쓰지 않는다. 자기가 즐거워지려고 멋을 부리는 것이다. 젊게 있고 싶은 것이다... 여자들끼리는 서로를 알아줄 수 있다. 개인적인 취향이 다소 다를 뿐이지 좋아하는 것은 똑같기 때문이다.-1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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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직 여직원에 대한 이야기이다. 대상이 30대 초반 직장 생활을 10년 이상한 여성 직원이 겪게 되고 또 풀어나가는 고충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깊이가 깊지 않다고 느껴진다. 여성지 같은 경우에 꽁트로 연재되었던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찾아보니 소설 현대에 5편의 작품으로 기고된 것이 책으로 엮어진 것 같다.
소설의 구성이 거의 비슷하다. 이제 20대의 꽃다운 시절이 지나가고, 이제 중간 책임자의 위치에 서게 된 여성 사무직 직장인의 이야기이다. 이제는 후배 사원이 생기고, 부하 직원이 생기고, 중요한 업무를 맞게 된다. 그래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지만 내용이 크게 깊지 않다. 소위 일반적인 정형을 보여준다. 가령 승진을 해서 팀장, 여기에서는 과장이 되었는데 나이 많은 남자 직원이 팀장의 권위를 무시하고 말을 안 듣는 갈등은 푸는 과정이다. 여기에서 상사도 (부장) 마찬가지로 여자인 과장을 무시하는 경우이다.
이 책은 30을 앞두고 있는 직장 생활을 하는 여자는 한번 볼만할 것 같다. 20대는 청춘이 경쟁력이고 비교적 쉽게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자 나이 30초반이 되면 일본에서는 밑에서는 젊은 후배 직원들이 있고, 위에는 롤 모델이 없다. 그래서 그 고민이 담고 있다.
소설을 떠나서 대강의 한국의 경우를 보면, 내 여자 동기들 중 많은 사람들이 IMF 위기 1998년에 많이 해고 당했다. 90년 졸업이니 30대 초반에 많이 해고 당한 것이다. 그리고 유리 천장이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30 초반에 걱정해야 하는 나이는 지나간 것 같다.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대강 40 초반이 되면 이 소설에 나오는 진로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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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삼십대...여자와 남자의 서른은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다. 남자는 군대를 갔다온 시간만큼 나이듦이느려진다고나 할까. 그래서 여자는 서른이 곧 30살이지만 남자의 서른은 28살 같이 느껴진다. 20대에는 30대가 정말 오긴 올까 이런 생각으로 지냈던 것 같다. 빛나는 20대의 유한함을 그 때는 모르고 30대를 부정했다. 서른이 되면 정말 큰일이 날 것 만 같았지만 막상 서른이 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유부녀가 됐다는 것 정도의 변화와 나잇살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 정도. 서른이 된다는 두려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합쳐 불안정했던 20대 후반을 지나고 나니 오히려 안정적인 서른을 맞게 되었다. 하지만 서른 중반을 넘어서는 지금 다시 불안하다. 서른 후반으로 갈 수록 마흔에 대한 두려움으로 20대 후반에 겪었던 불안함이 다시 생겨나는 것만 같다. 혼돈의 시대를 보내고 있는 요즘 읽게 된 이 책은 30대 여자 주인공 5명의 이야기가 단편으로 엮어져 있다. 34살 요코는 문구제조회사에서 입사13년차, 만36살 세이코는 큰 부동산회사 입사 14년차에 과장, 유명한 광고대리점 입사10년차 32살 유키코, 유명한 생명보험회사 홍보과 입사 12년차 34살 유카리, 36살 다카코는 자동차 제조업체 영업부에 근무하는 주인공들은 하는 일이 모두 다르지만 각자의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삼십대 직장 여성이 가질 수 있는 고민들과 삶은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비슷한 것 같다. 미혼은 결혼에 대한 부담감과 20대의 어린 후배 여사원들과의 비교와 경쟁, 내집마련 문제 기혼은 출산에 대한 부담감과 육아와 업무의 병행에서 오는 힘든 점 등 흔히 볼 수 있는 고민이지만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유명 소설가답게 이야기를 잘 만들었다. 12살 어린 신입남자직원에 대한 관심, 나이많은 부하 남자 직원의 하극상, 20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현실을 부정하고 외면하는 걸, 아파트 구입을 위해 평소와 다르게 눈치보이는 직장생활, 이혼 후 혼자 아이를 키우며 고군분투하는 워킹맘의 이야기는 우리가 처한 현실을 잘 묘사하고 있다. 각각 문제를 해결해가는 것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다. 삶에 있어서 갈림길에 서 있는 30대를 좀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20대 못지 않은 열정과 경험으로 또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책이었다. 일본의 거품 경기 이후 집값이 폭락해서 일본 사람들은 집을 잘 안사고 월세로 많이 살고 있다고 들었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주택 구입에 대한 열망과 대출금은 비슷하네. 이건 전세계 공통 현상이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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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가 우리나라엣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마도 그의 글이 우리 입에 매우 맛깔스럽게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주저함이나 막힘없이 읽히는 문체는 글을 읽는 이로 하여금 전혀 피로감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고, 지금 읽고 있는 다음 순간에 대해 미리 궁금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이 책 <걸> 역시 마찬가지다.
제목처럼 ‘여성’이 등장하는 단편소설 다섯편으로 짜여져 있는데, 각각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에게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모두 30대의 오피스걸이라는 점이다. 즉, 파릇파릇한 20대의 청춘이 아닌 인생의 의미나 삶의 과정을 어느정도 경험하게 된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한편으로 평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개성돋는 역할을 보여준다.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이들의 모습들은 오쿠다 히데오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독특함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띠동갑’에 등장하는 요코는 신입사원 신타로의 지도사원이 된다. 띠동갑이라는 나이의 격차에도 불구하고 신타로는 요코에게 있어 설레임을 불러일으키는 훈남이다. 동시에 요코로 하여금 자신이 나이들었다는 사실을 각성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그런 와중에 갈팡질팡 하는 여성의 심리에 대한 묘사가 탁월하다. ‘히로’의 주인공 세이코는 대규모 부동산 개발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어느 순간 관리직으로 승진한다. 잘 나가는 그녀의 문제는 정작 가정에 있다. 큰 야망 없이 적은 월급에 만족해 살아가는 남편과 무언가 어긋나는 것이다. 게다가 관리직의 현실이 남자부하직원과의 트러블로 나타나면서 만만치 않은 30대 커리어우먼의 모습이 그려진다. 표제작 ‘걸’에는 유키코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광고회사에서 잘나가던 20대를 지나 이제 30대인 그녀는 세월의 흐름을 실감한다. 자신보다 여섯 살이나 많은 독신 선배 오미츠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거울을 삼는 모습이 흥미롭다. ‘아파트’는 이제 생활전선 한가운데 위치한 30대 여성의 긴박함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주인공 유카리는 친구가 아파트를 샀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조급해짐을 느끼며 본인도 아파트를 사기로 결심한다. 동시에 회사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엮어지면서 30대 오피스걸의 희노애락을 담고 있다. ‘위킹맘’은 제목 그대로 ‘일하는 아이엄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혼 후 혼자서 아기를 기르며 회사를 다니는 다카코는 애엄마라는 자신의 처지를 배려해주는 주변의 상황이 오히려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러한 배려가 부담이 아니라 진정으로 보호받는다는 느낌이 들면서 그녀의 회사생활에도 변화가 오게 된다. 이처럼 작품은 ‘30대 여성 회사원’이라는 공통분모임에도 각자의 상황에 따른 저마다의 사정을 그리면서 작품마다 의미있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물론, 오쿠다 히데오식 유쾌한 결론임에도는 틀림없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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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의 작가 오쿠다 히데오. 의사 이라부 시리즈를 너무나 호탕하게 풍자하는 바람에 푹 빠지고 만 내게 그의 다른 작품들 또한 기대작이었고, 또 그만큼 힐링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여자들의 이야기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사회초년생, 직장인 중년에 이르는 [걸]들의 이야기로 말이다. 그에게 여자들의 속마음을 들킨 것일까? 어쩜 이리도 잘 캐치해내었는지 유쾌하면서도 리얼하고 섬세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 [걸]을 만났다. 이 책에는 다섯 가지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여자들의 이야기 모음이다. 그 첫 번째 이야기 [띠동갑]. 서른이 넘은 요코가 다니는 직장에 신입사원이 왔다. 훈남인 와다 산타로. 요코가 이번에 지도사원이 되어 산타로를 인도하게 되었는데, 그와 함께하면서 나이 어린 훈남인데도 아직 설레고 선망하게 되는 여자가 되어간다. 속마음은 왜이러지 하면서도 말이다. 그래서 다른 여직원들에 대한 질투가 은연중 행동에 배어나오기도 하는데 나이를 먹어도 여자라서일까? 아님 젊은 사원을 향한 그 마음이 사실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젊음에 대한 선망에서 비롯된 것일까? 요즘처럼 연상연하 커플이 많은 실정에 나도 아직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조금은 자리하지 않았을까 [히로]. 여자 상사 밑에서 일하기 싫어하는 남자 때문에 피곤한 세이코. 나이도 여자보다 많았고 봉건적 사고방식에 사로잡힌 부하직원 이마이. 그에게 여자상사인 세이코가 눈에 가시였을 것이다. 반면 이런 부하직원을 상대해야 하는 직속상사가 된 세이코는 이런 직원을 어떻게 내편으로 만들고 일을 해나가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건 업무적인 일에서 자꾸 걸리기 때문이다. 비단 일본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있음직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시시때때로 태클을 걸기일쑤인 부하 이마이. 남성우월주의의 사고방식을 가진 그와의 사이에서 어떻게 자신의 입지를 굳힐지. 고민하게 되는 그녀의 이야기가 공감하고 고민하게 한다. 남녀차별의식이 없이 자신에게 위안이 되는 남편 히로에 비해 한참이나 못나 보이는 이마이 직원. 하지만 그것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직장내에 파벌싸움이랄까? 직장내 연줄로 이루어진 승진의 기회.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학연지연의 동아줄 같은 느낌이랄까. [걸]. 화려한 이십대를 보낸 유키코에게 서른둘의 나이는 더 이상 인기녀가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선배들의 모습 속에서 자신의 미래를 보며 초조해하는 그녀를 발견하게 된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 더군다나 이십대에서 삼십대는 상당한 변화를 갖게 되는 세대인 듯하다. 결혼의 적령기에서 서로 바뀌어 가게 되는 여자들의 삶. 난 그 선배처럼 살지 않을 거야 하는 한때의 치기어린 마음. [아파트]. 오랜 직장생활동안 당당하기만 했던 유카리. 그녀의 친구가 아파트를 구입하자 부러움에 그녀도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면서 아파트를 구입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런데 부담스런 가격의 아파트는 안정적인 직장생활이 담보가 되어야 하고, 당당했던 그녀의 성격도 어느 정도 타협을 해야 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작은 아파트를 마련하면 속편하게 당당하게 살 것인가하는 선택을 놓고 고민하게 한다. [워킹맘]. 삼십대 초반에 이혼하고 편모가 된 히라이 다카코. 직장내에서 일잘하는 직원이 되고 싶은데 독신녀와 또 다른 대접을 받게 되는 상황. 가정사에 얽매어 일을 뒷전이게 하는 선배들과 달리 살고 싶지만 그녀 또한 예전처럼 일에만 에너지를 쏟기엔 자신의 손길이 필요로하는 아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든다. 아이에게 뭐든지 해주고싶어 아이몰래 배워서 운동을 가르치는 모습에서 안쓰러움 마저 느껴진다. 어찌 이리도 섬세하게 여자들을 꽤뚫어 보았는지 바로 내 이야기인 듯 공감하며 읽게 되는 단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