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성산의 아픔을 호소하며 거리와 농성장에서 보낸 3년이라는 시간은 돌아보면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시간이었다. 살아오면서 누구를 원망하거나 원한을 산 기억이 없고, 출가하여 애증에 든 일이 없는데 무너진 천성산 한 끝자락을 붙잡고 베어진 나무처럼 놓여 있는 처지를 생각하면 설운 마음에 눈물이 핑 돈다." 이 글은 비구니 스님인 지율이 쓴 <지율, 숲에서 나오다>(숲·2004)라는 책의 머릿글 '벌목현장에서'란 내용의 일부이다. 솔직히 나는 지율 스님이 누구이며, 어떤 일을 해 왔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다만 얼마 전에 보도한 언론을 통해서, 그 분이 '도룡뇽을 상대로 법정 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만 접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은 그 분이 단지 도룡뇽을 상대로 법정 투쟁을 한 게 아니라, 천 가지 연꽃이 핀 것 같이 아름다워 예로부터 소금강이라 불리웠다는 '천성산'을 둘러싸고 법정 투쟁을 벌이고 있음을 알게 됐다. 또한 그가 이 땅에 얼마나 큰 족적을 남겼는가를 알게 됐고, 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지 간에 지율 스님의 걸음걸이들이 천성산을 비롯해 우리 금수강산에 한 올 한 올 멋진 수를 새겨 놓을 것이란 기대감도 들었다. 지율 스님이 45일 동안 곡기를 끊으며 단식 투쟁을 했던 기간, 하루의 삶을 사색하며 적었다는 일기의 내용 중 일부를 들여다보면 이렇다. "산이 게으른 수행자였던 저를 불러 세웠던 그 순간을 저는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바위를 깎는 포크레인 소리에 묻혀 그 소리는 아주 가느다랗게 들렸습니다. '거기 누구 없나요? 살려 주세요...'라고. 어린 아이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늙은 어머님의 신음 같기도 한 이 소리는 지금 전국의 산하에 울리고 있습니다. 애처롭게 울리는 이 소리는 제게 신의 음성보다 더 무섭게 들렸습니다."(p.36 단식 사흗날의 일기) 이 '단식일지'를 첫 꼭지로 해, 이 책은 '초록의 공명', '우리, 아름다운 인연들', '퍼지고 퍼지는 숨결' 그리고 '엽서들'이라는 각각의 다섯 꼭지들로 짜임새 있게 엮였다. 두 번째 꼭지인 '초록의 공명'에는 지율 스님이 단식 투쟁을 벌일 만큼 소중하게 생각한 '천성산'에 대한 소개가 면밀하게 그려져 있다. 물론 천성산의 멋진 화폭도 담겨있다. "천성산은 백두대간에서 뻗어 나온 낙동 정맥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가지산도립공원의 끝자락이며, 역사적으로는 신라의 거성 원효대사께서 천 명의 제자에게 불교의 최고 경전인 화염경을 설파하신 곳이기도 하다. 이토록 아름다운 천성산은 꼬마잠자리가 날아다니고 도룡뇽과 물방개, 물자라가 사는 아름다운 작은 늪에서부터 비롯되며 이 아름다운 22개의 고층늪을 발원으로 그림 같은 12계곡이 이어져 있다. 그리고 계곡이 끝나는 곳에서 39개의 크고 작은 저수지들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p.118) 세 번째 꼭지인 '우리, 아름다운 인연들'이란 부분에는 학계의 교수들과 침팬지 연구가, 신문기자, 농부, 수녀, 그리고 이철수 판화가 등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지율 스님을 지원하고 격려하는 글들이 담겨져 있다. "정부는 천성산 보존에 대한 약속을 어기고 그 대신에 프랑스의 테제베(TGV)를 모델로 한 '총알' 기차가 통과하도록 이 산을 가로지르는 18킬로미터에 달하는 터널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이 결정은 실용성보다는 정치적 타협에 근거를 둔 것이다."(p.153 리타 테일러 교수의 글) 네 번째 꼭지인 '퍼지고 퍼지는 숨결' 부분에서는 꼬리치레도룡뇽의 알과 유생, 아기 도룡뇽과 도룡뇽 성체 등을 각각의 순백한 사진과 함께 멋지게 담아내고 있고, '자연의 권리 소송 사례'등에 대해서도 담담히 소개하고 있다. "꼬리치레도룡뇽은 수온이 차고 용존 산소량이 풍부한 산간 계류의 샘물 솟는 곳에 서식하며, 노랗게 작 익은 둥근 옥수수 알갱이처럼 생긴 알에서 부화하고도 1년 이상 차가운 물 속에서 유생기를 보내는 특성이 있어, 계류의 오염은 꼬리치레도룡뇽이 살아 가는 데 매우 치명적이다. 그러므로 꼬리치레도룡뇽의 존재는 곧 그 지역의 생태계가 매우 양호하다는 것을 증명하며, 1급수라는 것을 웅변한다."(p.200) 마지막 다섯 번째 꼭지인 '엽서들'에서는 도룡뇽 친구들이 도룡뇽을 살리기 위해 쓰고, 그린 그림들을 담고 있다. 이것들은 오락실과 게임 방에서만 시간을 보냈을 어린이들이 천성산 생태 탐방을 하며 보고 느낀 점들을 법원의 재판장님에게 보낸 그림 엽서들이다. 천성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내원사 비구니 스님 지율. 그가 울창한 천성산의 숲과 내원사 사찰을 벗어나 사람들이 모두 무모하다고 말하는 이 일에 뛰어든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인가. 그것은 오로지 어머니 같은 모성애에서 시작된 것으로 1급수에만 산다는 꼬리치레도룡뇽의 생명을 지켜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보인다. 또 신라 고도의 유서 깊은 천년의 역사가 그 천성산 자락에 계속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간절한 심정 때문이었으리라. 그런 까닭에 고속철도가 지날 수 있게 하기 위해 천성산이 깎이고 밀리는 것을 그저 바라만 보지 않고, 세상과 맞서 산을 보호하려고 노력했던 게 아니었겠는가. 꼬리치레도룡뇽들의 어머니요, 천성산의 어머니인 비구니 스님 지율. 그래서 그는 오늘도 우리 모든 이들을 향해 천성산 지킴이가 되어 줄 것을 그렇게 호소하고 있다. "사람들은 쫓기는 동물과 멸종의 위기에 놓인 생물들이 겪는 비애에 대하여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요. 우리는 인간의 걸음걸이가 두렵기만 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인간의 법정에 서려는 것은 인간의 침해에 의해서 사라져 가는 도룡뇽이라는 개체로서의 비극 때문이 아니라, 공동의 뿌리로 우리가 함께 하고 있는 아름다운 생명의 어머니-천성을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법정에 선 우리는 지구 가족으로의 연대와 우정을 믿으며 여러분들께 호소합니다. 생명의 어머니 천성을 구해 주세요. 우리의 아름다운 어머니 천성을 살려 주세요."(p.222) |
| 중중 무애한 화엄의 세계를 설하신 부처님께서는 한마음 일어남으로 세계가 일어나고 한 중생의 울음소리에 법계가 무너진다 하였습니다 이제 이 땅에 뭇생명의 신음 소리 그치지 않으니 이 무상한 육신을 버려 천성(千聖)의 많은 생명 살릴 수 있다면 기꺼이 저자거리에 나가 몸과 목숨을 버리겠습니다 - 「천성을 품을 떠나며」 당신만큼 맑은 얼굴을 알지 못합니다 사진으로라도 당신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맑은 기운이 전해져 당신의 얼굴을 보고 또 보고 사랑하는 연인을 대하듯 기분이 좋았습니다 당신이 초인적인 의지로 단식의 날짜를 손꼽을 수 없을 정도로 늘려갈 때에도 권력의 우회적인 폭력과 억압을 받을 때에도 무지한 사람들의 댓글 폭력이 난무할 때에도 삼보일배 참회의 수행을 아스팔트 위에서 할 때에도 굴착기 앞에서 온몸을 던질 때에도 당신의 어머니가 눈물로 단식을 말릴 때에도 걱정보다 당신의 뜻이 맑은 기운으로 전해졌습니다 고속철도가 천성산의 심장부를 관통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산이 우는 소리를 들었다는 당신 언제부터인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당신과 맺어진 뒤부터 늘 제게는 맑은 기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은 아닙니다 당신이 문경의 토굴에서 혼자 단식을 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부터는 온통 당신 걱정뿐입니다 컴퓨터를 켜면 당신의 소식부터 확인합니다 일상에 묻혀 일을 하다가도 틈만 나면 당신의 소식이 궁금합니다 동국대 일산병원에 입원한 당신 사진을 보고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산을 위해, 다른 무수한 생명을 위해 기꺼이 죽을 수 있는, 정말 죽어가는 스님을 보니 스님의 단식이 이번이 마지막일 거라는 뒤늦은 깨달음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스님의 마음을 진정으로 받아들이니 스님은 이미 천성산을 떠날 때 목숨을 버리신 분 단지 우리가 그것을 몰랐던 것이었습니다 이 시대에 현현한 千聖을 겉으로만 알았습니다 당신만큼 맑은 얼굴을 알지 못합니다 사진으로라도 당신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맑은 기운이 전해져 당신의 얼굴을 보고 또 보고 연인을 대하듯 하는 마음 두루 나누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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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 고속철도를 위한 터널공사로 부서져버릴 위기에 처한 영남의 천성산.. 그 천성산을 억울하게 그냥 보낼 수 없어.. 포크레인 위에 올라가고 목숨을 건 단식을 세번이나 하십니다. 아니 하고 계십니다. 스님이 이렇게까지 행동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상황에 우리 모두의 실수가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몇몇은 사회 전체의 잘못에 스스로를 포함해서 스님께 죄송한 마음을 느낄 텐데.. 2004년 8월 3일 오늘은 지율스님의 단식이 35일째 되는 날입니다. 정부는 마음은 커녕 거짓만 늘어놓고, 무시하기로 작정을 하고 있습니다.
스님도 처음엔 세상이 이런 곳인지 모르시고 시작하신 일이셨겠지요. 당연히 제대로 환경영향평가를 안했으니 다시하자고 하면 하겠지.. 이렇게 산이 망가지고 많은 생명이 죽는데 터널 뚫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 안뚫겠지.. 그런데.. 조용한 수행자가 산으로 인해 세상에 나와 법정에서, 포크레인 위에서, 부산시청 앞에서, 청와대 앞에서 정부와 대통령의 거짓에, 속도에 미친 세상에 생각하지도 못했던 낯선 감정을 느껴야 했습니다. 스님은 그렇게 같은 종족의 만행을 바라보며 느낄 수밖에 없었을 감정들을 어렵게 이겨내시고 계신걸까요.... 그런데 상황은 스님의 사랑을 더 무참히 공격하고 있습니다.
스님 마음은 천성산의 뭍생명을 이렇게 억울한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없다.. 그것이겠죠. 재판중이니 그 기간만이라도 공사를 중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당연한 이치인데.. 세상은 누구의 이익인지도 모르는 돈을 셉니다.
우리는 스님이 스님이란 생각 때문에 너무 많은 것을 스님께 외로이 맡기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마르고 탄 얼굴에 검은 큰 눈동자, 가사가 무거워 보이기도 하는 작고 가녀린 몸에 스님.. 스님도 육신을 지닌 사람인데.. 청와대 앞에서 노숙을 하시며..그것도 장마철에 노숙을 하시며 어떻게 하루하루 보내오셨고 또 보내실지.... 우리는 무엇을 하며 이를 지켜봐야만 할지..
많은 경우에 사람들이 결과를 미리 점치곤 어떤 행동도 의미 없다며 몸도 마음도 접어버립니다. 그것이 쓴 열매이던 단 열매이던 열매를 딸 생각으로 나무를 가꾼다면 얼마나 지루할까요? ‘대세’라는 말은 우리의 마음이 시작되었을 때 아무 의미 없지 않았을까요. 이 나라의 1/50.. 100만인 서명인단, 도롱뇽의 친구로 시작해봅시다. [인상깊은구절] -산이 게으른 수행자였던 저를 불러 세웠던 그 순간을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바위를 깍는 포크레인 소리에 묻혀 그 소리는 아주 가느다랗게 들렸습니다. . "거기 누구없나요? 살려주세요...."라고 어린 아이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늙은 어머님의 신음소리 같기도 한 이 소리는 지금 전국 산하에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아픈 산하가 우리에게 도와달라고 말을 건 이 순간이 생명에 대한 사랑과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마지막 순간일지 모른다는 조바심 때문에 낮선 거리에 서는 부끄러움도 차마 싫어하지 못했습니다. -더 늦어지기 전에 우리는 다시 이 아이들에게 자연의 놀이터를 만들어주어야 하며 추억 속에서 멀어져 간 그 길을 찾아 주어야 합니다. -어제 작은 모임에서 이제 천성산 운동을 사랑처럼 하겠다고 했습니다. -천성산 문제는 전문가들에 의해 고속철도가 활성화 단층인 양산단층과 법기단층, 10여개의 노년기 단층대를 통과하는데 따른 대형 산사태와 터널 붕괴 위험으로부터 문제가 제기되었고... 11개의 법적 보존지역으로 지정된... 18개의 늪과 영남의 소금강이라는 6개의 계곡 생태계 .. 부산과 양산, 울산의 가장 중요한 식수원인 39개의 저수지에 .. -어떤 면에서 우리가 누리는 과학과 지나치게 상품화되어 있는 물질적 풍요는 참을성 없는 인성과 허약한 육체를 유전시키며 우리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앞산의 뻐꾸기가 울면 뒷산의 개구리가 죽는다'는 ... 우주란 이런 것이다... 우리라는 말을 공동 운명체로 이해할 때, 하나하나의 개체는 우열을 따질 수 없는 평등한 존재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