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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필요한 건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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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스리는 게 쉽지 않다. 무언가 잘못 되어가고 있단 생각이 들지만 아무도 지금의 무한질주를 멈추지 못한다. 모두가 한 방향을 향해 달리고 있는 이 시점에서 홀로 반기를 드는 것만큼 위험한 행위도 없다는 판단에서이다.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아니, 묻는 이도 하나 없다. 그저 달릴 뿐이다. 설령 낭떠러지만이 놓여 있다 하여도 그럴 것이다. 우리 사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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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스리는 게 쉽지 않다. 무언가 잘못 되어가고 있단 생각이 들지만 아무도 지금의 무한질주를 멈추지 못한다. 모두가 한 방향을 향해 달리고 있는 이 시점에서 홀로 반기를 드는 것만큼 위험한 행위도 없다는 판단에서이다.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아니, 묻는 이도 하나 없다. 그저 달릴 뿐이다. 설령 낭떠러지만이 놓여 있다 하여도 그럴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위험하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풍요로워진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는 어떤 측면에서는 사실이 아니다. 물질을 얻기 위해 정신을 버린 게 아닌가 의심이 되는 순간이 잦다. 이럴 때 도움을 얻으라고 역사가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사실 조선시대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쉽지 않다. 일제 시대를 거치면서 왜곡된 시선에서 역사를 바라보게끔 강요 받아와서 일 수도 있겠지만, 민생과는 동떨어진 주제들에 지나치게 심취한 나머지 망국으로 향하는 나라를 붙잡지도 못했다는 자책감이 자꾸만 드는 탓이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으로 당장 먹고 사는 것도 힘겨운데 북벌이, 예송논쟁이 대체 무슨 필요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비현실적인 선비들의 사고에도 쓸만한 대목은 있었다.

일단 그들은 기본적으로 예의를 가지고 삶을 대했다. 끊이지 않고 강조한 특정 관계에서의 예절은 실상 자신의 삶을 향한 존중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내 출렁이는 마음을 전혀 돌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배우자를 존경하고, 나아가 가정의 화목을 위하기란 버겁다. 자녀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부모로서 전혀 모범을 보이지 못하면서 제 자녀가 올곧은 길로 가길 바라는 것은 억지이자 욕심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의 선조들은 그 사실을 잘 알았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끊임없이 되새기며 실천하고자 애썼다.

동시에 그들은 인생을 즐긴다는 것에 대해서도 잘 알았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신다. 괴로움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신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술 자체를 싫어함에도 직장생활을 하려다보니 어쩔 수 없이 마신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 됐건 오늘날 우리는 절제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 늦은 밤이면 어김없이 기둥 등을 붙잡고 토악질을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며, 다음날 아침이면 도로 곳곳을 지저분하게 만든 토사물을 접하게 된다. 자신을 과시하려다보니, 자신을 버리고 남을 좇으려 들다보니 과욕을 부린 것이다. 머리가 아프고 온몸이 밤새 두드려 맞은 것마냥 쑤시다. 이런 술자리는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질 않는다. 조선시대의 선비들도 술을 마셨다. 허나 그들의 술자리는 사뭇 달라 ‘멋진’ 술자리라 칭할 만했다. 친목을 위한 술자리도 많았겠지만, 대취하지 않을 만큼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보았다. 술잔이 오가는 가운데 시도 읊었는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에서부터 세상의 번민에 이르기까지 주제는 실로 다양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실력을 가늠하고, 나보다 뛰어난 이로부터 본받을 만한 점을 찾는 등 친분을 쌓는 와중에도 끊임없는 자기성찰과 수양이 이루어졌다.

심지어 저승 가는 길까지도 허투루 여기지 않았다. 똥밭에서 굴러도 이승이 저승보다는 낫다 하였다. 하지만 천 년 만 년 살 수 있는 인간은 아무도 없다. 지금보다 훨씬 짧은 삶을 살아야만 했을 과거의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틈틈이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했다. 죽음에도 예절이 필요하다고 여겼던 건지 그러잖아도 꼬장꼬장한 이미지의 선비들이 조금은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품위 있는 죽음은 오늘날에도 고민하는 주제다. 하루라도 더 살고픈 마음이야 어디 없겠느냐마는 죽는 것을 억울해하고 억지로라도 살아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게 마냥 아름답지는 않다. 선비들의 임종 모습을 기록한 고종일기(考終日記) 부분을 살짝 접하니 예전에는 이토록 잘 알고 실천했던 바를 왜 오늘날 우리는 망각한 채 살고 있는 건가 싶었다.

노숙을 하는 이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쳤더니 삶이 변했다고 한다. 생산력 부분에서 취약해 학문의 독자성마저도 의심받고 있는 인문학이지만, 여느 때보다 혼탁한 이 시기야말로 인문학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을 해본다. 아등바등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에서 한 걸음 물러나 삶을 한 번 즈음 되돌아볼 줄 아는 여유를 가진다면 우리가 이제껏 그토록 부르짖어온 ‘힐링’도 멀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달의 사락 q*****2 2014.12.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