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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카르멘을 보기위해 집어 들었다. 오페라를 보다보면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 문제로 감동이 반감되기에 일단 줄거리를 알고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먼저 이 책을 읽게 된 것이다. 고교시절 멋모르고 선생님을 따라 오페라를 처음 보게 되었는데 그 지루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기에 다시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오페라를 보러가게 되면 늘 이런 식으로 사전 지식을 쌓고 가는 게 버릇이 되었다. 물론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시중에 나와 있는 오페라 아리아를 사전에 몇 번씩 들어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카르멘은 너무나 유명한 오페라이기에 그 내용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설프게 알고 있는 내용만으로는 거의 세 시간 정도 진행되는 오페라의 내용을 쫓아가기엔 벅찰 것이란 두려움이 결국 다시 한 번 책을 읽도록 만든 것이다. 카르멘의 주인공 설정은 이전까지 다른 오페라의 주인공들과는 사뭇 다르다. 대부분의 오페라가 남성 위주의 주인공 설정으로 되어 있는데 카르멘은 그 제목에서 보더라도 여자가 주인공이 되어 있고 남자들이 부수적인 존재인 것처럼 여겨진다. 정열의 여인 카르멘을 사이에 두고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운명적인 사랑의 노예가 되어버린 남자 주인공 돈 호세와 그녀 주변의 남자 인물들. 모든 사건의 중심엔 사건의 발단이 되고 있는 관능의 여인 카르멘이 있다. 사랑의 속삭임은 남자의 몫이고 여인은 사랑하는 동안에는 그 사랑의 속삭임을 자신의 온몸으로 수용하지만 결코 그 사랑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본능이 늘 꿈틀거린다. 그것은 그녀가 살아온 인생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어디에도 정착하기를 거부하는 집시의 생활이 본질적으로 몸에 배어 있기에 사랑에 있어서도 자유를 갈구하는 여인. 그녀가 바로 카르멘이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남자 주인공 돈 호세는 군인이라는 직업적 요소가 풍기는 그대로 질서에 순응하고 명예를 존중하는 사람이다. 너무나 순진한 시골 청년으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정적 요소도 지닌 인물이다. 이미 이런 주인공의 설정이 비극을 예고하고 있는 듯하다. 전혀 어울릴 수 없는 성격의 남녀 주인공이 서로 사랑에 빠진다면 그 결론이 어느 정도 짐작이 되지 않는가? 본능에 충실한 한 여인 앞에서 늘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한 남자의 이성은 철저히 무너져 내린다. 결국 붙잡을 수 없는 사랑에 고민하던 남자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사랑을 성취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죽음이었다. 이 작품은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되는 작품이다. 일반적이라면 순정파 남자 돈 호세에게 동정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 우리의 유교적 관념으로나 남성 위주의 사회적 분위기로 본다면 대개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운명적 사랑에 빠져버린 비련의 주인공 돈 호세에게 동정이 가는 게 일반적일 것 같지만 내가 보기엔 돈 호세의 사랑도 지나친 집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돈 호세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한 여인의 자유의 본능을 억압하려 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을 옭아매고 자신이 주는 만큼 그녀로부터 되돌려 받아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돈 호세는 어쩌면 순정이라는 이름으로 사랑을 왜곡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시대 사랑에 빠진 모든 선남선녀들이 한 번쯤 되새겨 봐야할 사랑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