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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읽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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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에 대한 해석은 그것을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다. 물론 영화를 만든 감독의 의도가 해석의 기본이 되지만, 그러나 그 의도라는 것은 감독의 손을 떠나 작품이 대중과 만나는 순간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고로 해석은 해석자의 몫이다. 해석이 단순한 주석이 아니라 새로운 창작이 될 수 있는 것도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성실한 철학자 김용규는 이것을 잘 잘고 있는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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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에 대한 해석은 그것을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다. 물론 영화를 만든 감독의 의도가 해석의 기본이 되지만, 그러나 그 의도라는 것은 감독의 손을 떠나 작품이 대중과 만나는 순간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고로 해석은 해석자의 몫이다. 해석이 단순한 주석이 아니라 새로운 창작이 될 수 있는 것도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성실한 철학자 김용규는 이것을 잘 잘고 있는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누구보다도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철학을 전공한 그지만, 그가 영화를 해석하는 것이 이상할 것은 전혀 없다. 모든 해석의 근본은 작품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한다. 더군다나 그가 하는 해석이라는 것은 철저히 서구 철학의 흐름을 통해서 작품을 보는 것이기에(즉 철학자의 해석이기에), 그에게는 감독의 의도나, 동시대적 관객들의 반응, 평론가들의 평가 같은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철저히 자신의 해석일 따름이다. 전작 {영화관 옆 철학카페}에 이어 내 놓은 {타르코프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역시 이런 작업의 일환이다. 제목만 보면 얼핏 타르코프스키가 말한 것을 정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러나 이것은 순진한 오해이다. 김용규는 타르코프스키가 만든 7편의 영화를 숱한 철학의 잣대로 해석한다. 그는 7편의 영화를 각각 브르통, 마르쿠제, 하르트만, 키에로키고르, 아우구스티누스, 하이데거, 헤겔, 라캉, 플로티누스, 칸트, 프루스트, 플라톤, 프롬 등 다양한 철학자의 시각으로 해석한다. 놀라지 마시라. 단지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타르코스키가 많은 영향을 받았던 러시아 정교에도 김용규는 정통하다. 그래서 이 책은 타르코프스키의 영화에 대한 해석서가 되지만, 한편으로는 서구 철학의 큰 흐름과 러시아 정교에 대한 해석서로도 충분하다. 그렇다면 먼저 우리는 물어보아야 한다. 저자는 왜 수많은 감독 가운데 굳이 (난해하기로 소문난) 타르코프스키를 선택한 것일까? 영화를 예술의 경지로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타르코프스키는, 그러한 평가에 걸맞게 작품 편수는 얼마 되지 않고 수준도 무척이나 난해하다. 저자는 타르코프스키 영화가 보여주는 주제를 통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의 불합리한 물질적 폭력을 넘어서기를 바란다. 우리는 타르코프스키의 작품들을 해석함으로써 어쩌면 우리가 살 수 있는 세계를 기획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작품 뒤에 숨어있는 의도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작품 앞에서의 자기이해를 통해 작품으로부터 더 넓어진 자기를 얻는 것, 곧 세계 기획에 진정 합당한 적응으로서의 실존 기획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 즉, 작품 사실에 의해 구성된 존재 가능성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18쪽) 김용규가 타르코프스키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의 작품이 지금 물질문명의 위기에 빠진 우리에게 커다란 울림을 줄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새로운 체험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 울림은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는 서구 철학의 흐름 속에서 타르코프스키 영화를 해석한다. 타르코프스키의 예술론인 {봉인된 시간}을 참고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타르코프스키가 단순한 영화감독이 아니라 거대한 서구 사상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사상을 확립한 러시아의 철학자이며 사상가이고, 개인의 구원과 인류의 구원을 위해 온 몸을 바친 순교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서구 철학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김용규는 이런 것을 새삼 확인시켜 준다. 그래서 결국 김용규가 타르코프스키에게 배우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타르코프스키는 마치 천공(天空)을 어깨에 떠받치고 있는 아틀라스처럼, 자기희생을 통한 '인간 구원'과 '세계구원'이라는 짐을, 어떤 이유에선가 계속 떠받치면서, 숱한 고난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이데올로기적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상업주의와 타협하지도 않고, 결코 자기 자신에 대한 환멸에 빠지지도 않고, 작품 하나하나를 만들었다. 이것이 우리가 그에게 존경과 사랑을 바치는 진정한 이유이다!(335쪽) 정말, 타르코프스키는 철학자면서 예술가면서 순교자였는지도 모른다. 그는 소련에서 망명해 파리에서 죽을 때까지 24년 동안 7편의 영화 밖에 연출하지 못했으며, 그 동안 숱한 핍박을 받았다. 그의 영화가 전해주는 감동이 우리를 울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이런 자세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물질문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는 광폭한 성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소비의 마혹에 빠진 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이런 삶에 브레이크를 걸면서 그것이 진정한 삶이 아니라고, 그런 삶은 단지 우리 삶을 마모시킬 뿐이라고 타르코프스키는 단호하게 말한다. 온갖 철학을 끌어들인 김용규가 말하려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그 역시 이런 자본주의의 폐해를 너무도 극명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은 무척이나 난해하다. 특히 철학적 개념을 길게 설명하는 부분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어서 쉽게 읽히지도 않는다. 타르코프스키의 영화에 여러 철학자의 논리를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에서 수긍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것도 있어 보이고, 또한 어떤 작품을 너무도 단정하는 경향도 있다. 가령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난해하다고 소문나 있는 <거울>을 두고, "자기중심적인 자가 불행한 자이고 패배한 자이며, 희생자가 행복한 자이고 승리자라는 것, 바로 이것이다. 영화 <거울>의 핵심이 바로 이것이다!"라고 다소 들뜬 목소리로 말하는 대목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게다가 러시아의 지적 전통 속에서 나온 평가들에 대해서 입 다물고 있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타르코프스키 역시 러시아의 지적 전통 속에서 나온 감독일 따름인데, 그 부분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타르코프스키의 예술론인 {봉인된 시간}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런 단점들을 넘어서는 장점들로 가득 차 있다. 무엇보다 타르코프스키의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이라는 것, 타르코프스키의 예술론을 작품과 연관시켰기 때문에 해석자의 주관적 해석에만 그치지 않았다는 점, 그런 해석이 예술에 대한 해석에 그치지 않고 우린 삶에 대한 충언이 된다는 점은 반드시 언급해야 할 장점이다. 기존의 한국에서 나온 영화 해석서는 지나치게 좁은 해석, 지나치게 단순한 해석을 담은 경향이 있었다. 깊이 있고 넓은 해석을 담은 이런 책이 좀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r*******0 2004.09.02.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