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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폭력에 관해 묻는 소설 임성순 『극해』
"인간 폭력에 관해 묻는 소설 임성순 『극해』" 내용보기
임성순 작가님 전작주의자다. 지금까지 책으로 나온 모든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렇게 하기로 한 계기는 바로 이 작품, 『극해』 덕분이다. 내가 읽어본 한국 소설가 중에서 서사를 잘 짜는 작가를 두 명만 꼽으라면 김언수, 임성순 이렇게 두 명을 꼽을 정도로 임성순 작가님 작풍은 서사가 좋다. 초기작인 『컨설턴트』나 『문근영은 위험해』는 다소 정리되지 않은 감도 있으나 『오
"인간 폭력에 관해 묻는 소설 임성순 『극해』" 내용보기

임성순 작가님 전작주의자다. 지금까지 책으로 나온 모든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렇게 하기로 한 계기는 바로 이 작품, 『극해』 덕분이다. 내가 읽어본 한국 소설가 중에서 서사를 잘 짜는 작가를 두 명만 꼽으라면 김언수, 임성순 이렇게 두 명을 꼽을 정도로 임성순 작가님 작풍은 서사가 좋다. 초기작인 『컨설턴트』나 『문근영은 위험해』는 다소 정리되지 않은 감도 있으나 『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를 계기로 『극해』까지는 서사가 탄탄하다.


이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일제강점기 그 중에서도 일제가 태평양전쟁에서 패전으로 몰리기 직전이다. 공간적 배경은 태평양. 조선은 일제 식민지로, 강제로 태평양전쟁에 참전하는데 많은 조선인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전쟁에 직ㆍ간접적으로 동원되었다. 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라고까지만 읽는다면, 이 작품을 일제의 잔인함을 부각한 역사 소설로 예상하겠지만 아니다. 일본인 배에 탄 조선인은 일본인의 폭력을 견디다 선상 반란을 일으킨다. 그리고 일본인만 아니라, 동남아인도 폭력으로 응징한다. 배는 태평양을 항해하던 중 고장나고, 이들은 생존을 건 치열한 사투에 나선다. 이제 이들 눈 앞에 나타난 모든 생명체가 적이고, 없애야 할 존재가 된다.


인간성, 폭력, 악함에 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한국 소설가가 쓸 수 있는 시공간적 소재를 취해 보편적인 주제를 담았다는 점에서 위대하다. 만약 임성순 작가님이 이 정도 작품을 2~3년에 한 편씩 20년 정도 선보이고, 그 작품이 차례차례 번역된다면 세계에 권위 있는 문학상을 타내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l****i 2017.05.09.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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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해] 인간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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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명언,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도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1944년,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작품의 시대적 상황과 망망대해를 떠도는 일본 포경선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살육전은 괴물과 싸우는 사람들이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처참할 정도로 보여준다. 그럼 괴물은 누구인가? 징발된 포경선을 움직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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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명언,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도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1944,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작품의 시대적 상황과 망망대해를 떠도는 일본 포경선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살육전은 괴물과 싸우는 사람들이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처참할 정도로 보여준다. 그럼 괴물은 누구인가? 징발된 포경선을 움직이는 일본군인과 선원들이다. 그리고 차출되거나 끌려온 조선인들이 괴물과 싸우는 이들이다. 가혹한 착취를 견디지 못해 선상반란을 일으키는 조선인들. 학대받은 이상으로 일본인들을 도륙한다. 이것이 괴물을 처치하려는 조선인들의 명분이지만, 문제는 동승한 소수의 필리핀, 대만인들에게도 일본인들이 했던 끔찍한 차별적 행동을 반복하는데 있다. 극한의 상황에 내몰리면서 자신의 이익과 안위만 생각하는데 있다. 괴물을 죽이고 새로운 괴물인 탄생한 것이다.

 

오늘날의 사회에서 괴물은 권력과 금력 등의 조건을 등에 업고 이란 이름으로 변모했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사회망 속에 다수의 속에서도 상황에 따라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다. 나에게 이익이 된다면 상황이란 환경적 요인을 명분으로 괴물을 정당화한다. 세상은 정글이기에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는 건 죄가 아니라는 논리는 이제 흔해빠진 표현이 되었다. 그러나 정글에는 짐승만 살 뿐이다. 인간을 짐승과 분리할 수 있는 이유는 정글이 아닌 협력하여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인간다움이라 부르며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작품에서 필리핀인, 대만인들을 포용했다면,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고 돌봐줬다면 조선인들은 괴물과 싸웠던 자들로 남았을 것이나 그러지 않았다. 개인의 탐욕이 심연 속 괴물을 끄집어 내 결국 공멸하고 말았다. 폭력의 과정에서 인간다울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인 인간다움을 잃어버린 것이다. 작품 속 공간은 지금의 우리 사회와 다를 바 없다. 우리가 살아갈 수 있고 살아가게 만드는 이유를 이렇게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f******5 2016.12.23.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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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려낸 공포의 세계 [극해] 임성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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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남자들만의 밀실 같은 세계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지난달에는 군대에서 일어난 자살의 진상을 찾아가는 내용인 <살고 싶다> (2014, 이동원 지음, 나무옆의자 펴냄)였고, 이번 달에는 원양 어선에서 일어나는 피바람을 따라가는 내용인 <극해>(2014, 임성순 지음, 은행나무 펴냄)다. 그러고 보면 군대와 원양어선은 남자들의 전유물 같은 닫힌
"그가 그려낸 공포의 세계 [극해] 임성순 지음" 내용보기
어쩌다 보니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남자들만의 밀실 같은 세계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지난달에는 군대에서 일어난 자살의 진상을 찾아가는 내용인 <살고 싶다> (2014, 이동원 지음, 나무옆의자 펴냄)였고, 이번 달에는 원양 어선에서 일어나는 피바람을 따라가는 내용인 <극해>(2014, 임성순 지음, 은행나무 펴냄)다. 그러고 보면 군대와 원양어선은 남자들의 전유물 같은 닫힌 공간이고, <살고 싶다>는 제1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극해>는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 작가인 임성순 작가의 후속 작이라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임성순 작가의 <컨설턴트>, <문근영은 위험해>는 세상에 대한 블랙코미디로 서술되었다. 그런데 <극해>에서는 코미디가 빠지고 전적으로 블랙이다. 일제 식민지 말기,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의 패색이 짙어지던 시절을 배경으로 한 이 책에는 여러 층위의 갈등이 존재한다. 우선 가장 크게는 일본인과 조선인과 그 외 외국인의 갈등이 있고, 학문적 지식을 가진 항해사와 선원 출신인 갑판장 사이의 갈등이 있고, 전쟁 중인 일본과 연합국 간의 갈등이 있다. 이 여러 갈등이 포경선이었다가 전선으로 징발된 '유키마루'라는 어선 안에서 격돌하며 피바람을 일으킨다.
징병 대신 어선에 끌려오기도 하고, 돈을 벌기 위해 자원하기도 한 조선인들은 배 안에서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한다. 그중에서 조선인들의 구심점이 된 것은 '선생'이었다. 동경에서 유학하고 전문학교의 조선어과 교수였던 그는 학도병 자원을 독려하는 강연을 포기하기로 선택하고, 그 결과 직업을 잃어 유키마루를 타게 되었다. 그는 유키마루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학대를 보면서 운명과 선택에 대해 생각한다.
 
아니, 실은 이것은 운명이 아니었다. 자신의 부인이 무작정 남편을 8년간 기다린 것이 팔자가 아니었던 것처럼. 이것 역시 어떤 선택의 결과였고, 욕망이 초래한 비극이었다. 그 사실을 비겁한 이들이 운명이란 단어로 회피하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인간에게는 누구나 어쩔 수 없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그 어쩔 수 없는 순간은 대개 수많은 어쩔 수 있는 순간들의 무심한, 혹은 안이한 선택 끝에 찾아오곤 하는 것이었다. (123~124쪽)
운명과 선택. 선택들이 나비 효과와도 같이 작용하며 결국 이들을 극해로 이끌고, 어둠을 들여다보던 자는 어둠이 되어 그것을 퍼뜨린다. 니체의 말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괴물의 심연을 오래동안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라는 말이 떠오르는 그 어둠이, 극해를 둘러싼 빙하처럼 너무도 차가웠다.
 
 인간은 자신의 신념이 만들어내는 세계에 살아가는 법입니다. 보십쇼. 당신이, 내가 처한 상황을. 우리가 속해 있는 유키마루라는 이름의 지옥을. 이 모든 게 우리의 신념이 만들어낸 결과죠. 제가 만약 남극에서 밀고하는 윤용을 막았다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겁니다. 당신도 분명 선택의 순간이 있었을 겁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나 있었겠죠. 그 놓쳐버린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단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된 길을 택했다면 이 꼴은 되지 않았을 겁니다. (244쪽)
수많은 잘못된 선택 끝에 죽음을 앞둔 선생의 거의 마지막 말이다. 생사가 걸린 선택에 실패하고 만 후회가 담겼다. 책에 담긴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선택이 만들어내는 상황에 흠뻑 빠졌더니, 푹푹 찌는 여름날에도 등골이 서늘하다. 그 치열한 싸움을 들여다보며 내게도 어느 정도 어둠이 옮겨온 듯하다. 임성순 작가의 묵직한 세계에 감탄했다. 
y*****9 2014.08.02.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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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제약은 인간을 괴물로 변모시키는 것일까, 극해
"공간의 제약은 인간을 괴물로 변모시키는 것일까, 극해" 내용보기
아르's Review       ​ 표류하고 있는 한 배에 남아있던 사람들. 남극이라는 극한의 상황도 상황이지만 그들이 있어야 하는 공간 자체가 한정되어 있기도 하거니와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는 현재의 모습 속에서 그들에게 남아있는 식량은 점차 떨어져가고 마실 물조차도 없다. 과연 이 상황에서 인간은 어떻게 변모해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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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표류하고 있는 한 배에 남아있던 사람들. 남극이라는 극한의 상황도 상황이지만 그들이 있어야 하는 공간 자체가 한정되어 있기도 하거니와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는 현재의 모습 속에서 그들에게 남아있는 식량은 점차 떨어져가고 마실 물조차도 없다. 과연 이 상황에서 인간은 어떻게 변모해갈 것인가.

 

이 끔찍한 현장 속에 던져지는 마지막의 잔인한 물음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서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그래, 단지 그 하나였던 것 같다. 과연 인간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그 끝은 어디인가에 대한 물음. 그러나 이 안에는 내가 알고자 했던 것 그 이상의 것들이 담겨 있었고 인간이라는 이름 하에 인간이 얼마나 잔혹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알이 설명해주고 있었다.

\

검은 물속에서 본 정섭의 말간 얼굴은 처음 배가 출발하던, 푸른 하늘 아래 그 모습처럼 보였다. 정섭은 그저 겁게 질려 있었던 것은 아닐가. 그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것은 아닐까. 그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것은 아닐까. -본문

 

때는 일제치하 시대였다. 그 때 우리의 선조들은 그 무엇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었다. 명령이라는 이름 하에 일본인들이 휘두르는 총칼에 이유없이 죽어 나가야 했으니 한 명이라도 자신의 식구를 살려야겠다는 명분으로 오른 배가 바로 일본군을 위해 일해야 하는 것인지도 몰랐으며 그렇게 고기 잡이를 하러 가는 동안 수 없이 그들의 몸을 향해 날라오던 폭력과 폭언은 고스란히 삭혀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유키마로가 일본인들의 지휘 아래 조선인들과 필리필인, 대만인을 싣고 망망대해를 누비는 동안에 고기잡이 배에서 특설 공작선으로 바뀌는 동안에 공습을 통해서 배는 만신창이가 되고 남아있는 하나의 엔진을 가지고서 본국인 일본으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유키마로와 똑같은 쌍둥이배의 엔진을 찾으러 남극으로 갈 것인지 그것만이 남아 있었으며 수 많은 목소리들 속에서 각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유키마로는 남극으로 향하게 된다.

 

고래를 잡아 풍족했던 때만해도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만 같았다. 비록 오랜만에 먹는 기름진 음식이라 그들이 먹은 것을 모두 다시 뱉어내야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 비극이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을까. 피로 물든 유키마로에는 계속해서 피의 전선이 되어 버렸고 전쟁이라는 시대속에 이 배가 떠 있었지만 그 배안에서는 세상과는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조선인들은 그 밤, 일본인 선원들을 하나하나, 배의 외진 곳으로 불러냈다. 해부장은 등과 배에 칼이 꽂힌 채 끝까지 저항했다. 배에 꽂혔던 칼자루를 뽑아 조선인들에게 휘두르던 그의 모습은 마치 수라와 같았다. (중략) 그는 구슬픈 오래전 유행가를 흥얼거리며 담담하게 끌려나왔고 눈을 감은 채 죽음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선실이 비어가는 동안 밤바다는 거칠게 요동치며 살인의 증거를 검은 수면 아래로 차례차례 집어삼켰다. -본문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인들에게 했던 모습들은 다시 대만인과 필리핀인에게 고스란히 하는 모습에서 폭력의 답습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한 인간이 한 인간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 소유한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폴리네시아의 여인이 그렇게 허망하게 사라지게 된 것도, 우리나라가 오랜 동안 일제 치하 아래 끔찍했던 시간을 보내야 했던 것들도, 강자와 약자의 사이에서 한 장의 계약서로 모든 것이 묶이는 듯 했지만 이 모든 것은 또 다시 인간에 의해서 처참히 무너지게 되고 그 한정된 공간 안에서 있는 이들을 보면서 인간이란 이름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마지막에 마주하게 되는 끔찍한 사건들을 바라보면서 과연 이 모든 것들을 누구에게 탓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또렷하게 떠오르지가 않는다. 빠르게, 그야말로 이 이야기 속에 흡입해서 읽어내려갔지만 아직도 이 이야기의 결말들에 대해서, 아니 이 모든 과정들에 대해서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살아남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광기 속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지. 조금 더 곱씹어 봐야 할 것만 같다.

 

 

아르's 추천목록

 

 

 

결 / 정택진저

 

 

 

 

 

독서 기간 : 2014.08.03

by 아르

p********1 2014.08.03.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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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적이 아니라 비극적일 것.
"비관적이 아니라 비극적일 것." 내용보기
약자를 잡아먹는 것은 죄가 아니잖아요. -298면   이 한 문장만 보아도 알 수 있듯, 까마득할 만큼 끔찍한 작품이다. 이 소설이 끔찍하다는 게 아니고 끔찍한 환경에서 끔찍하게 변해버린, 원래는 평범했던 사람들의 변화가, 혹은 그 변화의 불가항력이 끔찍했다. 인간이 과연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을까, 혹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죄는 무엇일까. 아마 <극해>를 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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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를 잡아먹는 것은 죄가 아니잖아요.

-298면

 

이 한 문장만 보아도 알 수 있듯, 까마득할 만큼 끔찍한 작품이다. 이 소설이 끔찍하다는 게 아니고 끔찍한 환경에서 끔찍하게 변해버린, 원래는 평범했던 사람들의 변화가, 혹은 그 변화의 불가항력이 끔찍했다.

인간이 과연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을까, 혹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죄는 무엇일까. 아마 <극해>를 쓴 임성순 작가는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수십, 수백 번은 던져 본 사람 같다. 인간이 그야말로 짐승이 될 때, 존엄성이란 단어가 휴지조각처럼 찢겨 버려질 때. <극해>가 포착하는 순간은 바로 그런 순간이고, 이 소설에는 낭만도 낙관도 없다. 현실과 비참만이, 이 소설의 유일한 관심사다.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제목이다. '극해'란 북극이나 남극의 바다를 뜻한다는 게 국어사전의 간단한 설명이다. 하지만 이 국어사전은 극해를 모른다. 거기서 살아 보지 않았으므로. 이 소설 속 인물들처럼, 극해의 한가운데에 맨몸으로 던져져 보았던 사람들만이, 그리고 거기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다 할 수 있겠다는 악에 받친 생존의 열망을 느껴 본 사람들만이, -오직 그런 사람들만이 '극해'를 안다. 이를테면 극해의 칼바람을 맞아 동상에 걸려 발가락을 잘라낸 사람이라던가, 마실 물이 없어 오줌을 받아 마셔 본 사람이라던가……. 이 인물들만이 진정한 '극해'가 무엇인지 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저 '북극이나 남극의 바다'를 의미하는 것이란,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 설명이다.

소설 <극해>의 스토리는 다음과 같은 짧은 문장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이른바 '극해'로 상징되는 극한 상황에 놓인 인간이 모든 도덕적, 사회적 가치판단을 멈추고 존엄을 잃은 채 타락하는 과정. 사실 이조차도 길다. 더 짧게 말하면, 소설 <극해>는, 인간이 괴물이 되는 하나의 과정이다.

그렇게 해서 이 작품의 제목 '극해'가 탄생했다. 뭐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도 될 일이지만 나는 이 작품의 제목이 될 수 있었던 여러 가능성들 중에 하필이면 '극해'가 선정된 이유가 궁금했고, 그에 대한 답을 나름대로 궁리했다. 인간이 한 마리 괴물로 변이하는, 이른바 '타락의 서사'가 이 작품의 본질이라면, '극해'란 그 원인이 되는 '환경'에 해당할 것이다. 극한의 환경, 그 지옥 같은 열악함에서 괴물은 탄생한다. 그런데 그 환경이 이 작품의 제목이 되었다는 것은, 이 작가가 인간이 괴물이 되었다는 사실보다도, 인간을 괴물로 만든(혹은 만들 수밖에 없는) '환경'에 더욱 무게를 두고자 했음은 아닐까. 다시 말해, 이 작품에서 정말로 악한 것은 다른 사람들을 때리고 가두고 살해하는 '유키마루' 선의 선원들이 아니라, 그들을 그렇게 만든(그렇게 만들 수밖에 없는) '극해'라는 환경이라고, 이 작가는 제목을 통해 묵시적으로 말하려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은 괴물이 되었으나 원래는 평범했던, 유키마루 선의 수많은 선원들을 인간의 탈을 쓴 악마들이 아니라, 극해라는 거대한 지옥 앞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는 것 말고는 살아남을 방법이 없었던 어떤 불가항력의 피해자로 보아야 하는 것인가.

이 괴물들을 연민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작가 역시 그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용서나 이해의 차원으로 받아들일 문제는 아니다. 내가 바라보는 시각은, 이를테면 인식의 차원이다. 말하자면 이 작가가 인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는 것. 인간을 이해하는 오래된 논쟁 중에 하나는, 이른바 성선설과 성악설로 대표되는, '악'과 인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두 가지의 대비되는 형태로 제시되어 왔다. 전자의 경우 악이란 개발되거나 획득하는 것으로, 후자의 경우에는 타고나는 것으로 설명한다. <극해>는 어떠한가? <극해>에서 인간과 악의 관계는 어떻게 설명되는가. 둘 중 하나를 고르면 전자에 가까울 것이다. 이 작가가 묘사하는 악은 개발되거나 획득된 악이다. 작품에서 유키마루 선원들의 '원래 모습'이 강조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일 것이다. 그들은 타고난 악의 존재들이 아니고, 따라서 그들이 행하는 악은 근원적이고 필연적인 악이 아니라, 만들어졌거나 '발생한' 악이다. 그리고 그 발생의 원인이 바로 '극해'이다.

따라서 <극해>라는 제목이 우리에게 알려 주는 것은, 이 작가가 악의 극한을 전면적으로 다루면서도, 인간 존재에 무조건적인 회의를 보내는 것만은 아니라는, 작은 희망에 해당한다고 보아도 좋을까.

 

 

앞서 썼던 대로, 이 소설에는 낭만도 낙관도 없으며 현실과 비참만이 이 작품의 유일한 관심사다. 이제 와서 이 말을 뒤집을 생각은 없다. 여전히 낭만과 낙관과는 무관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 '극해'라는 제목을 돌아 보면, 이 소설이 비극적인 소설인 것은 확실하지만 비관적인 소설이라는 생각은 그리 들지 않는다. 비극과 비관은 다른 것이고, 결정적인 차이는 그것을 대하는 태도에서 온다. 비극을 대하는 태도가 그것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기억하고 투쟁하고 싸우는 일이라면, 비관의 태도란 절망, 좌절, 그리고 체념일 것이다. 비극이 악의 존재 때문에 일어난다면, 비관은 선의 부재 때문에 일어날 것이다.

그러므로 <극해>를 읽고 나서 우리가 던져야 할 한 가지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악이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선이란 무엇인가."

k********n 2022.06.01.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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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의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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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해가 남극해였나.. 저자 후기에서 선상반란을 주제로 예기했기에 그런 줄 알았는 데, 선상반란보다 대동아전쟁당시 일본선박에 징발되서 일본인에 저항하는  조선인들 예기다.   2차대전 말기 필리핀 현장으로 유키마루호가 출항한다. 고래잡이 포경선을 징발, 처음엔 식량조달목적이었으나 중간에 통신선으로 변경되고, 미군기의 공습으로 기관고장, 엔진을 얻기 위한 남극 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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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해가 남극해였나..

저자 후기에서 선상반란을 주제로 예기했기에 그런 줄 알았는 데, 선상반란보다

대동아전쟁당시 일본선박에 징발되서 일본인에 저항하는  조선인들 예기다.

 

2차대전 말기 필리핀 현장으로 유키마루호가 출항한다.

고래잡이 포경선을 징발, 처음엔 식량조달목적이었으나 중간에 통신선으로 변경되고,

미군기의 공습으로 기관고장, 엔진을 얻기 위한 남극 노르웨이 기지로 가고,

회귀하던중  일본인 선장,갑판장의 횡포를 못 이기고 조선인들이 바난을 일으킨다...

 

전쟁으로 인한 인간의 고통과 아귀다툼 .

뚜렸한 주제에 조선인들의 저항, 그들간의 갈등과 반목을 뚜렷하게 표현한다.

군더더기 하나 없고, 비교적 선박과 항해에 대한 무난한 지식, 미국과 맞선 2차대전 말기의 상황을

정교하고 빈틈없이 묘사한다..

A급 일본작가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노련한 솜씨다.

 

자질하게 필리핀에서 손 쉽게 남극과 칠레로 항해하고 그 무거운 선박엔진의 교체와 수리도 가볍게

하고  미군초계기정도가 어선으 침몰시키는  것이 이해는 안 되지만

 전체적인 완성도에 비하면  눈 감아줄만 하다.

99%  엉터리 한국소설대비 너무 차별화되는 완성도 높.

은 소설인 거 같다..

 

YES마니아 : 로얄 d******3 2014.09.27. 신고 공감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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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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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순'이라는 이름 때문에 1초도 고민않고 장바구니에 담았다. 책이 오자마자 다른 책들은 2순위가 되었다. 궁금했다. '임성순'이라는 이름 때문에 무조건 읽는다는 독자들이 이 책을 우선 순위로 꼽는데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 어떤 이야기길래.. 책을 덮으며.. 나는 좀 힘들었다. 알고 싶지 않은, 차라리 몰랐으면 했던 이면들을 알게 된 것에 대한 불쾌함, 혼란스러움, 그리고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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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순'이라는 이름 때문에 1초도 고민않고 장바구니에 담았다. 책이 오자마자 다른 책들은 2순위가 되었다. 궁금했다. '임성순'이라는 이름 때문에 무조건 읽는다는 독자들이 이 책을 우선 순위로 꼽는데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 어떤 이야기길래..

책을 덮으며.. 나는 좀 힘들었다. 알고 싶지 않은, 차라리 몰랐으면 했던 이면들을 알게 된 것에 대한 불쾌함, 혼란스러움, 그리고 감당할 수 없는 씁쓸함.. 하지만 이 책은 말했다. 모르는 것도 죄라고. 모르고 있는 것 역시 죄라고.. 알아야 하고 같이 감당해야 한다고.. 만덕의 입을 빌려 말하고 있었다.

 

정섭이 해맑은 소년에서 괴물이 되어가기 까지의 깊은 바다 위의 유키마루는 참으로 끔찍하고 혐오스럽고 섬뜩했지만 상상할 수 없었기에 무섭지는 않았다. 이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고 생각하며 책을 덮으려는데 작가는 말했다. 이 이야기는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와 같은 이야기는 지금도 어느 배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최근 몇 년 안에 일어난 이야기를 듣고 이 이야기를 쓸 수 있었다고.. 지금은 2016년인데 말이다. 물론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극심한 인권 문제와 노사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먼 나라 이웃 나라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이 우리 나라의 배를 배척할 정도로 심한 인권 유린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읽었을 땐, 이것이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어떻게 인간이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지를 못하고 인간같지 않게 행동할 수 있는지.. 그것은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처럼 느껴졌다. 인간이 인간이길 포기하게 한 그 상황과 현실이 두려웠다. 나는 그 순간에 이들과 다를 수 있을까?

 

시간을 거슬러 일등항해사가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하고 생각했던 일이 정말로 그렇게 되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부질없이 그런 생각을 해봤다. 선장이 선생에게 매질을 하며 조선인들을 위협하지 않았더라면.., 갑판장이 파업하려는 조선인들을 가두지 않았더라면.., 상등병조가 배에 타지 않았더라면.., ... ... 만약에 만약에.. 그렇게 생각을 해보지만 만약이란 건 없었다. 적어도 유키마루에선 말이다..

 

 

p.73

정섭은 그곳에서 낚시의 손맛을 배웠다. 사방이 논뿐인 평야에서 자랐던 그는 낚싯줄을 따라 전해지는 팽팽한 긴장감을 생전 처음 경험해보았다. 생과 사가 온전히 한 줄에 걸려 있었고, 그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손끝에서 장력으로 고스란히 느껴졌다. 정섭은 처음으로 포수가 고래를 보며 짓는 표정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다른 이의 생을 움켜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명징한 권력의 맛이었다. 물론 순간의 느낌을 즐기기 위해서는 먼저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했다.

 

 

p.123

두 사람이 갑판으로 죽은 여인을 옮기는 동안 시신은 눈을 치켜뜬 채 탁한 시선으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선생은 생각했다. 어떤 운명이 그녀를 이곳에까지 끌고 와 이름 없이 죽게 만들었을까? 아니, 실은 이것은 운명이 아니었다. 자신의 부인이 무작정 남편을 8년간 기다린 것이 팔자가 아니었던 것처럼. 이것 역시 어떤 선택의 결과였고, 욕망이 초래한 비극이었다. 그 사실을 비겁한 이들이 운명이란 단어로 회피하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인간에게는 어쩔 수 없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그 어쩔 수 없는 순간은 대개 수만은 어쩔 수 있는 순간들의 무심한, 혹은 안이한 선택 끝에 찾아오곤 하는 것이었다. 일등항해사와 갑판장의 싸움에서 어느 편에서도 서지 않았던 침묵과 같은, 방식으로 말이다.

 

 

p.254

일등항해사는 자리에 앉아 잠시 생각에 잠겼다. 중요한 것은 증거였다. 상대가 진짜 범인이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그렇게 보일 증거만 있으면 됐다. 그의 계획이 실현할 동안 조선인들의 관심을 묶어둘 미끼가 필요했으니까. 상구가 그들에게 복수할 이유가 있었고, 증거가 있다면 조선인들이 그것으로 범인을 잡았다 생각하리라. 그것이 설사 거짓이라 하더라도.

 

YES마니아 : 로얄 j*******7 2016.08.01. 신고 공감 1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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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극한 상황에 놓이면 어떤 모습을 보일까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소설의 소재로 등장한다. 그 상황을 어떻게 풀어 나가는가 하는 문제는 작가의 상상력과 그 속의 배경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묘사와 함께 독자에게 자신을 그 속에 등장 시키는 묘한 상상력 속에서 글 속에 빠져들게 만드는 것 역시 동일한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소설류의 공통점일 것이다. 비슷한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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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극한 상황에 놓이면 어떤 모습을 보일까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소설의 소재로 등장한다. 그 상황을 어떻게 풀어 나가는가 하는 문제는 작가의 상상력과 그 속의 배경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묘사와 함께 독자에게 자신을 그 속에 등장 시키는 묘한 상상력 속에서 글 속에 빠져들게 만드는 것 역시 동일한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소설류의 공통점일 것이다. 비슷한 소재는 많지만 [극해]는 또 다른 한 가지를 담고 있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 그 아픈 역사의 배경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육지가 아닌 바다라는 사실 그리고 그 속에서 일본이 저지른 여러 가지 만행 속에서 피해를 당한 여러 나라의 이야기를 같이 담고 있다. 자위대가 아닌 군대로 자신의 군인들을 단련시키겠다고 말하는 지금을 일본 지도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현실과 역사속의 일본의 한 단면을 같이 생각하게 만든다.

 

많은 극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등장인물들의 묘사가 비슷하듯이 이 소설의 이야기 역시 극한 상황에서 보일 수 있는 많은 인간들의 군상을 보여 준다. 그리고 자신이 믿는 가치관과 생존이라는 두 개의 단어가 공존할 때 느끼는 상실감을 묘사하며, 현재의 우리의 위치에서 자신이 배워온 단어들과 현실에서 존재하는 단어의 의미가 서로 상충할 때 느끼는 스스로의 자괴감이 같이 존재하고 있다. 역사적 사실 속에서 작가의 단초가 풀어낸 이야기는 2차 세계대전의 한 복판에서 저 멀리 남극의 기지까지 이어지며 그리고 그 속에서 흔들리는 인간들의 군상과 현실에 대한 대립을 같이 그리고 있다.

 

이야기의 흐름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모든 군수 물자를 관리하던 일본은 포경선으로 사용하던 배를 군용으로 차출하여 전장에 내보낸다.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였고 이들은 식민 국가의 혹은 점령국의 사람들로 채워진다. 선원모집이라는 정상적인 굴레를 가장한 징용 즉 전쟁에 기여하는 사람들로 탈바꿈한 사람들은 일본인의 모진 학대와 고된 노동 속에서 자신들의 현실을 부정하려 하지만 배라는 작은 공간에서는 벗어날 기회가 보이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폭격을 받아 엔진이 고장 나고 표류하는 배에서 이들은 더욱 극한 상황으로 치닫게 되며 전세가 불리한 일본군의 학대는 더 심한 고통을 안겨 준다. 이 속에 사람들은 자신을 지켜내기 위한 정신적 물리적 변화를 가져오게 되고 그 속에서 독자는 정말 인간이라는 모습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고 현실을 대입시켜 본다.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 자신을 바꾸면 되는 일이었다. (page 60)

 

정섭은 토하고, 토하고 또 토했다. 안에 있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낼 듯이 구역질 했다. 양동이에 그것들이 뒤섞이며 검고 매끄러운 선명한 검은색으로 변했다. 그것은 잔잔히 일렁이다가 그리고 파도처럼 밀려와 정섭을 삼켰다. (Page86)

 

아이러니 하게도 선생이 대학에서 배웠던 것은 부조리에 싸우는 인간과 그것의 숭고함에 대한 이야기들뿐이었다. 하지만 이 배에서 실상 자신은 부조리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부조리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안위를 지키는 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Page125)

 

스스로를 위안하며 자신을 바꾸기도 하고 온몸으로 거부하며 자신을 지켜보려 하지만 그 속에서 자신은 하나의 미약한 존재로 그대로 거부하지 못하고 그 속의 일원이 된다. 삼켜지고 싶지 않지만 삼켜지는 자신의 몸과 영혼을 지켜보기도 하고, 정신적인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스스로를 위안하고 지키는 방법을 고민한다. 작가는 그 극한 상황을 그렇게 표현하며 등장 인물들의 고통과 변화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스토리의 전개상에서 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그렇게 익숙해지는 것을 기대해야 하는 것일까?

 

작가는 절대 굴하지 않는 사람의 특징인 민족의 특성을 끌어낸다. 처음에는 그렇게 그렇게 자신을 만들어 가지만 결코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극에 달하면 꿈틀하며 세상을 뒤 엎는 힘을 가진 민족이다. 그 민족혼을 하나의 에피소드를 통해 보여 준다. 통쾌하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다. 하지만 책은 이제 절반의 분량밖에 지나지 않았다. 끝날 것 같은 이야기의 끝은 또 다른 이야기로 흘러간다.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서로가 무언가를 이루어 내고 지켜야 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렇게 힘들고 어려울 때 잘 뭉쳐서 어려움을 헤쳐 나간 사람들의 그 뒷이야기는 씁쓸하다. 우리의 현실을 보는 모습이기 때문일까? 아등바등 다시 자신을 생각하는 사람들 그 속에서 거대한 또 다른 세상의 모습은 악다구니 치며 벗어나려는 현실이 거대한 흐름 속에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알았을 때의 허탈감.. 아마도 놓치지 않으려고 움켜쥐었던 모래를 바라보는 절망감에 고개를 숙였을 때 내가 서있는 이곳이 모래사장이었음을 알았을 때의 허탈감 같은 것을 느낄 때의 느낌 이었을 것 같다.

 

작가는 역사적 사실에 단초하여 그 속에서 인간의 모습과 현실을 작은 배와 시대적 흐름 속에서 보여주는 군상들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른 것인지를 판단하기 전에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내용으로 다가온다.

 

 

 

 

a********8 2014.07.2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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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해 임성순 지음 은행나무  모처럼 국민학교 동창들 모임을 앞두고 멀고 긴 길을 나서야 하기에 가까스로 책읽기를 끝내고 리뷰 작성은 미룬채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국내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 그리고 작품을 소개하는 글귀 중에 '살인'이라는 단어를 통해 내가 집착하고 즐겨하는 미스터리 물이 아닐까? 하는 심정으로 선택하여 읽게 되었다. 즐겨찾는 부류는 아니지만, 아무튼 새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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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해

임성순 지음

은행나무


 모처럼 국민학교 동창들 모임을 앞두고 멀고 긴 길을 나서야 하기에 가까스로 책읽기를 끝내고 리뷰 작성은 미룬채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국내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 그리고 작품을 소개하는 글귀 중에 '살인'이라는 단어를 통해 내가 집착하고 즐겨하는 미스터리 물이 아닐까? 하는 심정으로 선택하여 읽게 되었다. 즐겨찾는 부류는 아니지만, 아무튼 새롭게 또 하나의 세계를 알게 된 것도 같고, 이제는 너무 멀어졌지만, 유천이에 대한 추억(?)을 잠시나마 떠올려볼 수 있는 짬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2010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컨설턴트 로 1억 원 고료 제6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뒤에, 장편소설 문근영은 위험해  , 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를 출간해 '회사 3부작'을 완성시키며 독특한 작품 세계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 임성순의 장편소설이다.

일제강점기 막바지에 이른 극박한 상황, 누구도 앞날을 예상할 수 없는 전시 상황을 배경으로 하여 태평양 위를 표류하는 포경선 유키마루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생존 전쟁에 관한 이야기다. 이제는 더 이상 버텨낼 이유조차 찾지 못하는 일본 해군의 식량 조달을 목적으로 포경선 유키마루는 태평양을 향해 출항한다. 이 배에는 일본인 선원뿐 아니라, 돈벌이를 위해 자원하거나 차출되어 끌려온 조선인, 대만인, 그리고 필리핀 사람들도 함께 승선하고 있다. 참혹한 전쟁의 현장을 눈앞에서 바라보며 할당된 어획량을 채우기 위해 조업을 하는 동안에 유키마루의 선원들은 기본적인 욕망이 채워지지 않는 환경에서 허기와 갈망에 시달린다. 미군의 폭격으로 인하여 엔진이 고장 난 유키마루는 논란 끝에 엔진을 교체하기 위해서 유키마루의 자매선인 똑같은 모델의 배가 버려져 있는 남빙해를 향하고 그저 살아 돌아가겠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버티는 나날들이 이어진다. 그러나 이미 유키마루에서 치열한 생존을 버텨내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추악한 감정들이 저마다 솟구치고 있다. 결국 사투 끝에 도착한 남극해에서 모든 선원에게 치명적인 사건이 발발한다.

어떤 이는 이런 상황이 영화 <해무>를 연상시킨다고도 하는데, 이 영화를 관람했던 사람으로써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는 심정이 되면서 이러한 극한의 상황을 살아내야만 했던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에 순간 처연함을 떨쳐낼 수 없다. 끊임없이 꼬리를 무는 사건과 흥미진진한 서사를 바탕으로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이 어떻게 생존을 갈구하며 모멸을 견디는지, 살아남은 약자가 어떻게 사악한 존재로 변하는지를 보여주며 나약한 존재로서의 인간 본성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극한 상황에 이르러 사람들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지, 얼마나 치졸해 질 수 있는 지, 그리고 그저 살아야 한다는 극한의 상황이 인간을 끝없이 악하게 만들어 가는지를 새삼 돌이켜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다.

2017.6.5.(월)  두뽀사리~ 

i***2 2017.06.0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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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많은 조선인들이 돈을 벌기 위해 유키마루라는 배에 올라탄다. 그러나 그들의 역할은 일본과 미국의 전투에 희생될 용병에 불과 했다. 일본인 갑판장은 첫날부터 공포와 폭력으로 조선인들을 지배했다. 시간이 지나자 그것이 법이 되었고, 조선인들도 그에 굴복했다. 조선인들은 배 위에서 최소한의 인간적인 대우도 받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러다 뜻밖의 전투로 배의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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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많은 조선인들이 돈을 벌기 위해 유키마루라는 배에 올라탄다. 그러나 그들의 역할은 일본과 미국의 전투에 희생될 용병에 불과 했다.

일본인 갑판장은 첫날부터 공포와 폭력으로 조선인들을 지배했다. 시간이 지나자 그것이 법이 되었고, 조선인들도 그에 굴복했다. 조선인들은 배 위에서 최소한의 인간적인 대우도 받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러다 뜻밖의 전투로 배의 엔진이 고장 나게 되고, 유키마루의 엔진을 고치기 위해 남극으로 방향을 돌리게 된다. 남극에 도착하자 일본인들이 강요하는 노동의 강도는 더욱 세졌고, 조선인들은 파업을 시도하려 한다. 그러나 파업 전날, 이를 밀고한 친일파 조선인 때문에 조선인 전체가 감금당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빛도 없는 곳에서 며칠을 갇힌 후 나온 조선인들을 기다리는 건, 파업이란 사태를 종용한 것에 대한 대가였다. 일본인들은 그들에게 파업으로 인한 어마어마한 손해액을 청구했다. 조선인 대표가 나서서 애원하고 빌었지만 도리어 고문을 당했다. 다음날, 조선인들은 선상 반란을 일으킨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는데, 우리는 불의는 참을 수 있지만, 불이익을 참을 수 없어서 반란을 일으켰다는 내용이었다. 조선인들은 배 안에서 벌어지는 이유 없는 폭력과 비인간적인 행위들은 참아냈지만, 선장이 손해액을 청구하자 곧바로 들고 일어났다. 사실 그 부분이 좀 씁쓸했다. 시대만 다를 뿐, 지금 내가 사는 세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d********i 2017.05.0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