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저것 버무리는데 솜씨있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에 들어 있으며,
무술 영화에 익은 우리는 별 것이 아닌 것 처럼 보이나,
어설픈 무술로 액션 영화를 만들던 서양 사람들에겐 꽤나 충격으로 와닿는다.
게다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좋아하는 일본과 중국(홍콩) 영화를 버무려 놓아
우리에게도 장면 하나 하나가 새롭기만 하다.
싸움에 앞서 사이렌 소리가 나는 것은 우리나라 정창화 감독이
홍콩 쇼브라더스 영화사에서 만든 <죽음의 다섯 손가락>에 나오며,
싸움을 하는 식당에서 밴드가 노래 부르고 그 앞에서 춤을 추는 모습은
키타노 다케시 감독의 <자토이치>의 마지막에 나오는 장면을 보는 듯 하다.
''데들리 바이퍼스''라는 암살 집단에 있다 나온 블랙 맘바(검은 코브라?, 우마 서먼),
아이를 밴채 결혼식장에서 습격을 받아 4년 동안 뇌사 상태로 병원에 있게 된다.
죽은 줄 알았으나 다시 살아난 우마 서먼은 결혼식장에서 신랑과 손님들이 모두 죽이고 결혼식을 피로 물들인 나쁜 패거리한테 앙갚음 하려고 길을 나선다.
패거리의 우두머리인 빌을 죽여야 한다.
그래서 제목도 ''빌을 죽여라''(킬 빌) 이다.
데들리 바이퍼스, 우리 말로는 치명적인 독뱀이다. 물리면 죽게 되는 독사 다섯,
장철 감독이 만든 홍콩 영화 <오독>에 나오는 다섯 사람을 본땄다.
오독에는 지네, 뱀, 전갈, 도마뱀, 두꺼비가 다섯 제자로 나온다.
우두머리인 빌(데이비드 캐러딘)과 코튼 마우스(독사)로 불리는 오렌 이쉬(루시 루),
캘리포니아 마운틴 스네이크로 불리는 엘 드라이버(대릴 한나),
버니타 그린(비비카 폭스), ...
1편은 우마 서먼이 다시 살아나 먼저 미국에서 버니타 그린을 찾아가고,
다시 일본 오키나와로 가서 핫토리 한조의 칼을 받아
도쿄에서 오렌 이쉬한테 앙갚을 하게 되는데까지가 나온다.
감독이 본딴 영화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앞에서 이야기 한것을 빼고도
팔이나 목이 잘리면 피가 마구 솟아 나오는 장철 감독의 홍콩 무협영화들,
일본 영화 <애꾸라 불린 여자>, <블랙 선데이>,
우마 서먼이 노란 운동복을 입고 싸우는 모습은 이소룡이 나오는 <사망유희>에서...
흑백과 컬러가 왔다 갔다 하고,
오렌 이쉬를 말할 때는 만화로 엮은 어릴 때의 모습이 나오고, ...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보고 들은 것 가운데 마음에 들어 다시 써보고 싶은 것은
아낌없이 다 빌려 쓴 것 같다.
그런데 솜씨가 있다보니 잘 어울리고 잘 맞아 어색한 구석이 없다.
푸른 잎 집(녹엽정? 청엽정?)에서 오렌 이쉬 패거리와 싸움을 벌이는데,
팔과 다리, 머리... 칼에 닿는 것은 모두 베어져 나뒹굴고 피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은
보는 이를 섬찟하게 만든다.
어린이나 염통(심장)이 여린 사람은 안 보는 게 좋을 듯 하다.
염통이 벌렁거리고 속이 니글거리면서 머리가 어지러울 수 있으므로.
오렌 이쉬의 부하인 고고가 우마 서먼과 싸울 때 철퇴를 휘두른다.
꼭 줄에 매단 공을 돌리는 듯 가벼워 실제 철퇴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아 아쉽다.
사내들의 싸움보다 계집들의 싸움이 더 볼만 하다.
우마 서먼과 비비카 폭스가 프라이팬을 들고 싸우는 모습은 다른 데서 보기 어렵다.
이 영화에서 핫토리 한조로 나오기도 한 소니 치바가 칼 쓰는 법을 가르쳤고,
무술은 <와호장룡>의 무술감독인 원화평이 가르쳐서 매끄럽다.
간이 크다면, 얼마든지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다.
감독과 배우들이 나오는 보너스도 그런대로 괜찮다.
[인상깊은구절] 오렌 이쉬가 쓰러진 우마 서먼한테 하는 말,
"사무라이 같이 싸울 수는 없어도, 사무라이 같이 죽을 수는 있지."
그런데 끝내 죽는 이는 말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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