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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십대다. 이십대의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시집을 사서 읽은 건 참 오랜만이었다. 그것도 전업 작가의 것이 아니라 가수 이상은의 시집. 책의 머리말 마지막 구절을 보면 ‘지금 하늘과 땅 사이의 어딘가에서 생의 의미를 꿈꾸고 계실 20대의 영혼들에게 이 글들을 바칩니다.’ 라고 적혀 있다. 30대의 이상은이 20대의 이상은에게, 지금의 20대에게 바친다는 글. 시를 하나씩 읽어가며 제목 옆에 새겨진 연도를 보면서 나는 지나간 시절을 회상했다. 시인과 함께 나의 90년대를 추억했다. 페이지마다 묻어나는 것은 고독과 삶에 대한 정열, 그의 회화적인 몽상, 그리고 음악적 감성이었다. 노래하듯이 혼잣말하듯이 읆은 시들은 어쩐지 현재형이 아니라 과거형인 것 같다. 이상은의 노래 ‘언젠가는’의 가사처럼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과거란 단절된 벽 너머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현실 속에서 고통 받고 있다 하더라도 그 순간 역시 목걸이에 알알이 끼워져 가는 구슬의 하나일 것이다. 이 시집은 그런 예쁜 구슬들 하나 하나를 모아서 엮어 만든 목걸이 같다. 90년대 중반에 쓴 시 ‘연꽃’에 이런 구절이 있다. ‘옛날은 끝나고 새것은 시작한다/라고 생각할 때 핀 꽃’ 우리 모두는 언제나 그러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그 순간을 응시할 때 마음 속에서 꽃이 피어난다. 이상은은 가수이다. 또한 시인이다. 단순히 시집을 출간했단 이유만으로 시인이란 것은 아니다. 어쩐지 음유시인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이상은의 시집을 읽는 동안, 시간이 흘러도 소중한 그 무엇은 지금 막 피어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시도 읽고 음악도 듣는 동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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