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인의 음모' (Brazil)' 1985 감독 : 테리 길리엄 소심한 성격의 샘 로리는 거대한 정보국 산하에서 서기로 일하는 평범한 소시민이다. 그런데 그는 항상 중세의 기사가 되어 날아다니는 꿈을 꾸는데 그 꿈에는 항상 아름다운 여인이 등장한다. 어느 날, 부유한 어머니의 도움으로 더 큰 정보국으로 옮기게 되고 그는 거기서 우연히 자신이 항상 꿈 속에서 만나던 여인을 실제로 보게된다. 그 때부터 그는 오로지 그녀가 누구인지 찾으려고 일마저 팽개치고 돌아다닌다. 그러던 중 자신의 집에 고장난 파이프를 고치러 찾아온 해리 터틀을 우연히 만난다. 사실 배관공으로 위장한 해리 터틀은 사람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정보국에 저항하는 테러리스트로 그로 인해 저항군 운동에 휘말린 샘은 정보국에게 쫓기다가 결국 잡히고 만다.
|
|
1. 1985년에 테리 길리엄 감독이 만든 <여인의 음모 Brazil>는 어려운 영화다. 그래서 보는 이마다, 평하는 사람마다 느낌이 다른 얄궂은(?) 작품이면서도, 어두운 앞날을 다룬 리들리 스콧 감독의 1982년 작품 <블레이드 러너>와 함께 영화 교과서에는 빠지지 않는다.
20세기 어느날 모든게 서류와 컴퓨터의 통제 아래 놓인 사회를 비춘 영화로, 날마다 꿈속에서 만나지만 눈을 뜨면 만날 수 없는 아름다운 계집을 찾아 헤매는 사나이의 이야기다.
2. 13년째 테러리스트가 도시를 폭파하고 있던 미래의 어느날, 정보부 직원의 방에 파리가 날아다니자 파리를 잡는데 죽은 파리가 컴퓨터에 떨어지면서 '터틀'이 '버틀'로 보인다. 피붙이들과 크리스마스를 즐기던 버틀은 아파트 천정을 뚫고 들어온 정보부의 요원들한테 잡혀간다. 그 옆지기 베로니카는 영문도 모른채 벌어진 일에 무섭고 놀랄 뿐이다.
정보부 기록국에서 일하는 샘 로리(조나단 프라이스)와 국장인 쿠츠만(이안 홀름)은 잡아야 할 '터틀'은 잡지 않고 엉뚱하게 '버틀'이 잡혀 죽었다는 걸 알아차린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정보부에서는 작업국을 탓하고, 작업국은 문서발송국을 탓하고, 문서발송국은... 서로 잘못을 핑계대기만 바쁘다.
그래도 샘은 잘못된 일을 풀려고 나선다. 국장한테 허락을 받아 버틀의 집에도 가고, 베로니카한테 돈으로 잘못을 갚으려고 애쓴다.
샘은 버틀 집 바로 위에 사는 트럭 운전사 질리안 레이튼(킴 그레이스트)을 만나게 되는데 깜짝 놀란다. 밤마다 꿈속에서 날개를 단 샘이 하늘을 날아 다니다 만나던 사람이 바로 질리안 이었기 때문이다.
질은 아랫집 아저씨가 아무런 죄도 없이 끌려간데 대해 따지려고 정보부를 뻔질나게 찾아간다. 그러나 정보부는 제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질한테 핑계만 댄다. 서류에 접수 도장이 없느니 하면서...
3. 정보부가 잡으려 하는 이는 해리 터틀(로버트 드 니로)인데, 잘 잡히지 않는다. 샘의 집에 있는 에어컨이 고장이 났을 때도 센터럴 서비스에 연락해서 고치려고 했지만 담당자가 없어 못 간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샘을 애타게 했지만, 이를 몰래 엿들은 터틀이 나타나 곧 고쳐준다.
나라에서는 서류 따지고 사람 따지면서 늑장을 부리며 해줘야 할 일을 안 해주는데, 터틀은 쉽게 해준다.
컴퓨터가 임자이고 사람들은 그에 매여 살고, 까다로운 서류로 모든 것을 처리하려 하니 사는 사람들은 일이 잘 되지 않는 사회, 그러면서 통제받는 사회를 고치려 하는 이를 테러리스트로 몰아 죽이는 사회가 바로 우리가 나아가는 앞날의 사회일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들의 자유로운 생각이나 행동은 문제를 일으킬 뿐이라고 생각하는 우두머리들이 있으며,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말을 정보부 건물 밖에 써놓았지만, 그 안에는 '의혹이 신뢰를 키운다'는 글로 서로 의심하고 감시하길 바라는 사회다.
샘의 어머니(캐서린 헬몬드)는 20년을 젊게 보이려고 얼굴에 칼을 대고, 그 동무들도 다른 의사한테 칼을 대도록 시킨 탓에 갈수록 후유증으로 얼굴에 붕대를 더 크게 붙이고 다닌다.
먹을거리를 사먹을 때도 번호를 붙여 놓아 번호만 대도록 하니, 짜증이 나는 샘. 샘과 질은 서로 사랑하려고 하지만, 사회는 이들을 그냥 봐주지 않는다. 빨리 이런 답답한 곳을 벗어나야 하는데...
4. 그런데 이런 사회가 우리한테서도 이제는 멀지 않다. 영화가 나온지 20년이 조금 지났을 뿐인데... 샘의 어머니처럼 벌써 얼굴과 몸에 칼을 대서 나이를 잊고자 하는 이들이 많고, 일터에 가면 바코드가 들어 있는 카드로 들어가는 때와 나오는 때가 기록되며, 곳곳에 폐쇄회로 텔리비전이 놓여 있어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고 있고, 온갖 것이 컴퓨터나 기계에 의해 움직이고 이를 통하지 않고는 집 문도 마음대로 열 수가 없다.
사랑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고, 서류에 적힌대로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며, 컴퓨터가 일러 주는 대로 살아야 하고, 끊임없이 서로를 감시하고 감시 당하는 곳, 이런 곳이 우리가 살아야 할 앞날이다.
그런 곳에서 벗어나 '6월에 마음에 즐거움을 주는 곳'이 바로 라디오 노래에 나오는 '브라질'이다. 브라질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어떤 이는 '반은 몽상, 반은 악몽'이 브라질이라 하는데, 샘이 부딪히는 답답한 일들은 꿈이었으면 하지만 피할 수 없는 나쁜 꿈인 현실이고, 터틀이 나타나 답답한 상황을 풀어주는 일은 현실이었으면 하지만 꿈속에서 꾸는 모습 같아서다.
디브이디 화면은 그리 깨끗하지 못하다. 그러나 감독과 배우들이 영화를 만든 이야기와 잘라낸 장면을 보여주는 보너스는 좋다.
이런 영화는 쉽게 구경할 수가 없다. <12 몽키즈>를 만든 테리 길리엄 감독이 아니라면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