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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에 꽂아두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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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신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책. 내 이름은 빨강. 나는 죽은 몸 내 이름은 카라 나는 개입니다. 나는 여러분의 에니시테요 나는, 셰큐레. 나를 살인자라고 부를 것이다. 나는 오르한 . . . 내 이름은 빨강. . 이 부분에 다다르면 순간 나도 모르게 숨을 멈추고 주먹을 쥐게 된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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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신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책. 내 이름은 빨강. 나는 죽은 몸 내 이름은 카라 나는 개입니다. 나는 여러분의 에니시테요 나는, 셰큐레. 나를 살인자라고 부를 것이다. 나는 오르한 . . . 내 이름은 빨강. . 이 부분에 다다르면 순간 나도 모르게 숨을 멈추고 주먹을 쥐게 된다. 이렇게 차례대로 1인칭의 시점에서 글이 쓰여진다. 한 가지 사건을 여러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등장인물이 보는 관점에서 시간에 따라 사건이 자락자락 전개가 되어 간다. 마치 베일의 한 자락을 들어올리면 또 다른 한 면의 자태가 살펴지고 어설프게 실루엣이 보이는 듯 싶지만 또 아스라하게...그렇지만 잡힐 듯이. 과연 엘레강스를 죽인 자는 누구일까. 셰큐레를 둘러싼 사랑의 겨루기는 누구에게로 갈까. 그녀는 행복해질 것인가? 그러한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내가 미처 알지 못하고 간과했던 이슬람의 세밀화가들의 이야기. 그들의 그림과 그 그림에 담겨진 언어들. 눈을 쉬게 하기 위하여 먼 곳을 바라보았다...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본 후에 눈을 찔러 서서히 실명하게 하는 조사관. 화풍이라고는 드러나지 않을 듯한 가운데... 스승 누구에게서 누구에게로 전수가 되었는지 찾아내는 숨막힐 듯한 작업. 책을 벌써 몇 달 전에 읽어서 그 때의 생생한 감동이 가라앉았지만.. 아직도 선명한 것을. 버지니아 울프의 세월 만큼이나 독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차례의 구성으로 이리저리 허를 찌르는데.... 음....지금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보통은 책을 읽을 때 등장 인물 중 한 사람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마음을 기대면서 읽게 되는데...여기서는 그럴 수 없이 정말 그림책을 들여다 보는 듯 하게 된다. 즉 나는 등장 인물과 함께 숨을 쉰다기 보다는 밖에서 따로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더 파격적이지 않았을까... 책꽂이에 꽂아 두고 싶은 책.
YES마니아 : 플래티넘 e******t 2005.09.14. 신고 공감 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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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 내 이름은 빨강2
"(오르한 파묵) 내 이름은 빨강2" 내용보기
"화가가 그린 소재와 화가 자신이 비슷할 거라는 생각은 나를 포함한 장인들을 전혀 모르는 자들의 생각이네.우리를 드러내주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그리도록 요구한 소재가 아닐세.그리고 사실 그들은 늘 같은 것을 원하지.화가의 개성은 소재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그림에 반영된 화가의 숨겨진 감수성을 통해서 드러나네.그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한 빛 인물과 말과 나무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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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가 그린 소재와 화가 자신이 비슷할 거라는 생각은 나를 포함한 장인들을 전혀 모르는 자들의 생각이네.우리를 드러내주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그리도록 요구한 소재가 아닐세.그리고 사실 그들은 늘 같은 것을 원하지.화가의 개성은 소재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그림에 반영된 화가의 숨겨진 감수성을 통해서 드러나네.그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한 빛 인물과 말과 나무들의 구성에서 느껴지는 손에 잡힐 듯 생생한 머뭇거림 또는 분노,하늘로 뻗어 올라가는 사이프러스 나무로 표현되는 바람과 슬픔 결국은 스스로를 장님으로 만들 열정으로 벽의 타일에 그림 장식을 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화가의 운명과 인고의 자세.. 이런 것들이 우리를 말해 주는 숨겨진 표식들이라네.어떤 말의 분오와 질주를 그릴 때 세밀화가는 자신의 분노와 질주를 그리지 않는다네.가장 완벽한 말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하면서 세상의 풍성함과 그것을 창조한 이에 대한 사랑,삶에 대한 사랑의 빛깔들을 보여줄 뿐이지." /104쪽

 

캔버스 한가득 빨강으로 가득 채워 놓은 채 마크로스코가 조수에게 묻는다.'피'처럼 보인다고 대답한 조수에게 마크로스코는 저 너머의 것을 봐야 한다며 일장 연설을 늘어 놓는다.이후 마크로스코에 대한 관심은 <그림과 눈물>을 읽게 만들었다.그리고 '내 이름은 빨강'을 읽으면서 마크로스코에 관한 책들을 좀 더 챙겨 보고 싶어졌다.터키의 문학을 읽으면서 왜 마크로스코? 냐고 누군가 물어 온다면,그 만큼 '내 이름은 빨강'이란 책이 오묘한 탓이라 핑계를 대야 겠다. 살인으로 시작되는 소설,당연히 추리소설인가 싶었다.그런데 이 소설 딱히 하나의 색깔로 읽을수 없는 소설이였다.살인과 사랑,그리고 예술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터키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심이 없더라도,작가가 풀어 놓는 예술에 대한 다양한 텍스트가 매우 흥미로웠다.터키의 세밀화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해도,아는 그림 조차 없음에도 예술이란 무엇일까? 세밀화가들만의 목소리가 아닌,그림 속 주인공들이 직접 자신의 생각까지 들려주는 환타지스러운 이야기.그런 동시에 살인이란 추적을 끝까지 하게 만드는 긴장감이라니..물론 결말이 다소 싱거운 듯 한 느낌은 있었지만

'예술'에 대한 텍스트를 찾아 읽어 내는 것 만으로도 매우 흥미로웠다. 개정판이 나오기 전 구입을 해 놓고 이제사 읽은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

w*******i 2014.07.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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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밌고 멋지고 신비로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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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 이어 2권.   소재 자체가 터키의 세밀화라 우리에게 낯설어서 매우 흥미롭고 신기하지만 이야기도 너무너무 재밌어서 1권에서 2권으로 금새 넘어간다.     특히 그림과 색깔에 대한 묘사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그림은 이성의 침묵이며 응시의 음악이다.   색은 눈길의 스침, 귀머거리의 음악, 어둠속의 한 개 단어다.   나는 여기에서 당신들의 눈에 말을 걸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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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 이어 2권.

 

소재 자체가 터키의 세밀화라 우리에게 낯설어서 매우 흥미롭고 신기하지만

이야기도 너무너무 재밌어서 1권에서 2권으로 금새 넘어간다.

 

 

특히 그림과 색깔에 대한 묘사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그림은 이성의 침묵이며 응시의 음악이다.

 

색은 눈길의 스침, 귀머거리의 음악, 어둠속의 한 개 단어다.

 

나는 여기에서 당신들의 눈에 말을 걸고 있다.

이것이 나의 신중함이다.

그리고 다른 한 편 동시에 나는 공중에서 당신의 시선을 통해 날아오른다.

이것이 나의 가벼움이다.

 

"색의 의미는 그것이 우리 앞에 있다는 뜻이며 그것을 우리가 본다는 것을 뜻하지.

보이지 않는 사람에겐 빨강을 설명할수없네"

 

 

 

d***m 2008.12.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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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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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각도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독백을 한다. 그리고 매혹적인 그들의 수수께끼 퍼즐을 맞추는 .. 한번 보면 빠져들게 만드는 그런 대단한 필력을 자랑한다.-  옛 이슬람의 영광을 살려낸듯 다채롭고 화려한 그림이 눈앞에 보이는듯 살아있는 생생한 묘사가 압권이다. 최고의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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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각도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독백을 한다.

그리고 매혹적인 그들의 수수께끼 퍼즐을 맞추는

.. 한번 보면 빠져들게 만드는 그런 대단한 필력을 자랑한다.-

 옛 이슬람의 영광을 살려낸듯

다채롭고 화려한 그림이 눈앞에 보이는듯 살아있는 생생한 묘사가 압권이다.

최고의 작가이다.

l***e 2008.11.2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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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에게도 귄해주고 싶지않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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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이 누구인가는 그의 작품을 통해서 먼저 확인하기를 바란다. 작가가 오랜 갈증끝에 내놓은 그 무엇인가는 그의 아픔과 열정, 관찰의시간이 묻어 있으리라.  몇년동안 같은 박물관에서 같은 작품을 매일 볼 수있는 행운을 가진 사람이라면 오르한 파묵과 같은 시각으로 이 작품을 대하리라 생각한다. 이 작품은 아름다운 언어와 작품속 인물들에게 너무나 공평하게 마이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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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이 누구인가는 그의 작품을 통해서 먼저 확인하기를 바란다. 작가가 오랜 갈증끝에 내놓은 그 무엇인가는 그의 아픔과 열정, 관찰의시간이 묻어 있으리라.  몇년동안 같은 박물관에서 같은 작품을 매일 볼 수있는 행운을 가진 사람이라면 오르한 파묵과 같은 시각으로 이 작품을 대하리라 생각한다. 이 작품은 아름다운 언어와 작품속 인물들에게 너무나 공평하게 마이크를 넘기고 있다. 심지어 개, 나무,빨강 색과 돈까지도...... 신의 위치에서 마음을 훤히 공개당하고 마는 다른 소설속 인물들과는 달리.

서양의 아름다움과 미적인가치에 동양의 미적인 가치가 얼마나 지배를 당하고 있었는지 우리에게 그 동안 공개되지않았던 낯설은 세밀화가들의 세계와 변화를 두려워한 보수주적인 예술가가 아닌 장인들 사이의 갈등.

현란하지않으면서 아름다운 진실된 언어와 지식에 목마른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그 동안의 갈증을 해결하기를 바란다. 오랜만에 작가에게 책을 읽는 감사함을 느끼며 나와같은 독자가 스스로 이 책을 읽고 비평가의 현란한 언어로 이 책을 기억하지않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책이 영화화 되지않기를.......

f*******i 2008.01.2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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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그리고 빨강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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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수필을 쓰면서 나만의 독특한 방식이나 색깔, 소리가 있는가, 자문하고 애간장 녹이며 질책한 게 무릇 기하인가. 이렇듯 중차대한 스타일을 단숨에 일축하는 말이 있다. 예술적 천재와 대가적 노련함을 가진다는 것은 아무도 다다를 수 없는 경지의 그림을 그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마침내 그 작품에 화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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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수필을 쓰면서 나만의 독특한 방식이나 색깔, 소리가 있는가, 자문하고 애간장 녹이며 질책한 게 무릇 기하인가. 이렇듯 중차대한 스타일을 단숨에 일축하는 말이 있다.

예술적 천재와 대가적 노련함을 가진다는 것은 아무도 다다를 수 없는 경지의 그림을 그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마침내 그 작품에 화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이다.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을 빨강’에 나오는 말이다.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이 한 마디를 던져 놓고 살인자는 살인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완전범죄를 꿈꾼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 서명을 하지 않는다는 것. 스타일 없음의 철학. 이게 살인의 제1수칙이며 터키 전통 미술의 화두이고 이 책의 담론이다.

책은 역사 소설로 416년 전의 사건을 현재시재로 끌어다 놓는다. 살인사건을 다루는 박진감 넘친 글로 단편 소설처럼 촘촘히 읽히고 페이지마다 터키 미술사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빵빵하게 들어찼다.

스타일에 관한 의견은 다음과 같다.

그림은 답습이다. 수천, 수만 번 그림을 그려 비로소 손에 익히는 것이며 어느 곳 어느 때라도 자신을 내비치지 않는 것. 실수를 하지 않는 것. 따라서 스타일 이란 것은 자신을 드러내는 서명(sign)이며 실수를 긍정하는 것이다.

그럴까. 스타일이란 오랜 습관으로부터 오는 자기표현이다. 독창성, 자기 자신의 표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다보면 후배들의 답습으로 새로운 스타일이 되며 전통으로 전범(典範)이 되고 새로운 화법(畵法)으로 발전하는 것 아니냐.

다음은 동서양이 충돌하는 이스탄불에서의 미술론이다.

첨탑(尖塔)에 올라 신(神)의 시선으로 사물과 인간과 역사를 그리는 게 터키 고유의 전통 화풍인데 비해 베네치아 그림은 화폭 중앙 신(神)만이 들어갈 자리에 건방진 인간이 들어서고 원근법을 사용해 사실적으로 그린다. 따라서 베네치아 식은 악마의 유혹에 빠지는 것이며 터기 전통에 이교도 화풍을 뒤섞어 순수성을 훼손하는 행위로 서양인들의 노예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보수에 대한 진보요 개방의 입장은 이렇다.

…절대로 순수한 것은 없다. 아름다운 작품이란 언제나 두 가지 화풍이 결합되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아랍의 섬세한 세밀화가 몽골과 중국의 화풍과 결합된 것은 비흐자드와 페르시아 그림의 훌륭함 덕분이며, 카마스프 샤의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페르시아 화풍과 터키의 감성이 혼합된 것이다. 서방도 동방도 모두 신의 것이다.

터키의 근대사는 역동적으로 갈등한다. 전통이냐, 개방이냐, 보수냐, 진보냐.

전통을 고집하는 화원장(畵院長) 오스만은 바늘로 눈을 찔러 장님이 되어 명예를 지키고 베네치아 화풍을 따른 젊은 화가들은 살인사건에 휘말린다.

작가 파묵은 다음과 같이 개방을 마뜩치 않아 한다. 

‘독자들 가운데 서양보다는 동양의 독자들이 슬픔을 깊이 통감하며 이해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슬픔이란 물론 서양의 예술 및 문화의 강한 영향으로 우리들의 전통적인 시각 예술과 청각예술, 창작 기법은 물론 감성까지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안타까움입니다. 이 소설은 이러한 깊은 슬픔과 인간적인 고뇌를 소재로 하고 있으며, 나는 한국 독자들도 이러한 슬픔들을 가슴 속에 지니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작품 마지막부분에서 여주인공 셰큐레의 입을 빌려 이스탄불 최고의 미인으로서의  젊은 날의 자기 초상화 하나 서양화로 그리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둘째 아들 오르한에게 이루지 못한 소원 ― 행복이란 이름의 그림, 이루지 못한 또 다른 소원을 소설로 그리게 한다. 그 오르한이 그린게 이 소설이다.

작가 오르한은 에셔의 메비우스의 그림 연작을 다시 차용한다. 손을 그리는 손을 그려지는 손이 그리고, 그림 속에서 살아나는 악어가 다시 그림 속으로 녹아들어가며, 떨어진 폭포의 물이 다시 폭포 위를 흐르는 그림들. 2차원을 1차원으로 변형시키는 그림의 연작. 그의 또 다른 소설 ‘하얀 성’이 그렇고, ‘새로운 인생’이 이렇게 뒤 엉킨다.

뒤엉킴.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2권에서 작중인물들이 출판된 1권에 대하여 각자 논평을 가하고, 스페인 철학자 우나무노가 그의 소설 ‘안개’에서 소설 속 주인공이 작가를 찾아가 꼭 자기를 죽여야만 하느냐 따지고 소설속의 또 다른 인물이 소설책의 서문(序文)을 쓰기도 한다(이건 내가 나의 책 ‘아내가 늙어가고 있다’의 서문 ― ‘아내가 쓰는 작가론’에서 차용한 건데 읽는 사람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하니 내가 너무 잘 쓴 건지 못 쓴 건지).

작가가 소설 속으로 들어가고, 소설 속 가상의 인물이 세상 밖으로 튀어나온 뒤죽박죽인 세상. 아름다운가?

아름다운 딸을 가진 왕이 있었다. 딸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이웃 나라 왕자가 청혼을 하면 전쟁을 선포할 만큼 딸의 아름다움을 독차지하려했다. 40개의 열쇠 40개의 문 속에 감금했다. 지루해진 딸의 아름다움이 흘러나와 거울에 비쳤고 거울 속 그림자는 문틈을 지나 열쇠 구멍을 통과하고 밤새워 세밀화를 그리는 도제 중 한명의 눈에 어떤 빛, 보이지 않는 연기처럼 띠여 참을 수 없는 열정으로 그리던 그림 한 구석에 그려지는 장면은 콜롬비아 소설가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속의 죽어가는 아들의 붉을 피가 콸콸콸 쏟아져 대청마루를 지나 마당을 가로 지르고 창고의 벽을 따라 천장을 건너 뛰어 어머니를 찾아가는 구절을 생각나게 한다.

중남미 환상적인 소설. 작가. 카를로스 푸엔떼스, 이사벨 아엔테, 이탈로 칼비노. 마리오 바르카스 요사. ‘똥은 똥끼리 모인다.’ 깡패들 속어다. 파묵을 읽다보면 마르케스가 생각나고, 귄터 그라스, 프로벨르, 카프카, 밀란 쿤테라…. 글의 구성, 관용구, 비유, 필치가 비슷비슷해 보이는 거다. 그들끼리 모여 이 직유는 네가, 저 문구는 내가, 저런 은유는 쟤가 쓰기로 약속하는 등 모종의 밀회(密會)를 어디선가 수도 없이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세상 모든 그림을 3일 동안 보고 난 장인이 눈이 머는 장면이 있다.

색은 어둠에 서 온 것이다. 색을 보는 사람은 색의 원천인 어둠을 찾는 법이다. 기억이 신에게 도달한 곳에는 오직 절대적인 고요와 행복한 어둠 그리고 빈 페이지들의 영원함만 있을 뿐이다.

현대미학이다. 말레비치의 ‘흰 사각형 안의 검은 사각형’ 절대주의. 러시아 현대미술의 아방가드르 아이콘 아니겠는가. 현대 미학이란 게 꼭 현대만 있으란 법은 없지. 500년 전에 있었던 걸 그 때 못 알아본 것뿐일 수도 있고. 미학이란 게 철학 아닌가. 철학, 현대 철학자들 뜯어보면 칸트나 니체식의 명징한 자기 철학 있는 것도 아니다. 남의 철학, 생각, 이론, 조각조각 자기 철학으로 짜깁기한 것 아닌지. 하이데커, 데리다, 푸코, 들레즈, 보드리야르….

근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토록 많은 이론과 사유와 철학과 이념, 생각들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고 중첩되어 다루어진 시대가 있는가. 요는 얼마나 많은 정보를 수집해 적시적소에 써 넣어 자기 이론화 하느냐가 문제일 뿐.

이 책만 해도 그렇다. 수많은 액자소설, 구문, 경구…. 페르시아에서 애급에서 시리아, 베네치안, 중앙아시아, 러시아, 중국, 몽고, 우즈베키스탄, 닿을 수 있는 곳이라면 지옥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 미술, 철학, 소설, 시, 수필, 민담, 야화, 동화, 어느 것이나 막론하고 몽땅 그러모아 자기생각 기가 막히게 그려낸 것 아닌가.

…어떤 주제가 사랑이라면 그 그림은 사랑으로 그려져야 하네. 고통이라면 그림에서 그 고통이 묻어 나와야하지. 그렇지만 그 고통은 그림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나 눈물 때문이 아니라, 그림을 처음 본 순간 느껴지는 그림 내부의 조화에서 나와야 하네.

아직도 이르지 못한 지평이며 앞으로도 이른지 못할 나의 지평이다. 이미 오정순의 ‘그림자가 긴 편지’ ― 물감이 묻어나는 수필을 연모한 나날들을 다시 생각한다.

아우라. 내가 책을 읽을 때마다, 처음 읽을 때의 감격을 찾아 두, 세 번을 내리 읽어도 그 감동을 도대체 찾을 길 없었던 것은 이 아우라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이것 없음에 내가 재독을 금하는 이유이며 예술로서의 수필을 꺾지 못하는 까닭이다.

불같은 분노, 뇌성벽력과 같은 따귀의 갈김, 심장이 터져나가는 박동, 팔팔 끓는 냄비의 울림, 출발하는 증기기관차의 식닥거림…. 이런 게 없으면 절대 글을 쓰지 않는다.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작가인 내게 이런 느낌 없이 써 놓은 글이 있다면 독자에게 도대체 어떤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이게 파묵이 말하는 빨강 아니겠는가. 생(生)이고 기(氣)의 원천이며, 변화요, 죽음이며 세상 어느 곳에도 존재하는 신(神)의 색 ― 빨강.

스타일, 그리고 빨강을 찾아 나는 오늘도 좌충우돌 멈추지 않는다.

x*****k 2007.12.29. 신고 공감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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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거나 거북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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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중력의 한계가 드러났다. 나는 그 이유를 이슬람 문화에 대한 나의 무지 탓이라고 생각한다. 세밀화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화가들의 고뇌에 대해 다 이해하지 못하니, 종교도 신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었으니,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 고민하고 싸우고 서로 죽이고 있는가 싶기만 했다.   낯선 문화에 대한 글을 읽을 때면 두 가지를 얻게 된다. 새로움과 거북함. 살아오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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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중력의 한계가 드러났다. 나는 그 이유를 이슬람 문화에 대한 나의 무지 탓이라고 생각한다. 세밀화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화가들의 고뇌에 대해 다 이해하지 못하니, 종교도 신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었으니,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 고민하고 싸우고 서로 죽이고 있는가 싶기만 했다.

 

낯선 문화에 대한 글을 읽을 때면 두 가지를 얻게 된다. 새로움과 거북함. 살아오는 동안 본 적이 없었으니, 아 이렇게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구나 싶을 때의 새로움. 그리고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살아가고 있나 싶은 이해 안 되는 거북함.

 

물론 그런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사람들은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여행을 한다. 나 아닌 사람들은, 우리가 아닌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우리처럼 사나, 우리와 다르게 사나, 무엇으로 사나, 무슨 힘으로 사나, 그런 의문을 해결해 가면서 사람들에 대해 다른 문화에 대해 이해심을 갖게 되고 동류의식을 갖게 되고 서로 존중하게 된다는 뭐 그런 식의 멋진 말들처럼.

 

1권을 읽을 때만 해도 제법 궁금하고 빠져드는 맛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터키와 이슬람 문화에 대해 많이 모르는 모양이다. 터키에 다녀오기만 하면 뭐하나, 세밀화를 본 기억조차 나지 않는데.

 

소설 속 그림에 대한 설명으로는 도저히 머릿속그림을 그려낼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잘 묘사하고 있나 하는 작가에 대한 감탄은 이어지는데 그 그림들이 내 머리속에서는 살아나지 못한 것이다. 그러니 살인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내 흥미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이 멋지다는 데에는 나도 동감한다. 내가, 내 능력이 조금만 더 받아들일 수 있다면 아주 많은 것을 느끼고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냥 모르겠다 싶었다. 이슬람에 대해 좀더 익히고 다시 이 소설을 읽는다면 지금과는 달라질까, 그런 기대나 해 두어야겠다.

 

덧붙이는 의문 하나, 세큐레가 카라에게 갖는 마음과 태도 또한 참 이해하기 힘든 묘한 것이었다는 것.    

YES마니아 : 로얄 j***6 2007.11.17. 신고 공감 0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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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고전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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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은 < 내 이름은 빨강>에 대해 " 나의 모든 소설 중에서 가장 색채감 있고, 가장 긍정적인 소설" 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 역시 2007년을 맞아 맨 먼저 읽은 책으로서 나의 지적 호기심과 감동을 동시에 완벽하게 느끼기 해 준 책이라고 생각한다. (노벨문학상 작품이라는 점은 당연하고)   이 책이 특별하게 나에게 신선했던 점은 첫째, 터키 출신의 작가가 이슬람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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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은 < 내 이름은 빨강>에 대해 " 나의 모든 소설 중에서 가장 색채감 있고, 가장 긍정적인 소설" 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 역시 2007년을 맞아 맨 먼저 읽은 책으로서 나의 지적 호기심과 감동을 동시에 완벽하게 느끼기 해 준 책이라고 생각한다. (노벨문학상 작품이라는 점은 당연하고)   이 책이 특별하게 나에게 신선했던 점은 첫째, 터키 출신의 작가가 이슬람 문화의 내용을 다룬 이야기였고 둘째, 이슬람 문화중 지금은 거의 잊혀진 백여년 정도 전성했던 세밀화를 그렸던 예술가들에 관한 내용이었고 셋째는 오르한 파묵이라는 작가의 작가로서의 역량이 아마 새로운 고전의 탄생을 가져올 만한 각별히 천재적이라고 할 수 있는 그만의 능력이었다.   근본적으로 이 소설은 살인사건을 다루는 추리소설이다. 여기서 두 명의 소설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카라와 셰큐레이다. 카라는 12년전 셰큐레를 향한 사랑을 표현했지만, 이모부 즉 셰큐레의 아버지(에니시테)에게 거절당함으로써 이스탄불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다. 셰큐레는 그 사이 결혼하여 두 아들의 엄마가 되었으나 남편이 전쟁터에 나간지 4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은 상태이다. 그녀는 아버지 에니시테와 함께 살고 있다. 카라는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이번에는 에니시테에게 그 뜻을 비추기는 하지만 에니시테의 딸에 대한 사랑은 그녀의 진정한 행복을 오히려 방해하고 있는 듯 보인다. 여기에 셰큐레의 시동생 핫산이 형수인 그녀에 대한 사랑을 펼쳐보인다.   1권에서 살인자에 의해 두명이 살해된다. 밀서제작에 참여한 궁정화원 한 명과, 그 밀서 제작을 주도하는 에니시테이다. 에니시테가 죽음으로써 카라는 셰큐레와의 결혼을 서둘러 하게 되고 오스만 화원장과 함께 술탄으로 부터 살인자를 알아낼뿐더러 밀서를 완성시켜야 한다는 임무를 맡게 된다.   소설의 핵심적인 줄거리는 이렇듯 살인사건과 세큐레를 둘러싼 사랑이지만 오르한 파묵이라는 작가의 위대성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것이 바로 세밀화에 대한 그의 깊고 넓은 방대한 지식이다. 파묵 스스로 어릴적 화가가 되고 싶었던 꿈을 간직하고 있었기에 오스만 제국 당시 제작된 세밀화들을 모사하여 이미 열 세살 때 16세기와 18세기 이슬람 세밀화의 기법의 차이를 알고 있었다고 한다.   살인사건의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것처럼 평면적이고 투시적으로 묘사하는 페르시아의 옛 대가들의 기법 -신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함- 과 베네치아의 궁전과 귀족의 저택에서 주로 그려졌던 원근법을 이용한 사실적으로 대상을 재현하는 서양의 화풍  -인간 중심의 세계추구- 과의 충돌이라고 보여진다.    터키의 지리적 위치, 즉 동양과 서양의 교차점이라는 사실은 그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두 문화를 어떻게 수용하는가의 문제를 안고 있다. 여기서 파묵은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는 동양과 물질적 가치를 중시하는 서양의 대립, 혹은 서구화는 부도덕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당대의 현실을 반영하는 새로운 모색을 찾고 있다.   세큐레의 아버지 에니시테는 술탄으로 부터 헤지라 천년 되는 해를 기념하여 술탄과 술탄의 세계를 서양화풍으로 그린 책을 비밀리에 그리라는 명을 받고 궁중화원에서 가장 기예가 뛰어난 장인들을 선발해  이 밀서 제작에 참여한다. 그러나 세밀화가에게 서양화풍에서 중시하는 개성과 화풍이 오히려 무시되어져야 하며, 원근법이나 초상화를 그리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술탄의 밀서는 서양화풍으로 그려져야 하기에 충실한 세밀화가에게 있어서 그것은 갈등과 불안을 일으키면 심지어 종교적인 위배로 까지 비쳐진다. 여기서 두 생각간의 갈등으로 인한 살인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파묵의 천재성은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소설가로서의 자질과, 소설의 마지막 까지 살인자가 누군인지 알리지 않는 것이며, 등장하는 인물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끌어나가기 때문에 생물과 무생물이 모두 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더구나 파묵이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세밀화를 배우고자 바쳤던 열정과 이슬람의 민담, 전설을 연구했다는 그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작가 스스로 이 책에 대한 애정을 표현 했듯이, 각고의 노력끝에 만들어진 이 소설을 동시대 작가들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 능력의 탁월함에 감탄을 보낸다.   마지막으로 소설이 끝나는 시점에 셰큐레의 둘째 아들 "오르한"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마치 오르한 파묵을 비유해서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 것은 개인적인 느낌일 지도 모르나 간간이 느껴지는 작가의 유머적인 부분중 하나라고 느껴진다. 소설의 제목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이슬람 문화를 포함하여 터키출신의 작가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시킨 작품이라 생각한다.      
j******7 2007.01.0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그는 소설을 그리고, 나는 세밀화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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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그 아름다움을 통해서 인간의 마음속에 삶의 풍요로움과 사랑, 신이 창조한 세계의 다채로움에 대한 존경심과 신앙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화가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죠.” 고은 선생님의 수상여부를 놓고 독서광, 인터넷중독, 된장녀 할 것 없이 어줍잖은 관심을 기울였지만 결국 오르한 파묵이 2006 노벨문학상의 주인공, 타라- 그의 이름이 낯설지 않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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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그 아름다움을 통해서 인간의 마음속에 삶의 풍요로움과 사랑, 신이 창조한 세계의 다채로움에 대한 존경심과 신앙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화가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죠.” 고은 선생님의 수상여부를 놓고 독서광, 인터넷중독, 된장녀 할 것 없이 어줍잖은 관심을 기울였지만 결국 오르한 파묵이 2006 노벨문학상의 주인공, 타라- 그의 이름이 낯설지 않은 것은 막 더워지던 어느 이른 여름날에 읽었던 ''내 이름의 빨강''때문이었다. 섬세하면서도 뜨거운 이국의 정서가 가득 벤 세밀화를 읽었던 기억. 짜릿한 구성, 섬세한 예술, 뜨거운 로맨스 등이 한 데 어우러진 ''내 이름은 빨강''은 자습서적인 프레임웍으로 보자면 시각적인 소재로 공감각적인 감동을 이끌어낸다랄까- 그의 수상을 영양가없이 축하하며 지각독후감을 써볼까, 해요. 아! 어쨌거나, 파묵씨. 노벨상 수상 감축드리나이다. 소설은 엘레강스라는 세밀화가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아니지, 죽임당한 세밀화가 엘레강스의 독백으로 시작한다고 말하는 편이 더 자극적이지. 과연 누가 엘레강스를 죽였는가? 그리고 그 죽음의 배경과 살인자를 찾는 과정, 한 여인을 향한 사랑을 위해 이스탄불을 떠났던, 그리고 다시 돌아온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 어쩐지 클래식한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녹록하지만은 않다는 것, 어째서? 세밀화다운 복잡하고도 밀도높은 구성을 갖는 이 소설의 각 챕터는 ''나는 아무개이다''라는 제목을 갖는다. 송장이 된 엘레강스, 밝혀지지 않은 살인자, 용의자들인 나비와 황새와 올리브 등의 다양한 화자들이 같은 사건, 같은 추억, 같은 현상에 대하여 각각 독백을 하는 형식이다. 뭐야, 그 쯤은 별로 특이하지도 않다고? 아, 좀 끝까지 들어봐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르한 파묵은 상상계의 일부일 뿐인 ''빨강'' 조차, 그리고 그림 속의 개, 나무, 금화, 악마들에게까지 마이크를 쥐워줬다는 것. 정말 다들 말이 참 많다. 그렇게 할 말들이 많아서야 들어주지 않았다가는 큰 일이라도 날 뻔했지 뭐야. 우리의 그렇고 그런 삶의 시뮬라크르, 그런 소설이라면 성격이 다를 수는 있지만 분명한 갈등코드가 있게 마련이다. ''내 이름은 빨강''가매력적인 것은 갈등의 원인조차도 아우라가 넘치는 예술, 그 자체라는 것이다. 아트, 아트! 권력과 불륜, 오해와 살인, 뭐 이렇게 클래식한 것이 아니라고요. 고대의 주술적인 사회에서는 모든 그림이 평면적이며, 신이나 군주는 더 크고 화려한 색체로 그려졌다. 같은 이유로 16세기말 오스만 투르크 제국에서 세밀화를 그리는 예술가들,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곳, 이스탄불에서 예술이란 현실이라기보다는 기득권자의 관점에서 그려낸 상상계의 시뮬라크르일 뿐이다. 왕이 피사체이기 이전에 임금, 그 자체로만 허용되었던 이스탄불의 세밀화가들은 베네치아의 원근화법에서 매력과 개인적인 염원을 느끼고, 그것은 곧 왕에 대한 경외를 넘어서게 된다. 예술가로서 사회에서 요구되는 가치관과 본능적인 예술관을 어떻게 타협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풀리지 않는 숙제인 것 같다.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의 경계에서 갈등하는 모든 디자이너들의 창작욕처럼 말이지- 원한 관계나 연쇄 살인과 같은 표면적인 스토리라인 말고도 ''카라의 귀향''이라는 드라마틱한 국면의 전환과 세큐레와의 지고지순한 로맨스도 세밀화를 닮은 이 소설의 매력을 더한다. 사랑, 사랑, 사랑, 사랑이야♬ 세밀화, 멀리서 한 번, 가까이에서 한 번, 그렇게 보아도 다 기억할 수는 없겠지? 그들처럼 눈이 멀어버리기 전까지는. 세밀화를 닮은 이 감각적인 소설 ''내 이름은 빨강''의 매력은 두 번, 세법 읽는 데에서 온다. ''과연 누가 범인일까?''라는 궁금증으로 한 번, ''요 놈 봐라-''하는 고소함으로 한 번. 변명을 늘어놓는 그의 긴장되어 축축해진 궁둥이가 나쁘지 않으니까- 벽면을 가득 메운 세밀화같은 이 소설은 강박적인 구성과 압도적인 채색가 딱 세밀화답지만, 적극적인 터키인 특유의 속도감과 이국의 카리스마 덕분에 밀도높은 흡입력, 습습후후- 그는 소설을 그리고, 나는 세밀화를 읽었다.
a*******1 2006.10.1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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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소설은 처음인데 특이한 구조임엔 틀림없다. 시작하자마자 시체가 말을 하다니.. 살해당해서 우물바닥에 버려진지 사흘째인 시체가 말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나선 등장인물들의 독백 형식을 빌어서 챕터마다 다른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음모와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을 촘촘하게 이끌어 나가는 구조. 이슬람 세계의 세밀화가들에게 어느날 갑자기 닥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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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소설은 처음인데 특이한 구조임엔 틀림없다. 시작하자마자 시체가 말을 하다니.. 살해당해서 우물바닥에 버려진지 사흘째인 시체가 말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나선 등장인물들의 독백 형식을 빌어서 챕터마다 다른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음모와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을 촘촘하게 이끌어 나가는 구조. 이슬람 세계의 세밀화가들에게 어느날 갑자기 닥친 서양의 원근법과 실물에 가깝게 그리는 화풍때문에 겪는 혼란과 과도기의 시기를 그려낸 작품으로 읽다보면 화려한 이슬람 그림들의 자취와 예술을 사랑하는 장인들의 집념도 함께 느낄 수 있다. 범인은 과연 누구일지 추리하면서 읽는 재미 눈에 보이진 않지만 세세히 묘사되어 있는 세밀화에 대한 상상 세큐레와 카라의 이야기도-이슬람 세계의 이혼법에 대해서도 잘 알수 있음.... 볼만한 작품. 제목이 왜 빨강인지는 작품 후반부에 이르르면 알게 됨. 관점이 색다르기 때문에 처음에는 헷갈리지만 읽어나갈수록 이번엔 누구의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해지는 또 어떻게 주인공들이 이 난관을 헤쳐나가게 될지를 기대하게되는 묘한 매력을 가진 작품.
YES마니아 : 골드 s******5 2006.07.2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