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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만나 새로사귄 풍경,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나
"우연히 만나 새로사귄 풍경,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나" 내용보기
나의 마음이 쓸쓸한 탓일까, 새로 기획한 책이라며 건네준 책, 아주 우연히 만난 그 책에서 나는 잃어버린 나의 어린 시절을 새로 만났다. 바쁘게만 사느라 잊어버린 내 감성의 한 자락을 마주하며 작가 이지누 님의 글에, 그리고 책 사이사이 놓인 정갈한 흑백사진 속에 나를 묻었다. 「우연히 만나 새로 사귄 풍경」이란 제목처럼 책 속에 놓여진 사진은 화려하게 치장된 관광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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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음이 쓸쓸한 탓일까, 새로 기획한 책이라며 건네준 책, 아주 우연히 만난 그 책에서 나는 잃어버린 나의 어린 시절을 새로 만났다. 바쁘게만 사느라 잊어버린 내 감성의 한 자락을 마주하며 작가 이지누 님의 글에, 그리고 책 사이사이 놓인 정갈한 흑백사진 속에 나를 묻었다. 「우연히 만나 새로 사귄 풍경」이란 제목처럼 책 속에 놓여진 사진은 화려하게 치장된 관광지는 아니다. 그렇다고 멋스러운 옛 모습도 아니다. 처음 내 눈을 잡아끈 것은 오히려 아무도 돌아보지 않을 피폐해진 풍경이었다. 유리창마저 깨져 을씨년스럽기만 한 곰소 염전 사무실의 추레해진 모습, 그리고 사람들이 떠나버린 빈집의 쇠락한 풍경, 그 안에 무성히 자란 잡초와 문살만 앙상하게 남은 문풍지, 그런 사진들이었다. 아니 그 사진을 찍은 작가의 마음이었다. 그 마음이 내 손끝에 잡히는 듯했기 때문이다. 그는 낡고 오래되어 이제는 초라하고 옹색해진 겉모습에 머물지 않고 그 안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만나고 지나간 사람들의 손길을 만났다. 그는 비 내려 한갓진 곰소염전의 풍경을 보며 비록 우연히 만나 새로 사귀기는 했지만, 그에게는 더 없이 아름다운 풍경이며 오래 묵은 벗과 같이 되었으니, 상처가 아름답게 아물면 꽃이 되기는 하는가 보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서해바다 변산반도 부안 땅을 하나하나 밟아가고 있다. 판소리 변강쇠가에서 강쇠가 짝을 이뤄 떠돌던 세 포구의 하나인 줄포, 그러나 그는 바다로 향한 문을 닫아버린 줄포의 저자거리 풍경 속에서 ‘한때’ 번성했을 과거의 모습을 찾아내고 있다. 이제는 희미해진 이 땅의 옛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 사람냄새 나는 구수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은 것이다. 해질녁 곰소 선창에 앉아 못다 부른 곰치의 슬픈 노래를 풀어놓기도 하고, 개펄을 지나온 칼바람들이 내소사 뒤 소나무에 부딪혀 우수수 길섶으로 떨어진다는 바람모퉁이의 텅 빈 바다 풍경을 보며 그는 스스로 풍경이 되고 싶어하기도 한다. “마음에 맞는 풍경을 보면 나는 그가 되고 싶었다. 그가 나에게 하나의 풍경이듯이 나 또한 나에게서 벗어나는 해박보를 걸어서 그에게나 사람들에게 하나의 풍경이고 싶었다.”고 그는 고백하고 있다. 그리고 해창 갯벌, 모항, 대항리 갯벌, 계화도, 직소폭포, 내소사. 월명암, 청련암 등 부안 땅 구석구석을 밟으며 그 땅에서 살아 숨쉬는 역사를 만나기도 한다. 계화도에서 간재(艮齋) 전우田愚 선생을 만나고 직소폭포 풍경 속에서는 매창을 만난다. 그리고 그니와 사랑을 나눈 유생들을 만난다. 여행길에 하루도 책을 놓지 않았다는 작가의 고백에도 나와 있거니와 그는 단순히 풍경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이 땅에 살았던 역사를 함께 담고 그의 사유를 함께 담아내었다. 이십 여 년을 부안 땅에서 살았는데…, 내가 살아온 땅을 난 너무도 모르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은 것일 게다. 혹은 그 땅을 마음으로 보려고 하지 않은 것일지도…. 풍경은 늘 거기 그대로 있어도 풍경을 바라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 늘 다른 모습으로 투영되는 것이니까.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 또다시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난 훗날 언젠가는 이곳을 그리워할 게다. 이 땅을, 그리고 이 땅 안에서 함께 한 사람들을 마음으로 보지 못했음을 아쉬워하면서…. 더 많은 후회를 하지 않을 만큼이라도 마음을 열고 이 땅을 바라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봄이 가기 전 부안 땅을 다시 한번 밟아야겠다. 그리고 이지누 님이 밟은 땅을 다시 한번 밟아보아야겠다. 이번에는 내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로.

[인상깊은구절]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풍경이 어루만져 주는 법. 상처가 깊으면 깊을수록 보다 깊거나 낯선 풍경 속으로 가려 하는 것은 삶이 그만큼 쓸쓸해진 탓이겠지요. 피폐해진 심경이 스산한 풍경을 만나면 서로가 서로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엉키어 버린 실타래와도 같습니다. 그들은 언제나 뒤죽박죽이기 일쑤이지만 다시 마음이 튼실해질 무렵, 황폐한 마음속에 스며있던 스산한 풍경은 새살 돋아나듯 또 하나의 아름다움이 되곤 합니다. 사십이 넘자 어이없는 상처와 함께 나에게도 그런 풍경이 찾아왔습니다.
YES마니아 : 로얄 s*****2 2004.05.30. 신고 공감 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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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지 않을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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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음반이나 서적을 살려고 할 때 아! 이사람 작품이라면 안심하고 구매해도 훌륭한 결과물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지누는 나한테 그런 사람이었다. 개인적으로 이사람 얼굴이나 사진한장 본적이 없지만 샘터, 함께 가는길, 행복이 가득한 집, 문학사상 등의 잡지에 기고한 그의 사진과 글들을 읽고 있노라면 담박에 그를 좋아하고, 존경하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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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음반이나 서적을 살려고 할 때 아! 이사람 작품이라면 안심하고 구매해도 훌륭한 결과물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지누는 나한테 그런 사람이었다. 개인적으로 이사람 얼굴이나 사진한장 본적이 없지만 샘터, 함께 가는길, 행복이 가득한 집, 문학사상 등의 잡지에 기고한 그의 사진과 글들을 읽고 있노라면 담박에 그를 좋아하고, 존경하게 되었다. 그의 홈페이지(http://www.leejinu.com)에 있는 그의 소개는 영어로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His concern is concentrated on the nature and the culture, people of Korea and thought. His task have been based on the visual sociology, visual anthropology and visual folklore." 홈페이지에 보여주는 그의 방대한 결과물에 비해 너무나도 간단한 소개말이다. 사진작가 이지누는 이 땅 구석구석을 끝없이 걸으며, 걷다가 만난 풍경을 필름에 담아왔다. 1994년 금단의 영역이던 휴전선 일대의 문화기행을 조직하면서 시작한 ‘우리땅 밟기’ 모임을 그는 10년 넘게 이끌고 있다. 매월 그의 홈페이지나 "샘터"잡지에 보면 우리땅밝기 코스가 나와 있고 압구정동에서 버스로 출발하는 그의 답사는 여느 단체에서 주관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뉘 알건가 누덕누덕 기워 입은 누더기 속에 천지를 밝게 비출 태양이 숨어 있는 것을!"이라는 옛글과 같이 길위에 떨어진 사람과 문화와 역사의 누더기 조각들을 이어 만든 보자기 속에 세상 어떤 것 보다 귀한 것 있다는 걸 이만큼 다니고야 알았다는 이지누와 함께 하는 우리땅밝기 답사는 자신이 경험한 이땅의 진정 아름다움을 나누고자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테면 2003년 3월 29일-30일간 답사의 여정은 이렇게 진행되었다 (29일: 서울-익산미륵리절터-동고도리석불-해남 30일:미황사-다산초당-만덕산 오솔길을 걸어 백련사 동백숲-무위사-월남사터-서울) 여정만 보아도 가슴떨리는 일정이다. 이제 `중년`의 고개에 올라선 그가 우리땅밟기의 주제로 "우연히 만나 새로 사귄 풍경"을 펴냈으며, "우연히 만나 오랜 사귄 사람", "우연히 만나 발길 머문 풍경", "우연히 받아 더욱 귀한 선물" 등을 엮어 낼 예정이다. 제목만으로도 가슴떨리는 책들이다. 이 기회에 이지누라는 인물을 한번 알아보자.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YES마니아 : 골드 s****h 2004.09.22.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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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력을 가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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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이다. 아무리 경기가 어렵다고 해도 휴양지에는 방이 없고 , 셔터내려진 상가 문에는 휴가 안내문만 펄럭거리고 있다. 나는 떠나고 싶은 마음 별로 없어도 남들 떠나는 모양새를 바라보고 있으면 공연한 소외감에 한번쯤 마음 쓸쓸해진 경험이 있을것이다. 마음에 짐 너무 많아 부려놓을곳을 찾지 못해 무거운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당신에게 나지막히 읽어 주고 싶은 책이다.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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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이다. 아무리 경기가 어렵다고 해도 휴양지에는 방이 없고 , 셔터내려진 상가 문에는 휴가 안내문만 펄럭거리고 있다. 나는 떠나고 싶은 마음 별로 없어도 남들 떠나는 모양새를 바라보고 있으면 공연한 소외감에 한번쯤 마음 쓸쓸해진 경험이 있을것이다. 마음에 짐 너무 많아 부려놓을곳을 찾지 못해 무거운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당신에게 나지막히 읽어 주고 싶은 책이다. 화려한 네온사인 번쩍 거리고 , 술취한 청춘남녀들이 소란을 피우는 해수욕장만 보아온 당신에게 비록 낭독의 발견에서 유명 뮤지션을 등지고 낭랑한 목소리로 읽어주던 어느 시인처럼은 못하지만 기꺼이 읽어 주리라. '상처가 깊으면 깊을수록 보다 깊거나 낯선 풍경 속으로 가려 하는 것은 삶이 그만큼 쓸쓸해진 탓이겠지요. 피폐해진 심경이 스산한 풍경을 만나면 서로가 서로에게 벗어나지 못하고 엉키어버린 실타래와도 같습니다. 그들은 언제나 뒤죽박죽이기 일쑤이지만 다시 마음이 튼실해질 무렵, 황폐한 마음속에 스며 있던 스산한 풍경은 새살 돋아나듯 또 하나의 아름다움이 되곤 합니다. ' < 곰소 염전 중에서 > 글쓰기가 가진 가장 큰 효용은 치유효과에 있다고 본다. 적나라하게 상처를 드러내고 그 드러난 상처를 보듬는 성찰을 통해 자신을 곧추세우는 과정은 곧 치유의 과정이다. 이제는 퇴락해 버린 변산반도의 곰소 염전과 , 줄포와 신선대의 풍경과 이야기들은 작가 이지누의 내면풍경이다. 이지누 스스로 이야기 하고있다. 꼬이고 꼬여 상처투성이가 된 가슴을 부여안고 떠난 길이었다고 말이다. 그 스산한 염전에서 눈부시도록 하얀 소금과 이야기를 나누며 깡소주를 마시던 작가는 눈에 보이는 자신의 내면풍경들을 찍고 사유한다. 나는 카페인 핑계를 댔다. 책을 펼치기 전에 먹은 진한 커피 한 잔 때문에 이렇게 심장박동이 빨라 지고 발가락이 간질간질 하는거라고 생각했다. 절대 이 투박한 흑백 사진과 그가 깊은 우물에서 퍼올린 말들 때문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곧 깨달았다. 그가 나를 흥분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99일동안 단 하루도 책을 손에서 떼지 않았고 글 한줄 쓰지 않은 날이 없었다는 그의 눈은 남들이 전혀 흉내낼 수 없는 특별한 렌즈를 만들어냈다. 그 렌즈를 통과한 풍경은 빈곤하고 외로운 당신의 머리를 가만히 자신의 어깨위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해준다. 더 없이 쓸쓸한 풍경속에서 묘하게 꿈틀대는 삶에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의 쓸쓸함은 돌아오기 위한 쓸쓸함이다. 그가 홀로 노을을 바라보며 술잔을 기울이다 냄새나는 여관모퉁이 방에서 널부려져도 나는 걱정되지 않았다. 그는 결코 손을 놓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듯하고 정갈하게 자기성찰을 하고 있는 그는 꿈을 버린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에게 읽어주고 싶은 것이다. 감상에 빠져 허우적대는 어느 수도원 기행기보다 더욱 엄숙하며, 어떤 종교보다 더욱 치유력을 가진 그 풍경의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어느덧 당신의 상처도 꽃이 될 수있으리라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 둘 곳 몰라 서성이는 그 짐 이곳에 부려놓으시라. 한결 가볍게 일어설수 있을것이다.
h******h 2004.07.28.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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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발자욱을 따라 나도 길을 나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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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소, 줄포, 내소사, 개암사.. 기억속 아스라하고 애잔하게 남아 있는 곳들을 다시 만났다. 채석강에서 마포나루터로, 다시 내소사로, 줄포, 곰소로 그리고 고창으로. 스물여섯이었나, 일곱이었나...기억이 가물하다. 홀로 떠났던 여행지였다. 신경림의 을 읽고 몹시도 애닲아 그리던 곳이었고 그래서 여름휴가를 아껴두었다가 가을이 깊을 무렵 길을 나섰었다. 그리고 5년쯤전에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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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소, 줄포, 내소사, 개암사.. 기억속 아스라하고 애잔하게 남아 있는 곳들을 다시 만났다. 채석강에서 마포나루터로, 다시 내소사로, 줄포, 곰소로 그리고 고창으로. 스물여섯이었나, 일곱이었나...기억이 가물하다. 홀로 떠났던 여행지였다. 신경림의 <민요기행>을 읽고 몹시도 애닲아 그리던 곳이었고 그래서 여름휴가를 아껴두었다가 가을이 깊을 무렵 길을 나섰었다. 그리고 5년쯤전에 가족들과 그곳으로 다시 여행을 가기도 했었는데 이렇게 글로, 사진으로 다시 만나니 여간 반가운게 아니다. 이지누... 2년쯤 전이었나? <디새집>이라는, 잡지치고는 꽤 고가였던 그 계간지의 발행인이었고 한겨레에서 '우리땅밟기'라는 답사여행의 이끔이가 아니던가. 그러나 디새집이 채 몇호를 넘기지 못하고 폐간되는 실패를 겪으며 만신창이가 된 몸과 마음으로 길 떠나 사진으로, 글로 엮어낸 책이 바로 이 책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책은 절반이 넘게 그의 고통이 고스란히 스며든 독백의 언어로 채워져 있다. 북적이는 인파로 넘쳐났던 시절이 까마득한 과거가 되어버린 곰소항이며, 줄포는 그의 상처난 가슴에 들어와 꾸역꾸역 되새김질 된다. 무릇, 풍경이건 혹은 그 무엇이건 바라본다고 해서 그대로 보여지는게 아니다. 필시 눈으로 보고있되 담아내는것은 마음이니 고달픈 마음에사 풍경도 고달프고 팍팍한 것이 되고 슬픈 마음에사 그때의 풍경은 눈물 잔뜩 머금은 슬픈 풍경이 되고 마는 것을.. 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이리도 진하게 쏟아낸 것을 바깥세상에 어찌 내놓았을까? 싶다가도 이내 그 마음을 이해하고 다독여주고 싶은 심정이 되고만다. 그렇게 쓰리게 읽혀지는 절반을 넘어서면 그 이후는 변산 곳곳에 터잡은 암자에 얽힌 이야기들이 마음을 사로 잡는다. 아... 몇년전 개암사를 해질녘에 간신히 돌아나왔었는데 그곳이 그리도 많은 얘기를 담고 있을줄이야... 격포에서 내소사로, 개암사로 돌며 바라보던 변산은 뭉툭하면서도 기암괴석이 웅장해 참 잘생겼다 하며 지나쳤었는데, 원효스님이 머물렀다는 원효굴이며 천장암, 청련암, 불사의 방...등 무수한 불자의 이야기를 품어 안고 있는 도처의 도량들이 변산의 품속에 깊숙히 자리하고 고운 향내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니. 그 절반의 이야기에서 이지누의 심미안과 그 만의 독특한 답사여행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냥 스쳐 지나가면 말뿐 눈여겨 보지 않을 돌 하나, 풀 한 포기, 순간 지나는 바람과 하늘빛 조차도 무심히 지나치지 않는 그의 섬세하고 겸손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리워하던 것을 우연히 마주쳤을때, 그는 마음을 활짝 열어 기쁘고 벅차게 맞이하며 어쩔줄 몰라 한다. 그래서인지 그가 지나며 남긴 발자욱을 따라 나도 길을 나서고 싶다.
y******7 2004.08.12.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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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보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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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보았지요 언젠가 산길을 걷다가 바람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바람, 그 자체로서 그를 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길섶에 우뚝 선 나뭇잎이 살랑대거나 목이 긴 원추리가 흔들거리는 것을 통해 비로소 바람을 보았던 것이지요. 땀으로 젖은 내 살갗에 바람이 닿았을 때 이윽고 그가 바람이 되었듯이 사람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나 이외의 또 다른 사람이 있어야만 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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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보았지요


언젠가 산길을 걷다가
바람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바람, 그 자체로서 그를 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길섶에 우뚝 선 나뭇잎이 살랑대거나
목이 긴 원추리가 흔들거리는 것을 통해 비로소 바람을
보았던 것이지요. 땀으로 젖은 내 살갗에 바람이
닿았을 때 이윽고 그가 바람이 되었듯이 사람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나 이외의 또 다른
사람이 있어야만 그제야 나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겠지요.


- 이지누의《우연히 만나 새로 사귄 풍경》중에서-


* 사람도 바람입니다.
때론 솜털처럼, 때론 태풍처럼 불어와
살갗을 건들고 마음을 흔드는 당신이 나의 바람입니다.
당신을 통해 사랑을 배웠고 아픔과 그리움을 알았습니다.
당신이 내게 불어와 비로소 내가 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바람입니다. 무시로 나를 흔들어 떨게 하는
모진 마력의 바람입니다.
y***o 2010.01.1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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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쓸쓸해지면, 변산반도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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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늦은 가을, 내 몸과 마음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져, 누가 건들기만 해도 바삭하고 부서져 버릴 것 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삶은 고통이고, 슬픔이고, 아픔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던 시기. 숨고 싶었다. 그렇게 세상 끝으로 도망치려 할 때, 내 작은 육신을 숨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 그 곳은 변산반도였다. 며칠이 될지 알 수 없는 여행가방을 챙기고 내 차는 나를 싣고 시속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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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늦은 가을, 내 몸과 마음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져, 누가 건들기만 해도 바삭하고 부서져 버릴 것 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삶은 고통이고, 슬픔이고, 아픔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던 시기. 숨고 싶었다. 그렇게 세상 끝으로 도망치려 할 때, 내 작은 육신을 숨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 그 곳은 변산반도였다. 며칠이 될지 알 수 없는 여행가방을 챙기고 내 차는 나를 싣고 시속 160km로 호남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세상 끝으로 그렇게 달렸다. 난 상처받은 내 영과 육을 숨길 수 있는 도피성을 찾고 있었고, 그 도피성은 한번도 가 본 적이 없는 변산반도였다. 그곳이 피안의 세계라도 되듯이... 그리고 3박 4일의 도피 행각은 나를 치유해 주었고 난 다시 생의 한가운데로 들어 왔다. 그 후 몇 번 변산반도에 다녀왔지만, 8년 전 그 가을의 변산반도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가끔 삶이 버거워질 때면 난 다시 변산반도를 꿈꾼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늦가을 부안의 해안... 해안도로를 따라 천천히 운전하면서, 비로소 상처 입은 나를 바라볼 수 있었다. 침울한 채석강의 바위들... 내 마음이라도 반영하듯 추적추적 비는 내리고, 채석강의 겹겹이 쌓인 짙은 회색의 바위는 더욱 적막해져 가고 있었다. 그러나 스산했던 풍경은 오히려 나에게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게 해 주었다. 전나무 숲길을 걷다 보면 단아하게 서있는 내소사, 깊이를 헤아리기 힘든 소를 만드는 직소폭포, 곰소 포구에서 들려온 질펀한 삶의 노래, 모항에서 맞이한 저녁 노을... 변산반도의 아름다운 풍광들 앞에서 그동안 쌓이고 쌓여왔던 서러움들은 무장해제 되어서 난 목놓아 울었다. 지구의 끝을 붙잡고 서성거리던 모항에서의 밤. 밤새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불멸하는 것과, 소멸하는 것이 무엇인지, 본질과 현상의 차이를 가늠하면서 내가 어떻게 서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밤새 뒤척였다. 그 때, 나에게 있어서 변산은 ‘우연히 만나 새로 사귄 풍경’은 아니었다. 어떤 분이 소개해 주어서 알게 된 곳이었지만, 이미 오래 전에 난 변산반도와 운명처럼 만나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그곳에 다녀온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난 다시 책으로 변산반도를 만난다. 난 이 책에서 오래 전 나를 만났다. 지은이 역시 지친 삶에서 도망치듯, 이곳으로 온 것이다. 그리고 지은이의 고독과 슬픔은 나에게도 전이되어서, 지은이가 함께 거닐고 머물렀던 곳에 나도 함께 하였다. 오래 전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는 “상처가 깊으면 깊을수록 보다 깊거나 낯선 풍경 속으로 가려하는 것은 삶이 그만큼 쓸쓸해진 탓이겠지요”(12쪽) 라고 말한다. 상처 입은 먹먹한 가슴으로 맞이한 변산 반도의 풍경. 길을 나서면 나도 풍경이 된다. 누군가의 망막에 나 역시 풍경 속에 녹아들고 싶었다. 나 000이 아니라, 그저 자연의 일부이고 싶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나를 잃고 나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소박하면서도 깊이가 묻어나는 흑백사진, 인간에 대해, 삶에 대해 깊은 사유와 성찰을 드러내는 정갈한 글. 난 오래 오래 책 속에 묻혀서 글 한 줄 읽고 생각하고, 사진 한 번 보고 눈을 감으며 그 옛날의 풍경을 떠올렸다. 부안! 그 곳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풍경뿐만 아니라 시대와 불화한 여인 매창을 만날 수 있고, 신석정도 만나고, 원효굴에서는 경허방도 만날 수 있다. 이 책에는 사진이 많이 실려 있는데, 어떤 쳅터에서는 달랑 사진만 몇 장 있고, 사진 아래 간단하게 캡션만 달아 놓은 것도 있다. 그러나 사진만으로도 충분히 가슴을 적시고, 저자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오히려 그 흑백사진 앞에서 오래 시선을 두고, 텍스트에서는 말하지 못하는 의미를 읽어낼 수 있다. 변산은 상처받은 영혼이 쉬기에 넉넉한 곳이다. 서툰 나그네의 몸짓도 그저 다 품에 안은 모항의 밤, 푸른 새벽의 향기도 맡을 수 있다. 바닷가 한쪽에는 오래 전 만선의 꿈을 안고 출항했던 배 한 척이 보인다. 이젠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노구의 모습으로 처연하게 모래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을 보며 사라져가는 것들을 생각한다. 이 모항, 변산의 모습을 저자는 조근조근히 속삭이고 있다. 내가 만났던 변산이 지은이가 만난 변산과 크게 다르지 않아 기뻤다. 별 다섯 개만으로는 아까운 책. 8년 전 변산에서 삶을 이기는 힘을 얻고 왔듯이, 다시 힘들어질 때면, 난 먼저 이 책부터 집어들 것이다.
s****o 2005.03.0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