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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첫사랑의 신화를 다지는 대표적이고 통렬한 성장기록
가끔 생각한다. 첫사랑이 강렬하고 절절하지 않은 것은 삶의 행운일까 아니면 콤플렉스일까라고.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은 첫사랑의 신화를 다지는 대표적이고 통렬한 성장기록이다. 한 출판사는 이 작품을 번역하면서 '순수한 열정, 선명한 상처, 지울 수 없는 기억'이라는 문구를 붙이기도 했는데 그 표현이 정말 걸맞는 내용이다. 흔히 청소년 시기에 많은 명작 고전을 읽어두라고 권하지만 <첫사랑>은 특히나 청소년 대상 추천 소설로 많이 언급된다. 한 소년의 첫사랑 이야기인 동시에 그를 겪으며 성장하는 이야기이고, 그래서인지 그 시기 특유의 불안하고 서툴고 풋풋한 감정이 소설 가득 느껴지기 때문에 주인공과 비슷한 또래일 때 읽으면 가장 감상이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사랑>은 19세기 러시아의 귀족생활을 엿볼 수 있는 소설이다. 이제 막 가정교사의 지도에서 벗어난 열여섯 소년 블라디미르는 모스크바 시내에서 한적한 페테르부르크로 이사한다. 그리고 우연히 공작부인의 딸 지나이다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블라디미르는 어떻게든 지나이다와 친하게 지내기 위해 그녀의 주변을 멤돌며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길 바란다. 또 그녀 앞에서는 어른스러워 보이고 싶어한다. 결국 지나이다의 사교클럽원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녀의 환심을 사려 고분분투한다. 지나이다는 블라디미르보다 다섯살 연상이었고 그녀는 언제나 많은 남자들에 쌓여 있다. 소설 속에서 지나이다는 전형적인 팜므파탈로 그려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블라디미르는 자신과 지나이다가 점점 가까워지고 지나이다가 진정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 뿐이라고 믿는다. 지나이다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깊어질수록 블라디미르는 만감에 교차한다. 그리고 밝혀지는 끔찍한 진실, <첫사랑>은 단순한 소년의 풋풋한 첫 감정을 담는 걸 넘어 아버지와 아들의 미묘한 대결과 그를 통한 소년의 성장을 담음으로써 완벽한 성장소설의 구성을 꾀한다. 예를 들어 이 소설에서 가장 유명한 ''여자의 사랑을 두려워 하라. 이 행복을, 이 독을 두려워해야 한다."가 나오는 대목은 블라드미르가 아버지를 조소하는 조용한 복수이기도 하다. 또한 성인이 된 블라드미르가 대학 졸업 후 지나이다의 소식을 듣고 생각에 빠지는 결말 처리는 첫사랑에 대한 허무함과 냉소가 짙게 느껴진다.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도 격찬을 아끼지 않은 투르게네프의 명작(참고로 투르게네프는 이 둘과 함께 러시아의 3대 문호지만 생전에 두 작가와 자주 충돌하였다.) <첫사랑>은 발표 당시 '이 작품은 창작이 아니라 나의 과거'라고 밝혔을 정도로 작가 자신(부모 포함)의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그래서 작가의 삶과 소설을 비교해보며 읽어보면 더욱 재미가 배가 된다. 명성에 비해 빼어난 미문도 아니고 흔히 반전 소설로 많이 언급되지만 추측이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무척 탐미적이고 노골적이면서도 천박하지 않고, 너무나도 섬세하게 순간순간의 감정들을 포착하고 묘사하는 작가의 솜씨에 이래서 투르게네프구나하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 종이나라의 <첫사랑>은 청소년을 위한 문학선집 'School Library' 시리즈로 출간되어 각주도 좀더 쉬운 편이고 예쁜 삽화들도 실려 있다. 또 소설 뒤에 간략하지만 구색은 얼추 갖추어 작가 소개와 해설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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