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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벌써 4~5년은 같이 지냈으면서 아직도 관계에 진전이 없는 건 니들이 무슨 러브 코미디 주인공이라서 그런 거냐? 같은 소리를 할 수 없는 게 이 작품이죠. '진시'는 아이를 가져도 좋다고 싶을 정도로 마오마오를 그리는 마음이 앞서갔고, 그런 그의 마음을 받아들이면서도 아이가 생기면 아이와 내가 죽을걸?라는 심정(심정이 아니라 확정적)으로 '마오마오'는 온갖 피x 제품을 들고 '진시'의 거처에 찾아갔었죠. 진시는 좋아하는 여자가 현실적으로 나오자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어 어른이 되어야만 했습니다. 권력이란 그런 거죠. 내가 권력에 마음이 없다고 해도 주변이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으니까요. 진시와 마오마오 사이에서 아이, 그것도 아들이 태어난다면 차기 황권은 수라장으로 돌입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왕자를 낳아 차기 황권 1순위를 달리고 있는 현 황후는 마오마오를 끔찍이 아끼고 있으니 대놓고 파벌 싸움은 하지 않겠지만 주변은 다르게 생각할 테고요. 상급 비인 리화 비도 왕자를 낳았는데, 이쪽도 차기 황권을 노린다고 봐야죠. 리화 비에게 있어서도 마오마오는 생명의 은인이라 역시 파벌 싸움은 하지 않겠지만, 주변이 문제. 결국 아들을 낳는 순간 마오마오는 이들의 파벌에 의해 죽게 되는 운명이라 봐야겠죠. 이건 필자 뇌피셜이 아니라 13권에서 언급된 부분이기도 합니다. 진시가 황족이라는 족보를 버리고 멀리 도망가서 살면 되지 않을까. 이번 14권에서는 그것도 쉽지 않다는 걸 역설합니다. 마오마오는 오빠의 꾐에 넘어가서 어느 일족의 화합 장소에 들리게 되죠. 거기서 방계 중에 방계 황족의 후예 집안을 만나 그들의 가보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지금은 잃어버린 그 가보를 찾아 달라는 의뢰를 마오마오에게 하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잃어버린 가보를 찾는 것보다도 그 속에 숨겨진 뜻입니다. 작중이나 작가는 언급이 없지만, 독자들로 하여금 지금의 시추에이션을 진시와 마오마오에게 빗대 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죠. 이 가보는 몇 대 전 황제가 내린 황족의 증거이고, 그렇다면 이걸 가진 자가 황위 계승권도 있지 않을까 하는 답이 돌출된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지금의 황제에겐 불경이고 역모에 해당하죠. 몇 대 전 어느 왕자가 몸이 허약하다는 이유로 황위 계승권 등 모든 황족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고 출가를 하였다고 합니다. 가보는 그때 받은 것이고, 이 왕자가 마오마오에게 의뢰한 집안의 조상이죠. 그럼 이 왕자를 진시에게 빗대어 본다면? 진시와 마오마오에겐 그럴 뜻이 없다 해도, 아들이 태어난 순간 새로운 황제 운운하며 역모 꾸밀 놈은 얼마든지 생기겠죠. 이번 14권은 시종일관 그런 흐름을 보입니다. 마오마오 일행이 1년 넘게 서도에 갔다 돌아와보니 군부가 황후 파와 황태후(현 황제의 어머니) 파로 나뉘어 자중지란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그 이면엔 차기 황위 계승권이 있었고요. 거기에 방계 중 방계 황족을 찾는 사람으로 인해 여러 사건이 일어나면서 차기 황위 계승권을 두고 내란(이건 필자 각색)이 일어나는 거 아닐까 하는 분위기를 풍겨갑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과연 진시와 마오마오는 맺어질 수 있을까? 이 작품이 재미있는 건 그런 분위기를 독자들로 하여금 어떻게 풀어가면 좋을지 생각해 보게 한다는 것입니다. 13권 리뷰에서 필자가 언급했던 야반도주하면 어떨까 같은. 하지만 현 황제에 의해 진시의 출가는 허락되지 않는 상황이고(진시가 하도 열받아서 불로 자신의 옆구리 지지기도), 진시의 출생의 비밀은 둘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죠. 이번엔 진시의 출생의 비밀을 쥐고 있는 결정적인 인물이자 외할머니가 누구인지 밝혀지면서 상황은 더욱 꼬여만 갑니다...만. 사실 마오마오에게 있어서 아무래도 좋은 거지만요. 그보다 1급 기밀 그 이상의 비밀을 아무렇지 않게, 일개 관녀에 지나지 않는 마오마오가 기밀사항인 황족과 나라 중추 이름있는 집안들의 흥망성쇠를 몸소 겪으면서도 무사하다는 의미에서 대단하다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맺으며: 진시가 황족의 지위를 버리고 마오마오와 맺어진들 과연 무탈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느낌이 들게 하는 14권입니다. 방계 중에 방계 황족을 찾는 사람이 있고, 황후 파와 황태후 파의 파벌 대립 이면에 황위 계승권이 걸려 있다는 개연성을 보여주며 이들(진시와 마오마오)의 미래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어서 이건 높은 점수를 줄만 합니다(방계는 진시와 마오마오의 자식에 해당). 그래서 사실 파벌 싸움의 진상이자 엔딩은 맥이 끊어 놓을 정도로 싱겁습니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애초에 황후는 진시와 마오마오의 열혈한 팬이고, 황태후도 온건파로서 마오마오에게 힘을 실어줬으면 줬지 위해를 가할 인물이 아니죠, 이건 사실 기억력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기억력이 좋다면 황궁에서 진시와 마오마오가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알 테고, 이번 14권의 주된 이야기인 파벌 싸움도 성립 안 된다는 걸 알 테니까요. 그러니까 누군가가 파벌 싸움을 선동하는 놈이 있지 않을까 하는 추리를 요구하고, 결과적으로 보면 그 선동하는 놈을 잡는 게 이번 14권의 요점이라면 요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는 13권에서의 일 때문에 다시 서먹서먹해저버린 진시와 마오마오가 서로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꿔가는 게 흥미롭습니다. 아빠를 거짓말 탐지기로 쓰고, 집안싸움에 불구경 한다든가, 새로운 후배가 들어와 일을 가르친다든가, 이번 14권은 이야기가 알차게 들어가 있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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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주문해서 금일 배송 받았는데 너무 얇아서 만화책인줄 알았네요 권수를 늘리기 위한 꼼수인가요? 이전 책과 비교해 확연하게 차이가 있습니다 금액은 동일하고 많이 기다리던 책인데 대실망입니다 출판사로 전화해서 항의하고 싶네요 너무 화가 납니다 좋아하는 책인데 앞으로 이런식으로 계속 출간될 거라면 금액 조정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14권까지 나왔다고 하던데 일본에서 발매된 원작과 비교해 봐야 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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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사실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는 약에 미처사는 궁녀가 제멋대로 살아가는 이야기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중에 독약을 보면 환장을 해서 기어이 자기 몸으로 약효를 실험을 해봐야 직성이 풀리고, 누가 보면 자/살 지망생인 줄 알 정도로 손목을 그어서 약을 처발처발 해대는 괴짜에 그런 이력 때문에 기미 상궁까지 치고 올라가는, 궁녀로서는 파격적인 신분 상승을 이뤄냈었죠. 누구냐면 바로 이 작품의 히로인인 '마오마오'가 되겠습니다. 약재를 찾아 산으로 갔다가 납치되어 궁(宮)에 팔려가 궁녀로 2년 의무복무를 하면서 도망갈 궁리보다 그 안에서도 온통 약에 정신이 팔려 있었으니 그녀의 괴짜력은 참으로 남다르다 하겠습니다. 작중에서 그녀의 핏줄(가족, 친족)들은 하나같이 괴짜 투성이었고, 그 핏줄을 이어받은 그녀 또한 괴짜라는 점은 그녀가 자신의 핏줄을 저주하고 거부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핏줄에 이끌리게 되는 운명은 약에 미처사는 그녀의 성격과 더불어 이 작품에서 최대 흥미 포인트죠.
아무튼 지금 생각해 보면 1~8권 사이의 일 중, 1권부터 황후 '교쿠요'(1권 당시엔 상급 비)가 등장할 때부터 이미 황후의 고향 '서도'에 대한 복선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오마오는 1권부터 엮이게 되었고요. 황후 '교쿠요'는 간간이 자신의 가족에 대해 언급을 했지만 밝다는 이미지는 아니었죠. 이것이 하나의 복선이었고, 지나가는 투로 언급된 황해(메뚜기 재난)도 복선 중 하나였고, 간간이 십수 년 전 멸족 당한 이 일족이 언급된 것도, 시 일족에 의해 '마오마오'가 납치되어 '진시'가 탈환하러 간 것도 11권을 위한 복선이었다는 걸 11권을 읽고 나니까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9권이었나 황해 대책 및 시찰을 위해 또다시 '서도'로 향하게 된 '진시'와 그의 수행원으로 '마오마오'도 동행하게 된 것은 어쩌면 운명을 결정지을 중대한 기로가 아니었나 싶더군요. 그동안의 복선들과 사건들이 해결되면, 진시와 마오마오에게 남는 건 무얼까. 복선과 사건의 당사자들(진시, 마오마오)이 모든 복선의 시발점인 '서도'에 도착한다는 의미를 이번 11권에서 풀어냅니다.
사실 좀 더 스포일러 하면서 언급하고 싶지만 이러면 이 작품의 읽는 재미가 퇴색되는지라 사실 이 작품은 리뷰 쓰는데 좀 어려운 축에 속합니다. 그럼에도 좀 언급해 보자면, 이번에 진시는 최대의 천적을 만나서 창피를 당한다는 것인데요. 독사 같은 언변과 천녀 같은 얼굴로 사람을 사지로 몰아넣는 게 특기인 진시가 언변으로 도저히 못 당하는 천적을 만나 질질 끌려가는 게 흥미 포인트죠. 자기혐오에 빠져 기둥에 머리 들이박고, 마오마오는 남의 일처럼 빤히 처다만 볼 뿐 도와줄 생각은 없어요. 그러던 차에 황후의 고향에 시찰이라는 명목으로 쳐들어오긴 했는데 하필 황해가 대량으로 생기는 바람에 식량은 바닥나고, 폭동이 일어나는 등 설상가상으로 재난(황해)은 다 진시 때문이라는 터무니없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황족(진시)을 물로 보네? 같은 일이 벌어지고 진시와 마오마오는 생명의 위기까지 빠져들죠. 그 중심엔 서도의 영주 대리이자 황후의 첫째 오라버니 '교쿠오'가 있었습니다.
황후가 이름만 들어도 이를 바득바득 가는 '교쿠오'는 사실 모든 복선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오마오가 고생한 것도, 진시가 후궁 관리를 그만두고 세상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다 '교쿠오'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런 느낌이 있습니다. 요컨대 최종 보스가 등장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교쿠오'는 뛰어난 언변과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있고, 황족도 이용하길 마다하지 않는 야심가로서 뒤가 없는 성격이죠. 순식간에 진시를 구워삶아 자기편으로 만들어버리는 능력은 대단했습니다. 그 난적이자 위에서 언급한 천적을 맞아 진시는 황해로 고통받는 백성을 보살펴야 하고, 그가 저지르려는 '어떤 일'을 막아야 하는 등 일생 최대 고비를 맞아갑니다. 이 과정에서 옛날 서도에서 일어났던 이 일족의 멸족과 여러 부족의 멸망의 이유가 밝혀지면서 비로소 명확한 악당이라는 주체가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그 악당은 다름 아닌 황후의 첫째 오라버니 '교쿠오'였으니, 이런 느낌으로 11권은 이야기가 진행되는데요. 이제 10권 리뷰에서 언급했던 일들이 회수되기 시작합니다.
맺으며: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 외엔 관심 없고, 마음에 없는 사람이 앞에 알짱거리면 독설을 날리고, 그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꼴좋다며 통쾌해 하는 마오마오는 여전했습니다. 그나마 독을 먹이지 않는 것에서 많이 온순해졌다 할 수 있군요. 진시와의 관계는 많이 호전되어서 고양이로 치면 이제 목덜미를 간지러도 가만히 있는 길고양이쯤이 되었습니다(마오마오를 한자로 풀어내면 고양이라는 뜻). 그러나 황후의 첫째 오라버니 '교쿠오'라는 최대 난적을 맞아 진시는 사면초가에 빠지고, 마오마오는 부족한 약재로 약을 만들어야 하는 난관에 봉착하죠. 자다가 죽을 위기에 빠지기도 하고, 여전히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다닙니다. 친아빠까지 쫓아오면서 마오마오의 위장에 구멍을 내지만, 사실 마오마오 친아빠가 있어서 진시가 큰 위기에 빠지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지라(친아빠는 마오마오를 끔찍이 아낌), 마오마오는 이도 저도 못하는 차지가 되죠. 참고로 마오마오 친아빠는 황제도 어쩌지 못하는 군사(軍師)지만 정신이 온전치 못한 데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희대의 괴짜, 마오마오는 과거의 일(엄마와 자신을 버린 일)도 있고 해서 극혐중.
그리고 모든 일이 해결되었을 때, 이제야 이 작품의 본질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황제가 왜 진시를 자유롭게 놔두는지 등을 떠밀어 주는지를 알게 되었다고 할까요. 핵심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듭니다만, 결국 진시는 다음 황위 서열 1위라는 점에서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오더라고요. 지금의 황제와는 사이가 돈독하니 진시가 쿠데타를 일으키지는 않을 테고(그전에 마오마오가 싫어할 테니) 그렇담 남은 땅덩어리는 어디인가, 그리고 지금 진시는 어디에 있는가, 악당은 누구인가를 알게 되면, 악당은 권선징악 당해야 옳고 그럼 악당이 없어지만 누가 통치하게 될까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되죠. 물론 필자의 뇌피셜이지만 분위기를 보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결국 이 말은 마오마오는 수도(원래 집)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머나먼 이국 땅에 뿌리를 내려야 할 처지가 되었다는 뜻이고, 이러니저러니 해고 결국 진시와 맺어질 수밖에 없을 거 같다는 느낌입니다.
참고로 부제목은 11권을 읽고 나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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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강한 스포일러가 들어가 있으니 주의 하세요. 2천여 명이나 되는 후궁(後宮)을 관리하면서 여자에겐 관심조차 없었던 남자가 별안간 여자에게 관심이 생겼을 때. '진시'라는 남자가 있습니다. 이 남자는 천상에서 내려왔다 할 정도로 타고난 미모와 목소리 때문에 가는 곳마다 남녀노소 누구나 자신을 자빠트리려고 덤비니 인간 혐오에 빠져 살았더랬어요. 미모도 미모고 목소리도 목소리다 보니 스토커도 대량 양산하였는데, 사람들이 얼마나 이 남자에게 집착을 했냐 하면 음모로 자수를 떠서 보낼 정도라 하니 말 다 했죠. 아무리 남자라도 식겁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사람들(특히 여자)을 멀리했건만, 어느 날 궁에서 일어난 사건을 해결하면서 어떤 주근깨가 만발한 여자애를 만나요. 근데 이 여자애는 다들 자신이 지나가면 다 쓰러지는데(미모에 반해서) 이 여자애는 어디 동네 개가 지나가나 하는 투로 자신을 바라보니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게 되죠. 사실 진시는 형(兄)이 난다 긴다 하는 황제이고 자신도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다이아 수저랄까요. 그러니까 가만히 앉아 있어도 여자들이 몰려올 관상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그걸 마다하고 있죠. 황제인 형이 중급 비 이하 후궁들(사실상 2천 명)이라면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했음에도 여자에게 일절 손을 대지 않고 있으니 게이인가 싶기도 하지만 또 그렇지도 않다는 게 알다가도 모를 일. 사실 선제 왕(그러니까 아버지?)의 변태적인 여성 편력 때문에 여자를 기피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만. 그런 남자에게 어느 날 세상 모든 걸 버려서라도 손에 넣고 싶은 여자가 생겨요. 자신을 지나가는 동네 개로 바라봤던 그 여자애 '마오마오'라는 약사가 매우 신경 쓰이기 시작한 거죠. 남들은 자신에게 (이성으로써) 접근하지 못해 안달인데 이 여자애는 자신에게 관심은커녕 벌레보듯 하니 이 얼마나 신선하단 말입니까. 요컨대 그는 변태랍니다. 근데 변태답게 접근법이 글러 먹습니다. 처음엔 장난감 취급하듯 꾹꾹 찌르며 괴롭혔더니 동네 개에서 털벌레로 격하 당하고 나아가 밟혀서 말라비틀어진 지렁이까지 격하 당하는 지경까지 오게 돼요. 요컨대 마오마오는 진시가 매우 귀찮을 뿐입니다. 이 여자애는 상대가 누구든 내 알 바 아니라는 양 오로지 약과 독에만 관심을 둘 뿐이죠. 그렇게 밀당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나마 진시가 황제의 동생이라는 위치 때문에 마오마오가 그를 쉽사리 내치지 못 했던 게 진시에겐 행운이었다랄까요. 왕족의 심기를 거슬렀다간, 양아버지가 그렇게 반신불수가 되어 버린 뒤 권력의 더러움과 무서움을 잘 알고 있는 마오마오로써는 그저 예예 할 수밖에 없었죠.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에 독을 먹였을 듯. 그렇게 실패와 오해와 엇갈림 끝에 진시는 마오마오에게 마음을 전하지만 그녀는 현실 도피. 권력이 무어더냐. 진시는 차기 황제가 될 수 있음에도 그는 억압된 삶보다 자유를 꿈꾸기 시작합니다. 마오마오를 만나고 나서 자신이 나아가야 될 길을 발견한 것이죠. 사실 그는 선제(아버지?)가 권력 욕심에 눈이 돌아간 여자(후궁)들에게 시달림을 당한 끝에 반미치광이가 되어 버린 것과 대신 정치를 펼쳤던 여제(선선대 황후, 할머니?)의 권위에 기가 죽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신물을 낸 것일지도 모르겠고, 왕위 계승 서열이 높다 보니 인간으로써의 삶은 없고 정치의 희생양이 되어 가는 자신이 안타까웠을 수도 있을 겁니다. 한 명의 인간이기 보다 권력이라는 톱니에 맞춰져 있는 삶이란 어떤 삶일까. 끔찍할 테죠. 그래서 이번 이야기에서 인간이 되고 싶다는 그의 대사는 처절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러나 변태란 벌레에서 나비로 우화하는 걸 일컫는 단어라고 했던가요. 처음엔 벌레 같은 그의 모습에 진저리 치며 도망가기 바빴던 마오마오도 조금식 인간의 틀에 맞춰져 가는 진시를 바라보며 싫지만은 않은 감정이 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사실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겠죠. 하지만 벌레에서 나비로 우화하려는 듯 모든 걸 포기하며 오로지 자신만을 바라봐 주기 시작하는 그를 외면할 수가 없게 되요. 급기야 진시는 형(황제)과의 독대에서 자신은 인간이 되고 싶다며 마오마오를 옆구리에 끼고 모든 걸 내려놓겠다고 선언하고야 말죠. 이러니 마오마오도 더 이상 도망칠 수가 없게 돼요. 사랑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누구를 좋아한다면 칼을 뽑아서 무라도 썰 기개를 보여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죠. 황제의 동생이라는 위치에서 평범한 남자로, 마오마오는 더 이상 물러설 수는 없을 겁니다. 사실 물러설 수 없게끔 진시가 함정을 판 것도 있지만요. 그러나 넘어야 될 산이 하나 더 있다는 게 이 둘에게 있어서 매우 불행이 아닐 수가 없어요. 바로 마오마오의 친아버지 괴짜 군사, 마오마오의 친아버지는 우리로 치면 국방장관을 보좌하는 참모쯤 될 겁니다. 요컨대 정치적 발언권은 전혀 없는 위치라고 해야겠죠. 하지만 군사(軍事)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있는지라 황제도 그를 어찌할 수가 없어요. 근데 사실 군사는 표면적인 것이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성격인데다 남(타인) 괴롭히는 걸 삶의 낙으로 삼고 있어서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인생 쫑난다고 해야겠죠. 그래서 다들 그의 눈치만 살피고 있어요. 그런 그(괴짜 군사)에게 아주 소중한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친딸 '마오마오', 호기심에 유곽(창관)의 기녀를 임신 시켜서 태어나게 한 게 그녀인 거죠. 호기심이었을지언정 친아버지는 기녀와 딸을 책임지려했습니다. 하지만 집안에서 그를 다른 곳으로 파견을 보냈고, 바로 돌아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몇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버렸어요. 돌아오니 기녀는 병을 얻어서 오늘내일하고 있고, 친딸은 자신들을 버린 아버지를 증오하고 있었죠. 또한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저주한답시고 자신(마오마오)의 손가락을 잘라버리자 어머니마저 증오하고 있었고요. 사실은 친아버지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그렇게 얽힌 실타래를 풀지도 못하고 마오마오는 성인이 되어서도 친아버지를 혐오 그 자체로 대하고만 있을 뿐인게 안타깝게 합니다. 하지만 친아버지는 딸이 그러거나 말거나 딸바보가 되어 하루 종일 해바라기가 되어 딸을 찾아 댕기는통에 이게 더욱 혐오에 +가 되어 버리죠. 금남의 집인 후궁에서 일하는 딸을 보기 위해 담벼락을 부수질 않나. 자, 진시는 그런 괴짜 아빠에게서 마오마오를 차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괴짜 아빠는 마오마오와 친한 진시를 죽도록 싫어하는지라 귀추가 주목되죠. 마오마오는 친아빠를 죽도록 싫어하고요. 그런 친아빠(아주 무서운 사람)를 둔 마오마오가 어디로 가는지에 따라 권력의 판도가 바뀐다고 하니. 일이 아주 재미있어집니다. 정작 마오마오는 모든 게 다 귀찮고 오로지 약과 독에만 관심을 두고 있으니 겉몸이 다는 건 주변 사람들이라는 게 매우 웃기기도 합니다. 맺으며, 여전히 약과 독에 환장해서는 눈이 돌아가는 마오마오가 압권입니다. 황제를 앞에 두고도 약에 정신이 팔려 있으니, 거기에 친아버지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하찮은 일에 부르지 말라며 의붓 오빠 발을 밟아 버리지 않나. 의붓 오빠의 입을 주둥이라고 하질 않나. 모처럼 마오마오에게서 선물이 왔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친아빠가 보낸 책을 진저리(혐오) 치며 자신에게 보냈을 거라며 풀이 죽는 진시등, 여전히 사람 웃음 짓게 하는 능력이 대단하다고 할까요. 마오마오의 마음을 얻는데 조바심이 난 진시가 그녀의 친아빠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대목도 눈여겨볼만하죠. 아무튼 진시는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모두 털어놓았습니다. 왕족으로써의 길도 포기하면서, 그런 진시의 마음을 외면하지 못하는 마오마오. 정말 다음권이 기대되지 않을 수가 없었군요.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필자가 적극 추천하는 몇 안 되는 작품입니다.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10점을 다 줄 정도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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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괴짜 여자에게 필이 꼽혀서 내 인생이 이렇게 꼬일 줄이야. 누구의 이야기냐면, 이 작품의 남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진시'를 말합니다. 처음엔 재미있는 장난감이 궁에 들어온 줄 알았는데 얘가 가면 갈수록 남들은 하지 않는 짓(가령 독을 먹고 죽지도 않고 황홀해 한다던지)을 서슴없이 해대고, 머리는 또 어찌나 비상한지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아무런 연결고리도 없어 보였던 사건들이 그녀(마오마오)의 손을 거치면 하나의 거대한 사건으로 연결되니 슬슬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었죠. 덕분에 목숨을 건지기도 했고, 거기다 남들은 자기(진시)에게 머리 숙이고, 나의 말에 기를 기울이고, 나를 처보다고 황홀해 하는데, 어째서 이 애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일까. 누구의 이야기냐면, 이 작품의 히로인 '마오마오'를 말합니다.
반란 사건(1~4권)으로 인해 궁에서 쫓겨난 마오마오는 다시 기루(창관)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는데요. 선제(선대 황제)의 여성 편력이 낳은 비극은 후대에 이르러 폭발해버렸고, 마오마오는 그 반란이나 다름없는 사건에 휘말리고 말았죠. 진시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평온한 생활을 더 이상 못하게 될지도 모르는 가짜 신분을 버리면서까지 그녀를 구출하러 갔었습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결국 반란 사건은 진시와 마오마오에게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삶을 살지 못하게 해버리죠. 진시는 황제의 아우(동생)라는 진짜 신분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고, 그 일로 인해 진시는 원하지도 않는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신부를 맞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몰리게 되는데요.
그 일환으로 그러니까 신부 찾아 3만리? 서도(쉽게 말해서 서쪽 지방)로 가게 된 진시와 어찌 된 일인지 너도 신부 후보라며 마오마오도 끌려가게 되었죠. 세상이 다 무너져도 저놈(진시)의 신부만큼은 사양이라는 마음을 품고 있었던 마오마오 입장에서는 서도로 가는 여행 자체가 한심스러웠고, 가는 곳마다 사건이 터지니 골머리를 앓습니다. 그런 마오마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물 먼저 마시는 격으로 진시는 분위기 파악 못하고 그녀에게 프러포즈 했다가 대차게 까이는 시원한 팥빙수를 선사해줬었죠. 그런데 사실 진시와 마오마오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는 어찌 되든 상관없는 일이고 진짜는 나라가 뒤집어질지 모르는 사건의 연속에 있었습니다.
명탐정 코난이나 김전일처럼 가는 곳마다 사건이 일어나는 탐정물답게(이 작품도 탐정물의 일종) 마오마오가 기루(창관)으로 돌아오고 나서부터 또 기묘한 사건이 꼬리를 물어댑니다. 독과자 사건부터 해서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선녀인지 무녀인지가 보여준 기묘한 연극을 빙자한 범죄, 서도로 여행하면서 얽힌 아편 관련 사건, 어찌 된 일인지 아둬 비와 리슈 비가 서도로 오면서 도적의 무리에 습격을 받은 일까지. 그리고 서도에서 리슈 비가 사자의 공격을 받은 일, 이 모든 게 이전 반란 사건과 유사하게 하나하나 놓고 보면 별개로 보이나 이걸 합쳐놓고 보면 이어지게 되고, 마오마오는 그 얽힌 실타래를 풀어가면서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갑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리슈 비(표지 상단 모델)가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죠. 선제(선대 황제) 시절에 10대 초반이라는 나이에 상급 비로 들어와 성은을 입지 못하고 왕위가 아들에게 넘어갈 때 궁 밖으로 출가했으나, 아들이 황제가 되고 다시 불려와 상급 비가 되었지만 여전히 황제의 성은은 입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선제의 비였던 아둬 비가 그녀를 불쌍히 여겨 그녀를 감추다시피한 덕분이긴 한데, 참고로 덕분이라고 한 건 선제의 영향 때문이라고만, 어쨌건 처음 등장할 때부터 세상 모든 불행과 괴롭힘을 모두 모아 리슈 비에게 줬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그녀(리슈 비)의 생활 환경은 처참함 그 자체였습니다. 어머니가 부정을 저질러 낳은 자식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아버지에게 버림받다시피 커왔고, 이복 언니는 그녀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상태였죠.
아버지의 야욕으로 정치의 도구가 되어 상급 비로 다시 입궁은 하였지만, 가족에게조차 하대 받는 그녀를 어여삐 여길 시종 따윈 없었던 게 그녀의 불행을 더욱 가속화 시켜 갔었습니다. 결국 시종들에 의해 독살 당할뻔하는 등 그녀의 삶은 파란만장 그 자체였으니, 이번에 진시의 신부 후보가 되어 서도로 왔지만 여전히 아버지와 이복 언니는 그녀를 두들겨 패는 게 일입니다. 거기에 잔칫날 구경거리로 가져온 사자의 난동에 희생될뻔하는 등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죠. 그러니 마음이 망가지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입니다. 그 틈을 비집고 모든 사건의 흑막이 치고 들어오니 그녀의 목숨은 풍전등화나 다름없게 되죠. 이번에 서도에서 궁으로 돌아왔을 때 주변에서의 괴롭힘은 정점을 찍는데 정말 제상 불쌍하다는 게 이런 건가 싶습니다.
마오마오는 사실 그녀의 안위 따위 상관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독살 미수 사건이 있은 후 그녀의 생활환경을 알게 되었고 모른척할 수 없어 그녀를 도와주기로 하였는데, 그러려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어떻게든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죠. 그리고 사건을 따라가면서 어떤 연관성을 발견하게 되고 흑막에 가까워지는데... 덕분에 진시의 등장은 별로 없습니다. 서도에서 대차게 까인 후 둘의 사이는 서먹서먹해져 버렸고, 사건은 마오마오 혼자서 풀어가는데 하필 친아버지 집안까지 사건의 사정권에 들어가는 통에 거기서 할아버지와 큰어머니와 더불어 친아버지가 저지르는 못 볼 꼴을 엄청 봅니다. 마오마오가 현실 사람이었다면 내가 전생이 무슨 죄를 지었길래 나한테 왜 이래라는 상황이랄까요.
맺으며, 마오마오는 사실 진시와의 관계를 진전시킬 마음이 없습니다. 그저 서로가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입장으로 끝내려 하고 있죠. 아니 애초에 약(그것도 독약) 이외엔 관심조차 없어요. 남이든 자이든 연애사는 더 그렇고, 하지만 이번에 제대로 콩깍지가 씐 진시가 자꾸 들이대는 통에 결국 싫지 않다는 소리를 내뱉고 말아요. 이번에 진시가 어디서 듣고 왔는지 마오마오의 약점(나쁜 의미의 약점이 아니라 신체적 약점)을 잡아 그녀를 꼼짝 못하게 하고 그게 어쩐 일인지 싫지 않은 그녀, 결국 둘은 맺어질 수밖에 없나 하는 훈훈한 분위기도 감지되었군요. 그리고 메인 내용인 세상 모든 불행과 괴롭힘을 한데 뭉친 듯한 리슈 비가 '어느 남자'의 도움을 받아 극적으로 기사회생하는 장면에서는 결국 진시와 마오마오가 가야 될 길이 무엇인지 비추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스포일러라서 쓰지 않으려 했는데, 어머니가 죽었는데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 마오마오도 참 어지간하다는 느낌을 받았군요. 그로 인해 친아버지가 실성한 채 미치광이가 되었음에도 귀찮아하는 것에서 사실 그녀가 품었을 한이 얼마나 깊은지 알게 되는 대목이 아니었나 싶긴 했습니다. 어쨌건 다 자기 팔자려니 하며 사건들을 집중해서 파헤쳐 가는 이야기다 보니 이전에 보여주었던 이 작품 특유의 개그가 좀 많이 줄어 버렸습니다. 특히 중후반 리슈 비에게 초점을 맞추고 나서는 이야기가 상당히 시리어스해집니다. 읽는 내내 흑막 뒤에 또 다른 흑막이 있을 거라는 느낌을 들게 하는 재주가 상당히 좋았는데 이번 이야기는 6권에서 끝을 낼려는지 작가가 급하게 끝내버려서 끝이 좀 허무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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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마오는 신데렐라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딱히 계모와 언니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건 아니지만 시대가 시대인 만큼 천민은 구정물을 먹고 시궁창 바닥 생활을 이어 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왕족과 맺어지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요. 미모가 뛰어나고, 뭔가 특출난 실력이 있다고 해도 기껏해야 이용만 당하는 말단 관리가 되거나 고관의 첩이 되는 인생이 기다릴 뿐, 동화같이 왕자와 결혼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현실이죠. 마오마오는 자신의 입장을 잘 알고 있기에 진시의 찝쩍거림은 굉장히 귀찮을 뿐이었습니다. 그런 진시는 어디서 필이 꼽혔는지 괴롭히는데 희열을 느끼다 어느새 마음속에 들어와버린 그녀를 잡지 못해 안달복달하는 모습에서 세상을 조금 더 살아야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였군요.
고자 환관에서 동정 왕자로 변신, 시 일족의 반란은 우두머리의 딸에 의해 허무하게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시스이가 진시를 끌어들이기 위해 마오마오를 납치한 덕분에 진시는 군사를 일으켜 쳐들어가게 되었죠. 더 이상 고자 환관이 아닌 왕자의 신분으로 군을 지휘하며 반란군 본진에 쳐들어 갔는데... 명분은 쿠데타 진압이었지만 실상은 마오마오 구출이었던 만큼 참으로 극적인 장면이 연출될까 했는데요. 그런데 정작 마오마오는 고문실에서 뱀이나 구워 먹고 있었으니 이 작품 특유의 코미디에서 폭소를 터트리지 않을 수 없었군요. 사실 여기가 진시에게 있어서 분기점이자 전환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중엔 거의 표현되어 있지 않지만,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될까. 허울뿐인 환관이라는 자신의 거짓된 모습을 버리고 왕자라는 본모습을 드러내는 게 좋을까?
마오마오는 또다시 궁에서 쫓겨났습니다. 반란군 진압 때 구출한 아이들 중 하나를 맡아 기르면서 궁에 입궐한 양아버지를 대신해 약방을 운영하고 외진을 나가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군요. 녹청관(기루) 할멈처럼 수전노가 되어 아이들에게도 너 먹을 것은 니가 벌어오라는 둥 상거지 중 상거지가 진찰을 받으러 왔을 때도 받을 건 다 받는 악랄함을 선사하는 게 악마가 따로 없습니다. 옷 사러 가서 사기도 치고, 죽을 때 곱게 못 죽을 거라는 복선을 낳고 싶은지 자기 하고 싶은 데로 쏘다니는 게 거침이 없어요. 그런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녀가 보고 싶어 진시는 정기적으로 찾아오는데요. 아니 원래 이런 일이 있을 수 없죠. 왕족이 천민을 매일같이 찾아오다니요. 옛날 고자 환관일 때라면 환관 나부랭이와 천민의 관계라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들 하겠지만 지금은...
응석을 부리는 동정 왕자. 태어나서 부모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한 반동이랄까요. 언제나 등이 구부정하고 의욕이 없는 아버지(선대 왕)와 그런 아버지를 살갑게 보살피는 할머니(여제), 그리고 어머니는 아들에게 무관심으로 일관했죠. 그렇게 애정결핍으로 자란 왕자는 장난감에서 애정결핍을 해소하였고 망가지기를 여러 차례, 그런 나날에서 마오마오가 눈에 띈 것이죠. 새로운 장난감, 한결같은 반응이었던 이전 장난감에 비해 이번 장난감은 자신에게 대드는 신선함을 보여 주었고, 호감이 가는 여자애에게 관심을 끌고 싶었던 악동마냥 그녀를 못살게 굴었다가 진짜로 호감에 빠져 버리는 괴랄한 시추에이션으로 이어지게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정작 여자애는 그런 악동에게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게 화근이었다랄까요.
사실 마오마오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 중에 애(愛)가 빠져 있죠. 아버지는 자신과 어머니를 버렸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저주하기 위해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잘랐습니다. 그리고 망가져버렸죠. 부모의 사랑은 애초에 없었고, 하룻밤 사랑을 사는(구입) 기루(창관)에서 그녀가 느꼈을 사랑이란 무엇일까는 자명한 것. 그래서 진시의 대시는 귀찮기만 했습니다. 진시는 어긋난 애정을 갈구하며 그녀에게 기대고 있죠. 그 여파가 이번에 마오마오가 주는 대로 넙죽넙죽 받아먹는 것에서 표현이 됩니다. 누가 보고 있든 말든, 사실 진시는 이전부터 여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 묻는 거 같은 행동을 보이기도 했죠. 2000명이 넘는 후궁을 관리하면서도 정작 여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그런 진시라는 남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마오마오. 여기서 한가지 말 할 수 있는 건 절대 풋풋한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죠.
동정 왕자는 신부 찾아 서도(서쪽 나라)로 떠납니다. 현 황제에게서 왕자가 태어나긴 했지만 진시가 환관을 그만두면서 차기 왕 후보가 되어 버렸죠. 그래서 정치적인 소임도 다 해야 하는 입장에 처해지고 당연한 수순으로 지방 관리의 딸이나 다른 나라 공주와 정략결혼을 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입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당연히 마오마오도 후보에 오르죠. 정작 당사자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지만요. 참고로 마오마오의 친아버지는 고위 관리로 현 황제도 어찌할 수 없는 괴짜라죠. 문제는 어머니가 기녀(창x)라는 것, 게다가 마오마오는 결혼 자체는 물론이고 이성을 이성으로 대하는 마음조차 결여되어 있으니 진시로써는 미치고 졸도할 노릇. 그래서 그녀의 사촌 오빠를 대동 시켜 비롯 어머니의 핏줄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버지 핏줄은 나무랄 데 없으니 그녀도 후보로 올리긴 올렸는데...
전쟁이 시작되는 걸까요. 황해(메뚜기 떼의 습격)가 거론되면서 식량부족에 빠진 서쪽 나라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걱정, 거기에 왕도에서 독과자 사건에 이어 지방에서 아편의 유통이 공공연하고 대량으로 이뤄지는 것에서 암울한 미래를 암시하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마오마오는 약사이죠. 그것도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진짜배기 실력자로 전쟁이 터지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징병 당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정말로 이런 흐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소름이 돋았군요. 서로가 어딘가 결여된 감정을 가지고 있다곤 해도 같이한 나날이 길어지면서 이것이 호감이라는 걸 알아가는 두 사람에게 내려지는 시련. 실제로 이번 서도로 향하면서 도적을 만났을 때 마오마오가 보여준 의술은 남달랐습니다.
맺으며, 겉으로 보이는 면에서는 마오마오와 진시의 사이가 제법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러다 8권쯤 가면 동침이라도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요. 아닌 게 아니라 이번에 사촌 오빠로부터 진시의 아이를 갖는 게 어떠냐는 제의도 받았고요. 물론 마오마오는 전력으로 싫어했지만요. 얼핏보기엔 풋풋한 사랑처럼 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사랑이라기보다 자기에게 부족한 면을 상대에게 갈구하는, 미래엔 파탄만이 기다리는 그런 감정이랄까요.
아무튼 이번 이야기는 새로운 세계와 새로운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진시의 신부를 찾기 위해 손오공과 삼장법사가 서역으로 가듯이 이들도 서도로 향하면서 사건을 해결하고 그러다 전쟁의 기운을 느껴가죠. 그런 상황에서 마오마오는 그 격정의 중심에 서지 않을까 싶기도 하였고요. 여전히 진시를 벌레보듯 쳐다보고, 말의 진위를 잘못 해석해서 기녀를 소개한다던지의 기행도 여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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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황후의 고향 서도에서 1년 만에 도성(수도)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딜 가나 정치권력이란 머리가 아픈 법이었습니다. 마오마오와 진시 사이도 머리가 아픕니다. 계속 신경 쓰이는 놈 포지션이었던 진시는 마오마오에게 자신의 마음을 줄기차게 들이밀었고, 마오마오는 결국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처럼 진시의 키스를 피하지 않게 되었을 정도로 마음을 열었습니다. 독자들은 생각하겠죠. 이것들이 초등학생만 한 자식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에 뭘 꽁냥꽁냥 거리는 거냐고. 이제 이대로 신데렐라처럼 왕자와 이어져 행복한 나날을 보낼 일만 남았네? 그렇지가 않습니다. 본 작품은 러브 코미디가 아닐뿐더러 신데렐라 같은 동화도 아닙니다. 티비 드라마는 더욱 아닙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조선시대의 왕의 동생, 전하와 의녀 정도의 사이이고, 이 작품에서 마오마오는 양반의 서자로서 원래는 숨기거나 어릴 때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야만 되는 입장이죠. 이번 13권에서는 이런 관계를 참으로 리얼하게 표현합니다. 서도에서 진시를 둘러싼 큰 소동이 있은 후여서 그런지, 아님 슬슬 엔딩에 다가가서 그런지 이번 초반은 쉬어가는 에피소드 성격입니다. 마오마오 주변 사람들의 시각으로 진행되며, 그들의 삶을 풀어 놓고 있습니다. 귀족들이 정치 관련으로 싸워도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서민들의 삶은 그래도 이어진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죠. 하지만 도성으로 돌아오자마자 살인사건을 접하는 건 좀. 이 작품도 추리 성격을 띠고 있다 보니 주인공 격인 마오마오가 가는 곳은 늘 사건이 따라다니죠. 이번엔 곧 죽어도 아버지라 부르지 않는 '라칸' 아저씨의 집무실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보니 마오마오 입장에서는 가자미눈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뼛속까지 의학에 목숨을 거는 마오마오는 시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 '라칸'과 마주하게 되지만 먹을 것으로 길들여 떨어트리는 장면은 한편의 코미디가 됩니다. 중후반 일상 이야기가 끝이 나고 고대하던 진시와 마오마오와의 관계가 드디어 한 발짝 더 전진합니다. 대망의 진시와 마오마오와의 관계. 사실 마오마오는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있으며, 진시의 진짜 정체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마음은 가도 줄 수는 없게 됩니다. 왜냐하면, 정치 세력의 판도가 바뀌어버릴 수 있거든요. 그녀는 평민으로 살고 있지만 아버지가 태위라는 지금의 국방장관급 되는 인물이니 핏줄로는 모자람이 없으나 엄마가 기생이었다는 점, 유곽(창관)에서 자랐던 점등으로 인해 정치판에 내놓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건 표면적인 것이고, 만약 진시의 아이를 낳는다면 어떻게 될까가 최대의 문제점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여느 동화라면 경사 났네로 끝나겠죠. 하지만 본 작품은 우리나라로 빗대보면 조선시대 정치판을 현실적으로 풀어 내고 있습니다. 진시는 표면적으로 왕의 동생으로 되어 있으나 진실은 좀 더 근원적인.. 진시 본인도 모르고 있을 정도로 핵심 스포일러라 언급은 못하지만, 그래서 진시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는 마오마오가 갈등하고 고뇌하고 결단을 내려가는 장면들이 굉장히 안타깝게 다가오죠. 왜 안타깝냐면, 차기 황위 자리를 놓고 정치권이 요동치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황후는 이국(요즘으로 치면 중앙 아시아나 유럽쯤 됨)의 출신으로 왕자를 낳았으나 그 외모가 서양에 가깝다 보니 황위를 잇는 것에 신하들의 반발이 심하며, 상급 비인 리화가 낳은 왕자를 추대해야 한다는 둥, 나아가 황위 계승권을 가진 먼 친척들을 찾아 물밑 경쟁이 심화되고 있죠. 그런데 여기서 진시의 진짜 정체가 들통나고 마오마오가 진시의 아이를 낳았다면? 새로운 세력이 되어 뭐 그냥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죠. 결국 마오마오의 혈통의 문제가 아니라 진시+마오마오의 자식은 이 둘의 마음과 상관없이 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사이좋게 지내왔던 황후와 리화 비 하고 황위 계승권 문제로 적대 관계가 될 테니까요. 그 싸움에서 얼마만큼의 사람들이 죽어 나갈지. 진시는 야밤에 마오마오를 부릅니다. 마오마오는 일단 높으신 분(진시)이 야밤에 여자인 자신을 부르는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높으신 분(일단 진시는 왕의 동생이니)이 야밤에 여자를 부른다는 것은 수청을 들라는 것이고, 마오마오는 각오를 다지죠. 이제 서로 고백하고 맺어지는 일만 남았네? 그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진시에게 가기 전에 마오마오는 진시의 친엄마를 만납니다. 그 자리에서 마오마오는 진시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다는 것을 넌지시 밝히죠. 하지만 자신은 장밋빛 인생보다는 전쟁을 피하는 길을, 아이를 가지게 된다고 해도 절대 낳지 않는 길을 선택합니다. 마오마오는 결국 진시의 마음을 받아주는 동시에 솔직한 마음을 주지 않으려 하죠. 정말 순애물이었다면 가슴 먹먹해지는 장면이 아닐까 했군요. 그런데 진시는 그것도 모르고... 마오마오가 얼마만큼의 각오를 다졌는지 안기 직전에야 알게 됩니다. 자신이 바랐던 사랑은 이런 것이었나? 그저 여자를 안는다고 해서 여자의 마음을 얻는다고 생각했나. 마오마오가 얼마만큼의 각오로 수청을 들려 했는지. 자,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 진시는 무엇을 해야 할지 같은 과제가 던져집니다. 맺으며: 엔딩은 어떻게 끝이 날까 하는 복선이 좀 나왔습니다. 마오마오는 바람(윈드)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약초와 약이 있다면 어디든 가려 하죠. 만약 진시에게 마음이 있지 않았다면 서도에서 도성으로 돌아오지 않고 계속해서 서쪽으로 여행을 떠나지 않았을까. 진시의 친엄마와의 대화에서 비슷하게 언급되는데, 참 먹먹하게 하더군요. 하지만 진시에게 마음을 열고 도성으로 돌아와 보니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걸 알아 갑니다. 벌써부터 차기 황위 자리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으니. 잠들기 전, 문득 라칸(아버지)의 집무실에서 죽은 사람이 궁에서 무엇을 하려 했는지 알게 되었죠. 진시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가지지 않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동원하는 장면은 그녀가 파국을 피하기 위해 얼마만큼 마음을 크게 먹었는지 알게 해줌과 동시에 서글픈 감정을 들게 해줍니다. 결국 진시도 앞 날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다. 정치권은 이들의 마음과 행동과는 별개로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복선도 나왔겠다, 둘이서 머나먼 길을 떠나는 것이죠, 일명 야반도주라고도 하는데, 티격태격하며 길을 떠나는 장면으로 끝맺음 해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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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주의
뭔가 불온한 움직임이 있어 시찰 명목으로 서도에 온 지도 수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도적들의 습격도 받고, 이웃 나라와 전쟁을 벌이려는 영주와 기싸움도 하고, 황해(메뚜기 떼) 재난을 예견한 '마오마오'가 동분서주하며 재난을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 식량은 궤멸적 상황에 빠지고 말았죠. 아직도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라한네 형(마오마오에겐 사촌 오래비쯤)이 주도하는 식량 부활 프로젝트는 근근이 결실을 맺어가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런 와중에 서도를 다스리는 영주가 서커스단(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소속 사자(호랑이던가)에게 물려 비명횡사하는 사건이 터지면서 졸지에 '진시'가 사면초가에 빠져가는 형국이 되어 버리는데요. 왕도에서 쩌리로 지내는 왕제(왕의 동생, 진시)가 서도에 와서 영주를 죽이고 자기가 영주가 되려고 하는 거 아니냐는 중상모략이 솔솔 피어오르기 시작합니다. 마오마오는 이 멀고 먼 서도에까지 끌려와 여러 사건을 해결하고, 진시를 보살피며 나름 억척스럽게 살아가고는 있었습니다만.
1권부터 마오마오에게 한 가지 따라다니는 게 있습니다. 납치와 감금. 인신매매단에 납치되어 팔려간 끝에 후궁에서 2년간 의무복무를 해야 했고, 멸망한 줄 알았던 어떤 일족들에게 납치&감금되는 등 그녀의 수난은 끝이 없었죠. 근데 이번 12권에서도 또다시 그녀는 납치&감금되는 사태와 직면하게 됩니다. 이쯤 되면 굿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지. 사망한 영주 뒤를 이을 차기 영주 자리를 놓고 집안싸움에 진시와 마오마오는 휘말려 가죠. 당연히 장남이 이으면 되겠지만 자기 멋대로 살겠다고 뛰쳐나간 상태고, 둘째와 셋째는 정치학을 배우지 않아 자격 미달. 딸내미는 논 외. 근데 민심은 장남에게 쏠려 있고, 둘째는 평범남, 셋째는 다른 꿍꿍이를 품고 있는 등 진시 입장에서는 아주 골치 아픈 상황에 처합니다. 대놓고 말하지 않고 있지만 진시 보고 영주가 되라는 여론도 있어서, 이곳은 혼돈의 도가니가 따로 없습니다. 그러던 중 장남이 독화살을 맞는 사건이 터지면서 사태는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사실 다 읽고 나면 별것 아닌 내용들입니다. 근데 별것 아닌 내용이지만 그 과정을 그리며 눈을 못 떼게 하는 작가의 능력이 대단한데요. 이쯤 서도에 비밀로 이웃 나라 왕자가 망명해오고, 하필 장남이 거기에 관련이 되면서 독화살 맞은 그를 치료한 마오마오 때문에 진시가 이웃 나라 왕자를 납치에 관련된 거 아니냐는 오해를 살 위기에 빠지죠. 마오마오는 진시 직속 시녀(표면상)거든요. 그러니까 장남이 이웃나라 왕자를 납치했고, 그를 마오마오가 치료했으니 그녀를 부하로 부리는 진시도 한 패 아니냐는 누명. 그러던 중 아직 누명 사건을 몰랐던 마오마오는 누군가에게 납치&감금 되어버립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누가 마오마오를 납치했고, 납치한 이유는? 그리고 가장 중요한 누가 진시에게 누명을 씌우려 하는가입니다. 사실 작중에서 누가 납치했는지 밝히긴 했습니다만, 작가는 현 상황을 친절하게 설명하기 보다 무슨 사태가 벌어졌다는 듯 진지하게 만듦으로써 집중력을 높이는 쪽으로 이야기를 진행 시킵니다.
이제 문제는 누가 그녀를 왜 감금했느냐겠죠. 그래서 작가는 그 사람(마오마오를 납치한)이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마오마오를 지키려 납치한 거 아니냐는 추리를 하게 함으로서 집중도를 높이는 재주가 좋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흘러가지만 마오마오에겐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은 채 그녀(독자 포함)에게 추리를 해보라는 듯한 장면들을 넣어 더욱 집중 시키게 합니다. 이로써 마오마오는 또다시 감금&납치되는 일이 벌어지고,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듯, 끌려가다 산간 오지에서 도적들에게 또 납치되는 수난을 겪게 되죠. 사실 이 작품처럼 여주인공을 험하게 굴리는 작품이 또 있을까 싶은데요. 도적들 마을에서 정조의 위기도 찾아오고 인질로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과 친해지며 나름대로 사태 파악을 하는 등 어쨌거나 살기 위해 노력은 하는데 약과 독 이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마오마오로서는 진시가 구하러 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입니다. 근데 구하러 온 사람은 다름 아닌...
맺으며: 영주의 저택을 밭으로 다 갈아엎어 버리고(정확히는 그리하라고 사주), 온실을 약초밭으로 만들어 버리는 등 관리인들에게 피눈물 흘리게 하는 마오마오의 만행(?)은 여전합니다. 납치되는 와중에 약초를 던져주자 덥석 물어 버리고, 혹시나 돌림병이 아닐까 실험한다며 양조장 가서 술 퍼먹고 꽐라 되는 등 그녀의 기행 또한 여전합니다. 하지만 이번 12권에서 최대 흥미 포인트를 꼽으라면 죽은 영주의 손녀 '샤오홍'과 마오마오의 관계가 되겠습니다. 이제 7~8살인 샤오홍은 마오마오가 납치될 때 동반 납치되어 고생을 많이 하죠. 엄마에게서 별다른 관심을 못 받는 거 같고, 아빠는 일찍이 사망한 듯해서 정을 갈구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꽤나 안타까운 캐릭터죠. 거기에 원래 소심한 성격으로 영주의 손자(장남 아들)에게 늘 괴롭힘을 당하고도 이렇다 할 반항조차 못했었던 그 아이가 마오마오와 지내며 강단을 키워 미니 마오마오로 각성해서 그 손자를 혼내주는 장면은 이번 12권에서 최대 백미가 아닐까 했습니다.
12권까지 오면서 마오마오와 같이 지내면 좋겠다는 캐릭터는 진시를 제외하고 없었는데 샤오홍은 약사 제자로 받아들여 같이 지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군요. 그만큼 마오마오와 캐미가 잘 맞는다고 할까요. 작가도 그런 복선을 띄웠기도 하고요. 마오마오가 척하면 착하고 알아듣는 게 일품이죠. 그러고 보면 의외로 아이들에게 인기 있다고 할까요. 그녀의 교육방식은 말 안 듣는 아이에겐 주먹이 먼저 나가지만 착한 아이에겐 한없이 다정한 모습을 보이죠. 처음엔 귀찮아 하면서도 정이 들었는지 서서히 샤오홍을 꼼꼼하게 챙겨주는 게 나중에 좋은 엄마가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태가 일단락되고 진시와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장면을 넣음으로써 맺어지는 것도 그리 멀지 않았다는 느낌도 있습니다(이전부터 계속 그런 느낌인데). 어쨌거나 서도 편은 이걸로 끝이고 다시 왕도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작가가 인간성에 대해 고심한 흔적이 많이 보인 12권입니다. 사람에게 가치를 매기고, 그 가치에 따라 배 아파 낳은 자식일지라도 일말의 망설임 없이 버릴 수 있다는 냉혹한 인간성을 마오마오 측근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들이 상당히 인상적이었군요. 그에 반해 도적에게 쫓길 때 샤오홍을 버리면 살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는 마오마오의 인간성을 대비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놓으니 마오마오 곁에 찰떡같이 붙어 있으려 하고, 미니 마오마오가 되는 샤오홍도 꽤나 인상적이죠. 어쨌거나 영주 자리를 놓고 자중지란을 펼쳤던 집안싸움은 싱겁게 막을 내립니다. 작가는 그 과정에서 여러 복선을 넣음으로써 누가 범인이고, 이 캐릭터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에 대한 여러 가지를 유추하게 하는 능력이 좋아서 결과는 아무것도 아니어도, 중간 과정이 매우 흥미로워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게 특징입니다. 그리고 후반, 이제 대놓고 손을 잡고 쪽쪽 하는 진시와 마오마오를 보고 있으면 어쨌거나 응원하게 되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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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강한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에서 재미있는 부분을 들라면, 조그마한 사건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고 나아가 나라(國)가 연관되는 큰일로 번진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전개는 여느 장르에서도 볼 수 있는 점이긴 한데, 본 작품의 작가는 여기에 무슨 일이 터질 거 같은, 매 순간 긴장감을 잘 표현한다고 할까요. 이번 10권에서는 4~5권 이후부터 줄곧 복선으로 나왔던 황해(蝗害, 메뚜기 재난)의 전말과 그걸 이용해 무슨 꿍꿍이를 펼치려는 황후(皇后)의 오래비와 그 일가에 대한 진실에 조금 더 나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기승전결이 없다면 없는 것일 수 있습니다만, '마오마오'는 그동안 줄곧 들어온 황해에 대한 단서와 발생 원인 등을 찾기 위해 황후의 고향인 '서도'에 '진시'의 계략에 빠져 반강제적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황해는 마오마오가 그동안 겪었던 사건에서 빠지지 않고 언급된 재난이었고, 사건에 연루된 범인들의 공통점도 '서도'를 가리키고 있었죠.
그래서 이번엔 진시와의 밀당 이야기는 거의 들어가 있지 않고 그동안 복선으로 나왔던 황해의 대책과 발생 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티비에서 가끔 보죠? 메뚜기 떼가 화면 가득 날아다니는 모습을요. 지나간 자리엔 풀 한 포기조차 남아있지 않죠. 현대에서도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데 중세 시대쯤 되는 본 작품의 시대 배경에서는 얼마만큼의 피해가 발생할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작가는 단순히 메뚜기 떼에 의한 피해보다 메뚜기 떼를 이용해 누가 득을 보고,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같은 흥미 요소를 넣으면서 자그마한 긴장감을 유지해가는 능력을 볼 수 있는데요. 그동안 마오마오가 겪었던 사건의 연장선이기도 하고, 그 도착점은 어디인가를 맞춰 보라는 듯 답을 알듯 말 듯 추리 요소를 넣음으로써 몰입도도 높여주고 있죠. 라고 해도 마오마오는 어디까지나 제3자의 입장이고, 맞으면 죽는 나약한 존재일 뿐입니다. 참고로 그녀는 누군가가 판단할 재료만 모을 뿐 사건 해결은 하지 않아요.
그렇게 모인 재료들은 어느 한 인물을 가리키게 되죠. 황후(皇后)가 줄곧 이를 갈며 복수하고자 했던 어떤 인물. 이 작품에서는 마오마오와 진시만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도 이야기가 진행되곤 하는데, 그중 한 사람이 황후인데요. 첩의 자식으로 태어나 유년시절 아버지와 이복형제들에게 온갖 수모를 다 당하며 자란 끝에 독기가 잔뜩 올라 있는 황후의 복수극과도 연계되는 이야기인데 작가가 이런 연계 시키는 능력이 제법 좋아요. 황후는 지금의 황후 자리에 앉게 해준 마오마오를 매우 좋아하고 있죠. 마오마오는 황후의 고향인 서도에서 황해 발생 원인을 찾고 있고요. 결과 그 발생 원인이 황후의 집안과 관계있다? 같은, 단서를 모으면서 앞으로 피바람을 예고하기도 하는데요. 근데 사실 이거보다 그 과정에서 마오마오가 조사차 시골 마을을 방문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게 되고, 여러 남자와 동행하는 마오마오를 보며 은근히 애간장 태우는 진시의 모습이 흥미로웠군요.
맺으며: 결과적으로 그동안 복선으로 간간이 언급되었던 황해에 대한 복선이 회수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무지몽매한 시골 농민들의 해충에 대한 인식과 개선해야 될 점등 교과서적인 이야기들이 다소 많았기에 크게 건질 이야기는 없었는데요. 그래서 그럴까 작가는 이번 10권에서 마오마오 주변 인물을 이용해 개그적인 요소라든지, 안타까운 이야기를 제법 많이 넣어 놨습니다. 재미적인 요소로는 집오리를 어깨에 얹고 다니는 '바센'이라는 호위무사라든지, 언제나 텐션 높게 까불거리며 마오마오의 신경을 건드리는 취에라는 여성이라든지(이번에 도적 유인 미끼로 마오마오를 쓸 정도로 담대한 성격), 이젠 사실상 마오마오를 진시의 정실로 기정사실화해서 대우하는 주변 인물 등 일상적인 장면들에서는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군요.
그리고 안타까웠던 건 2대에 걸쳐 황제의 후궁이었던 '리슈 비'의 몰락이었는데요. 9살에 입궁하여 수천 명의 후궁 중에 단 4명 밖에 없는 상급 비중 하나로서 올라섰지만 세상 물정 어두워 사람들에게 이용만 당하다 결국 후궁에서 쫓겨나고 집에서도 쫓겨나 어느 시골 오리 부화장에서 일하는 그녀의 모습은 참으로 비참하고 충격적이었습니다. 마오마오하고도 비교적 인연이 있어서 더욱 안타까웠군요. 다만 그런 그녀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에서 작은 위안이 생기기도 하는데요. 사실 마오마오와 진시의 관계보다 리슈 비와 그녀를 걱정하는 어느 인물의 관계가 더 애틋했군요. 이 작품은 성장과는 거리가 멀었는데(약과 독을 향한 마오마오의 저돌맹진만 봐도), 리슈 비에게서 성장이라는 가능성이라는, 홀로서기 하려는 그녀의 모습이 꽤나 마음 아프게 했다고 할까요.
마오마오는 결국 금단증상에 빠져 돌아가실뻔 합니다. 그녀의 아이덴티티는 약과 독이죠. 그녀에게 있어서 그것이 없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할 정도, 궁에 있을 때는 기미 상궁이 되어 독을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이번 황해 조사하면서 그럴 기회가 거의 없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헛것이 보이고.... 집안 내력이 하나같이 괴짜인 점을 볼 때 결국 그녀는 부정하지만 피는 속일 수 없다는 걸 잘 보여줍니다. 그런 그녀와 진시는 진도를 나가고 싶어 하는데 알면서도 모른척하는 마오마오. 옆에서 뭐라 말하는데 남의 일처럼 차갑게 식힌 과일 좀 안 나워 주려나, 맛있는 과자를 나눠주지 않으려나는 등 현실 도피하는 것도 재미있었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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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꽤 심각한 스포일러가 들어가 있습니다. 또한 글도 좀 길고요. 싫으신 분은 빽 하시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스포일러에 관해서는 경고 했습니다.
꼴보기 싫으면 그냥 도망가 버리면 될 것을, 사실 마오마오의 친아버지는 정식 혼례를 올린 건 아니었지만 와이프와 자식을 버리고 싶어서 버린 게 아닌데 말입니다. 그는 나라의 녹을 먹는 입장에서 파견 나가라고 하면 군말 없이 가야 되는 입장이었죠. 근데 금방 돌아올 수 있을 줄 알았던 파견은 몇 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돌아왔지만 모든 게 파탄이나 있었습니다. 와이프는 버림받았다는 충격과 직업적(기녀)으로 돌림 당할 수밖에 없게 되어 병에 걸려 망가져 있었고, 딸은 약과 독에 미처사는 괴짜가 되어 있었었습니다. 게다가 어미는 남편을 저주한답시고 딸의 새끼손가락까지 잘라 버렸는데다 제대로 보살펴주지도 않았으니 마오마오가 부모를 곱게 볼 수가 없었죠. 뭐 그래도 정은 있어서 병저 누워있는 엄마를 보살피기는 했습니다만.
마오마오는 서도와 도성에서 리슈 비를 노린 암살을 막고, 무녀가 곳곳에 뿌리고 다녔던 사건들을 겨우 끝내놓은 지금 이제야 본연의 일로 돌아가나 싶었는데요. 하지만 그녀는 궁에서 가오슌이 찾아오면서 평온한 나날은 물 건너 가버리고 맙니다. '진시'가 찾아올 줄 알았더니만 몇 달 전 쿠데타의 여파로 인해 그도 이젠 평온한 나날을 보낼 수 없게 되었죠. 환관이 아닌 왕의 동생으로써 집무를 보아야 되는 그는 서류에 파묻혀 사는 통에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얼굴을 그리 내비치지 못하게 되는군요. 하지만 짤막한 등장에서 그는 대형 이벤트를 터트려 버리는데요. 이건 아래에서 다시 언급하고, 아무튼 가오슌에게서 뜻밖의 제안이 들어옵니다. '관녀' 시험을 보지 않겠냐고, 예전에 한번 시험 쳤다가 낙방했던 그 시험을 다시 응시해보라고 합니다.
갈등, 약과 독이라면 자다가 벌떡 일어나는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미처사는 그녀에게 있어서 궁은 보물고나 다름없어요. 의국에 가면 널린 게 약초이고 거기에 사는 돌팔이 의관은 진즉에 마오마오 편인데다 환자들에게 마음 놓고 임상실험도 할 수 있는 그야말로 파라다이스, 하지만 이렇게 먹음직스러운 미끼를 덥석 문다면 인생이 파탄으로 끝나지 않으리라. 씰룩씰룩, 좋아서 입꼬리는 올라가는데 역시나 미끼가 근사한 이유가 있었다는 듯 가오슌이 꺼낸 다른 말에서 관녀 시험의 진짜 목적을 알게 되어 버립니다. 유능한 것도 이럴 때는 참 고달파요. 그동안 도성에서 많은 일들을 해결했고, 신분을 감췄다고는 하나 황제의 동생(진시)을 구해준데다 황후 마마의 뒷바라지, 황제의 총애를 받던 상급 비(리화 비)를 살려주고, 궁극적으로 왕이 수수께끼를 풀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
쿠데타도 얘가 납치되는 바람에 해결할 수 있기도 했고요. 리슈 비 암살 미수 사건을 해결하고 나라를 어지렵혔던 무녀를 잡아들이는 등 혁혁한 공을 세웠죠. 자, 어째서 이런 애를 가만히 내버려 두는가. 요직에 앉혀 국정을 돌보게 한다면 나라에 얼마나 이익이 될까. 이건 황금을 낳는 오리보다 귀중한 인재이 건만, 왜 기루(창관)에 살도록 내버려 두는가. 그건 그녀의 친아버지 때문, 뭐 진시도 그녀가 새장 속에서 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적극적으로 등용하지 않고 있기도 하지만요. 하지만 '샤오'라는 멀고 먼 서쪽의 나라에서 '아이린'이라는 이국의 여성이 중급 비로 궁에 들어오게 되면서 관녀 시험의 진짜 목적을 깨닫게 됩니다. 마오마오는 이전부터 '아이린'과 접점이 있었죠. 아이린이 특사로 리국(마오마오가 사는 나라)에 찾아올 때부터, 그리고 서도에서의 여러 사건 등에서...
요컨대 그동안 네가 해왔던 것처럼 탐정이 되어 사건의 냄새가 나지 않는지 알아봐 달라 뭐 그런 것입니다. 이전 쿠데타에서도 샤오라는 나라와 연관이 있었고, 서도와 도성에서 리슈 비 암살 미수 사건도 연관이 있었고, 종합적으로 보면 내 나라를 어지럽힌 옆 나라에서 고위직 여성이 중급 비로 궁에 들어왔다. 뭔가 냄새나지 않는다면 이상한 거죠. 마오마오 입장에서는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지만 황후+황제+진시 3인의 추천장이 도착해 있습니다. 도망갈 수 있을 리가 없어요. 그로부터 시험 준비라는 지옥의 행군, 약과 독 밖에 모르는 편향적 돌머리에 교양을 심어준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인가. 평소엔 먹을 거 하나 제대로 안 주던 녹청관(창관, 마오마오가 살고 있는 곳) 도깨비 할멈까지 나긋나긋한 게 대체 이 할멈에게 뇌물을 얼마나 먹인 거냐고 자조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렇게 궁에 다시 입궐하니. 애초에 시험 볼 필요가 있었나. 친아버지는 궁에서 누구도 터치 못하는 심지어 황제도 손 놔버린 괴짜, 진시(황제 동생)라는 뒷배, 양아버지도 비록 환관이지만 의관으로써 높은 지위, 황후 마마는 열혈한 마오마오 신도, 황제도 그녀를 좋게 보고 있지, 황후 마마와 정적 관계여야 할 상급 비(리화 비)까지 아군이고, 그 외 기타 등등, 연줄로서 이보다 좋은 건 없지만 그래도 그럴수록 시험은 제대로 보고 들어와야겠죠. 뭣보다 마오마오가 그런 걸 싫어하니. 그리고 보물고나 다름없는 궁이긴 한데 어딘가 답답하고, 꼴보기 싫은 친아버지와 그 친아버지와 쌍벽으로 싫은 '진시'가 있는 곳, 하지만 그런 인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오만방자할 수는 없죠. 까라면 까야 되는 천민의 신분이다 보니 시험 치고 들어오라는데 가야죠.
그렇게 시험 치고 들어오니 이번엔 관녀들 사이 괴롭힘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마오마오는 참 고달풉니다. 관녀라고 해도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라 귀족이나 대상인의 자녀가 들어오는 곳에 어디서 굴러먹던 말 뼈다귀가 들어왔나 싶었을 테죠. 아무튼 말이 관녀 시험이지 본직은 의관 보조, 결국 '아이린'의 동향을 캐기 위해 마오마오를 입궐 시키기 위한 임시 편성으로 만든 관직에 지나지 않다는 것, 여기까지는 좋아요. 관녀가 되어 허드렛 일하는 것보다 의국에서 약초를 만진다면 다른 건 다 잊을 수 있으니. 근데 돌팔이 의관이 있는 후궁 쪽이 아니라 무관들이 있는 의국에 배정되면서 마오마오는 스트레스로 머리카락이 다 빠질 지경입니다. 뭣보다 매일 찾아오는 친아버지의 기행은 정말 눈뜨고 못 봐줄 지경이고 급기야 식중독에 걸리면서 마오마오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릅니다.
마오마오 나이 19세, 이 시대 평균 혼인 나이 20세, 슬슬 나도 결혼해야 될까 하는 생각에 잠기면서 나도 아이를 낳는 것일까 하는 현실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합니다. 한 번쯤은 낳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근데 누가 괴짜의 딸이 아니랄까 봐. 애 낳는 고통과 현실보다 태반에 더 흥미를 느끼는 것에서 그녀의 성격이 얼마나 편향적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 했군요. 환자에게 줄 약 바꿔치기하려 하지 않나, 친아버지의 발목에 줄을 매달아 통제를 하고, 코를 킁킁대는 거 보고 개 같다(욕 아님, 비유적)라느니, 여전히 괴짜스러운 면은 아비나 딸이나 씁쓸하면서도 배꼽을 잡게 해줍니다. 그래도 식중독에 걸려 다 죽어가는 친아버지를 보살피는 등 아주 냉혈한은 아닌 것에서 인간적인 면을 엿볼 수 있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아이린'과 샤오에서 온 무녀(이때까지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무녀와 다른 무녀)에 관련된 이야기도 짬짬이 들어가 있지만 이건 사실 여느 탐정물처럼 사건이 일어나고 해결이 되고 하니 일부로 언급은 하지 않았군요. 몇 권에 걸쳐 있어왔던 연속된 사건들이 거의 마무리되었다고 할까요. 사실 그것보다 이 작품의 최대 흥미 포인트는 마오마오를 중심으로 한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주변 사람들과 얽히면서 웃고 떠들고, 알게 모르게 친구들도 늘려가고, 실력을 인정받고, 간간이 약과 독에 미친 괴짜의 모습은 유쾌하면서도 섬뜩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리고 진시와의 관계, 처음엔 그저 호기심에 시작된 진시의 찝쩍거림은 어느새 호감으로 변했지만 정작 마오마오는 도망가기에 바쁜 것에서 흥미를 돋아 줍니다.
맺으며, 진시가 드디어 한 발짝 더 다가섰습니다.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언급은 힘듭니다만. 안 보이면 보고 싶고, 보고 있으면 안 고 싶고, 그렇게 감정을 키워갔던 진시가 드디어 한 발짝 내디뎠습니다. 보통 이런 분위기면 여자든 남자든 흥분하며 기뻐해야 되잖아요. 아니면 거절하던가. 근데 정작 마오마오는 기쁨보다는 일냈다는 생각뿐, 정말 진시가 불쌍하지 않을 수 없어요. 마오마오가 왜 이런 내색을 보일까. 그건 속박되기 싫어하는 성격 때문이라고, '들꽃 같은 아이' 이번 에피소드를 보고 있으면 딱 이런 느낌입니다. 어느 곳에도 소속되기를 거부하는, 진시의 대시에도, 황후 마마의 시녀 자리에서도, 관녀 시험도 내 의지가 아닌 타의에서 시작된 것, 그동안 줄곧 이런 성격이었죠.
싫은데도 명령이라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처지. 자식을 지켜줘야 될 친아버지는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노망나기 일보 직전, 진시는 자꾸만 들이대고, 주변에서는 끊임없이 사건이 일어나고, 개중엔 목숨이 왔다 갔다, 오죽하면 죽을 때 새로운 독을 먹고 죽고 싶다고 할까요. 자위적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이번엔 양아버지와도 의견이 갈리는 등 마음고생을 참 많이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인맥 차원에서 마오마오만큼 좋은 히로인은 없지만, 불행으로 따지면 이보다 더 참혹한 히로인은 없을 테죠. 누구나 기대기만 하고 그녀를 받쳐주는 이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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