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68)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41%
  • 리뷰 총점8 40%
  • 리뷰 총점6 18%
  • 리뷰 총점4 1%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7.0
  • 40대 8.0
  • 50대 9.0

포토/동영상 (12)

리뷰 총점 종이책
뒤죽박죽 비스킷, 까끌까끌하고 맛도 복잡한.
"뒤죽박죽 비스킷, 까끌까끌하고 맛도 복잡한." 내용보기
책 제목 한번 청승맞다, 라고 생각했다. 제목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전작 완료 후 나온 신간이라 읽었지, 안그랬으면 순전히 제목 때문에 낮은 순위로 밀렸을 책이다. 이 책은 단편 소설집이다. 단편들 중 '뒤죽박죽 비스킷' 이라는 제목의 단편이 있었는데, 이 책의 단편들이 그 비스킷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의 아름답고 슬픈 맛이 아니라, '까끌까끌하고 맛도 복잡한'
"뒤죽박죽 비스킷, 까끌까끌하고 맛도 복잡한." 내용보기
책 제목 한번 청승맞다, 라고 생각했다. 제목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전작 완료 후 나온 신간이라 읽었지, 안그랬으면 순전히 제목 때문에 낮은 순위로 밀렸을 책이다. 이 책은 단편 소설집이다. 단편들 중 '뒤죽박죽 비스킷' 이라는 제목의 단편이 있었는데, 이 책의 단편들이 그 비스킷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의 아름답고 슬픈 맛이 아니라, '까끌까끌하고 맛도 복잡한' 비스킷 조각들 같았다. 이제까지 이별을 다루었어도 그것이 사랑의 연장선이었다면, 이번은 좀 더 완전히 끝난 사랑을 이야기하는 듯 하다. 사랑이 진행중이라 해도, 뭔가 문제가 있거나 복잡하게 뒤틀려 있다. 좀 더 현실적이고 잔인한 모습들,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아서 흡입력은 없었다. 그렇다고 단편답게 강렬한 여운을 남기지도 못했다. 솔직히 이제까지의 작품들 중 가장 별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캐릭터들을 참 좋아했는데, 이 단편집에서는 특별히 매력적이거나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없다. 아마 이것이 책의 인상을 희미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물론 몇몇 대사들은 압권이었다. 화려하게 (나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하는 몇몇의 대사들은, 이 대사들을 위해 나머지 이야기들이 쓰여진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머리를 투웅 때리며 여운을 남겼다. '울 준비는 되어 있다' 라..잃기 위한 소유, 일지도 모르는 사랑이니까? 울 준비를 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텐데 말이다. 에쿠니 가오리, 참 복잡하고 잔인한 질문을 던진다.

[인상깊은구절]
사람이 한곳에 머물지 않는다 -사랑조차- 는 것은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모르겠다 "우리 한때는 서로 사랑했는데, 참 이상하지, 이제 아무 느낌도 없어. ... 당신, 그거 어떻게 생각해?" 자유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고독한 상태를 뜻하는 말이다. 슬프고 고귀한.. 이걸 몸에 넣으면 강해질 수 있어, 라고 나는 나츠키에게 말하리라. 도무지 현실 같지 않다고 여겨질 만큼 슬픈 눈을 만났을 때, 생선 수프를 먹은 적이 있는 사람은 굉장히 강하거든. 바닷속 생물들이 지켜주니까.
c******2 2004.06.02. 신고 공감 1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내용보기
에쿠니 가오리, 냉정과 열정 사이경쾌한 문체 ......소담출판사가 아니었다면 아마 이렇게까지 만나지는못했을 작가와 책.사람이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 - 사랑조차 - 는 것은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모르겠다.전진, 또는 전진이라 여겨지는 것뒤죽박죽 비스킷열대야담배 나누어 주는 여자골생쥐 마누라요이치도 왔으면 좋았을 걸주택가그 어느 곳도 아닌 장소손울 준비는 되어 있다잃다중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내용보기
에쿠니 가오리, 냉정과 열정 사이
경쾌한 문체 ......

소담출판사가 아니었다면 아마 이렇게까지 만나지는
못했을 작가와 책.

사람이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 - 사랑조차 - 는 것은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모르겠다.

전진, 또는 전진이라 여겨지는 것
뒤죽박죽 비스킷
열대야

담배 나누어 주는 여자

생쥐 마누라

요이치도 왔으면 좋았을 걸
주택가
그 어느 곳도 아닌 장소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잃다

중에서 마음을 끈 문장은 6곳이었습니다.
사진 참조 바랍니다.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안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지 싶습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j 2021.06.06. 신고 공감 8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서평]울 준비는 되어 있다 - 에쿠니 가오리
"[서평]울 준비는 되어 있다 - 에쿠니 가오리" 내용보기
저녁을 먹고 섹스를 하고, 이번에는 방에 달려 있는 조그만 노천탕에 둘이 몸을 담갔다. 뜨거운 물이 밤 속에서 거뭇거뭇하게 보였다. (198p)   내가 그녀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녀만큼 이토록 담백한 문체를 쓰는 사람은 없다는 것. 아니 있을 수도 있지만 나의 취향과 딱 맞아 떨어진다는 것. 그것이 바로 그녀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다. 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특
"[서평]울 준비는 되어 있다 - 에쿠니 가오리" 내용보기

저녁을 먹고 섹스를 하고, 이번에는 방에 달려 있는 조그만 노천탕에 둘이 몸을 담갔다. 뜨거운 물이 밤 속에서 거뭇거뭇하게 보였다. (198p)

 

내가 그녀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녀만큼 이토록 담백한 문체를 쓰는 사람은 없다는 것. 아니 있을 수도 있지만 나의 취향과 딱 맞아 떨어진다는 것. 그것이 바로 그녀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다. 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특히 그녀의 소설을 좋아한다. 아니 그녀의 장편소설을 좋아한다. 비슷한 느낌의 문체라 할지라도 에세이에서의 느낌과 장편소설에서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그것은 단편소설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왜 이 작품을 미루어 두었는지 이제야 생각났다.

 

12편의 단편들. 아주 짧은 이야기들이 가득 들어 있는 이 책은 누군가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단순하게 읽히는 그대로 읽을 수 있다고 좋아할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무언가 깊은 여운을 남기게 된다. 장편 소설의 길이만큼이나 깊고 짙은 여운이다. 장편 소설보다 오히려 더 긴 여운을 남기는 셈이다. 그것은 아직 시작하지 못한 이야기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일수도 있고 끝을 아직 맺지 못한 느낌이 들어서일수도 있다.

첫번째 작품도 그러하다. <전진, 또는 전진이라 여겨지는 것> 이라는 제목의 이야기는 자신이 알았던 아니 자신이 살았던 그 집의 딸이 일본으로 와서 마중을 가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물론 그 끝은 그 딸을 만나는 것이다. 거기에서 끝난다. 그 끝은 내가 기대하고 예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 버렸지만 여운은 거기에서 시작된다. 그 딸은 일본에서 어떤 시간을 보낼까. 자신이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았던 야요이는 어떤 느낌으로 집으로 돌아갈까. 그 딸의 엄마에게는 무엇이라고 얘기를 할까. 그리고 고양이를 버렸던 사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마무리가 될까. 남편과의 사이는 더 나아질까 등등 끝없는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만큼 축약적이고 함축적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단편은 그러하다. 그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단편을 더 선호하지 않을까. 장편과는 달리 그 여운을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명확하게 결론 내려주지 않음으로 인해서 사람들이 더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고 잇으니 말이다.

서두에서 그녀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를 밝혔다. 담백한 문체라는 것. 그것은 담담하다라는 말로도 설명될 수 있다. 분명 그려내고 있는 것은 불륜 행각인데 그런 모습들이 사정과 정도를 감안하고서도 지저분하거나 화가 난다는 느낌이라기 보다는 제3자의 느낌으로 차분하게 들여다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불륜의 미화하고는 또 다른 느낌이다. 불륜을 조성하고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 서술할 뿐이다. 그것이 그녀의 소설이 가져다 주는 매력이다.

한글자 한글자 읽는 것이 아니라 문장을 통으로 한꺼번에 읽고 되새긴다. 소가 되새김질 하듯이 짧은 이야기가 후루룩 읽히지 않는 이유다. 비가 내린다. 에쿠니 가오리의 문장을 읽는다. 울 준비는 되어 있지 않다. 아니 나는 그녀의 문장에서 울지 않는다. 울음을 삼키지도 않는다. 최대한 담백하게 그냥 읽을 뿐이다. 그것이 내가 그녀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방식이다. 어쩌면 비와 에쿠니 가오리라는 명칭은 가장 잘 어울리는 조합이 아닐까. 



 
b***8 2021.05.16. 신고 공감 6 댓글 4
리뷰 총점 종이책
가을 밤에 찾아온 열 두 편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들
"가을 밤에 찾아온 열 두 편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들" 내용보기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저/ 김난주 역 소담출판사/ 2004년 5월 3일   샋 가을 밤에  찾아온 열 두 편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들       1. 들어가며     사랑은 사랑할 때는 모르다가 떠나고 나서야 진정한 사랑이었음을 알 수 있는 걸까. 결혼이란 사랑의 최종 목적지일까 아니면 사랑의 덫일까. 결혼하면 영원한 사랑을 꿈꿀 수 있는 것일까. 나 또한 한
"가을 밤에 찾아온 열 두 편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들" 내용보기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저/ 김난주 역

소담출판사/ 2004년 5월 3일

 

샋 가을 밤에  찾아온 열 두 편사랑과  이별 이야기들

 




 


 

1. 들어가며

 

 

사랑은 사랑할 때는 모르다가 떠나고 나서야 진정한 사랑이었음을 알 수 있는 걸까. 결혼이란 사랑의 최종 목적지일까 아니면 사랑의 덫일까. 결혼하면 영원한 사랑을 꿈꿀 수 있는 것일까. 나 또한 한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람을 사랑해서 결혼을 하고, 그 사람의 아이를 키우며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과연 나는 진정한 사랑을 이룬 것일까. 이혼율이 높아가는 요즘, 사랑과 이별, 결혼과 이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 한 권을 만났다.

 

에쿠니 가오리의 『울 준비는 되어 있다』에서는 사랑과 이별에 대한 12편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항상 사랑의 달콤함, 사랑의 다양한 모습에 대해 이야기해 온 작가는 이번 책에서 사랑의 상실, 상실 이후의 슬픔, 깨달음 등을 보여준다. 그래서 열 두 편의 이야기들이 제목과 내용들은 각각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사랑의 상실과 이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특히 그들은 이미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고 있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과의 사랑을 꿈꾸며 이혼을 결심한다. 이렇게 이야기들은 사랑이 끝난 자리에서 시작하고 있다. 왜 그들은 사랑을 끝내고 이별, 이혼을 결심한 것일까. 

 

이 책에서 에쿠니 가오리가 보여주는 열 두 편의 다양한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들을 통해 사랑의 상실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보고자 한다. 

 

 

 

2. 작품  속으로

 

누구나 삶을 살아가면서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게 된다. 어쩌면 사랑과 이별은 동전의 양면처럼 절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일지도 모른다. 언제까지나 계속될 줄 알았던 사랑이 끝나고 이젠 '정말 안녕' 이다. 이렇게 사랑이 떠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절망하고 울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마 작가는 이 책의 제목을 '울 준비가 되어 있다' 라고 말했는지도 모른다. 

사랑의 끝에 위태롭게 서 있는 사람들을 연민 어린 시선으로 작가는 바라보며 '관계의 끝'을 알았을 때 전해지는 사랑의 상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저마다 다른 기억, 각기 다른 모습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마음은 비슷해보인다. 작가는 그들의 모습들을 하나하나 담담하게 보여준다. 

 

 

4. <담배 나누어 주는 여자>

 

두 부부가 술집에서 만났다. 그들은 서로 함께 그들의 결혼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 속 '나'는 스물일곱 살에 결혼을 하고, 이혼을 하고, 서른다섯에 지금의 남편과 재혼했다. 아이는 없고, 애완동물도 기르지 않고 재혼 4년 차에 접어든다. 그녀의 친구 유리는 연애 경험은 많지만 서른일곱이 되도록 독신을 고수하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다. 그리고 그들은 과거의 사랑과 지금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유리가 자신의 남편인 아키히코가 결혼한 지 반년도 되지 않아 부하 여직원과 육체 관계를 가졌고, 그 사실을 알고 이혼하자고 말했을 때, 그가 헤어져도 좋다고 말한 거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눈다.

바람을 피운 남자가 여자에게 어떻게 하고 싶냐고 너가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여자가 헤어지고 싶다고 하면 그래, 너가 원하니 헤어지자고 말하는 것은 과연 여자를 위해서 하는 말일까. 너무 미안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헤어져도 괜찮다는 뜻일까. 그런 상황에서는 남자가 여자에게 뭐라고 말하면 좋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견디기 힘들면 헤어지면 된다고, 이 여자는 그렇게 생각하나 싶어서 좀 충격이었지."

-p.69 「담배를 나누어 주는 여자」 중에서

 

견디기 힘들면 헤어지면 된다. 견디기 힘들어도 헤어져서는 안된다. 어느 선택을 해야할까. 만약 결혼 생활이 힘들면 헤어지면 되는 것일까. 그래도 힘들어도 이혼만은 안 되는 것일까. 어렵고 난감한 선택이다.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문제인지도 모른다.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결혼도 결혼 생활 얘기도 그만 하고 싶었다. 얘기하면 얘기할수록 난감해진다."

-p.70 「담배를 나누어 주는 여자」 중에서

 

 

5. <골>

 

한 부부가 있다. 아내는 남편과 함께 조카의 돌잔치 행사에 참여하려고 시댁에 방문한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이혼을 결심했다. 이미 그들 사이의 사랑은 식어버리고 사랑의 종료를 선언했지만, 아직 시댁 어른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이렇게 아무 일도 없다는듯이 가족 행사에 참여를 한다. 이 이야기의 제목이기도 한 滑(골)은 '어지럽다' '익살스럽다' 라는 뜻으로 쓰이는데 내 생각엔 감정이 복잡하고 어지러운 상황, 이혼을 하려는 상황에서 가족 행사에 참여하는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이 익살스럽다고 표현하고 싶었던 작가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당신한테는 미안하지만, 나 저 사람들 정말 싫어." (p.87) 라고 말하면서도 아내인 시호는 아무 일 없는 듯, 그들이 싫지 않은 척한다. 이런 상황이 아이러니하면서도 참 씁쓸하게 느껴진다. 

 

"바람 같은 거 안 피워. 피운 적도 없고, 하지만 당신하고는 헤어지고 싶어. 이런 마음, 바람 피우는 것보다 더 잔인하지."

-p.82 「골」 중에서

 

바람은 안 피우지만, 당신하고는 헤어지고 싶다는 마음은 무슨 마음일까. 정말 그녀의 말대로 바람 피우는 것보다 더 잔인할지도 모른다. 이미 그녀의 말 속에는 그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알고 있었어? 우리 살기는 같이 살아도,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어. 알아, 그거?"

-p.88 「골」 중에서

 

이미 그들 사이에 사랑은 끝이 나서 한 집에 살아도 이미 마음은 각자이다. 같이 살기만 할 뿐 그들은 서로 공유하고 나누지 않고 각자 따로 따로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한 때는 서로 사랑해서 사랑의 감정에 휩싸였는데, 이젠 서로에게 아무 느낌이 없다고 말이다. 참 이상한 일이지만, 이것이 사랑의 끝이고 사랑의 상실임을 받아들여야 하겠지.

 

"우리 한 때는 서로 사랑했는데, 참 이상하지. 이제 아무 느낌도 없어."

시호가 말했다.

"당신, 그거 어떻게 생각해?"

-p.89 「골」 중에서

 

 

7. <요이치도 왔으면 좋았을 걸>

 

이야기 속 주인공 나츠메는 혼자 사는 여자처럼 자유롭고, 결혼한 여자처럼 고독한 삶을 산다. 나츠메는 그녀의 시어머니와 함께 온천 여행을 떠난다. 이야기는 그녀가 시어머니와 함께 온천 여행을 가면서 일어난 일을 그리면서 작가는 나츠메의 과거의 사랑에 대한 기억의 파편들을 끼워넣었다. 시어머니는 온천 여행이 너무 만족스러워 자신의 아들이자 나츠메의 남편인 '요이치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 걸' 이라고 계속해서 말한다. 그러나 나츠메는 그녀가 과거에 사랑했던 남자인 루이와 함께 멀리 갔다면 좋았을 텐데 (p.123) 하고 생각한다.

 

그녀는 그녀의 남편 요이치와 이혼하고 싶어한다. 이미 반년 전에 루이와 헤어졌지만, 그녀의 마음 속에는 루이가 자리하고 있다. 남편 요이치와 표면적으로 살고 있지만,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살고 있지만, 그것은 전혀 괜찮지 않다. 그녀가 그러기 위해 상당히 노력을 기울인 결과이다. 지금 시어머니와의 온천 여행도 상당한 노력의 결과물인지도 모른다. 나도 아직 시어머니와 단둘이 여행, 그것도 온천 여행을 한 적은 없다. 남편을 사랑하지도 않으면서도, 며느리로서 도리를 다하는 그녀의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남자를 사랑하면서도 그 사랑의 마음도 표현하지 못하고, 그저 그녀의 마음 속에 간직하고 사랑앓이를 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참 안타깝고 연민의 마음을 자아낸다. 그래서 그녀는 자유롭지만 고독하고 외롭다. 

 

루이와 헤어진 지 반년이다. 상실감은 나츠메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표면적으로나마 아무 탈 없이 생활하는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루이와의 정사가 나츠메에게 남긴 것은 봇물이 쏟아진 듯 무수한 기억이었다. 자신이 누구의 것도 아니었던 한때의, 사랑 하나만으로 어떻게든 인생을 꾸려 나갔던 한때의, 본질적인 기억이었다. 그러나, 정사는 끝나고 말았다. 더구나 나츠메가 그것을 끝내기 전에, 모든 상황은 이미 끝나 있었다.
……나는 혼자 사는 여자처럼 자유롭고, 결혼한 여자처럼 고독하다.

-「요이치도 왔으면 좋았을걸」 중에서

 

 

 

11. <울 준비는 되어 있다>

 

한 여자가 있다. 그녀는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가 나오는 꿈을 꾸었다. 그녀와 둘이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사는 꿈이었다. 하지만 그 남자 다카시는 그녀 곁에 없다. 그는 일을 그만두고 다른 여자와 관계를 갖고는 집을 나간지 반년이다. 그러나 그는 그녀에게 때로 찾아왔다가 또 떠나버린다. 그래서 그녀는 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아직도 그녀는 그를 좋아한다. 여행지에서 만난 그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져 귀국하자마자 그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아파트에서 그녀 혼자 살고 있다.이제 그를 열정적으로 사랑하던 그녀, 그에 대한 사랑의 불꽃은 사그라진 지 오래다. 그러나 불꽃이 타고 나면 재가 남듯, 그에 대한 미련이 아련하게 남아 있다. 사랑의 불꽃을 다 꺼버리지도 못하고 그 불의 존재만 지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토록 빛나고 한없이 풍요로웠던 연애 감정이, 어느 날 갑자기 꼬리를 감추었다.

- p. 179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중에

 

 

"다른 여자와 잤다며 다카시가 내게 사과했을 때, 나는 어쩌면 울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다카시가 나보다 솔직할 뿐, 우리는 같은 유였다. 

"알고 있어."

하지만 나는 그렇게 말했다. 다카시는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라고 말하며 희마하게 웃었다.

"아야노는 다 알아버린다니까." 라고

그때 내 심장의 일부는 이미 죽었다. 너무나도 외로워 말라비틀어져.

- p. 179~180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중에

 

 

다른 여자와 잤다고 말하는 남자에게 '괜찮아, 다 알고 있어.' 라고 말하는 그녀의 마음은 어땠을까. 하지만 이미 그녀의 마음은 절망으로 가득찬다. 외로움과 절망에 이미 그녀의 심장은 죽었고, 그에 대한 사랑의 불꽃도 다 타버렸다.

 

 

"나는 다카시의 친절함을 저주하고

성실함을 저주하고 아름다움을 저주하고

특별함을 저주하고 약함과 강함을 저주했다.

그리고 다카시를 정말 사랑하는

나 자신의 약함과 강함을 그 백 배는 저주했다"

- p. 189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중에

 

이제는 사랑보다는 미움과 증오, 그에 대한 저주하는 마음만 남았지만, 그녀는 또 그가 미치도록 보고 싶어 울먹인다. 조카와 외출했다가도 그와의 약속 시간에 늦지 않게 아파트로 돌아온다. 그러면서 그녀는 조카가 나중에 커서 연애를 한다면 더 강해지기를 희망한다. 자신처럼 좋아하는 남자가 전화하면 미련 때문에, 마음이 약해져서 또다시 이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말고 좋아하는 남자가 전화가 걸어 그런 말을 해도, 꿋꿋이 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p.189) 말이다. 
 

 

 

3. 나가며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기억을 안고 다양한 얼굴로 다양한 몸짓으로, 하지만 여전히 늘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서 이 소설집은 색깔이나 맛은 달라도, 성분은 같고 크기도 모양도 비슷비슷한 사탕 한 주머니 같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 부르고 싶습니다.
-에쿠니 가오리-

 

정말 작가의 말처럼, 이 열 두 편의 이야기들은 색깔이나 맛은 다른 알록달록한 사탕같았다. 그러나 다양한 얼굴, 다양한 몸짓, 다양한 상황 속에 그들이 있더라도 그들의 사랑의 상실을 경험하고 있다. 그 열 두개의 사탕들이 사랑의 상실이라는 모두 하나의 사탕 주머니에 담겨 있는 듯하다. 무슨 사탕을 꺼내서 먹어볼까. 그 중에서 나는 내가 좋아하고 맛있었던 사탕을 꺼내서 이야기를 풀어냈고, 사탕을 먹고 난 후의 내가 느꼈던 맛을 적어보았다.

 

당신은 이 열 두개의 사탕들 중에서 어떤 사탕을 선택할까. 분명한 건 어떤 사탕을 선택하더라도 그 맛은 한결같이 맛있기도 하겠지만, 씁쓸하게 느껴질 것이다. 사랑이 처음에는 달콤하지만, 그 끝은 씁쓸한 것처럼 말이다. 

 


 


 

 

YES마니아 : 골드 s*******4 2021.11.21. 신고 공감 6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자유, 그 고독의 시간을 위하여
"자유, 그 고독의 시간을 위하여" 내용보기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마치 잘 찍은 한 장의 스냅사진과 같다. 순간을 포착함에 있어 영상이 아닌 글로 표현하고 있다는 게 다른 점일 뿐, 무심히 흘려보낼 수 있는 삶의 한 순간을 마치 사진을 찍듯 그려낸다는 게 작가만의 특별한 능력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그러므로 작가의 글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아무리 단편소설이라지만 소설이 이렇게 짧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가볍
"자유, 그 고독의 시간을 위하여" 내용보기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마치 잘 찍은 한 장의 스냅사진과 같다. 순간을 포착함에 있어 영상이 아닌 글로 표현하고 있다는 게 다른 점일 뿐, 무심히 흘려보낼 수 있는 삶의 한 순간을 마치 사진을 찍듯 그려낸다는 게 작가만의 특별한 능력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그러므로 작가의 글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아무리 단편소설이라지만 소설이 이렇게 짧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가볍다. 그럼에도 소설을 읽는 독자는 더없이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되고, 삶에서 우리가 무심히 흘려보냈던 많은 순간들을 그리워하게 된다. 수없이 많은 '보통의 순간'들이 우리 삶에서 얼마나 소중했던가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 우리는 잔잔한 슬픔과 그리움 속에 휩싸인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이 애잔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 하나 유쾌한 일이 없었다. 아무것도. 아름답지도 푸근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늘 생각나는 것은, 그 여름날의 일이다. 유난히 날씨가 좋았고, 내가 침울한 여자아이였다는 것. 정육점에서 일했던 기와무라 히로토. 보라색 립스틱. 엉뚱한 것만 믿는 열일곱 살짜리 여자애였다는 것."  (p.39 '뒤죽박죽 비스킷' 중에서)

 

책에는 표제작인 '울 준비는 되어 있다'를 포함하여 12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작가가 쓴 '작가 후기'에서도 밝힌 것처럼 이 소설집은 '단편집이기는 하지만 온갖 과자를 섞어놓은 과자 상자가 아니라, 사탕 한 주머니'이고, '색깔이나 맛은 달라도, 성분은 같고 크기도 모양도 비슷비슷'한 소설들로 꾸려져 있다. 독자들에 따라 각자가 체감하는 느낌은 전혀 다를 수 있겠지만 말이다. 결국 촘촘한 시간의 낚싯바늘에 꿰인 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각자가 처한 환경이나 모양새가 조금씩 달라진다 해도 본질적으로 과거의 어느 한순간을 그리워하게 되고, 그런 그리움으로 인해 현재의 삶이 애잔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는 나츠키를 데리고 언젠가 파리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오늘처럼 추운 겨울밤, 파리에서 걸쭉하고 뜨거운 생선 수프를 먹여 주고 싶다. 바닷속 생물들의 생명 같은 맛이 나고 온갖 향신료의 맛이 섞인, 뼈까지 영양이 녹아드는 생선 수프다. 나는 그 풍요롭고 행복한 음식을 다카시가 아닌 남자에게 배웠다."  (p.187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중에서)

 

아침나절 요란하게 내리던 비는 모두 그쳐 조용하다. 사랑도 그와 같으리라. 열병처럼 타오르던 사랑도 결혼을 하고, 특별하지 않은 가정을 꾸려 한 해 두 해 지내다 보면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취약한 부분부터 좀이 슬어 어느 순간, 그렇게 튼튼하다고만 여겼던 인연의 끈도 툭 하고 끊어지는 날이 결국 오고야 마는 법이다. 우리는 그렇게 시간을 관통하면서 특별하지 않았던 과거의 어느 순간을 몹시도 그리워한다. 마치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처럼 말이다.

 

"자유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고독한 상태를 뜻하는 말이다." (p.163 '손' 중에서)

 

작가가 말한 '자유'의 진정한 의미가 사실이라면 나는 자유를 통과할 기나긴 고독의 시간을 위해 짧게 우는 연습을 반복해야겠다. 요란하게 내리던 비도 그치고 사람들은 어쩌면 저 농밀한 고요 속에서 조용히 울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별을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도 그렇게 슬픈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s*****l 2021.05.28. 신고 공감 5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울 준비는 되어 있다]하지만 울지 않을거다.
"[울 준비는 되어 있다]하지만 울지 않을거다." 내용보기
하루에도 열두번 울고 싶은 나날들이 있었다. 그런 순간이 계속 된다면 '이놈의 세상 그냥 확...' 하고 나쁜 마음을 먹을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런 순간들은 잘 지나갔고 난 여전히 잘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힘든 순간들은 여전히 산재해 있고 그럴 땐 울고 싶다. 그래서 늘 울 준비는 되어 있다. 하지만 울진 않으려고 한다. 단편집이다. 총 12 편의 단편이 수록되
"[울 준비는 되어 있다]하지만 울지 않을거다." 내용보기

하루에도 열두번 울고 싶은 나날들이 있었다. 그런 순간이 계속 된다면 '이놈의 세상 그냥 확...' 하고 나쁜 마음을 먹을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런 순간들은 잘 지나갔고 난 여전히 잘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힘든 순간들은 여전히 산재해 있고 그럴 땐 울고 싶다. 그래서 늘 울 준비는 되어 있다. 하지만 울진 않으려고 한다.

단편집이다. 총 12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제목에 있는 '울 준비는 되어 있다'는 11번째에 수록되어 있다. 개인적으론 이 작품도 괜찮지만 다른 작품들이 더 좋았다.
'전전, 또는 전진이라 여겨지는 것', '열대야', '요이치도 왔우면 좋았을걸', '그 어느 곳도 아닌 장소' 이렇게 4편이 특히 더 마음에 들었다.

[전진, 또는 전진이라 여겨지는 것] 부부의 이야기다. 남편이 시어머니의 고양이를 버린 것에 대해 아내의 핀잔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개인적으로 고양이를 좋아해서 그런지 버렸다는 부분에서 울컥했다. 난 데려오고 싶어도 데려오지 못하는데... 하면서 욕을 한바가지 했다. 물론 부부사이의 다툼이 고양이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고양이가 그들의 앞으로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충분한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변할진 모르겠지만...

[열대야]는 친구의 이야기다. 하지만 단순한 친구라고 할 순 없는 관계다. 어쨌든 사랑하는 사이니까... 조금 특별하게 사랑을 하는 그들... 의견이 달라도 의견이 같아도 그들의 사랑은 변함이 없을까? 아직은 괜찮아 보인다. 이번 작품은 소재보다는 대사들이 좋았다.

"내내 이대로였으면 좋겠다."p55 일상에 변화가 많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좋았다.

[요이치도 왔으면 좋았을걸]은 한 여자의 이야기다. 모두를 떠나보내고 혼자가 되어 가는 그녀... 하지만 그녀는 또 누군가와 만남을 가지게 되겠지. 그게 누굴진 아직 모르지만.. 관계에 대한 생각을 하게 했던 단편이었다.

[그 어느 곳도 아닌 장소]는 친구들간의 만남에서의 이야기다. 누군가는 가정을 누군가는 자신의 일을 각자 다 다른 상황이지만 나름의 상황들이 전개된다. 각자는 각자가 원하는 곳이 있겠지. 그러니 그곳을 위해 건배를!!!

[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애인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다. 아니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에 휘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 하지만 그를 떠나는 것은 아니다. 관계의 진전이 아니라 그냥 유지를 원하는 듯 한 그녀.. 아마도 무서운거겠지...

세상을 살면 참 많은 일들이 생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글이 된다고 생각진 않는다.

지극히 일상적인 일화들이 담겨 있는데 그게 이렇게 멋지게 보이는건 또 오랜만이다.

부부의 일상, 친구와의 일상, 혼자만의 일상, 그리고 누군가와의 일상...

소설은 대단한 사건이 있어야 하고 대단한 일화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녀의 단편집은 그런 나의 생각을 다시한번 깨주는 순간이었다. 일상도 충분히 소설로 매력적일 수 있다. 그렇다고 누구나 소설가가 될 수 있는건 아니니 소설가가 되고 싶다면 노력을 해보는걸로~

 

*소담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k********y 2021.06.04. 신고 공감 4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어쩜 이렇게 초지일관 비관적인 사랑만을 그릴수 있을까
"어쩜 이렇게 초지일관 비관적인 사랑만을 그릴수 있을까" 내용보기
수산시장에서나 들을 법한 생선의 이름을 연상시키는 저자의 이름은 이미 오방에게는 오래전부터 귓전을 맴돌았었다...가오리...모 이름만 가지고 저자를 비하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처음 듣는 한국인들에게도 보다 큰 친근감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장점이라고 말해도 무방하지 않을까...모 어쨋든 오방은 처음으로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만나게 되어 커다란 기대를 하지 않을
"어쩜 이렇게 초지일관 비관적인 사랑만을 그릴수 있을까" 내용보기
수산시장에서나 들을 법한 생선의 이름을 연상시키는 저자의 이름은 이미 오방에게는 오래전부터 귓전을 맴돌았었다...가오리...모 이름만 가지고 저자를 비하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처음 듣는 한국인들에게도 보다 큰 친근감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장점이라고 말해도 무방하지 않을까...모 어쨋든 오방은 처음으로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만나게 되어 커다란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저자의 약력은 크게 기억나지 않지만...누가 붙여준 훈장인지 정말 저자에게도 어깨가 무거웠을 것으로 보이는 '일본의 3대 여류작가'라는 타이틀과...평소 오방이 매우 좋아하는 하루키를 빗댄 '여자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타이틀은 아직 저자를 직접 만나지 못한 오방의 혼을 쏘옥 빼놓을 만한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으흠...여자 하루키라...정말 기대가 만발인걸...그러나 매우 개인적인 감정이긴 하지만 커다랗게 부풀어 올랐던 기대에 비해서는 센세이셔널할 지언정 맘에 들지는 않는다...저자와의 첫 만남이었기에 이 책과 같은 단편 소설집 보다는 깊은 향기를 오랫동안 느낄수 있는 장편 소설이었으면 하는 바램 간절했지만..책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가오리'라는 이름의 강력한 유혹에 빠져 덥석 집어들게 된 원죄로 인해 십여편의 작은 이야기들을 먼저 만나게 된 것도 일종의 선택의 실수로 인한 아쉬움이라고 말할수 있을까...어쨋든 커다란 저자의 작품에 대한 기대에 비하면 왠지 음침하고 비관적인 사고로 시종일관 분위기를 채워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한마디 하지 않고 넘어가지 않을수 없다...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왔길래...이토록 사랑과 결혼에 대한 어두운 감정만을 일관되게 내비칠수 있는 것일까... 약 십여 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이 책은 발그레한 영상이라고는 거의 기억되지 않을 정도다...전체적으로 음울하고 어두컴컴한 분위기랄까...저자가 만들어 낸 주인공들은 대개 사랑에 실패하였거나...혹은 현재 뜨거운 사랑을 하고 있긴 하지만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정상적인 사랑이 아니다(대개 흔히 우리가 불륜이라고 말할수 있는 간통사유에 해당하는 사랑이 대부분인 듯 싶다^-^ 웃을 일은 아닌가? 모 어쨋든 간에)...물론 사랑한다고 다 결혼에 골인하는 것은 아니며...결혼하였다고 해서 평생 펄펄 끓듯 뜨거운 사랑을 해야한다고 못 박을 수 있는 것 역시 분명 아니다...비록 온 몸을 다바쳐 뜨겁게 사랑을 하였지만 제공되는 여건상...혹은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모든 연인들이 결혼이라는 공식화된 사랑의 무대로 올라설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이는 결혼이라는 것이 단지 사회적으로 공인된 제도일 뿐이지...결코 사랑의 최종 종착지라고 말할 수 없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로 치부될 수 있다...결혼 이후에도 마찬가지다...결혼할 당시에는 너 없으면 죽네 못사네 하면서 한 여름에도 땀띠가 뽀송하게 날 정도로 착 달라붙어 가지고 온갖 너스레를 다 떨어가며 주위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풍기문란행위를 벌이던 커플도...결혼을 하고 몇 년만 지나게 되면 그 뜨겁던 사랑은 군불 꺼진 아랫목처럼 차갑게 식어버려 화상아 웬수야 하면서 이혼서류에 얼른 도장이나 찍으라고 삿대질을 해댈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는 초래할 수 있는 가장 좋지 않은 상황에 대한 우화일 뿐...실제로 사랑이 결혼으로 결실을 맺어 아들 딸 놓고 보금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는 상대적으로 정상적인 커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물론 성적으로 대한민국에 비해 매우 개방적이라고 말할수 있는 일본의 경우는 다르면 얼마나 다른 상황이겠는가...만일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상황이 보편적이라고 말한다면...언제나 사람들은 '울 준비'에만 들떠 있어야 하는 상황이 기다린다...생각해보시라...혹시 내가 사랑하는 연인에게 실연을 당하지는 않을까...젊은 아가씨랑 놀아나다가 아내에게 걸려 간통죄로 고소를 당하고 알거지로 거리에 나앉게 되지는 않을까...항시 정신적 육체적인 사랑을 하고 있지만 언제 깨질지 모르는 두려움에 평생 '울 준비만' 하고 있을 수은 없지 않겠는가...길거리에서 중고딩들의 빤스를 팔아먹고...전통적인 서비스산업의 강세덕분에 백주대낮에 거침없이 윤락호객행위를 일삼는다고 한들...그것은 일부의 이야기일 뿐...그들이라고 사랑하고 결혼하여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욕구가 없다면 새빨간 거짓말 아닐까...재미있다...그런 와중에서도 저자와 같은 작가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모 일본에 오랫동안 살아왔다거나 혹은 일본인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거나 하지 못해 일본소식에 대해서는 문화평론가 김지룡씨나 이규형감독의 책을 통해서만 어렴풋이 대리전달받고 있는 주제에...그들은 이렇다 저렇다 왈가왈부할 수 있는 수준은 분명 아니긴 하지만...문화는 그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임을 감안한다면...앞서 오방이 말한 생각과 반대로...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이성관이나 애정관...그리고 결혼관과 같은 생각은 일본인들에게는 그리 어색하지 않은 상황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혼란스럽다...그러나 순진하고 고결한 영혼을 가진 오방에게는...결혼한 남편이 있는 상황에서 젊은 근육질의 남자애인을 생각하고...생각하는 것의 도를 넘어 육체적인 관계를 맺는 이야기라던지...여행지에서의 들뜬 감정은 십분 이해하나...여행을 다닐때마다 현지에서 급구한 파트너를 바꾸어 가며 뜨거운 애욕의 시절을 보내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까발려 서로 자랑삼는다는 등의 내용은 파격적이고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짜릿함은 있으나...그 이상의 감정은 울려내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긴다...몬가 아쉽다...응가를 하다말고 끊고 일어선 기분이랄까...이대로 포기할순 없고...'가오리' 누님의 장편을 꼭 한번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충동 간절하다...이 분위기 식기 전에 저자의 좋은 책 있음 얼른 추천 부탁한다.더 이상 참을 수 없다.바이.
리뷰 총점 종이책
소설 | 사랑과 결혼에 관한 이야기,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소설 | 사랑과 결혼에 관한 이야기, 『울 준비는 되어 있다』" 내용보기
『하나, 책과 마주하다』   사랑과 결혼 그리고 여자.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저자, 에쿠니 가오리는 동경에서 태어나 미국 델라웨어 대학을 졸업하고 『409래드클리프』로 페미나 상을 수상하게 된다.여 동화적 작품에서 연애소설, 에세이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해나가면서 언제나 참신한 감각과 세련미를 겸비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소설 | 사랑과 결혼에 관한 이야기, 『울 준비는 되어 있다』" 내용보기


 

 

 

『하나, 책과 마주하다』

 

사랑과 결혼 그리고 여자.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저자, 에쿠니 가오리는 동경에서 태어나 미국 델라웨어 대학을 졸업하고 『409래드클리프』로 페미나 상을 수상하게 된다.여

동화적 작품에서 연애소설, 에세이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해나가면서 언제나 참신한 감각과 세련미를 겸비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여자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일본의 3대 여류작가로 불린다.

 

 

 

전진, 또는 전진이라 여겨지는 것

 

남편이 시어머니가 키우던 고양이를 버렸다. 그리고 둘의 다툼이 시작된다.

어느 날, 야요이는 공항으로 마중을 나간다.

학생 시절, 홈스테이를 하던 집의 딸이 일본에 놀러온다는 소식에 유급휴가를 받았다.

두 살이던 아이가 벌써 열아홉 살이란 것이 믿겨지지 않는 야요이였다.

남편도 있는 야요이였기에 불편한 감정도 있었지만, 홈스테이하고 있을 당시에 2년이나 머물게 해주었으니 거절할 순 없었다.

남편은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을테고, 그 기색을 그대로 드러낸다.

야요이는 때로 남편을 무서워한다. 그럴 때면 되뇌이는 말이 있다.

괜찮아, 이겨낼 수 있겠지 뭐.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고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지금까지도 그래 왔잖아. 전진, 또는 전진이라 여기고.

 

 

생쥐 마누라

 

백화점을 좋아하는 미요코는 혼자 쇼핑할 때면 남편과 아들 것만 산다.

효율은 말할 것 없이 늘 일정한 방식으로 쇼핑을 한다. 예를 들면 오픈 시간에 맞추어 가지 않는다거나 쓸데없는 것에 정신을 팔지 않거나 등등.

이렇게 보면 아이러니하지만 허튼 행동은 일체 삼가하면서 쇼핑을 즐긴다.

남편인 다다유키는 그런 그녀를 '생쥐 마누라'라고 부른다.

말그대로 바지런하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아들과 딸도 아빠 흉내를 내며 '생쥐 엄마'라 부르기도 하는데 미요코는 일종의 명예라 생각하며 별명에 퍽 만족한다.

 

「생쥐 마누라」를 읽고나면 과연 미요코는 행복한 삶을 살고있는지에 대해 자연스레 의문점이 들 것이다.

그녀는 불평, 불만없이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살고 있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미요코의 모습을 보면 답답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이는 개인의 차이겠지만 어떤 독자들은 그저 받아들일 수도 있고 어떤 독자들은 고구마를 잔뜩 먹은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다.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총 열두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부분 단편의 주소재는 바로 '사랑'이다. 여기에 부제를 넣자면 '소통'일 수도 있겠다.

결국, 여자 입장에서 느끼는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다.

책을 역자한 김 난주 또한 이 책을 작업한 뒤 이렇게 표현한다.

그 여자들에게 사랑과 결혼은 이미 삶을 지탱해 주는 버팀목도 자신의 전 존재를 보듬어 주는 따뜻한 울타리도 아닙니다. 그것은 다가갈수록 멀어지기에 끊임없이 희구해야 하는 꿈이며 또 영원히 사로잡을 수 없기에 허허로운 절망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그래서 불꽃이 제 몸을 불살라 언젠가는 싸늘한 재로 변하듯, 타오르는 사랑이란 스치고 지나가는 열병 같은 것일 뿐, 사랑의 끝에는 언제든 고독한 자기 자신만이 남는다는 비극적 진실에 울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일까요?


『냉정과 열정 사이』를 시작으로 저자의 작품을 거의 읽어본 듯하다.

이 책 또한 사실은 재독한 책인지라, 이전 리뷰와 크게 다를 게 없어 중복된 내용들은 일부 생략했다.

저자의 작품을 읽고 나면 문득 그런 생각도 든다.

아, 이 주제를 굉장히 냉철하게 표현했구나!

아, 이 주제를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구나!

또한, 내용이 부드럽게 이어질거라 생각하지만 저자의 글을 읽고나면 글과 관련된 소재에 관해 굉장히 냉철하게 다루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저자의 작품을 거의 봐온 한 사람으로서 그녀의 작품은 아마 30대 후반은 되어야 더 와닿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s*****3 2021.06.04.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진행형이거나 끝나가거나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진행형이거나 끝나가거나 울 준비는 되어 있다." 내용보기
현재 사랑을 시작하거나 하고 있거나 끝나거나 행복한 순간에도 사람은 울 준비가 되어 있다. 그 때를 놓쳐 나중에 가슴에 맺히기도 하고 제 때 울어 허전함과 충만함을 동시에 느끼기도 한다.    남편이 곁에 있어도 애인이 있어도 외롭다. 쓸쓸하다. 허전하다. 누군가 곁에 있어도 말이다. 그건 나이와 상관이 없다. 그리고 그 외로움과 허전함은 그림자처럼 자연스럽고 뗄 수 없
"진행형이거나 끝나가거나 울 준비는 되어 있다." 내용보기

현재 사랑을 시작하거나 하고 있거나 끝나거나 행복한 순간에도 사람은 울 준비가 되어 있다.

그 때를 놓쳐 나중에 가슴에 맺히기도 하고 제 때 울어 허전함과 충만함을 동시에 느끼기도 한다. 

 

남편이 곁에 있어도 애인이 있어도 외롭다. 쓸쓸하다. 허전하다.

누군가 곁에 있어도 말이다.

그건 나이와 상관이 없다.

그리고 그 외로움과 허전함은 그림자처럼 자연스럽고 뗄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평생을 함께 가져가야 할 그 감정들, 슬픔들, 아픔들.

그렇다면 울자.

울고 싶을 때 울고 눈물을 닦고 싶을 때 닦자.

그리곤 다시 또 아파할 준비를 하자.

 

<열대야>

서로 사랑하는 두 여인.

당당하게 사랑하며 살아가지만 가슴 한 켠엔 불안함과 쓸쓸함이 있다.

"인생은 위험한 거야. 거기에는 시간도 흐르고, 타인도 있어.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고 강아지도 있고 아이도 있고."

"아파트로 돌아가면 우리는 꼭 껴안고 잠들리라. 아마도 오늘밤은 섹스도 하지 않고, 그냥 딱 달라붙어 잠들리라. 남자가 있고 여자가 있고 강아지가 있고 아이도 있는 이 세상 한 귀퉁이에서."

사랑에 시간은 보통 적이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그들은 남자와 여자와 강아지와 아이가 있는 이 세상 한 귀퉁이에서 서로의 사랑을 버팀목 삼아 동시에 그 사랑을 지속시키기 위해 더 많이 애쓰며 살아갈 것이다.

 

<골>

"우리 한때는 서로 사랑했는데, 참 이상하지. 이제 아무 느낌도 없어."

부부지만 이제는 타인처럼 느껴진다.

분명 사랑했던 사람인데 말이다.

 

<생쥐마누라>

존재감을 행복감을 백화점에서 찾는다. 그 곳에서 자신의 규칙대로 움직인다.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연인 다카시는 다른 여자와 잤다며 사과를 한다.

아야노는 울지 않는다.

단지 "나는 어쩌면 울어야 했는지도 모른다......그 때 내 심장의 일부는 이미 죽었다. 너무나도 외로워 말라비틀어져."

일곱 살 조카 나츠키를 바이올린 레슨에 데려다주고 헤어지며 아야노는 생각한다.

"나는 다카시의 친절함을 저주하고 성실함을 저주하고 아름다움을 저주하고 특별함을 저주하고 약함과 강함을 저주했다. 그리고 다카시를 정말 사랑하는 나 자신의 약함과 강함을 그 백 배는 저주했다. 저주하면서 아직은 어린 나츠키가 언젠가 사랑을 하고 연애를 한다면, 더 강해 주기를 기도했다. 여행도 많이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한껏 사랑받고,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기를 기도했다."

사랑의 쓸쓸함과 아픔에도 아야노는 다가올 나츠키의 아픔과 고통을 응원한다. 결코 피하고 도망가지 않고 더 강하게 맞서기를 말이다.

 



v********e 2010.09.20. 신고 공감 1 댓글 4
리뷰 총점 종이책
우리, 이제 곧 추락할거야
"우리, 이제 곧 추락할거야" 내용보기
뜻하지 않게 다시 읽게 되었다. 첫장을 펼치고 나서야 읽었던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뽑아 들기 전까지 몰랐다. 한 번만 펼쳐 보았더라면 알았을텐데, 도서관이 문 닫아 버린 후라 급하게 후다닥 챙긴 탓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펴든 책. 아, 그 때도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읽게 된 기억이 어렴풋 떠올랐다. 그제서야.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얼마나 많
"우리, 이제 곧 추락할거야" 내용보기
 

 뜻하지 않게 다시 읽게 되었다. 첫장을 펼치고 나서야 읽었던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뽑아 들기 전까지 몰랐다. 한 번만 펼쳐 보았더라면 알았을텐데, 도서관이 문 닫아 버린 후라 급하게 후다닥 챙긴 탓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펴든 책. 아, 그 때도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읽게 된 기억이 어렴풋 떠올랐다. 그제서야.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울 준비를 하고 살고 있을까, 하는 물음이 문득 들었다. 준비를 하고 우는 인간이 얼마나 있을까. 그건 간사한 인간들이나 할 수 있는 짓이 아닌가. 갑작스레 닥쳐 온 일의 놀라움 때문에 우는 것이 정상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허나, 울 준비가 되어 있다니. 이 무슨 되먹지도 않은 소리인가.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 울 준비를 해야 하는 인생. 그 서러움이 절절히 느껴진다.

 

 당신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어.

 우리 지금, 막다른 골목에 있는 거야.

 우리 한 때는 서로 사랑했는데, 참 이상하지. 이제 아무 느낌도 없어. 당신, 그거 어떻게 생각해?

 시간을 질질 끌면서 제집인양 즐기는 어리석고 고독한 젊은 여자나 한가하고 고독한 주부하고는 다르니까.

 과거, 빛나는 사랑을 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우리, 이제 곧 추락할거야.

 

 에쿠니 가오리. 그는 언제나 이별을 말하는 듯 하다. 수 많은 여자들이 그의 소설에서 등장하지만, 사랑과 결혼은 언제나 다다를 수 없는 꿈이며  다가오지 않기를 바라는 절망이다. 한 때, 내 몸 전체를 달아 오르게 만들었던, 반짝 반짝 빛나던 그 사랑. 한 때, 내 전부를 바쳐도 아깝지 않으리라 믿었던 그 열정과 애틋함. 그 모든 것이 흔적도 없이 아스라히 사라져 버린 빈 자리를 쳐다보는 것 같은 서글픔을 표현한다. 그것이 너무, 안타깝다.

 

 이 단편집은 사랑이 끝난 자리에 서 있는 여성들이 등장한다. 고독함은 일상처럼 곁에 와 있고, 그것을 말릴 생각도, 식혀버릴 생각도 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생각하고 있다. 도대체 이 고독함은 무엇인지 사색하는 듯 하다. 마치 그것 또한 사랑이라 여기며, 즐기는 것 처럼. 물론 언제고 사랑은 끝난다. 그것은 영원하지 않다.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 언제나 이별은 예견된 것이다. 그것은 생겨나는 동시에 예고한다. 안녕하세요, 난 사랑입니다. 하지만 난 언젠가 죽습니다. 그것을 기억하세요, 라고. 그러니까 마치, 우린 이제부터 추락하기 시작할 거에요, 기억해 두세요. 라는 말을 건네는 것 같다. 그러니까, 울 준비를 해두세요, 라고. 그가 속삭인다.

m*******y 2007.01.26.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