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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의 밤을 처음 읽은 건 10년도 더 전이다. 난 그때 대학생이었고, 공공도서관에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업무의 대부분은 반납 들어오는 책을 분류해서 서가에 정리하는 일. 도서관 알바한다 하면 꽤나 고상한 알바구먼 하는 반응이 많은데 주말마다 쏟아져들어오는 반납 책 무더기를 본다면 아무도 그런 소리는 못할 거다. 게다가 정리해도 정리해도 책은 무한리필. 몇시간 내내 종종 거리며 책을 서가에 정리하는 고된(?) 시간 속에서 유일한 재미라고는 이 책 저 책 기웃거리며 몰랐던 작가와 작품을 알아가는 것뿐이었다. 폴 오스터의 신탁의 밤도 그런 책 중 하나였다. 누군가 빌렸다 반납한 책을 들고 가 정리하다가 왠지 펼쳐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첫 페이지를 펼쳐 몇 장을 서서 도둑처럼 읽었다. 포르투갈제 파란 노트. 그날 퇴근할 때 이 책을 대출해서 내 방에 돌아와 읽었다. 그때부터 난 폴 오스터의 팬이다. 책장에도 폴의 책이 잔뜩있는데 이젠 이북까지! 인생에 우연이란 참 신기하고 재밌는 조미료다. 혹은 그 전부일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