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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나서 그냥 어딘가에 묻혀버리고 마는 것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어 같이 느끼고 싶은 것도 있고 두고두고 내 곁에 두어 한번씩 뒤적거려보고 싶은 것도 있다. 얼마전에 선물받은 이 책은 내 마음에 꽃을 피워주어 가끔씩 펼쳐보게 될 것 같다.
예전에 아주 좋아하던 사진기도책이 있었다. 한손바닥안에 들어올만한 폭을 가진 흑백사진집이었는데 짤막하게 덧붙여있는 기도문들도 좋았지만 그 사진들을 보고 또보고 기도를 하면서 그렇게 내 청소년시절이 흘러갔다.
내 마음의 정원은 이 비슷한 느낌을 갖게 해주는 책이다. 사진대신 직접 그린 그림이 자리를 차지했고 기도문대신 짤막한 글이 실려져있는데 날마다 피워낸 한송이의 꽃들이 어우러져 편안한 정원을 만들었다.
화려한 꽃들의 자태를 뽐내는 고급화원도 아니고 인공적으로 키워낸 식물원의 푹푹찌는 듯한 온도의 숨막힘도 아니고 울도 담도 없는 시골집의 앞마당에 작은 꽃들이 이쁘게 피어있어 어느날 무심결에 내 눈에 띄어 함빡 웃음을 던져 주는 아름다운 정원이다.
거기 한구석에 꿈을 꾸는 토끼도 있고 외출했다 돌아온 강아지도 있고 구름과 새들과 물고기들이 같이 살아가고 있다. 커다란 나무가 바람을 품고있고 천사가 지키고 있다. 나는 거기서 하늘을 나는 꿈을 꾸고 무지개 비를 맞으며 이야기 꽃을 피운다.
아무 곳이고 한페이지를 펼쳐서 환상적인 그림만 보고 있어도 이쁜 꽃 한송이 피어올릴 수 있다. [인상깊은구절] 마음의 꽃 너는 나의 숨소리를 들었고, 나는 너의 외침을 들었다. 너는 내가 울고 있을까봐 슬퍼했고 나는 초조해 하는 너 때문에 마음 아팠다. 우리는 이렇게 가깝고도 또 멀리 있구나 하지만 겁내지 마 ! 겁내면 안 돼 ! 우리 마음에 한 송이 아름답고 순결한 꽃이 피어나 테니 |
| 화려한 색으로 채색된 그림책을 거의 20년만에 읽은 듯 하다. 이 책을 처음 접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그림책 특유의 냄새와 종이의 질감부터 느껴보는 일이었다. 아~ 이 냄새. 자연의 향도 아닌것이 매우 친근하다. 예전에 느껴봤던 그림의 향. 까칠까칠하고 왠지 무엇인가가 만져질 듯한 그 느낌은 잃어버렸던 무엇인가를 다시 찾은 기분을 주었다. 소녀의 다이어리를 읽듯이 살며시 넘기면서 읽은 이 책의 곳곳에는 극히 개인적인 느낌이 나타난다. 혼란, 고독, 희망, 꿈, 지루함 누구나 느끼는 일상의 일들이 그림과 조화를 이룬다. 물론 낯설지 않은 것이고, 누구나 느껴봤던 것들이다. 인간의 정서에 공통분모가 되는 존재에 대한 확인. 그것이 주는 정서적 안도감과 편안함이 이 책이 던지는 기쁨일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읽는게 맞는 듯 싶다. 그림을 먼저 보고, 그림을 통하여 얻은 감성을 글로 해석하는 것이다. 물론 굳이 책의 내용에 나의 감성을 맞출 필요는 없다. 읽고, 보고, 느낀 것만큼의 개인적이고 자유로운 활동은 그 무엇에도 구속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빗속을 거닐기로 약속했다. 그대는 각자 우산을 하나씩 들어야 한다고 고집했고, 남들과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우리만의 빗소리, 우리만의 기쁨은 남들이 알지 못하는 곳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 77p <서로 다른 빗소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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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리아오(Jimmy Liao)는 타이베이에 살고 있으며,글쓰기와 더불어 그림도 그린다.환상적인 색감과 마음을 울리는 아포리즘 (aphorism: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금언 ·격언 ·경구 ·잠언 따위를 가리킨다.)으로 평단의 극찬과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그는 어느해 봄 혈액암에 걸려 투병하다 몇년 후 병이 나았다.
혈액암으로 고통을 겪어서인지 그의 시에는 고통,아픔,희망이 공존하고 있다.그의 시를 들여다보면,사람은 아픔과 고통속에서 더 많이 성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추락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끝이 보이지 않는 삶의 끝자락에서의 고통의 늪이 보인다.같은 아픔을 공유하는 자만이 느낄수 있는 공감이 가는 글들이 많다.
그가 직접 그린 그림이 시를 이해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그림이 웃음을 자아내게도 하고,그림이 너무 예쁘다.시집에서 그림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인생의 무게를 표현한 글조차도 그림이 유머롭게 표현해 준다.이 책은 시집이라기 보다 철학서를 읽는것 같다.매번 울림이 있는 시들,너무 어렵지 않은 시,여러번 읽을수록 더 진한 맛이 나는 시들.그의 시를 읽다보면 수많은 나와 우리를 만나게 된다.그의 시에는 인간만이 아닌 자연과 동물들도 동참하여 재미를 더해 준다.이 시집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도전의식,버림의 자유,창의력,발상의 전환,희망,절망,달관,자유에의 갈망,아픔,고통,방황,외로움,허무...희노애락만이 아닌 수없이 많은 정서를 포함한 글들을 만나게 된다.
내 나름의 독서를 통해서 알게된시를 이해하는 방법을 간략하게 소개한다.1. 시를 읽으면서 바로 눈앞에 그림을 그리듯 풍경이 그려지게 감상하면 이해하기 쉽다.2.한 번 읽어서 이해가 안되는 시는 여러번 읽으면 이해가 된다.3.1차적인 뜻이 아닌 시가 내포하고 있는 2차적인 의미를 생각해 본다.이 책의 많은 시 중에서 내게 감동으로 다가온 시 한편을 소개한다.
상 대 론 사람은 물고기가 아닌데,어찌 물고기의 슬픔을 알 수 있을까?
물고기는 새가 아닌데,어찌 새의 즐거움을 알 수 있을까?
새는 사람이 아닌데,어찌 사람의 무지를 알 수 있을까?
사람은 새가 아닌데,어찌 새의 자유를 알 수 있을까?
새는 물고기가 아닌데,어찌 물고가의 깊이를 알 수 있을까?
물고기는 인간이 아닌데,어찌 인간의 유치함을 알 수 있을까?
너는 내가 아닌데,어찌 나의 이중성을 알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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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지미의 정원... 그곳에 가면 이런 시를 만날 수 있다. 깊은 우물에 빠진 나는 고래고래 소리치며 구원을 기다린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참담한 마음으로 고개를 떨군다 순간 물 속에서 반짝거리는 별빛을 발견한다 나는 항상 가장 깊은 절망의 늪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이로움을 만나곤 한다 Jimmy Fantasy라는 이름으로 세 권이 출판되었다. 1권은 이 작품이고 2권은 <지하철>, 3권은 <왜? Pourquoi >다. <지하철>을 먼저 봤다. 그 작품이 아름다운 그림책이었다면 이 작품은 시가 있는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모두 자신만의 마음에 정원 하나씩은 가꾸고 산다. 나도 내 마음에 정원을 가꾼다. 들여다보면 썰렁하고 황폐하지만 그것은 나만이 가지고 가꿀 수 있는 정원이다. 지미는 지미의 정원을 가꾼다. 아름답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자의 눈은 경험하지 못한 자와는 다를 것이다. 그는 때론 절망했을 것이고 때론 실망했을 것이고 그러면서 희망이라는 끈을 놓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그림은 쓸쓸하다. 유머가 있으나 눈물을 흘리게 한다. 그 눈물이 떨어져 누군가의 정원에 하나의 꽃을 피운다. 장미를 위해 눈물을 흘린 어린 왕자처럼. 시라고 하기보다는 낙서 같은 끄적임이고 그림이 있는, 그림에 맞춘 말들의, 어휘의 나열이다. 그런데 그런 가벼운 그의 시가 마음에 든다. 시가 별거던가. 마음에 들면 시지. 내 마음의 정원에 지미가 들어와 꽃을 피워 줬다. 그를 위로하던 고양이처럼 그는 나를 모르지만 그를 아는 난 행복하다. 그의 그림을 보고 글을 읽을 수 있기에... 어쩌면 작가보다 독자가 더 행복한 존재 아닌가 싶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작가를 만나 기쁘다. 역시 세상은 넓고 읽을거리는 많다. 고로 나는 즐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