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0%
  • 리뷰 총점8 10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0.0
  • 50대 8.0
리뷰 총점
저를 버리지 마소서! [예수의 마지막 유혹]
"저를 버리지 마소서! [예수의 마지막 유혹]" 내용보기
1. 예수님 오신 날이다. 이 땅에 오고가는 이들이야 많지만, 그만큼 큰 발자국을 남긴 이도 드물 것이다. 그래서 그가 태어난 날을 기리며 그가 우리에게 베푼 것에 감사를 드리는 날이다. 그렇지만 교회를 나가지 않는 터라 나한테는 예수님 오신 날이라 해도 집에서 보내는 그냥 해날일 따름.   아내와 아이들은 아침나절에 캄보디아와 베트남으로 구경을 떠났으니 혼자 보내는 날
"저를 버리지 마소서! [예수의 마지막 유혹]" 내용보기

1.

예수님 오신 날이다. 이 땅에 오고가는 이들이야 많지만, 그만큼 큰 발자국을 남긴 이도 드물 것이다.

그래서 그가 태어난 날을 기리며 그가 우리에게 베푼 것에 감사를 드리는 날이다.

그렇지만 교회를 나가지 않는 터라 나한테는 예수님 오신 날이라 해도 집에서 보내는 그냥 해날일 따름.

 

아내와 아이들은 아침나절에 캄보디아와 베트남으로 구경을 떠났으니 혼자 보내는 날이다.

집에 아무도 없어 마음대로 해도 걸리는 게 없다. 뭘 할까?

피붙이들을 공항에 데려다 주러 가보니까 밖은 조금 추웠다.

그래서 산에 가는 건 뒤로 미루고 오늘 같은 날 안 보면 보기 힘든 영화를 골랐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1988년에 만든 <예수의 마지막 유혹 The Last Temptation of Christ>이다.

하나님을 믿지도 않는 나 같은 이가 좋아할 영화는 아니지만, 그냥 보고 싶었다. 그가 태어난 날이니까.

보기 앞서 마음이나 보고 나서 마음이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성경에 나오는 믿기 어려운 일들에 물음표를 가득 갖고 있었던 옛날이나 그냥 덤덤하게 바라보는 이제나

나하고는 하나님이나 예수님이 가깝긴 어렵다는 걸 다시 깨닫기만 했을 뿐...

 

2.

목수일을 하면서 십자가를 만들기도 하여 같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돌을 맞기도 했던 예수(윌리엄 데포)는

십자가에 묶여 손과 발목에 대못을 박히고 아픔에 소리치는 이들의 목소리를 곁에서 듣고 있을 수만 없다.

또한 이즈음 귓가를 맴도는 목소리를 뿌리칠 수가 없다. "너희를 버리지 않는다. 너희를 버리지 않는다..."

 

사막에서 홀로 하나님을 만나고 온 다음부터 달라진 예수가 사람들에게 말한다.

"하나님의 세상이 이제 여기 왔소. 당신의 빵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시오. 돈도 나눠 주고...

내가 열쇠를 쥐고 그 문을 열 겁니다...삶을 헛되이 보내지 마시오. 예루살렘으로 나와 같이 갑시다..."

 

그래서 로마 사람들의 눈에는 예수가 눈엣가시다. 이들한테 빌붙어 사는 유대인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끝내 예수는 그를 내친 유다(하비 키이텔) 때문에 로마 사람들에게 잡혀가 십자가에 박힌다.

 

골고다 언덕에서 손과 발목에 큰 못이 박히며 그 아픔으로 미칠 것 같은 예수는

구경나와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외친다.

"아버지, 저와 함께 하소서. 절 버리지 마소서.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소서..."

 

3.

예수의 아픔을 챙겨주는 천사가 곁에 있다가 말한다.

"당신의 아버지는 처벌의 하나님이 아니라 자비의 하나님이세요. 당신의 피를 바라지 않으십니다.

그가 꿈속에서 죽게 하라, 하지만 삶을 살게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은 할 만큼 하셨어요..."

천사는 예수의 손과 발목에 꽂힌 못을 뽑고 거기에 입을 맞추고 손을 잡고 골고다 언덕을 내려온다.

 

골고다 언덕을 천사와 같이 내려온 예수는 막달라 마리아(바바라 허쉬)와 혼인식을 올리고 같이 살게 된다.

이제 사람답게 즐거움을 누리며 아이들도 낳으며 살아간다.

 

그러다가 바울이 거리에서 외치는 소리를 듣는다. 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죄로 인해 그는 대신 벌을 받았소. 고문 당하고, 십자가에 못 박혔지.

그러나 사흘 뒤에 죽은 사람 가운데서 살아나셔서 천국으로 올라가셨지. 죽음이 정복됐어...

에이멘, 그 뜻이 뭔지 아나요? 그가 죽음을 이겨냈다는 뜻이오..."

 

예수는 그 소리를 듣고 참지 못하고 바울한테 따진다.

"나는 이제 사람으로 살고 있소. 일하고 먹고 아이도 있소. 삶을 즐기고 있소. 나에 관해 거짓말을 마시오"

 

우리가 익히 알던 예수의 모습이 아니다. 영화는 이런 예수를 나무란다. 바울이 예수에게 따진다.

"불행하고 불쌍한 사람들의 희망이 뭔 줄 아시오? 부활이오. 부활하신 예수님은 세상을 구원할 것이오.

당신이 예수든 아니든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당신 이름이 들어가야 하는 거요. 당신이 죽었든 살든"

 

4.

기독교를 바탕으로 깔고 살아가는 서양 사람들이 보기에는 참 잘 만든 영화라 하겠다.

예수의 삶을 뒤집어 까발리고 다시 살펴보는 건 남다른 생각이라서 놀라웠다.

꼼꼼하게 되짚으면서도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솜씨가 돋보였다.

 

그런데 예수가 혼잣말로 하는 목소리와 밖에서 하나님이나 천사나 때로는 악마가 내는 목소리가

영화 속에서 이리저리 뒤섞여 쉽게 마음에 와닿지 않을 때가 있어 아쉬웠다. 

 

십자가에 끼울 무거운 대들보 나무를 어깨에 매고 가는 일부터 발가벗고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 일까지

하면서, 예수를 맡은 윌리엄 데포는 하나님의 아들이 아니라 사람의 아들을 보여주느라 애를 썼다.

그렇지만 나 같은 사람한테는 생각보다 울림이 적었다. 밋밋하다고 할까.

 

오히려 로마 사람들이나 이스라엘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돈을 갖고 오는 사내라면 누구나 받아들이는

갈보 막달라 마리아 노릇의 바바라 허쉬가 더 돋보였다.

같은 겨레가 짊어질 십자가를 손수 만들어 지고 가는 예수가 못마땅해서 그 얼굴에 침을 뱉을 때나,

"만일 당신 영혼을 구원하고 싶으면 이곳에서 그걸 찾을 거야" 하며 옷을 내리고 예수의 손을 끌어갈 때의

얼굴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어떤 나라든 힘 없는 백성들을 괴롭히고 못 살게 구는 무리가 있다면,

예수 같은 이가 나서서 백성들을 사랑으로 보살피고 다독거리고 힘을 줄 것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쪽에서 보면,

저들과 뜻이 같지 않은 예수 같은 이는 모두 없애거나 입을 막아야 할 사람일 뿐이겠지만.

 

우리 나라를 빼앗은 일본에 맞서 싸웠던 김구 선생을 비롯해서 독립운동을 한 분들이나,

이 땅에서 박정희나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에 독재에 맞서 싸운 이들이나,

가끔 거짓말로 나라를 꾸려가는 요즈음의 정부에 맞서 바른 말을 하면서 고치라고 외치는 이들도, 

모두 이스라엘 땅의 예수와 같은 이들이라고 생각한다.

예수가 말한 사랑만이 아니라 때로는 돌이나 나무막대기를 들고 대들기도 했지만.

 

5.

예수가 일으킨 온갖 기적과 세상을 구원했다는 이런 영화를 보면 어쩐지 마음이 편치 않다.

굶주리고 헐벗었으며 로마 사람들과 힘센 유대인들한테 짓밟힌 이스라엘 백성들한테

예수가 사랑으로 베푼 희생은 거룩하다고 본다. 그러나 그건 이스라엘 땅에 맞는 이야기일 뿐이다.

게다가 그런 기적은 세월이 흐르면서 부풀려지고 키워져 엉뚱한 모습으로까지 나아가고...

그 믿음도 사람이 만들어낸 생각들인데 이젠 거꾸로 사람을 옭아매고 있는지도 모르고. 

 

이 땅의 아픔은 예수가 풀어준 게 아니라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피를 흘리며 싸우고 이뤄낸 것이다.

고구려와 신라, 백제, 고려, 조선 사람들은 예수의 베품에 아무런 덕을 입지 못했다. 이제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온 세상을 예수 혼자서 다 구원했다는 식으로 말하는 이는 내 눈에는 그저 안쓰럽게 보일 따름이다.

어쩌다가 로마에서 믿음으로 인정받은 덕분으로 세상에 널리 퍼졌기 때문에 우러러보는지 몰라도.

 

영화는 첫머리에서 복음성경을 바탕으로 한 게 아니라 마음대로 꾸몄다고 밝히고 있으나,

없는 일을 만들어낼 수가 없으니 성경에서 빌려온 게 너무나 많다.

성경을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은 낯선 구석이 많은 영화였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본디 책을 바탕으로 삼았지만, 영화는 성경의 이야기를 갖고 뒤틀어 놓았다.

 

마치 같은 날 태어난 이의 삶을 견주어 예수의 삶을 뒤틀어 되짚어 보는, 

테리 존스 감독이 1979년에 만든 영화  <라이프 오브 브라이언 Life of Brian>을 보는 느낌도 들었다.

 

나온 지 스물세 해나 지난 영화지만 디뷔디는 화면과 소리가 좋다. 깨끗하다.

감독과 배우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글로 밝혀놓았으며, 영화를 찍을 때의 사진도 덤으로 담아 놓았다.

또한  음악을 맡은 피터 가브리엘의 뒷얘기도 들을 만 하다. 예고편은 없다.

디뷔디 집에는 상영시간이 240분이라 적혀 있으나, 본 영화는 164분이다.

이만 하면 2,900원짜리 디뷔디치고는 엄청 좋은 셈이다. 안 사기 어려운 디뷔디다.

b******g 2011.12.26. 신고 공감 8 댓글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