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 전에 써 놓았던 리뷰이나... 다시 읽어보고 있는 책이라 리뷰를 남깁니다.)
99년 '' 김현준의 재즈파일'' 이후 5년만에 비평가 김현준씨의 신간이 나왔습니다.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경험했듯이 비평가 김현준의 글쓰기는 탁월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하여 매우 논리적이고 경험에 근거하며 조금은 과잉된 듯하나 진정성이 느껴지는 감성의 노출을 통해 큰 공감을 줘 왔습니다.
전작 <재즈파일>이 재즈 역사서로서 그간의 여러 번역서들이 주지 못했던 독특한 역사 인식으로 재즈를 처음 접하는 감상자들에게도 재즈듣기의 좋은 가이드로 인식되었다면, 신작 <재즈노트>는 비평가로서의 치열한 고민이 녹아 있는 본격적인 비평서입니다.
몇년 전 어떤 인터뷰를 통해 다음 저서는 쉽지 않은 비평서가 될 것이라 선언했듯이 이 책은 어느 정도 재즈에 대한 이해를 가진 사람들조차도 저자의 사상을 읽어 나가기에 버거움을 느낄 만한 무게감이 있습니다. 두 번을 연달아 읽어야만 했던 이유도 사실 여기에 있었습니다.
이 책은 결코 친절한 가이드북이 아닙니다.
우선 첫 장 ''재즈의 현상과 본질에 대한 관찰''에서 다루고 있는 작곡, 구성, 편성, 즉흥성 등 재즈의 근간을 이루는 요건들에 대한 고찰에서도 그가 다루고 있는 주요 연주자와 역사적 맥락을 상당 부분 경험하거나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고개를 끄덕이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그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첫 장에서 다루고 있는 재즈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에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감상자로서의 재즈 듣기는 보다 성숙해 질 수 있어 보입니다.
사실 그 다음 장들인 ''재즈, 그 영욕의 역사를 찾아서'', ''재즈와의 대화'', ''우리 시대의 재즈'' ''이 땅에서 재즈를 듣는다는 것'' 등은 첫 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막힘 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기는 하나 이 역시 비평가로서 오랜 시간 고민해 온 치열함이 그대로 묻어 있어 그 사상 자체를 쉽게 이해하기 어렵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그러나 저자가 끓어 오르는 감정으로 재즈의 마에스트로들에게 보내는 편지나 기존 평론가들에게 날리는 일갈을 읽어 내려가면서 느끼는 감동은 두고 두고 마음에 담아 놓을 만 합니다.
특히 전작에서, 또는 저자가 진행했던 라디오 프로그램 등에서도 어느 정도 다루었던 부분이긴 하나, 현대 재즈와 한국 재즈를 바라보는 시선은 재즈 감상자로서 가져 왔던 선입견이나 감상 객체를 제한해 왔던 습관들에 반성을 불러 오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아직 우리의 재즈 문화가 열악하여 우수한 비평가들이 제 목소리를 보다 광범위하고 깊게 전달하기에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 결과로 국내 비평가, 컬럼니스트에 의해 발간된 거의 모든 재즈 관련 서적들이 초심자들을 위한 정체 모를 가이드나 기준을 알 수 없는 추천서, 또는 짜집기식 역사서가 되어 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그냥 묻혀 버리기엔 아까운 저서들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비평가로서의 사명감, 자기 반성이 그대로 반영된 비평서가 발간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반가울 수 밖에 없으며, 그 내용 또한 전례 없이 새롭고 뛰어나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우리가 재즈를 들으면서 굳이 연주를 이해하거나 분석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감상자에 따라 이런 이해 과정이 매우 즐거운 ''감상법''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사실입니다.
저자의 말처럼 재즈는 ''아는 만큼 들리는'' 음악입니다.
편집 음반들이 이 작은 재즈 시장의 상당 비율 판매량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처음 재즈를 접하는 사람들이 그 편집 음반들이 강요하는 재즈의 범위에서 당장 벗어나기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우리에겐 그럴 수 있는 믿을 만한 가이드도 부족하고, 세상엔 너무나 많은 연주자들이 존재하며, 이미 재즈는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어 감상의 출발점을 잡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입니다.
재즈를 원론적으로 다시 접근해 보고 싶거나, 감상의 한계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분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재즈노트>재즈파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