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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마이클 무어(볼링 인 콜롬바인, 화씨 911로 요즘 돌풍(?)을 몰고 오고 있는 다큐멘터리 감독)의 '멍청한 백인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 바 있다. 그의 책을 보나 다큐멘터리를 보나 부시에 대한 그의 인상은 부정적이다. 부시를 멍청이라 말하며, 미국의 폐해를 비판하고, 특히 이번 이라크 전쟁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상당히 재미있고, 흥미로우면서도 지나치게 시선이 편중되어 있다. 지금 미국이란 나라가 치닫고 있는 문제점을 꼬집어 주는 것은 고맙지만, 마치 배가 가라앉는 이유는 오로지 부시라는 선장때문이라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는 이유는 왜일까. 불어오는 바람과 그로 인한 거친 파도. 빈약하게 흔들리기만 하는 배. 살고 싶은 욕망에 선장의 명령을 무시하고 우왕자왕 하는 선원들. 그리고 이런 곤란한 상황 중에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한탕 벌리려고 선장을 꾀하는 부선장(물론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조차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좀 드물겠지만 굳이 예를 들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리처드 클라크 역시 부시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특히나 4명의 대통령을 연속으로 곁에서 지켜봐온 그는, 주관적인 생각이 담겨 있을 거라는 서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마이클 무어에 비하면 많이 객관적인 편이다. 물론 주관적인 시선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먼발치에서 남들이 하는 얘기를 통해 정보를 얻어 폭로하는 마이클 무어와 비교할 때, 펜타곤 안에서 직접 닥쳐온 상황을 대통령과 여러 간부들과 함께 대처해 나간 그가 훨씬 정확히 그 때 그 때의 상황을 안다는 건 어쩔 수 없다.
특히나 흥미로운 것은, 이 책에 나온 몇 가지 사실이 마이클 무어의 '멍청한 백인들'에 나온 내용을 무색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똑같이 부시에 대해 부정적이고 비판적이지만, 그것을 나타낸 방법은 매우 다르다. 좀 더 정리된, 그리고 어찌 보면 정확한 미국 대통령이나 미국 정부가 움직이는 방향을 알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한 번 읽어볼 필요가 있다.
물론 '모든 적들에 맞서'는 순전히 정치적인 차원의 얘기다. 마이클 무어의 경우 미국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다룬다는 것에서 이 책과는 조금 다른 차원의 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정치나 부시나 911 테러의 불똥으로 번진 이라크 전쟁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의외로 책은 술술 읽힌다. 마이클 무어의 '멍청한 백인들'을 전채로 섭취한 다음 정치쪽으로 편중되어 있긴 하지만 나름대로 맛있는 리처드 클라크의 '모든 적들에 맞서'를 주식으로 섭취한 후, 후식으로 마이클 무어의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나, 밥 우드워드의 '공격 시나리오'를 읽음으로써 뇌에 균형잡힌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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