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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린 시절 어렴풋이 기억 나는 동화책 삽화가 있다.
달빛이 비춰주는 푸르스름한 방안에 화롯불이 놓여있고
할머니의 옛 이야기를 듣는 손자. 창밖은 흰눈이 펑펑 내리고.
왜 그 장면이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나는지 모르겠다.
그 당시도 할머니의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는 사라지고
코메디에서나 들음직한 멘션이었다.
할머니는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오는 거라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까치는 한자로 鵲(까치 작) 이란걸 알았다.
그리운 옛날을 뜻하는 昔(그리울, 옛날 석)과 鳥( 새 조)를 합친
형성자였다.그리움을 물고 오는 새란 뜻이다.
여담으로 설이 되면 항상 방송을 타는 설 노래에 까치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설날은 오늘 이래요란 동요가 있다. 어제는 한자로 작일(昨日)
이라 한다. 까치의 한자 작과 동음이의어로 가사를 붙인이의 재치가 엿보인다.
까치는 과거형이다.과거는 그리움이라는 선택적 미학을 부여한다.
그래서 까치가 울면 누군가 그리워 하는 누군가가 와줄것 같은 놀부의 제비다.
그러나 기다림의 기대는 거의 이뤄지는 법이 없다. 흥부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기대는 그런거다.기대하지 않을때 기대가 와야 진짜 기쁨인것이다.
어느 중국영화에 친구가 우연히 찾아오니 반갑게 맞이하며 들어가서 옛이야기를 하며 놀자는 대사도 그런 매락이다.
논어 첫장에 유붕자원방래 불역열호(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 )
-멀리서 옛친구가 찾아오니 이또한 기쁨이 아닌가.-
왜 첫장에 이 문장이 들어갔겠는가. 모든 편집은 처음과 마지막이 가장 중요하다.
어느 트롯프로그램에서 설운도가 노래도 첫소절과 마지막 소절이 가장 중요하다 피력한바있다.영화 역시 처음에 시선을 끌지 못하면 흥행견인차는 힘들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은 또 얼마나 매력적인가.
이 책의 원제는 日本の昔話 일본의 옛이야기 즉 옛이야기는 일본어로 昔話(むかしばなし)이다.그리움도 있고 까치도 나오는 옛이야기는 우리들의 마음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 책의 옛이야기는 昔 ,무카시 무카시(むかしむかし), 大昔 모두 이렇게 시작된다.
우리도 옛날 아주 옛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로 이야기를 꺼내듯.
40여년이 넘은 스타워즈의 타이틀롤의 시작 역시 once upon a time이다. 먼과거든 먼 미래든
동양 이든 서양이든 옛이야기는 황금빛 저녁놀 아래 호숫가 같은 안식처이다.
위에서 말했듯 할머니의 옛이야기가 그 오래전에도 한물갔지만 지금도 마음 한구석에서
혼자 놀고 있다 어느 순간 엄마가 부르면 뛰어가는 기억이 되는 것이다.
프루스트의 차 한잔에 적신 한조각 마들렌이 잃어버린 기억의 매개체가 되듯이.
옛이야기는 잃어버린 시간 이지만 결국 다시 찾아 나서게 되는 영원의 화두이다.
여담으로 이 책의 저자는 일본민속학의 泰斗 야나기타 쿠니오(柳田國男)이다.
야나기다 쿠니오 (柳田 邦男(やなぎだ くにお)논 픽션작가)와 한동안 헷갈린 적이 있었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가는 할아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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