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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 지나가는 풍경과 보잘것없는 일상의 조각들이 이토록 매혹적인 문장으로 변주될 수 있다니. 사소한 것들을 바라보는 특유의 엉뚱하면서도 위트 있는 시선에 금세 매료되었다. 배수아 작가의 감각적인 번역 덕분에 문장 사이를 천천히 거니는 것만으로도 아득하고 아늑한 사색에 잠기게 된다. 곁에 두고 두고두고 꺼내보고 싶은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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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베르트발저_산책 📎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를 읽으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아름다움이었다. 그는 길가의 나무와 들판, 바람과 햇살처럼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풍경들을 유난히 다정한 눈으로 바라본다. 자연을 묘사하는 문장들을 읽다 보면 마치 풍경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산책자의 발걸음을 따라 걷는 기분이 들었고, 평범한 일상 속에도 충분히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작가 자신의 삶이었다. 발저는 평생 산책을 사랑했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산책을 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눈 덮인 들판 위에 남겨진 그의 마지막 모습은 어쩐지 그의 작품을 떠올리게 했다. 마지막까지 걷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연과 산책이 그의 삶에서 얼마나 큰 의미를 차지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의 삶과 작품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이어져 있었던 셈이다. 또 한편으로는 발저가 자신의 생활 반경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살아왔다는 점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만약 그가 더 넓은 세상을 여행하며 다양한 나라와 풍경을 만났다면 어떤 문장들을 남겼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나서는 오히려 발저의 문장이 아름다운 이유가 먼 곳을 보지 못해서가 아니라 가까운 것을 끝까지 바라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특별한 풍경을 찾아 나서기보다 자신이 매일 마주하는 세계를 깊고 세심하게 들여다보았고, 그 안에서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아름다움을 찾아냈다. 거창한 사건이나 극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 아니다. 대신 천천히 걸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한 사람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살아가는지 보여준다.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나 역시 발저처럼 조금 더 천천히 걷고, 조금 더 오래 바라보고 싶어졌다. 평범한 풍경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 로베르트 발저는 그런 작가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작가는 무작정 정신없이, 익사 해서 파멸할 수도 있는데도, 소설이나 노벨레를 쓰느라고 열 시간에서 열세 시간 동안 책상 앞에서 버틴다. 건강이 나쁜데도 불구하고, 건강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흐르는 삶의 강물에서 아름다움의 가치를 건져 낸다. 그러므로 작가는 용감하고 대담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풍경의 전체 형상은 의자, 감각적으로, 행복하게, 지쳐서 기대고 앉을 의자이어야 한다. ▫️종종 나는 가까운 전나무와 소나무 숲으로 갔다. 그곳의 아름다움, 신비로운 겨울의 고독이 나를 절망감에서 구해 주 었다. 말할 수 없이 다정한 목소리가 나무에서 들려왔다. ”세 상이 모두 가혹하고, 잘못되고, 악하다는 어두운 생각에 빠지 지 마세요. 가끔 우리한테 오세요. 숲은 다정합니다. 숲과 친 하면 건강하고 쾌활해져요. 멋지고 아름다운 생각을 다시 하 게 되거든요.“ #로베르트발저 #산책 #민음사 #책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