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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어쩌다 헬조선이 되었는지를 '목돈'(대학등록금, 주거보증금, 권리금, 연대보증금 등)이란 주제로 쉽게 풀어 설명한 책. 목돈자본주의 사회는 인생의 매우 결정적인 시점에 개인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마련할 수 없는 크기의 돈을 요구하는데, 이때 개인의 능력과 처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이것이 '목돈'과 헬조선의 관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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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둘을 키우면서 교육과 취업 문제의 심각성을 뼈저리게 실감한다. 헬조선이라는 말의 파급력이 왜 클 수밖에 없는지도. 대학을 가도, 대학을 안 가도 답이 안 보인다. 친구도 자식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노무사로 일하는 친구는, 고액 연봉을 챙기면서 젊은이들의 앞길을 막고 있는 기성 세대를 질타했다. 50 넘으면 현역에서 물러나야 하고, 새로운 세상은 새로운 세대가 열어가게 해야 한다고.
젊은 세대가 나이 든 세대를 밀어내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될까. 학력에 따른 임금 격차가 없어지고, 학벌을 중시하는 풍토가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 사회의 교육 문제, 취업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소위 좋은 대학, 좋은 일자리에 내 아들이 들어가느냐, 네 아들이 들어가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50에 밀려난 가장은 어떻게 가족을 부양하나.
‘목돈사회’의 저자 정우성은 대한민국이 젊은 세대에게 헬조선이 된 까닭을 목돈에서 찾는다. 88만원을 받는 것보다 88만원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더 큰 문제로 본다. 수백, 수천, 수억에 이르는 대학등록금, 보증금, 권리금, 전세금… 88만원으로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사회. 대한민국에서 자식 세대는 부모 세대 도움 없이 자립할 수 없다. 부모 세대는 자식 세대를 부양하느라 노후를 저당잡힌다. 슈퍼리치가 아닌 한 목돈 마련의 중압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무엇이든 목돈이 있어야 할 수 있기에 한 번 실패한 사람은 재기하기 어렵다. 저자는 이런 사회에서 희망과 활력을 찾을 수 없다고 본다.
이 책의 목적은 대단한 게 아닙니다. 그저 목돈사회라는 담론을 공론화하는 것입니다. 사회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도처에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소득의 양극화를 걱정합니다. 그런 염려의 절반만이라도 세대 간 양극화에 쓰이길 바랍니다. – 서문 중에서
저자의 말처럼 우리 사회는 그간 빈부격차, 불평등과 불공평 같은 문제에 주목해 왔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단칼에 해결할 수는 없다. 불경에 ‘독화살의 비유’가 있다. 독화살을 맞았으면 일단 독화살을 뽑아야 한다. 화살을 누가 쏘았는지, 독의 성분이 무엇인지, 독화살을 맞지 않기 위해 어떡해야 하는지 등을 따지는 것은 독화살을 뽑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원인을 따지고 책임을 묻고 전망을 찾는 일도 중요하지만, 젊은 세대의 고민을 당장 풀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부모 세대 또한 끝나지 않는 자식 부양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저자의 진단처럼 우리 사회는 ‘목돈’이라는 독화살에 맞은 채 비틀거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의 기성 세대가 만들어 놓은 이 목돈사회는 그들 부모 세대와는 정반대로 젊은 세대를 구조적으로 억압합니다. 그래서 그들 자신도 고통을 겪습니다. 그들도 자식의 목돈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그러지 맙시다. 힘센 사람이 무거운 짐을 드는 법입니다. 힘없는 사람들의 어깨 위에 더 무거운 짐을 얹지 말고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 걷게 합시다. 그것이 사회의 흔한 정의입니다. 목돈사회는 이 정의를 거꾸로 뒤집어놓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다시 돌려 놓읍시다. –에필로그 중에서
프란시스코 고야의 작품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를 표지에 내세운 까닭은 명확해 보인다. 젊은 세대를 잡아먹는 기성 세대가 되지 말자는 것.
저자의 지적처럼 나 또한 목돈사회의 문제점을 막연하게 느꼈지만 인식하지는 못했다. 저자는 인식으로 나가기 위한 언어화의 단계까지 해 놓았다. ‘목돈사회’라는 개념을 만났을 때, 두루뭉술하게 얽혀 있는 문제의 한 축이 명쾌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저자의 바람대로 ‘목돈사회’라는 개념이 공론화되면 좋겠다. 전세금 마련의 공포와 학자금 마련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날이 빨리 오도록 지혜를 모으고 대안을 마련하면 좋겠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아도 인간답게 살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목돈사회의 공론화’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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