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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과 독재 모두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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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주제에 대한 추상적인 접근(예를 들어 <계몽의 변증법>, 물론 <계몽의 변증법>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대중 민주주의 이후 시대의 독재를 설명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은 아니라는 점에서, 그리고 각국의 독재와 대중의 동의에 대한 비교사 연구를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일단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존의 시각들에 대해 도전을 하려한다는 점에서 잘 봐줄
"대중과 독재 모두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의 실패" 내용보기
이 책은 주제에 대한 추상적인 접근(예를 들어 <계몽의 변증법>, 물론 <계몽의 변증법>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대중 민주주의 이후 시대의 독재를 설명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은 아니라는 점에서, 그리고 각국의 독재와 대중의 동의에 대한 비교사 연구를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일단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존의 시각들에 대해 도전을 하려한다는 점에서 잘 봐줄만한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더 이상의 점수를 줄 없는 이유는 이 책이 전제하는 개념틀의 문제점 때문이다. 이 책은 포이케르트(Detlev Puekert)의 <나치 시대의 일상사>와 같은 책이 보여주는 것과 같은 강제와 동의 사이의 '정치적 회색지대' 그리고 이러한 회색지대가 표현하는 지배자와 대중 사이에 존재하는 강한 긴장감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다. 이 회색지대가 의미하는 것은 바로 '작은' 사람들에 의해 여러모로 시도되었으나 독재정권을 당장 무너뜨릴 수는 없었던 사소한 저항의 지대이지, 결코 단순한 "판단 중지"의 영역은 아니다. 그리고 포이케르트는 어쨌거나 이러한 사소한 저항들에 의해 야기되는 나치 권력자들의 공포와 불안을 나치 정권의 잔혹성, 그리고 인종주의의 폭력성과 함께 잘 보여주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저자가 이런 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여전히 동의와 강제 사이에 존재하는 매우 넓은 영역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을 인정할 뿐, 다시 이 영역을 강제와 동의, 어느 쪽으로든 환원하거나 강제와 동의를 아예 하나의 개념으로 합하여 구별하지 않음으로써만 마치 강제와 동의 사이에 존재하는 영역을 탐구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자 하는 것 같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은 바로 앞에서 이야기한 '회색지대'에 관한 분석적인 접근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며 이것을 일상사나 미시정치와 같은 방법론과 결합시키려는 저자의 시도 자체가 바로 이론에 대한 몰이해를 반영한다고 하겠다. 이러한 새로운(사실 이제는 별로 새롭지도 않은) 방법론들은 문제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는 것이지, '자세히 들여다보니 모두가 같은 편이었다'거나 '다들 내 안의 파시즘에 경계해야한다'는 식의 정치적 판단력을 포기하는 결론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 결론이야말로 역사학자로서는 도달해서는 안 되는 매우 추상적인 결론이 아닐까? 임지현 교수의 저작들이 일부 극우언론들에 의해 이용될 수 있는 것은 단지 그러한 언론 자체의 정치적 성향의 문제이거나 혹은 '저자의 손을 떠난 책은 저자가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다'는 식의 변명으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임지현 교수 자신이 채택하고 있는 이론적인 틀의 결함과 몰이해에서 이는 당연한 귀결이 아닐까 생각한다.
s******v 2005.01.05. 신고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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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과 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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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을 독재정치의 피해자로 단순히 전제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것을 지나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논문집이다. 실린 논문들은 "대중이 독재에 동의/협력/수용했다"는 테제를 말하고 있으며, 저자들의 의견의 강도가 서로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역대 많은 독재 정권에 '동의에 기초한 대중의 전제정치'라는 요소가 있다는 데에 異見이 없다. 책은 서유럽, 중유럽, 동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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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을 독재정치의 피해자로 단순히 전제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것을 지나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논문집이다. 실린 논문들은 "대중이 독재에 동의/협력/수용했다"는 테제를 말하고 있으며, 저자들의 의견의 강도가 서로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역대 많은 독재 정권에 '동의에 기초한 대중의 전제정치'라는 요소가 있다는 데에 異見이 없다. 책은 서유럽, 중유럽, 동유럽, 동아시아의 순서대로 역사적인 파시즘 정권들을 훑어나간다. 스페인의 프랑코 체제, 프랑스의 비시(Vichy) 정부, 독일의 나치 정권,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파시즘, 한국의 박정희 군사정권, 소련의 스탈린 공산정권 외에도 우크라이나, 오스트리아, 폴란드 등을 빠짐없이 다루고 있어서 일단 그 넓이가 눈에 띈다. 그러나 책은 전체적으로 독일의 나치 정권과 소련의 스탈린 정권에서의 대중의 반응에 집중하고 있는 편이다. 농민들과의 직접 면담이 돋보이는 「박정희 체제의 지배 담론과 대중의 국민화」를 예외로 하면, 대부분의 논문들은 각 파시즘/독재 정권에 대한 연구사를 잘 정리하고 있다. 독재 체제가 붕괴한 후에 그것을 연구한 결과물은 처음에는 독재 정권을 맹렬히 비난하고 공격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反신화'는 '민주 정권'의 도덕성의 이해할만한 표출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연구들은 주로 독재 정권의 무자비한 억압과 처벌의 야만성을 드러내 보이고 관련자를 밝혀내는 데 치중한다. 대중은 '피해자'가 되며, 신화적인 저항 투사의 이미지들이 만들어진다. 물론 사람들은 억압적인 독재 체제에 저항하기도 했다. 러시아 농민들은 토지의 집단화 정책에 반발하여 수천 번이 넘는 소요를 일으켰으며, 많은 노동자들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소극적으로 빈번히 저항했다. 노동자들의 태업, 어용 청소년단 성원들의 탈선, 우생학적 인종정책을 위한 보조금 정책의 실패, 금지된 문학과 음악의 지하 유통과 같은 것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정부는 대중을 억압한다. 군사 정권은 계엄령을 남발했으며, 언제나 '비상시국'이 강조되었다. 강력한 비밀경찰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고, 사석에서 말 한 마디도 마음 편하게 할 수 없을 정도로 국가의 감시는 일상생활 깊숙이 침투해 있었다. 그러나 비밀경찰의 강력한 힘은 그 자체에서만은 나올 수 없는 것이었다. 수천만 명을 1~2만 명의 비밀경찰이 직접 다 감시할 수는 없다. 독재 체제를 유지시켜준 비밀경찰의 효과적인 통제의 힘은 의심하고 밀고하는 자들, 즉 대중들로부터 나온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독재 정권의 협력자로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 문제의식이 책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체제에 순응한 '보통 사람들'이 체제에 대한 합의의 뜻을 품고 있었는지, 두려움으로 인해 마지못해 참고 견딘 것인지 단정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 충성과 저항의 단순한 이분법은 역사를 여실히 보여주는 척도가 될 수 없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과거사 청산 문제가 접한 어려움도 바로 여기에 있다. 처벌의 범위와 그 기준은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다들 순응하고 살아간 시대에 누구를 어떤 기준으로 단죄할 것인가? 단죄 받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무언의 면죄부가 주어질 수도 있는 노릇이다. 사법적 처벌 또한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실수와 오해가 개입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작은 죄가 크게 부풀려지거나 큰 죄가 묻힐 수도 있다. 2차 대전 후 독일의 나치 청산 문제와 프랑스의 부역자 처벌 문제에서도 이런 어려움이 있었다. 그렇다고 전혀 과거를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는 것 또한 정치의 이데올로기적 기반에 흠이 되며 시간이 갈수록 더 큰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 나치와 그에 대한 협력체제들은 공공연한 인종주의와 같은 이데올로기로 인해 異意 없이 청산되었으나, 책에서 언급된 것들 외에도 오래 지속된 독재 또는 파시즘 체제들이 대립되는 평가를 받으면서 청산되지 않고 있다. 『대중독재』는 독재 정권 하에서의 대중의 모습을 좀 더 다각적으로 신중히 살펴볼 것을 제안하는 기획이며, 학계에서는 그다지 새로운 제안이 아니지만 현재 한국의 현안 문제들과 겹쳐지면서 단행본으로서는 상당히 의미 있는 기획이라 할 것이다.

s****e 2011.10.1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