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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이야기가 차고 넘쳐서 자연스럽게 글로, 그림으로, 혹은 종합예술로 표현되는 게, 화자 입장에서 청자와 교감, 공감할 수 있는 가장 쉽고도 모범적인 경로이다. 이 영화는 그저 화려한 비주얼의 SF 전투물로 보면 가장 무난한 감상이고, 뭐 비록 몇몇 장면에서 (역사가 아닌 현실의) 왜곡이 끼어들었다거나, 일본에 대한 지나친 배려를 느끼게 한다거나 같은 단점이 있다손 쳐도, 대체로는 장르에서의 보편적 주제(남녀 간의 순정 깃든 사랑, 애국심, '으리', 희생 정신)를 지향하며 깔끔하게 전투 씬이 찍힌 점 등 딱히 흠 잡을 데 없는 오락물이다.
그런데 이게 원작이 따로 있었다는 점, 그게 '보드 게임(다시 강조하는데 온라인 게임이 아닌)' 원작이라는 게 좀 별스럽다. 어떤 컨텐츠에도 원작은 있을 수 있지만, '배틀십' 같은 오래된, 맹숭맹숭한 1차원 오락을 과연 (무엇인가의) '원작'으로 삼을 수 있는지, 게임을 실제 해 보고 또 며칠 전 이 영화를 다 감상한 입장에서, 이때 '원작 관계'란 과연 뭘 의미하는지 고개가 갸웃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 한국에서는 '부루마블'도 실사판 영화로 한번 찍어 보고, 이 경우 미국 모나폴리 측에 개런티도 지급해야 하는 것 아닌지 하는 생각도 못 들 바 없겠다.
주인공 알렉스 대위. 그 사고를 치고 입대까지 해서 이제 어엿한 장교 계급장을 달았는데, 너무 승진이 빠른 것 아닌가 싶어(그 전에, 어떤 경로로 양성되었는지도 의문이며, 뭐 <사관과 신사> 같은 걸 보면 초단기 간부 수련 코스도 있긴 하지만) 나는 이게 중위로 봐야 하지 않겠나 싶었다. 근데 영화를 자세히 보니 수장(袖章)이, 같은 굵기의 두 줄 스트라이프라서 대위가 맞긴 하다고 다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나중에 소령 다는 게 대단한 특진은 아닌 셈이다(그럴 자격도 충분한데). 배우는 저기 그 <엑스멘: 울버린 탄생>에서 뺀질뺀질한 프랑스계(?) 도박쟁이로 나왔던 테일러 키치이다. 머리를 짧게 치고 나와서 처음엔 누군지 몰랐으며 그때보다 몸도 좀 불지 않았나 싶다(늙은 줄은 잘 모르겠고).
셰인 제독의 딸 샘(이름이 이래도, '사만사' 같은 것의 약칭일 수 있음)은 브루클린 데커가 나왔다. 그 저기, 두 다리를 모두 로봇 의족으로 달고 나온 흑인 예비역 장교를 돕는 장면에서, 저렇게 노출이 심한 의상으로 자연을 활보하는 건 물론 보는 우리들에겐 고맙지만, 돌봄을 받아야 할 당사자에게는 지나친 고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믹 역은 저게 CG라고 보기엔 너무 실감나는 촬영(이처럼 인간의 센서, 센스는 정교하다. 인공지능이 가야 할 길이 너무 멂)이라서 저 배우가 실제로 다리 둘을 잃고 저런 장치에 의존하고 사는 분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누구라도 들 건데, 과연 그렇다. 미국 TV 방송 보다 보면 종종 보게 되는 그 나름 유명인사에 속한다.
사실 이 영화의 진짜 문제는, 앞으로 시리즈로 계속 낼 작정이 아니라면 좀 무책임한 전개와 설정이라는 점이다. 영화의 1/3은 알렉스의 개인사, 1/3은 인간 문명의 기술적 완성도를 압살하는 수준의 외계 지성의 침공이 그 빌미를 마련하는(전위대가 표류하다 우연히 지구를 발견) 과정(이 일부의 활약만으로도 인류 멸종 수준 위기) 과정, 그럼 나머지 1/3 안에서 이 가망 없는 재난이 정리되어야 하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냐는 거다. 관객은 2/3까지만 봐도, '결말이 무슨 식이건 이 영화는 수습이 안 되겠음'을 이미 직감하게 된다는 소리.
정말로 수습이 안 될 리는 없고, (스포일러라 말할 수는 없지만) '미봉'이 되긴 한다. 그것도 첨단 시스템과 과학기술의 도움(어차피 이걸로는 쟤네들한테 쨉이 안 됨)이 아닌, 재래식 장비의 (허를 찌르는) 운용과, 인간만이 발휘할 수 있는 재치에 힘입어. 후자에 대해서는 인류 문명의 질적인 도약을 이룬 건 언제나 저런 비정규스러운 영감이었다는 이유에서(물론 이는 이후 학문과 문명에 편입되어 온전한 꼴을 갖춤) 찬성이나, 은근 '괜히 뻘짓(우주를 향한 신호 송출 등) 하다 재앙을 자초하지 말라'는 反과학기술문명식 사고가 눈에 띄어 그리 기분이 개운치는 않음.
'왈가닥 같은 어느 딸내미의 아버지' 기믹으로 리암 니슨이 너무 자주 나오는 것 같아 식상하며, 의외로 연기를 시켜도 제한적으로는 그럴싸한 리해나(싸이를 싫어하는)의 모습도 그럴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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