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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서 부르는 사랑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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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서 부르는 사랑 노래.   학창시절 나는 정호승시인의 시와 함께 자랐다. 단 한편의 시로 며칠 밤을 가슴앓이하기도 하고, 그와 같은 시를 써보겠다고 서툰 재주를 부리기도 했었다.  그렇게 정호승 시인은 사춘기 소녀의 여린 감성을 어루만져 주었다. 사랑과 슬픔의 시인이라 불리는 정호승의 시는 삶의 위안인 동시에 희망이 되어준다. 부드러운 언어로 그려내는 심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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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서 부르는 사랑 노래.

 


학창시절 나는 정호승시인의 시와 함께 자랐다. 단 한편의 시로 며칠 밤을 가슴앓이하기도 하고, 그와 같은 시를 써보겠다고 서툰 재주를 부리기도 했었다.  그렇게 정호승 시인은 사춘기 소녀의 여린 감성을 어루만져 주었다. 사랑과 슬픔의 시인이라 불리는 정호승의 시는 삶의 위안인 동시에 희망이 되어준다. 부드러운 언어로 그려내는 심미적인 시적 세계는 그의 시가 대중적 사랑을 받는 이유일 것이다. 그가 터트리는 시의 꽃망울은 슬프면서 따뜻하고 애절하면서도 아름다운 감동으로 촉촉이 가슴을 적신다. 


그동안의 시들이 그래왔지만, 유독 「이 짧은 시간 동안」은 차분한 감정으로 읽힌다. 이번 시집에서 정호승은 몸을 낮추고, 가장 낮은 밑바닥에서 이야기한다. 자신을 넘어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며, 그들을 위해 기꺼이 십자가를 짊어진다. 그렇게 시의 십자가에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연민이 베어있다.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을 딛고

굳세게 일어선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발이 닿지 않아도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은 없다고

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 바닥에 대하여 (p.20) -



내 가슴에 손가락질하고 가는 사람이 있었다

내 가슴에 못질하고 가는 사람이 있었다

내 가슴에 비를 뿌리고 가는 사람이 있었다

한평생 그들을 미워하며 사는 일이 괴로웠으나

이제는 내 가슴에

똥을 누고 가는 저 새들이

그 얼마나 아름다우냐

                          - 내 가슴에 (p.87)-


정호승 시인이 슬픔과 사랑의 서정시인이라 해서, 지나친 감상주의에만 빠져있거나, 아름다운 감동과 위안만을 위한 시만 노래하는 것은 아니다. 정호승의 시에는 ‘삶을 바라보는 지혜’나 ‘상처를 견디는 법’등의 살아가는 법이 있다. 삶에 대한 애착과 삶을 응시하는 노련한 시선에는 실존주의적인 태도가 보이기도 한다. 시인이 아닌 인생 선배로써 건내는 시인의 이야기에서 삶에 대한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하게 된다.


이번 시집은 유독 ‘삶의 무게’를 생각하게 하는 것들이 많다. 바닥을 알게 하고, 어느 막다른 골목에 부딪쳐 울고, 등에 맨 십자가의 무게에 허리가 휘고,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고, 때론 자신에게 주어진 촛불을 건네받기도 한다. 이 삶의 무게는 누구나 짊어지고 가는 것이면서도,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신의 몫이다. 다만, 가난하고 버려진 자들의 아픔을 주목하는 시인의 따스한 손길에서 대신할 수는 없어도, 나누어 가짐으로써 조금 덜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2007.12.16

c******3 2007.12.26. 신고 공감 2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