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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족사에서 여성의 위치는 어떠했을까. 고려 시대만 하더라도 여성은 호주 상속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재산도 공평하게 분배받았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도 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여권 존중의 전통이 그대로 남아 남자가 여자의 집으로 가서 혼례를 올리고 그대로 눌러 사는 장가와 처가살이 혹은 남귀여가(男歸女家)와 친정 생활을 하였다. 재산을 아들과 딸이 균등하게 상속받고, 제사도 자식들이 돌려 가며 지내는 윤회 봉사를 하였다.
그러나 17세기 중반 이후, 성리학의 영향으로 인해 가족 제도는 완고한 가부장제가 들어서게 되었고, 이로 인해 한 맺힌 여성사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남자는 귀하고 여자는 천하다는 남존여비와 결혼 전의 남녀 유별과 외출금지, 결혼 후의 이혼과 재혼 금지, 출가외인 등의 각종 제도와 이념이 여성의 행동을 단속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향랑, 산유화로 지다』는 가족 제도의 변화가 시작되던 17세기에 있었던 향랑의 자살 사건을 살펴보면서 조선 후기의 가족사 변화 과정을 고찰한 책이다. 향랑의 자살 사건은 아주 짧은 이야기다. 17세의 향랑은 한 동네에 살던 14세의 남편과 혼인을 한다. 그러나 어린 남편은 외도와 폭행을 일삼았고, 이를 참지 못한 '향랑'은 친정으로 돌아간다. 부모는 그녀를 받아 주지 않았고, 시댁으로 다시 돌아갔지만 냉대로 인한 내침을 당한다. 갈 곳 없는 그녀는 강물에 투신하고, 이 사건을 보고 받은 지방 관리는 그녀를 '열녀'로 추천한다.
저자 정창권 교수는 향랑 사건을 허구적으로 구성하여 소설화한 부분을 드문드문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정 교수의 이야기는 그리 사실적이지 못하다. 어찌 보면 너무 작위적인 부분이 많고, 어찌 보면 이야기를 끌고 나가기 위해 애쓰는 모습에서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한 부분은 책읽기를 거북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는 몇 가지 눈여겨볼 사항들이 있다. 주자학의 유입으로 변화된 가족사에 있어서 절의와 충절은 얼마나 중시되어 왔는지, 우리가 옛 소설에서 들었던 계모란 항상 악한 존재로 상징되었던 것인지, 이혼이 언제부터 백안시되었는지, 여성 재혼의 역사는 어떠한지에 대한 사료들이 그것이다.
한 가지 그 예를 들어보자. 칠거지악이란 여성에게 항상 불리한 제도였을까? 시부모에게 순종치 않는 것, 자식을 낳지 못하는 것, 행실이 음란한 것, 질투, 나쁜 병이 있는 것, 말썽이 많은 것, 도둑질하는 것을 칠거지악이라 해서 아내를 쫓아낼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이러한 칠거의 악을 범하지 않으면 종신토록 아내를 바꾸지 못하도록 강요한 사회제도가 존재했던 것이다. 남자가 외도를 해서 아내를 교묘하게 쫓아내는 요즘 같은 세태는 볼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게다가 삼불거라 하여 아내가 갈 데가 없을 때, 부모상을 같이 치렀을 때, 가난할 때 같이 고생하다가 뒤에 부귀한 때는 아무리 칠거지악을 범한 부인이라 하더라도 버리지 못한다고 하였다. 칠거지악으로 대표되는 조선 후기의 가족 제도가 반드시 여성에게 억압적인 것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주자학의 영향으로 이혼은 엄격히 제한되었던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우선 고려 시대엔 남편이 죽은 후 여자가 재혼하는 것은 일반적인 형상이었다. 다음은 『조선왕조실록』 연산군 3년(1497) 12월 의정부와 육조에서 과부의 재가 허용에 관한 문제를 의논하면서 나온 말인데, 그러한 사실을 잘 보여준다. "(고려 시대) 사녀(士女)도 재가를 괴이하게 여기지 않아서 세 번씩 재가한 여자까지 있었습니다." 또한 앞의 이혼 편에서도 언급했듯이 고려의 성종비나 충선왕비는 모두 재혼한 여성들이었다. 이러한 고려의 재혼 풍속은 조선 초기에도 계속되어 여자는 남편이 죽으면 자의대로 재혼하곤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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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권 씨는 이 책 이전에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라는 책을 낸 적이 있는 걸로 아는데,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다. 아마도 이 책과 비슷한 형식을 띌 거란 생각이 든다.
열녀로 추앙 받고 수많은 문인들이 자신의 창작물로 예찬했던 향랑. 그녀의 죽음을 통해 '17세기 서민층의 가족사'를 살펴보려는 것이 이 책의 목적. 매우 단편적인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은 인정할만 하다. 사실 이런 소재로 한 권의 책을 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지나치게 넓은 주제를 다루다보니 무게가 떨어지는 부분이 생겼다는 점. 물론 이건 너무 식상한 지적이고. 또 하나 더 있다면, 사실 향랑은 '열녀의 전형'이라고 보기엔 너무 이상한 부분이 많다. 그런데도 그렇게 많은 이들이 예찬했고 오늘날까지 제사를 지내고 있다면, 이 부분은 왜 그런지에 대한 의문을 던졌어야 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 아예 언급을 안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초점을 맞추었으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왔을 것 같다.
어쨌거나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책인 것은 분명한데, 왠지 표지 디자인에서 실패를 한 느낌이다. 내가 이번에 샀던 책을 보니, 1쇄. 그 이전의 책이 꽤 나갔던 걸 생각해보면 아쉬운 부분이다. 게다가 중간중간 삽입된 사진은 정말 최악이다. 사진의 상태가 이렇다면 아예 없는 게 나을 정도. 개인 소장도 아니고 국립박물관 소장 그림들인데 상태가 왜 이런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내용보다도 책의 상태에서 많은 실망을 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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