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는 책의 시대였다. 군사 독재에 대항하는 지식인들은 출판문화 운동을 통해 스스로의 정신과 사상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수많은 판금도서와 불온서적의 목록이 이를 증명한다. 그 흐름의 선두에 『해방전후사의 인식』이 있었다. 이 책은 친일 군상부터 반민특위, 미군정, 분단에 이르기까지 해방전후의 정치, 경제, 문화를 비판적으로 바라보았던 '원죄'를 안고 있었기에 출간과 동시에 판금당했던 비운의 책이기도 하다. 강요된 '수정'을 거쳐 다시 발행되었지만, 검열의 시선에서 여전히 놓여나지 못했다.
책이 담고 있던 일제말 친일의 형태는 이후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우리 민족의 분단은 어떤 상황에서 이뤄졌는가, 북한의 1인 체제와 남한의 공포정치는 그 본질에서 어떻게 다른가하는 문제들은 권력의 입장에서 보자면 몹시 민감한 사안이었고 또한 그들의 치부가 숨어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제기되었던 문제들은 오늘날에 와서도 대부분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로 남아 있다. 그것이 이 책을 오늘날에도 멀리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해방 전후사'의 모습들이 어떠했는지, 그것들이 오늘의 우리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알려주고 있는 문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