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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살까. 친구가 내게 물었다. 나는 조금 생각해보다가 대답했다. 만남을 통해 사랑을 만들기 위해서 살지 않을까. 그 친구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래, 정답이야.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 사는 거야. 만남을 통해,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사랑하기 위해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내가 왜 그런 대답을 했었을까. 사실 이제까지 나는 삶의 무게를 사랑같은 좀 허무맹랑해보이는 단어보다는 진보나 혁명, 이성에 의한 발전 등에 더 두어 왔었다. 그런데 왜 불쑥 그런 말이 나왔을까.
박수정씨는 새빨간색 표지의 책 '숨겨진 한국 여성의 역사'를 통해 처음 만났었다. 신간 코너에서 보고 제목이며 책표지가 강렬하게 나를 끌어당겨서 이끌리듯 읽고 바로 작가에게 반했었다. 그런데 그 책을 낸지 얼마되지 않아 이번에는 빈민지역으로 눈을 돌려 신작을 내는게 아닌가.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이 책을 샀다. '숨겨진...'을 읽고 가슴에 울림을 느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서슴없이 이 책을 집어들었으리라. 이 아름다운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공단지역의 대표격인 구로동 사람들의 다양한 면면-노숙자, 가난한 집 아이들, 독거노인 등-에 빠짐없이 고른 조명을 비춰주고 있다. 조명을 비추며 그들과 동등한 한 인간으로서 그들의 아프고 가난한 삶의 조건에 푹 젖어 감성적인 문장을 그대로 쏟아낸다. 감성적인 문장이 정말로 씌여야 할 곳이 있다면 바로 이런 책이리라. 나는 작가가 체험하고 느꼈을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수 있었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함께 호흡하며 읽어낼 수 있었다.
세상엔 가치있는 많은 종류의 예술 작품이 있을 것이다. 명성을 얻은 작품, 뛰어난 기교를 가진 작품, 구조의 치밀성을 가진 작품. 여러 갈래가 있겠지만 내게 가장 훌륭한 예술 작품을 들라면 나는 이런 작품을 들겠다. 살아있는 인간이, 동시대에 생명을 부여받고 태어나 힘겹게 살아가는 다른 인간의 영혼에 따뜻한 돋보기를 갖다대는 것. 그들에게 작가 자신이 직접적인 해결책을 줄수는 없다 할지라도, 이들의 삶에 조명을 비추어 많은 이들에게 보게 하는 것. 그리하여 함께 살아가는 다른 이들이 서로를 돌아보고 우리네 인류라는 존재에 대해 깊이 반추해보게 하는 것...얼마나 아름다운가. 아마 나는 이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에 친구에게 그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만남을 통해 사랑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사는 것이라고. 작가는 내게 사랑을 이루기 위한 아름다운 만남 한 장면을 보여 주었다. [인상깊은구절] 혼자 놀고 혼자 길을 가는 꾀죄죄한 어떤 아이. 식당에서 거리에서 땀을 비 오듯 쏟으며 일하는 어떤 사람, 길거리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을 어떤 사람. 아니 그 누구라도 눈길 마주치고 옷깃 스칠 때 행여 그 사람, 고통 속에 잠겨 있을지 모른니, 잠시라도 내 것, 내 아이, 내 가족, 내 고통에서 비껴 나올 일이다. 마음이 가난한 아이들에게 희망이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