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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손꼽아 기다리는 프라네테스.
기다리던 사실을 깜빡깜빡 할 때 즈음 너무 늦지도 이르지도 않게 4권이 나왔다.
박스안에 들어있는 여러권의 책들 속에서 주저없이 가장 집어들어 읽었다.
사람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지만,
내가 SF라는 장르를 대하는 기준은 언제나
'인간의 이야기' 이다.
미래,과학,우주...
그 멀어보이는 모든 것들의 흐름이 가지는 방향의 끝에는
예외없이 '인류의 진화'라는 화두가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운 채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나 SF는
그것이 표면상 우주선의 이야기이던, 로봇에 관한 이야기이던 결국은
인간에 관한 이야기이다.
프라네테스는 그것을 굉장히 잘 보여주는 만화라고 생각한다.
단정하고 균형잡힌 그림체, 인물을 미화시키지도, 과장하지도 않은 수수한 그림으로
화려한 메카닉이 아닌 구현가능하고, 개연성을 가진정도의 우주선묘사,
근미래의 우주에 대한 이야기로서는 보기드물게 리얼리티가 뛰어난 작품이다.
이러저러한 설명은 다 걷어내고,
한마디로 재미있다.
그리고 그 재미뒤에는 나의 모습, 나의 생각, 내 주변의 생활, 고민...
우주에 있는 만화속 그들도 인간이고, 그들의 생각을 훔쳐보는 나 역시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닮아있는 화두.
4권에서는 누군가의 아내, 아이의 엄마, 데브리스 회수선의 선장인 '휘'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여자로서, 일하는 여자로서,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현실과 순간순간 타협해야하는 상황에 부딪히는 같은 지구인, 우주인으로서
절절하게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
나는 책안에 그려져있는, 우주를 쏘아보는 '휘'의 날카로운 눈매가 너무 아름다워서
그녀에게서 현실보다는 꿈을 선택할 용기를 얻는다.
프라네테스의 팬이라면 알겠지만,
단 두페이지의 네컷만화 역시 유쾌함 그 자체. ^^ [인상깊은구절] ...하지만, 서로 사랑하는 것만은 도저히 그만둘 수 없었습니다.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나도 강한 힘입니다. 핵융합같은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사람들은 다들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멋진 일이고, 무서운 일이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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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별> 못지않은 정통파 SF를 자랑하는 이 작품 역시 '우주로의 도전/진출'을 추구하고 있는데 <극한의 별>이 시종일관 '화성'을 바라보고 있다면 <프라네테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너머의 '목성'까지 바라보고 있다.(자, 다음은 '토성'이닷!) 그저 막연하게 '광활하다'라는 말따위로는 택도없이 부족한 우주 저 너머 미지의 세계를 향한 인류의 불굴의 도전정신과 그 과정에서 주인공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벌어지는 사건사고를 다뤘다는 점에서는 <극한의 별>과 얼핏 닮은듯도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이 작품은 이미 오래전에 우주시대로 접어든 20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새삼스럽게 우주비행사가 되기위한 험난한 훈련과정이나 훈련생들간의 경쟁 등을 보여주기 보다는(주인공이 목성왕복선 승무원이 되기위해 3차에 걸쳐 테스트를 치르는 장면도 간략하게 표현!한마디로 <극한의 별> 먼저 보고 오라는 얘기~) '데브리스_Debris('파편'이라는 뜻으로 우주공간을 떠도는 인공물체를 통틀어 일컬음. 우주쓰레기.)' 회수작업반이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세 명의 주인공 -호시노 하치로타(일명 하치마키!), 휘 카마이클, 유리 미하일코프- 과 그들의 '체험! 삶의 현장'인 우주를 배경으로 환경미화(?) 작업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각 권마다 수 많은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연작 단편집이며 깔끔명료한 그림체 역시 독자의 눈을 만족시키고 있다.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도 잘 살아있는데 자신만의 우주선을 갖는 것을 꿈꾸며 일단 목성왕복선 '폰 브라운'호의 선외승무원이 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는 '하치마키',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를 지구에 두고 있는 데브리스 회수선의 열혈골초 여선장 '휘 카마이클', 데브리스에 의해 아내를 잃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갖고있는 '유리 미하일코프' 외에도 '하치마키'의 아버지이자 지구~화성을 다섯 번이나 왕복한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기관장 '호시노 고로', 시도때도 없이 "사랑이 없어!"라고 버럭 화를 내며 툭하면 '사랑사랑사랑~'을 외쳐대는 신참 데브리스 회수원 '타나베', 그리고 일을 함에 있어서의 치밀함은 가히 냉혹할정도지만 마음깊은 곳에 사랑을 간직하고 있는 목성계획 담당관 '웨르너 록스미스'박사 등등등(KFC할아버지도 나온다!)의 인물들이 때로는 번갈아가며 때로는 뒤엉키며 그들의 과거 모습과 미래를 향한, 우주에 대한, 동경을 차분하게 그리고 있는데(너무 차분하다 싶을땐, 인류가 우주공간에 세운 모든 구축물을 파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과격테러단체 '우주방위전선'을 등장시켜 화끈한 '액션'을 보여주기도 하고, 네 컷짜리 보너스 <프라네테스 초외전>을 삽입해 다소 썰렁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극한의 별>처럼 훈련 및 경쟁 결과에 대한 궁금증과 미지의 존재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보다는 선망어린 시선으로 경이로운 우주 저 너머를 바라보고 있지만 정작 그 작은 눈망울 속에는 우주를 담고도 남을 사랑으로 가득차 있어 한없이 가슴 따뜻해지게 만드는 작품으로 어른의 마음과 어린이의 마음을 같이 가지고 있는 사람한테 넌지시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아, 이런 작품들 때문에라도 SF를 사랑하는 것만은 도저히 그만둘 수가 없어..." 덧, '타니구치 고로우_谷口悟朗' 감독, '오코우치 이치로' 각본의 26부작 애니메이션 [プラネテス_Planetes]가 NHK에서 2003년~2004년에 방송되었다고 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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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네테스 ΠΛANHTEΣ (유키무라 마코토, 2001~2004)
세계관: 지구는 우주의 한 부분으로 우리는 태어날 때 부터 우주인인 것이다. (2 thumbs up)
유키무라 마코토(1976)는 2000년도 고단샤의 주간 모닝에 본 작품으로 데뷰하였고 데뷰작이 평단과 대중의 이목을 끌어내는데 성공한다. 대중의 이목이 폭발적이지는 않았지만 꾸준한 인기를 얻게되어 2006년 선라이즈에서 26부작으로 애니메이션이 제작되고 NHK에서 동년 TV 방영되기도 하였다. 현재는 '빈란드 사가(Vinland Saga, 2005~)'를 연재 중이다.
본 이야기에 주목하는 것은 기존에 보여주었던 SF 계열의 만화에서 흔하게 보이는 슈퍼 히어로적 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과학자나 엔지니어가 아닌 '우주 청소부'라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들이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과학지식과 전문성으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마치 만화에서 설정한 근 미래에 인류가 달에 살게 된다면 유사한 상황이 될 것 같은 예상을 하게 만드는 리얼리티가 있다.
첫 에피소드부터 지극히 딱딱할 것 같은 과학적 설정이 사람의 감성을 어루만진다. 러시아 출신 우주청소부 '유리'는 직업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로 묘사되어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 미래 공간에서도 직업의 귀천이 있어서 월면도시에서 '데브리스 청소부'는 별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왜 미래 시대에 우주청소부가 필요한가? 에 대한 답을 이야기에서 주인공의 독백으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데브리스는 초속 8km에 가까운 속도로 지구 주위 궤도상을 비행하고 있다. 그런 스피드로 우주선과 데브리스가 격돌한다면 평범하게 끝나진 않는다. 그래서 우리들, 데브리스 회수업자가 우주를 청소하면서 돌아다니는 것이다.'
위의 독백은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그들의 존재 이유를 알려준다. 그리고 그러한 데브리스의 충돌 사고로 동료인 유리가 오래전에 부인을 잃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부인의 유품을 건질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 하나로 우주 데브리스 청소부를 하고 있는 동료를 보게 된다.
마침내 부인이 유리에게 주려고 했던 선물(회전시계)을 우연히 줍게 되는데, 치밀한 플롯(plot)에 의해 유기적으로 이야기의 전개가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이렇게 '우연'이라는 요소가 혼합되면 이야기는 좀 더 재미를 더하게 된다. 이 우연이라는 요소를 어떻게 삽입해야 하냐는 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경험과 노력의 산물이다. 이렇듯 우연이라는 요소로 자칫 과학적 설정이 무색해 보이고 재미와 긴장감을 떨어뜨릴 위험도 있지만 읽는 동안 오히려 감정이 상승세를 타게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첫번째 에피소드의 마지막에서 우주에 꽃 한 송이를 놓는 장면에서는 '꽃다발을 주고 싶지만, 나중을 생각하면...' 이라는 말로 데브리스의 위험을 아는 그들이기에 애도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애잔함을 표현하고 있다. 첫 에피소드부터 프라네테스의 세계관과 설정을 시시콜콜한 설명이 아닌 서정적 묘사와 적절한 대사로 독자를 끌어안고 있다. 유키무라 마코토라는 작가의 데뷰작품이 맞는가 싶은 연출의 여유와 개성이 묻어난다. 다소 작화의 엉성함이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는 부분이나, 회를 거듭할 수록 작화력은 매우 안정된 필력을 보여준다.
우리가 환상과 꿈으로만 여기는 우주 공간은 사실을 들여다 보면 지구인이 생존하기 어려운 공간임에 틀림없다. 우주는 방사선으로 덮여 있기에 건강하게 생활하기 무척 어려운 곳이라는 설명을 죽음을 앞둔 '원로 우주 비행사'를 통해 말하고 있다. 대기권이 없는 '달 표면의 피폭량으로 백혈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것. 또, 달에서 태어난 '루나리안(lunarian)'은 저중력으로 인해 지구인보다 키가 크고 지구와 여섯 배의 중력 차이로 지구의 고중력을 견딜 수 없어 달에서만 살아가는 소녀를 그리고 있다. 소녀는 파란 빛을 발하는 지구를 보면서 항상 '바다'를 그리고 꿈꾼다. 그리고 달의 '고요의 바다'에서 '지구의 바다'를 상상한다. 마치 어린 시절 달을 보며 '계수 나무'와 '토끼'를 상상하며 노란 달빛을 보고 자라던 우리들 처럼... 여기에서 재미있는(?) 설정은 왜 언제 부터인가라는 세세한 설명은 없지만 만화에서 설정한 미래에서 지구의 바다는 '방사능'으로 오염되어 금지된 영역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현재 후쿠시마의 방사능 오염수가 전세계의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저 시기에는 저렇게 되고 마는가 싶은 안타까움... (누구는 제발 반성에 반성하고 개선의 노력을 촉구하라!!!)
이 외에도 담배를 피우기 위해 벌이는 필사적(?) 고군분투 등이 인상적이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도 흡연자의 필 권리(?)가 많이 위축받고 있는 점이 오버랩 되곤 한다. (필자는 비흡연자 ^^) 우주공간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것. 생각해 보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궁금한 분은 직접 확인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지구와 달 그리고 우주공간의 환경 차이 때문에 생기는 에피소드를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무엇보다 프라네테스의 개성은 지구와 우주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우리들의 사고를 다르게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을 4가지 타입의 혈액으로 나누고, 3가지의 인종으로 분류하고... 우리는 왜 분류하고 구별짓는 것에 익숙한 걸까?
그런 분류에서 오는 심각한 오류와 오해는 없는가... 10년전에 읽었던 '프라네테스'를 다시 읽고 올 가을 새삼스럽게 다시 물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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