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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들이 만든 신들의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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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신통기> 자체에 대해서는 별 감흥이 없었고, 굳이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딱히 없었다. 하지만 천병희 씨의 번역서를 읽으면서 주석에 <신통기>가 여러 차례 언급된 것을 보고 관심이 동했고, 천병희 씨가 번역한 <신통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곧바로 읽었다.   번역자의 이름이 독서 기준의 보증수표가 되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요컨대 원서는 좋지만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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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신통기> 자체에 대해서는 별 감흥이 없었고, 굳이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딱히 없었다. 하지만 천병희 씨의 번역서를 읽으면서 주석에 <신통기>가 여러 차례 언급된 것을 보고 관심이 동했고, 천병희 씨가 번역한 <신통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곧바로 읽었다.

 

번역자의 이름이 독서 기준의 보증수표가 되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요컨대 원서는 좋지만 번역이 나쁜 경우는 있어도 원서가 영 시원찮은데 번역 때문에 걸작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번역자의 이름마으로도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주저없기 책을 선택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정말 가치있고 훌륭한 책들만을, 뛰어나고 면밀하게 번역하는 번역자라는 믿음이 구축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번역가라면, 역시 천병희 씨가 아닌가 싶다.

 

따지고 보면 순전히 번역자 때문에 읽을 생각도 없던 책을 읽은 셈이다. 하지만 읽으면서 후회한 적은 없었다. 아니, 그 반대였다. 그리스 로마 고전의 원전을 완역하며 충실한 주석을 첨부하는 천병희 씨의 노력은 <신통기>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된다. 그렇다고 면밀한 번역 외에 볼 것 없는 책인 것은 절대 아니다.

 

어릴 때 읽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 책 중에 조롱의 신 모모스가 언급된 책이 있었는데, 난 그 이름이 어디서 나왔는지 못내 궁금해했다. 불핀치의 책에도(물론 내가 본 책이 '불핀치 완역'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3대 서사시나 고대 비극에서도 나오지 않은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신통기>에 나오는 이름이었다. 아무래도 <신통기>에서만 언급되는, 그리스 초기 신화의 신인 모양이었다. 여기서도 역시 이름만 언급되는 비중이지만 말이다.

 

<신통기>는 초기-중기 이전- 그리스 신화를 담아내고 있는데, 덕분에 우리에게 익숙한 신화가 초기에는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인물의 이름이 다르다던가, 아예 줄거리 자체가 달라졌다던가... 신화라는 것이 무슨 경전이 아닌 바에야,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면서 바뀌는 법이다. 보다 매끄럽게 다듬어지기도 하고, 다소 난잡하던 이야기가 여러 이야기로 분리되기도 하고, 전혀 다르던 이야기가 하나로 통합되기도 하며, 당대의 시대상이나 역사적 사건을 반영하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비극 등으로 재창된 경우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절대적 원전은 없는 상황이 된다.

 

이런 변화를 단편적이나마 <신통기>를 통해 훑어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도 조금씩 다른 부분이 보였다. 그리고 훨씬 이전의 그리스인들이 생각하는 신의 모습이 어떠했는지도 볼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신통기>의 그리스 신화에서는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희망적인 단서 조항을 꼭꼭 집어넣는 부분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예를 들어 그리스 신화에서는 장례식을 정식으로 치르지 못한 유해는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저승 근교의 강에서 맴돌게 된다고 한다. <신통기>에서는 그런 영혼들은 죽고 10년이 지나야만 비로소 저승으로 건너갈 수 있다고 한다. 반대로 말하면, 비록 장례식을 치르지 못했어도 10년이 되면 저승으로 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과 날>은 그리스 시대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런 대목은 고대 서사시나 비극에서는 단편적으로 언급된 것이 고작이었고, 그나마도 어디까지가 이야기에 해당되는 사항이고 어디까지나 당대 그리스 인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인지가 불분명했다. 반면 <일과 날>에서는 그런 점을 잘 살펴볼 수 있다. 마치 조선의 <농가월령가>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번역자의 노고를 가장 절절히 느낀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여인들의 목록>이었다. 단편만 남아 있다더니, 페이지 전체가 온전한 곳이 드물었고 몇 행이 결락되었는지조차 불분명한 대목도 적지 않았다. 가뜩이나 그리스 신화 여성들의 이름만 나오는데, 이래서야 누가 누구인지 구별하기가 한결 어렵다.

 

일전에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그리스 신화의 여성 이름은 구별하기가 은근히 어렵다는 것이었다. 비슷한 이름도 많고, 아예 동명이인인 경우도 많다. 그래서 어떤 신화에 나오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부모나 자녀의 이름이 무엇인지 등을 통해 누구인지 추정할 수밖에 없는데, 유실된 부분이 많아 그러기도 여의치 않다. 게다가 헤시오도스는 현재의 그리스 신화가 확립되기 이전의 인물이라, <신통기>에서처럼 신화의 내용이나 인명이 바뀌었을 경우까지 감안하면 그야말로 눈앞이 아득해진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역자는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노력을 했고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50%의 재료에서 70% 이상의 결과를 이끌어낸 셈이랄까. 특히 특정 이름을 둘러싼 여러 학설을 충실히 해석한 주석을 보면, 번역자의 노고에 그야말로 절이라고 하고 싶어진다.

 

p*******1 2009.06.20. 신고 공감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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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기 - 그리스 신들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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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다보니 신들의 족보에 대해 제대로 정리가 된 자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발견한 것이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입니다. 신통기는 그리스 신들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들로, 카오스, 가이아, 우라노스, 티탄족, 퀴클롭스, 제우스 등등 많은 신들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우스와 티탄족의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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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다보니 신들의 족보에 대해 제대로 정리가 된 자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발견한 것이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입니다. 신통기는 그리스 신들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들로, 카오스, 가이아, 우라노스, 티탄족, 퀴클롭스, 제우스 등등 많은 신들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우스와 티탄족의 전쟁, 프로메테우스, 판도라의 상자, 제우스의 자녀들 이야기들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천병희씨께서 잘 번역을 해 놓으셨는데 저는 책 뒤에 있는 '주요 신들과 영웅들의 가계도'가 마음에 들더군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수 많은 신들과 인물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보기 위한 좋은 자료입니다.

 

이 책에는 '신통기' 뿐 아니라 교훈적인 '일과 날', 단편적으로 엮인 '여인들의 목록', '헤라클레스의 방패'도 포함하고 주석도 풍부하여 헤시오도스에게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가격은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드네요.

YES마니아 : 골드 h******o 2008.07.0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