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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의 특징은 사소하다 못해 하찮은 삶의 터럭을 가지고 이야기를 끌어 간다는데 있다. 우리의 관점으로는 한 줌의 이야깃거리도 안되는 내용을 붙잡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그들을 보면, 참 밥 먹고 할 일 없다 싶은 생각마저 든다. 책 전반에 나른하게 깃든 권태로움은 읽는 사람마저 힘이 쑥 빠지게 만든다.
그런데 이 지극히 일상적이며 따분하기까지 한 이야기들 속엔 감춰진 흡입력이 있다. 재미는 없는데 술술 읽혀지고,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는데 저 너머에 어떤 뜻이 담겨있을 것 같은 그 의미심장함에 나는 때때로 포로가 되고만다. '이렇게 쩨쩨한 로맨스'는 일본인들의 일상적인 나날을 마치 사진 찍듯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과 실제 일본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런 류의 책이다.
이 책은 2003년도 아쿠다가와 상 수상작이다. 선정평은 이 책이 왜 수상작이 됐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 후보작 중 인간의 모습을 확실히 그려 낸 것은 다이도 다마키의 작품 하나였다고 해도 좋다. 주인공과 노년의 남성 쓰쿠모 씨의 연애에 떠도는 유머러스한 분위기 속엔 비교할 수 없는 저력이 느껴진다."
이 책엔 3편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렇게 쩨쩨한 로맨스'는 이 책의 표제작이자 다이도 다마키의 색채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경제력이 뛰어나진 않지만 먹고 사는데 어려움이 없는 노인과 노처녀의 만남이 이야기의 주를 이룬다. 흔히 생각하기는 그들이 나이를 떠나 아름다운 우정을 쌓거나 나이를 초월한 사랑을 해야 하는데 이 이야기는 이도 저도 아니다. 그래서 더 실감난다. 삶이란 이러하다고 딱 잘라 규정할 수 없으니까. 그 모호함이 바로 삶이 가진 매력일 것이다.
화자인 나는 어릴 때 부터 아버지와 오빠가 호구로 알고 등을 친 쓰쿠모씨를 만나고 있다. 나 또한 그를 우습게 여긴다. 때론 돈을 빌리고 안 갚기도 한다. 쓰쿠모씨는 오빠가 신용보증을 부탁했을 때도 거절하지 않고 기쁘게 서준 사람이다. 그렇다고 내가 딱히 쓰쿠모를 측은히 여기는 것도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그러나 그는 좋은 기억을 선물해 주지 않았고 나는 아직도 그를 잊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쓰쿠모씨에게 함께 살자고 말한다. 쓰쿠모씨는 젊은 여자가 자신 곁에 있는게 좋은 가 보다. 옆에서 자고 있는 쓰쿠모씨의 머리를 본다. 그의 머리가 비어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나는 쓰쿠모씨의 머리를 만져준다. 그가 더 나이들면 좌약도 넣어줄 생각을 하며.
'M자형 이마'나 '민들레와 별똥'도 줄거리는 다르지만 흐르는 분위기는 비슷하다. 중학교를 다니다만 이즈미는 집에서 나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녀는 일터에서 오가다 부딪친 스모 선수와 잠자리를 같이한다. 잠자리는 앞의 글이나 뒤의 글에도 한결같이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 또한 일상처럼 작가는 그려낸다. 스모 선수도, 이즈미도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미성년자와의 성행위가 불법이라는 것을 스모 선수는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또한 선배 선수의 밑을 닦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 비대해진 몸 때문에 일을 보고도 뒷처리를 못하는 선배 선수의 뒤를 군소리 없이 닦아줘야 하는 그에게 도덕은 너무도 먼 얘기다. 주어진 삶이 자신의 생이기에 그 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못한다. 그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스모 선수들이 좋아하는 우동 가게다.
'민들레와 별똥'은 마치 굴종적인 삶을 운명처럼 순순히 받아들이는 여자의 이야기다. 그렇다면 분노가 흘러야 할텐데 분노는 보이지 않고 느슨한 지겨움만이 남아있다. 어릴 때부터 마리코라는 동급생에게 마치 하녀처럼 부림을 당하던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그녀의 자장안에서 벗어나기로 마음 먹고 동경에 직장을 정한다. 마리코는 집요하리만큼 집착을 보였다. 동경으로의 입성도 대단한 해방은 아니었던 듯 나는 또 좋다 싫다를 말하지 못하고 직장 연하남에게 끌려다닌다. 마치 성격인 것처럼 굳어버린 수동과 피동적인 삶의 양태에 나는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니까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결국 나였던 것이다.
이 책은 일본인의 삶을 거울로 비춘 것처럼 상세하게 그려냈다. 숨이 막힐 듯한 답답함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 내 일본 독자들의 공감을 꽤 샀다. 지금까지 소소하고 자잘한 일상의 이야기를 그린 일본 소설들을 제법 읽었다. 그런데 담담함이 아닌 답답함으로 느껴진 책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재미있진 않았다. 그러나 삶이란 이름 앞에 놓여진 시간은 결코 화려하거나 변화무쌍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는 어디나 동일하지 싶다. 우리는 그 속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내야 하고 지리함과의 싸움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달갑진 않지만 삶의 일상성을 지극히 일본식으로 구현해 낸 수작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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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에 띄는 책 제목. 문득 집어들었는데 너무 순식간에 읽혀 버렸다. 내용이 단순하다는 것이 아니라 글이 유연하게 이어진다는 거다. 읽는 내내 '뭐 이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여느 소설과도 다른 시선. 조금은 쌀쌀맞고 심술궂다. 뭔가 성취감이랄까 하는 일반적인 소설의 틀에서 벗어나 평범함에서 조금씩 뒤쳐지는 주인공들을 냉혹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제목에는 '로맨스'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건만 이건 어딜봐도 사랑 이야기는 아니다. 세가지 단편에서 등장인물들은 모두 '사랑'에 이용당하고 또 '사랑'을 이용한다.. 하지만 당하는 입장이 불쌍해 보인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이용당하는 입장 또한 알고 있고, 자신을 이용하는 사람을 환상적으로 바라보거나 하는 것이 아닌 냉정하게 판단할 줄도 안다. 그저 '마음'이 동했을 뿐. 어째서 저런 남자한테 반한걸까.. 주인공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들은 사랑에 목매기보다 생계를 더 중요시 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이것이 사람인거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흔한 사랑얘기 속에 현실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읽고나서도 마음에 드는 책. |
| 이렇게 쩨쩨한 로맨스. 일단 제목이 마음에 들었고- 책표지도 좋았다. 뭐, 이 두가지만으로도 책을 고르고는 하니까 선택에 망설임같은 건 없었던 듯 하다. 확실히, 쩨쩨한 로맨스이긴 했다. 문제는- 로맨스가 맞냐는 것이겠지만. 당췌 로맨스라는게 느껴지지 않으니 나에겐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미련만이 남아있는 것일까. 아무리 그래도 검버섯이 핀 노인네나 M자형 이마를 가진 스모 선수나 내 미학에 어긋나니 말이다. 책은 세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표제작인 이렇게 쩨쩨한 로맨스는 사람 좋고, 이용당하기 쉽상인 노년의 남성 쓰쿠모씨와 그 딸뻘이 되는 별볼일 없는 여자 미호와의 연애 얘기다. 그래, 로맨스라고 부르기엔 너무 시큼한 관계니 그냥 연애라고 부르겠다. 이 둘은 확실히 연애하고 있고, 같이 살기 시작했으니까. '난 보증서는 거 아주 좋아해' 라고 말하는 노인네라니, 겉멋에 빠진 마마보이 아소부 보다는 나을지도 모르지만- 아니 둘다 매한가지인가?- 내게 너무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어서인지 평은 인간의 모습을 확실히 그려냈다 하지만 당췌 감정이입을 할 수가 없었다. 심리묘사에 집중적이지도 않고 유머스러운지도 잘 모르겠고 그냥 잔잔하게 늘어 놓는듯한...그런, 분위기. 두번째의 M자형 이마는 등교거부생 14세 소녀와 혼자서는 화장실도 못가는 스물여섯 스모선수의 섹스얘기다. 그래, 두번째는 연애도 아니고 그냥 섹스 얘기라고 해야겠다. 14살 소녀와 섹스 할 수 있는 정신구조라니 별거 아닌듯 늘어놓았지만 이 스모선수에게 공감할 수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세번째의 민들레와 별똥은 참 지지부지한 우정 얘기다. 이런걸 친구라고 할 수 있나? 대체 왜 사귀고 있는거지? 친구라는 건 만나서 즐겁거나 의지할 수 있어야 하는것 아닌가. 정말, 알 수 없는 이야기였다. 세 편 모두의 특성이라면 마치 여자주인공이 모두 한사람 같다는 것이다. 작가가 말하는 주변부 인간은 모두, 줏대 없고 능력도 없고 아무 생각없이 살아가는데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치이고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것인가?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으니 물론 무언가 이정표를 제공해주는 소설은 되지 못한다 할지라도 아무것도 '느껴지는 것'이 없다. 책 자체는 잘 써진 소설이고 한권을 무난히 읽었지만, 끝에 남는 것은 찝찝함이었는지라 못내 아쉬웠다. 내 미학은 너무 강하고 개성있고 아름다운 로맨스에 치중해 있나보다. 스토리에도, 등장인물에도 집중 할 수 가 없었으니... |
| 처음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다이도 다마키라는 작가가 수상을 한 경력이 있다고 해서 였습니다. 봐도 손해는 보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구요. 게다가 도대체 얼마나 별볼일 없는 로맨스이기에 제목이 이런가...싶은 궁금증과 책의 표지도 제 관심을 끌었습니다. 3개의 단편 소설이 들어있는데,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렇게 쩨쩨한 로맨스와 M자형 이마, 민들레와 별똥 이렇게 3편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민들레와 별똥이라는 단편이 제일 인상깊고 마음에 들었는데, 이성간의 사랑이 아닌 사랑에 가까운 우정을 느낄 수 있는 동성간의 이야기였습니다. 친구관계인 두 여자가 나오는데 친한 친구 같지만, 거리감을 두려고도 하고 집착이 느껴지기도 하는 애증이 담긴 내용이었습니다. 정말 이렇다할 특징을 말할 것도 없이 소박하고 놀란만큼 술술 읽히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등장인물들은 아주 평범하지는 않고 뭔가 좀..뒤떨어지는 사람들이고,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한쪽에 비켜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말하지만, 이들은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고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던 책이었습니다. |
| 정말 쩨쩨하다 못해 유치하기까지한 이 로맨스는 30대의 미혼인 여성과 60대의 기혼인 남성과의 사랑아닌사랑(?) 이야기이다. 까놓고 말하면 불륜이고 원조교제? 뭐 심하면 이렇게도 생각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보기에 이 둘의 사랑은 심각하기는 커녕 웃음밖에 나오지가 않는다. 돈을 빌려주고도 받을 줄을 모르는 마음씨 좋은 이 남자와 그래도 이 남자보다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조금은 영악한 이 여자는 떨어져있으면 보고 싶으면서 막상 함께 있으면 떨어지고 싶어지는 알 수 없는 관계다. 결국 이 둘은 동거를 하게 된다. 어차피 남자의 가족인 부인과 아들은 이미 다른 남자를 아버지로 모시고 지내고 있고, 이 여자가 두번이나 잤던 나름대로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극단 일을 하는 남자는 매번 다른 여자의 집을 전전하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흩뿌리며 다양한 여자들을 주인공으로 시켜주는 아주 파렴치한 인간이기에 나이차가 맣이 나건, 남자가 유부남이건 어쨌든 이 둘의 동거는 우리 눈에는 해피엔딩으로 보여질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총 세편의 단편으로 묶여져 있는데 나머지 작품 둘 또한 등장인물들의 관계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특이한관계로 엮어져 있다. 스모선수와 학교 등교를 거부한 여중생, 그리고 친구관계이지만 도대체 이게 무슨 친구인가 싶을 정도로 한명은 마음껏 부려먹고 또 부려먹히면서도 떨어져 있으면 서로를 그리워하고 애증이 교차하는 이런 관계...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재미있는 이 들의 공통점은 순박하기 그지 없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인생을 손해보는 것 없이 살아간다고 할 지 몰라도 독자 눈으로 보기에는 코웃음을 치게 할 뿐이고, 어쩌면 내가 그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유쾌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많은 생각을 해보게끔 하는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
| 작은 어촌마을에서 그저 그렇게 살고 있는 미호와 그녀의 집안을 늘 도와주던 쓰쿠모씨와의 로맨스가 주요 줄거리.. 뜨거운 열정도 사랑도 없는 정말 쩨쩨한 로맨스 이야기다. 도시로 나가 극단에서 일하면서 만난 남자와의 사랑을 간직한 순애보의 노처녀와 착하기만 한 노년의 신사가 데이트하고 동거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이 일상적인 모습으로 비추어진다. 주인공의 심리 표현이나 일반적인 고민들이 비춰지는 모습이 옆에 있는 사람이 이야기해주는, 아는 사람의 이야기같은 느낌이다. 어촌마을의 비릿한 냄새와 건조하려고 널어놓은 생선의 맛이 느껴질 것 같은 그런 느낌.. 이런 사람 이야기에 관심이 갈만한 정서는 아니지만, 주인공의 일상적인 심리와 사랑에 대한 생각들이 잔잔하게 그려지는 것은 작가의 높은 능력이라 생각된다. 마치 자신이 겪은 일을 들려주는 듯 하니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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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좋아하던 남자에게서 무시당하고, 노름쟁이이자 빚쟁이인 아버지와 오빠같은 남자보단 차라리 아무 말 없는 노인이 낫다고 , 그리고 마트 내 어묵가게에서 일하는 것이 너무 지겹고 싫어서 자신이 좋아하지도 않는 할아버지와 함께 동거를 하는 여자주인공의 이야기, 스모선수와 성관계를 맺는 등교거부 여중생의 이야기도 나오고, 그리고 중학교때부터 일방적인 우정을 강요당해온 여자의 이야기. 그 일방적이고 지속적이며 집요했던 우정은 레즈비언 비스시한 것으로 발전했지만 곧 도시로 돈을 벌러 간다는 이유로 벗어날 수 있었고, 도시에서 더 큰 상처를 받아버린 여자는 다시 그 친구를 찾게 된다. 다시 친구에게서 고통을 받은 뒤에야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하고.. (뭐 이래 내용이?) 의미없이 도시에서의 생활을 반복하는 3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어쩌면 나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저런 집요한 친구가 없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그냥 정말 물 흘러가듯이 일상적인 이야기들이다. 결말이 어떻게 되었는지, 그것조차도 불분명한 이야기들.. 세상에 온통 이런 남자들 뿐이면 나약한 여자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 친구처럼 과격해져야 하는건가? 벌써 독립한지 꽤 되었지만 처음의 그 외로움과 고독 (주말에 텅텅 비는 스케줄을 감당하기 힘들때, 퇴근 후 적막감 등등)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몰랐던 시절이 아직도 생생하다. 결국 다른 현대인들과 마찬가지고 운동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문화생활을 하고, 자기 계발을 하며 바쁘게 지내왔지만 어느 순간 '나사가 풀린 것 마냥' 우울함이 몰려올 때는 어쩔 수 없는 거다. 화분처럼 집에 고요히 누워있어야 할 뿐... 그래서 난 아직도 낯선 공간으로 터전을 옮기는 것이 아직도 두렵다. 조금씩 적응하며 나름의 고향이 되어버린 여기 이 동네가 좋아. 나도 쩨쩨한 인간일 뿐인걸.-_-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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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너무 쩨쩨해서 이게 과연 로맨스인가 난감한 눈초리를 던지게 되고야 만다.
햇빛에 반사되는 대머리를 보며 그사람이 눈부시다고 생각을 하건말건, 쪼글한 피부가 잘 구워진 오뎅 같다고하건말건, 그게 정말 로맨스인지 알 수 없다.
그것은 <이렇게 쩨쩨한 로맨스>나
어떻게 이렇게 사람의 피부를 겉도는 건조하고 가벼운 로맨스가 있을 수 있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이후에 가져왔던 일본풍 로맨스(?)의 추억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허니문>과 <키친>에서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해서, <냉정과 열정 사이>가 확 찬물을 부은데 이어 요근래 읽은 소설들에서 콰지직 금이 가고 있는 중이다. 내가 늙어가는 건가...=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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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주 평범하다 못해 좀 부족하다 싶은 사람들의 시덥잖은 연애 이야기. 큰 사건도 없고 죽고 못사는 연애도 아니다. 하다 못해 불륜도 불륜같지 않다. 그들의 연애담이라는게 때로는 답답하고 때로는 치사하기도 하다. 사소하고 소박한 이야기들. 딱히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사랑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부를 수도 없다. 사랑이 꼭 시끌벅적하고 거창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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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오역이 가끔 눈에 들어온다. 色紙를 색종이라고 번역하다니.......할말없다 정말.
제목도 '이렇게 쩨쩨한 로맨스' 다분히 상업적이며 자의적으로 붙여놨다. 원제가 주는 느낌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아니, 다른 의미로 살았다. 바닷가 마을이 배경인 이 이야기. 노인과의 드라이브. 그런 느낌은 싹 날려주셨다.
그렇다고 소설이 별로였다는 얘기는 아니다. 2003년 아쿠다가와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는 말에 끌려 읽게 됐다. 특별히 화려한 문체 따위는 쓰지 않아 유연하게 읽혀내려간다. 좋다. 사실 거의 다 읽어가는데 내용이 이게 뭐야? 싶었던게 첫소감이다. 하지만 종반부즈음, 알게 모르게 괜찮은 느낌이 난다.
아버지뻘되는 할아버지와 30대 중반 여성의 불륜 아닌 불륜. 주변 인물들은 지극히 세속적인 인물들이지만, 쓰쿠모 이 노인만큼은 그렇지 않다. 사람좋아 이용당하고 보잘것없지만, 편안해지는 바닐라 엣센스 향기의 그. 세상 다른 모든 것이 지루하고, 그것에 찌든 자신을 발견할 때, 벗어나고 싶을 때 다가섰다가도, 초라해서 안아주고 싶기도 한 그 노인과의 이야기. 마지막 그녀의 응석같은 그 느낌엔 갓 말린 이불과도 같은 포근함이 있다.
바다내음은 짭짤하면서도 습지지만 끝없이 돌아가고 싶은 향수가 있다. 내 세상에도 이렇게 돌아가고 싶은 곳이,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소설.
(그런데 사실 그 뒤 'M자형 이마' '민들레와 별똥'은 잘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