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 SF는 근본적으로 서구적이고 근대적인 문학인 모양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SF가 태동했고 그것은 사회문화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저자는 플라톤의 국가에서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 이르기 까지 SF적인 요소를 갖춘 문학은 계속되었지만, 근본적으로 SF는 18세기 과학 혁명 이후 나타난 합리화의 진전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탄생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SF가 과학의 지식을 수용하면서도 과학과 합리화에 적대적인 양면성을 지닌 딜레마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초의 SF라고 하는 프랑켄슈타인이 당시의 과학지식을 수용해 작품화하면서도 과학의 합리화에 불안의식을 담아냈다는 것은 SF의 발전에 큰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SF의 탄생과 발전을 밝혀내기 위해 사회학, 철학, 문학 등 다양한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포괄적으로 살핀다. 이 저작의 장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느 면에서 보면, SF에 큰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이 저작에서 나열된 SF에 대한 정보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SF의 장르 내적인 환경이외에 다양한 인문사회학적 배경은 이 저작만이 가지는 독특한 면이다. 또한 Science를 단순히 자연과학만이 아닌 사회과학을 포괄하는 인식으로 적용한 점은 SF가 삼는 주제가 훨씬 포괄적일 수 있음을 밝혀내고 있다. 이외에, 로봇, 유토피아, 신화, 페미니즘, 사이버스페이스 등 SF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로 분석한 글에서 나오는 다양한 인문사회학적인 비평은 매우 지적이다. 난 이 글을 읽으면서 비평에도 상상력이 요구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런 저런 생각을 접고 SF 비평서에 벤야민이나 푸코와 같은 철학자나 조안나 러스나 낸시 그레스와 같은 현대 SF작가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놀랍고 흥미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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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문고에서 꽤 재미있는 책을 많이 내놓고 있는데, 그 중 의외의 주제를 다룬다고 생각하는 책도 있다. 이 책도 그런 생각이 든 책들 중 하나였는데, SF단편을 즐기는 한 사람으로서 어떤 의무(?)가 생겨서 한 번 사 봤다. 책의 서두에서도 밝히지만 SF문학은 주류 문학을 하는 사람과 문학을 학문적으로 접근하려는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비교적 소외를 당해온 것은 사실이라고 본다. 정말 훌륭한 SF는 사람의 정신을 쏙 빼 놓을 만큼 큰 충격을 주곤 하는데, 문화 및 사회에 대한 영향력으로서 SF가 리얼리즘이나 주류문학보다 결코 작게 평가될만한 장르는 아니라고 본다. 예를 들어 SF로서 사회/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을 들라면 단연 조지 오웰의 '1984'를 꼽을 수 있는데, 이 작품의 유명함에 대해서는 설명하는 것이 무의미 할 것이다. 이미 SF를 넘어 식자 치고 이 작품을 모를 수가 없을테니 말이다. 영문 위키에는 '1984'에 영향을 받은 대중문화에 대한 항목이 따로 있다. 북쪽의 뽀글이가 이걸 현실화하고 있으니 오웰은 무덤에서 뿌듯해 할까나. ㅋ 줄 베른의 잠수함이나 아서 클라크의 인공위성을 통한 통신 등등 SF에서 상상으로 먼저 시도된 기술이나 현상들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경이로움은 실로 놀랍다. 이 책은 SF를 문학이라는 영역에서 학문적 접근을 시도하여, 작품해설을 시도하고 있다. 아주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텍스트는 아니었다. SF 작품들이 아주 많이 소개되는데, 읽어본 작품은 별로 많지 않았다. 본인의 블로그에서 소개하고 있는 '최후의 질문', '90억 가지 신의 이름', '별' 등이 잠깐 언급되고 있고 얼마전에 읽은 '솔라리스'와 SF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스타십 트루퍼스'도 잠시 언급한다. 무척 많은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어, 한 번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이 드는 것도 꽤 있었다. 저자는 과연 이 많은 작품을 다 읽어본 것일까? 놀랍다. 최초의 SF는 사람마다 약간 견해차가 있는 듯 하지만 이 책에서는 Mary Shelley의 '프랑켄슈타인'을 최초의 SF로 보고 있다. 책 초반에는 SF의 역사를 중심으로 '프랑켄슈타인'부터 줄 베른, SF의 세 거장을 지나 어슐러 르 귄 등의 현대작가까지 다룬다. 다양한 지식을 SF에 접목하여 설명해 놓아서 꽤 괜찮다고 생각한다. 책 중간에 유명한 심리학자 스키너가 쓴 SF가 있다고소개하는데(p103), 오오 스키너가 문학에까지 손을 대다니. 놀라운 일이다. 'Walden Two'라는 작품이다. 1948년 작품이라서 번역본이 있을까 싶었는데, 국내에 번역본이 있었다. 기회가 되면 한 번 읽어봐야겠다. 포켓북 크기에 텍스트 전체 분량은 그리 많지 않다. 다양한 SF를 소화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꽤 볼만할 것이라 생각한다. 가격도 싸서 좋다.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