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6의 지나친 엄숙주의가 도마 위에 오른다. 486은 386이 업그레이든 된 게 아니라 열정이 식고 나태해진 것이고 현실과 타협하며 진취적이지 못하다. ‘쿨’하지 못한 정서가 구질구질하게 개인이 누릴 자유의 발목을 잡고, 보편성과 공공성을 내세우니 자칫 전체주의적 획일성을, 위선을 낳는다. 모더니즘은 시대착오적이며 진부하다.
포스트 386은 쿨하고 자유롭다.
어쨌든 나는 시험이 끝나면 학생들과 <여섯 개의 시선(If you were me, 2003)>을 볼 것이다.
1. 임순례 감독 ; 그녀의 무게
전에 잠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취업지도를 했다. 워낙 시골이라 진학하는 학생보다 취업생이 많았다. 안산에 있는 회사에 아이들을 취업시키고 추수 지도를 나갔다. 아이들은 처음 만져보는 ‘봉급’과 또래끼리 어울려 지내는 재미에 아직은 집 떠난 외로움과 진학하지 않은 서글픔을 달래고 있었다. 하지만 담임이라고 찾아가니 학교에서는 달가워하지 않던 녀석들이 친정 엄마 본 듯 반가워했다. 그 때 아이들이 있던 그 자리엔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가 대신 들어와 있고 여상 취업반 아이들은 좀 더 편하고 보수가 많은 곳에 취직하기 위해 쌍꺼풀 수술을 하고 다이어트를 한다.
안 봐도 짐작이 가는 이런 이야기는 가슴에 송곳을 꽂는 듯해서 ‘학교 안’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못 보고 보고 싶지 않다.
2. 정재은 감독 : 그 남자의 사정
최근 아주 드물게 영화를 보는지라 모처럼 본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성범죄자의 인격 문제도 고려할 사정이지만, 자신의 ‘사정’을 타인에게 함부로 그것도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풀려는 사람은 두렵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보편적 관점에서 못 보고 당장 내 문제를 보게 된다.
3. 여균동 감독; 대륙횡단
새삼 말할 필요가 없는 장애인 문제.
이동권을 달라는 것, 그것은 생존의 문제이다.
아이 유모차를 끌면서 투덜거리던 기억.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고 다니며 “우리 나라가 얼마나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는 순용이.
약간의 장애가 있는 아이들 데리고 일본에서 살다 한국에 돌아와서 받은 상처를 이야기 하는 동료.
그나마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고 여기 제기된 6편 중 사람들의 해결 의지가 가장 구체적화 되어 있고 가시적인 노력이 보이는 문제이다.
4. 박진표 감독 : 신비한 영어나라
신기한 영어나라의 패러디.
학생들과 같이 볼 때 아이들이 제일 몸서리를 치며 반응을 나타내는 영화다.
정말 듣기 싫어하는 말. “애 낳아서 키워봐라. 다 그렇게 된다.”
조기교육 시킨다고 애 잡는 나라. 내 아이는 특별하다고 내 놓고 광고하는 나라.
그런 엄마들에 시달린 우리 아이들이 내는 반응이다.
친정 엄마가 들려주신 말씀 “한글 그것 남보다 빨리 읽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오래 읽는 것이 중요하다. ”
5.박광수 감독 : 얼굴값
예쁘다는 게 때로 죄가 되기도 한다. 주차장 관리원과 남자 고객과의 실갱이.
이름값인지 좀 설득력이 덜한 영화.
6. 박찬욱 감독 :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
박찬욱이라는 이름 때문에 느끼는 감탄일까. 심각하게 얘기하지 않음으로써 그 심각성이 더 돋보이는 영화.
인물들의 너무도 천연덕스러운 대화. 우리는 외국인 노동자의 고통을 남의 나라에 와서 돈 벌어가는 거니 당연히 감수해야할 일쯤으로 여긴다.
박찬욱 감독이라는 이름이 없어도 인권위원회 제작 의도가 아주 잘 전달된 영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