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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민후보로 나온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한테 이겼다. 그래서 오세훈 시장이 물러간 자리를 꿰찬 일은 내 일인 양 가슴이 뿌듯하고 보기에 좋았다. 내가 미는 삼성 라이온즈가 에스케이 와이번스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먼저 두 판이나 이겨 기뻤다.
내가 맡아하던 일이 요즈음 잘 풀리지 않았는데 그런 일들이 시원스레 풀리지는 않는다. 나를 둘러싼 일은 내가 몸소 풀어가지 않으면 되는 게 없다.
그 책도 나한테 바로 달콤한 무엇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소설 <삼국지>를 읽어도 내가 유비나 조조, 손권이 되지는 못하는 것이고 제갈공명처럼 무슨 일이든 척척 풀어내지도 못한다. 책을 읽을 때의 시원함은 책에서 손을 떼자마자 답답함으로 바뀔 수도 있다.
그건 영화에서나 그렇지 현실에선 손을 대고 공을 들이지 않으면 쉽게 풀어낼 수가 없다.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이 아니다. 영화관을 나오거나 영화 디뷔디가 끝나면 볼 때의 시원스런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내 앞에 놓인 차가운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
또한 다른 영화 가운데 볼 만한 것이 없나 하고 기웃거린다. 새로 나온 책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본다.
나도 오늘은 무슨 영화를 볼까 하며 영화 디뷔디를 고르고, 삼성 라이온즈가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점수를 낼 때는 주먹을 불끈 쥐고는 "앗싸!!!" 하면서 팔을 휘두른다.
아마도 그것들이 주는 즐거움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리라. 현실에서 힘겹고 어려운 삶을 살아가지만, 그런 것들을 보면서 잠깐이나마 시리거나 아픈 가슴을 다독거리고 거기서 다시 힘을 얻을까 싶어 구경하거나 읽지 않을까.
우디 알렌 감독이 1985년에 만든 영화 <카이로의 붉은 장미 The Purple Rose of Cairo>는 영화와 현실을 오가며 겪는 이들의 사랑과 아픔, 기쁨을 잘 드러낸 작품이었다.
그렇지만 현실을 떠난 영화가 현실이 될 수 없음을 알고는 아파하며, 영화와 현실을 오가는 다리에서 헤매며 살게 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멀쩡한 몸이지만 옆지기 몽크(대니 앨로)는 제 삶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불황이라며 일하러 나가지 않고, 빈둥거리면서 바람이나 피우고, 돈을 달라며 씨실리아한테 손을 내밀 뿐, 하는 게 하나도 없다. 요즈음이라면 몽크 같은 사람과 같이 살 옆지기는 없을 것이다.
이번에 마을 영화관에 걸린 흑백 영화는 <카이로의 붉은 장미>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같이 가자고 해도 가지 않는 옆지기를 두고 씨실리아는 혼자 가서 본다. 씨실리아의 머리는 어지럽기만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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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실리아는 식당여급이다.남편은 실직자이면서도 일거리를 찾으려 애쓰지도 않고 허구헌날 노름이나하고 시실리아가 벌어오는 돈을 받아쓰며, 술마시고 그녀를 때리기도한다. 이런 우울한 현실에서 벗어나는 길은 영화관에 가서 그 세계에 푹 빠지는 것이다. 그 정도가 지나쳐서 식당일을 하면서도 영화얘기에 정신이 팔려 실수하기 일쑤다. 접시를 깨뜨리거나, 주문과 다른 음식을 갖다주거나... 그날도 영화관에서 카이로의 붉은 장미를 다섯번째로 보고있었다. 극중에서 잘생기고 낭만적인 고고학자 톰이 그녀를 향해 시선을 던지더니 화면에서 빠져나와 시실리아와 함께 도망쳐버린다. 극중 인물들은 탐의 도주로 더이상 영화를 진행하지도 못하고, 영화를 중단하면 그 인물들이 다 사라질 가능성때문에 영화를 끝내지도 못하고 초유의 황당환 사태에 극중 인물과 관객 모두 어찌할 바를 모른다. 한편 영화에서 빠져나온 탐은 시실리아와 사랑에 빠져서, 다시는 영화로 돌아가지않고 자유로운 삶을 누리겠다고 한다. 시실리아에게는 정말 깨고싶지않은 꿈이다. 탐역을 했던 배우 길은 영화에세 빠져나온 탐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불안하다. 힘든 과정을 거쳐 겨우 성공을 거두려는 찰나에 갑작스런 사태로 이 모두를 잃게될까봐 전전긍긍한다. 사태를 수습하고자 그 마을에 오게되고 시실리아를 만나 이야기하다 그녀가 자신을 너무 잘 이해하고 그의 능력에 신뢰를 보내자 그 또한 시실리아를 사랑하게된다. 천덕꾸러기로 암담한 삶을 살던 그녀에게 믿기지않는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두남자가 모두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의 사랑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 사는 그녀는 영화속 인물에 작별을 고하고 길과 함께 헐리우드에 가려고 남편을 버리고 나서지만, 문제가 해결된 길은 이미 떠나고 없다. 그녀는 쓸쓸하게 다시 영화관에 앉아 영화를 보며 현실을 외면한다.
나비꿈을 꾸는 사람일까, 사람꿈을 꾸는 나비일까? 아마 우디 앨런이 장자를 읽으면 매우 기뻐할 것 같다. 현실을 농담삼아 영화와 뒤섞어놓고 즐거워하는 그가 연상된다. 탐이 나간뒤 영화 속 인물들의 대사가 상상력을 맘껏 작동시킨다. 어떤 인물은 자신들도 더 이상 극중 역할에 머물지말고 독자적으로 살자고한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탐때문에 자신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불평하기도 하고. 시실리아가 탐에게 신을 설명해주자 그는 그것을 영화감독과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극에서 낭만적이고 다정한 역인 탐이 영화 바깥에서 그 개념에 충실하게 사는 모습도 재밌다. 실제 인간들은 그렇게 일관성있게 살지는 못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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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이로의 붉은 장미>
우디 알렌 할아버지 영화를 찾아보다가 접하게 된, 환타지(?) 영화.ㅋ
주인공 시칠리아가 늘 빠져사는 영화. 영화 속에서는 풍요롭고 행복한-가질 수 없는- 꿈이 펼쳐진다. 드레스, 파티, 해외 여행, 이집트, 성대한 식사, 반짝이는 것들로 가득하다.
주문을 받다가 실수를 한다거나 그릇을 정리하다가 깨먹는다거나 수다를 그만 떨라는 주의를 들어야 할 웨이트리스의 삶이 아니다. 사람들은 모두 화려하고 다정하며 믿을 수 있는 사람들 같다.
어느 날, 영화 속에 등장하는 멋진 남자가 내 앞에 갑자기 나와준다면? 아니, 그 남자가 당신 뿐이오~라며 사랑을 고백해준다면?
이 달콤하고 아름다운 상상이 주인공 앞에 펼쳐진다.
무능력하고 주색잡기에 빠져서 가끔 자신을 때리기도 하는 남편과는 다른, 낭만적이고 다정하며 잘 생긴 젊은 남자가 내 눈을 보면서 다정한 말로 고백을 한다고!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다 가질 수 있는 행복은 없는 법. 영화 속에서 빠져나온 왕자님(?)은 '현실'을 모르는 아이같기만 하다.
대공황이라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식당에서 내야할 돈도 모든 것이 낯선 이 남자와 사랑만으로 도망을 가? 어차피 배불뚝이 남편한테 벌어온 돈을 뜯기느니 사랑하는 이 남자와 행복하게 살면서 벌어온 돈을 써?
(당연한 결론이 보이는 것 같은데, 여기서 우디 알렌 할아버지의 신공이 들어간다.ㅋ) 더 큰 문제는 영화 '카이로의 붉은 장미'를 상영하던 중 스크린 속에서 뛰쳐나온 이 남자 때문에, '카이로의 붉은 장미'의 모험가 역할을 했던 배우까지 이 혼란 속에 등장해준 것. 여기서 끝나면 시시할까봐 이 배우마저 여인에게 끌리는 설정?!
이 남자는 잘 생겼고 젊고 능력있는 배우인데다가, '가짜'가 아니다.+_+ 잘 생겼고 젊고 낭만적인, 영화 속에서 뛰쳐나온 '가짜' 모험가가 아니라는 점, 얼마나 달콤한가. 게다가 시칠리아는 이 배우의 모든 작품을 다 봤다고. 어떤 역할을 하건 그 속에서 진심을 알아볼 수 있는 '골수팬'이라고!!
내가 늘 좋아하고 찾아보던 그 스타가, 어느 날 내 앞에 짜잔~하고 나타나 '함께 갈래요?'라고 물었다면 그 후가 얼마나 복잡하고 힘든 삶이 있을지 뻔히 알면서도 '그....그럴까?'하고 고민에 빠지는 건 당연한 거 아닐까.
나를 괴롭히는 무능력한 남편, 영화 속에서 등장한 낭만적인 연인, 배우로서 발돋움하고 있는 젊고 패기있는 남자. 어제까지는 어딜가나 천덕꾸러기였던 시칠리아는 행복한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결론은 뭘까? 글쎄, 뭐게요? ㅎㅎㅎㅎㅎ
영화를 보면서 함께 행복했고, 간질간질 설레기까지 했다. 마지막 장면의 보일 듯 말 듯한 시칠리아의 미소를 읽으면서 묘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고.^^ 우디 알렌 할아버지의 장난스런, 이 환타지적 요소에 감탄을 할 뿐.ㅎㅎㅎ
p.s. 근데 이 남자 배우.
젊고 귀엽고 달콤해 보이기까지 했는데. 어맛- <덤 앤 더머>의 짐 캐리 옆에 있던 아저씨래.ㅠ_ㅠ
심지어 나는, 1985년 작인 이 영화보다 먼저 찍은 <애정의 조건(1983)> 보면서 '저 남자 가증스럽다'며 싫어했던......;;;;
아, 세월은 무서운 것이구나. 아, 배우는 팔색조구나. |